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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여자들 그리고 검녀문
무왕계를 잠시 방문하고 돌아온 강지건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초호화 비행선.
스팀펑크에 나오는 전함 모습을 한 비행선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가장 화려한 것은 호텔처럼 보이는 비행선이었다.
비행선의 외벽을 격리된 공간으로 만들어 투명한 창을 달았다.
이렇게 만드니 마치 건물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 나왔다.
무엇보다 비행선이라고 하지만 만약을 대비하 반중력 시스템을 탑재시켰다. 비상용으로.
“좋구나.”
강지건은 알몸으로 비행선 안을 거닐었다.
“멍!”
리사 그랜트와 앤 로저스가 나신에 개목걸이를 하고는 뒤따르고 있었다.
“옳지, 착하지. 소시지 줄까?”
“멍멍!”
“리사는 소시지 좋아하는구나. 앤도 줄까?”
“멍멍!”
“누굴 먼저 줄까?”
“멍!”
“멍멍!”
“둘 다 착하네. 하지만 소시지는 하나야. 사이좋게 나눠먹어야지.”
“멍!”
강지건이 대물을 내밀자 두 여자는 재빨리 달라붙었다.
두 여자를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것도 이제 슬슬 질리네.’
하지만 생각은 달랐다.
‘뭘 더 해볼까?’
아직 지구에서 못해 본 것은 많았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굳이?’
강지건이란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았다. 가수로서 공연을 해도 좋다.
‘굳이 지구인 앞에서만 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다 똑같은 사람인데.’
소유 목록에 올라온 세계 중 하나를 고른다면 백만 대군을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볼 수도 있다.
아니, 백만명을 수용하는 대공연장을 만들 수도 있었다.
십만명이 아닌 백만명 앞에서 공연이 가능한 것이다.
원하기만 한다면 천만 혹은 1억 가까이 되는 군중 앞에서 공연할 수도 있다.
물론 네트워크를 통한다면 모든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방송을 할 수도 있었다.
가지고 있는 힘을 인식할수록 지구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배가 부른 사자가 되었다.
‘으음. 일단 일본이나 먹어볼까?’
강지건은 결심했다.
“야마다 타로의 일본 정복을 시작한다.”
자신의 가명을 이용한 정복을 할 생각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해보고 싶어서.
“대한민국과 통합할 건가요?”
“아니, 레알핑크연방을 선언한다.”
대한민국 출신이지만 굳이 국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애국심?
‘내가 곧 신이고 세상인데. 뭔.’
강지건에게 있어 국가는 세계의 하위 개념일 뿐이었다.
더구나 한국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었다.
안 좋은 기억들이 훨씬 더 많았다.
“국호가 레알핑크인가요?”
좋은 기억이라면 레알핑크에 더 많았다.
“그래.”
“알겠습니다.”
“사토미!”
“네!”
“넌 총비서가 되는 거야.”
“그럼 주인님은요?”
“난 총통.”
“그럼 총통과 비서가 되는 건가요?”
“그렇지.”
총통과 비서.
“생각해보니까 이걸로 AV 하나 찍어도 되겠네.”
“저는 언제든지 찬성이에요.”
국민의 지도자에게는 품위가 요구된다.
보통 그렇다.
하지만 국민을 모두 개돼지로 만들 힘이 있으면 굳이 국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품위?
그것은 곧 국민들이 덤비지 못하게 격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너와 나는 격이 다르다.
그러니 함부로 덤비지 마라.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품위.
각각의 지위와 위치에 따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품성과 교양의 정도.
중요한 것은 바로 지위와 위치다.
높은 지위와 위치에 여러 사람들이 일정 수준의 품성과 교양의 정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힘이 있어 모두 찍어 누를 수 있다면 요구는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었다.
신이라면 오히려 더욱 경박하게 지껄이며 아무데서나 똥을 싸도 문제없다.
신이니까.
세계를 좌우할 힘이 있으니까.
격이 다른 힘을 가진 존재니까.
하찮은 개미들 앞에서 똥을 쌌다고 부끄러워하며 호들갑을 떠는 인간이 없는 것처럼.
그렇기에 강지건은 그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다.
“좋아.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좀 더 간을 보자고.”
“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노리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포인트.
“퀘스트 설정. 야마다 타로와 마에다 사토미 AV로 10억엔 벌기.”
AV 하나로 10억엔, 100억원을 벌겠다는 것은 무모한 수준의 퀘스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강지건은 흥미 위주로 걸었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 퀘스트가 설정되었습니다.
‘꼭 지구 한정으로 할 필요는 없잖아?’
이미 실험을 거쳐 증명된 일이었다.
강지건이 한참 놀러다닐 때 조직원들이 다 알아서 실험해보았다.
결과는 대성공.
하나의 세계에서라면 힘들어도 여러 세계를 거치면 엄청나게 벌어들이는 게 가능했다.
강지건은 연속으로 계속 퀘스트를 늘려나갔다.
“퀘스트 설정. 위튜브 구독자수 4경 달성.”
지구 인구만 생각하면 조작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여러 세계에 오픈해버리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10억부터 4경. 5경.
계속해서 숫자를 늘리며 퀘스트를 등록했다.
끝이 없었다.
‘포인트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벌어들이는 포인트를 쓸 곳은 많았다.
서번트에게 따라 스킬을 사주다보면 쑥쑥 날아가니까.
이제는 숫자 제한도 없어서 포인트를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싹 써버릴 수 있었다.
서번트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세계를 정화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었다.
‘조만간 더 정화할 세계가 거의 안 남겠지.’
안틸로프 정화는 마지막까지 남겨놓고 있었다.
가장 힘든 세계로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확실히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등급도 올려야 하고.’
등급을 올리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등급을 올리는 순간 습득할 수 있는 포인트가 떨어진다.
또한 습득하게 되는 스킬에 따라 퀘스트 난이도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최대한 서번트들을 키워야지.’
후방에서 깔짝깔짝 총이나 쏘는 원딜이 되고 싶지 전방에서 싸우는 탱커는 하기 싫은 것이었다.
물론 전방으로 뛰어들며 곡예를 펼치며 사방에 딜을 넣고 무쌍을 찍는 하이퍼캐리형 원딜이 있지만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에 강지건은 선호하지 않았다.
‘내가 제일 중요해.’
강지건이 죽으면?
나머지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어쩌면 침식으로 변하는 거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스쳐지나간 생각에 골몰한다.
‘어쩌면 관리자를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있을지도 몰라.’
강지건은 안틸로프를 의심했다.
안틸로프의 침식도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수행중에 죽었을 수도 있지.’
강지건도 처음 크롭스크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다.
정말 별로 가진 것 없는 몸이었다.
만약 멋모르고 침식도가 더 높은 세계로 갔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지나친 자신은 금물. 원코인 플레이라고 생각하자.’
코인 하나로 엔딩까지 봐야 한다.
하드코어 플레이 루트다.
‘조심해야지.’
강지건은 신과 같은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AV를 풀면 겁나 보겠지? 나랑 닮았다고 하면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흐흐흐.’
점점 인간 ‘강지건’의 신분에 대한 집착이 옅어지고 있었다.
> 와, 저건 뭐냐?
> 환상 속의 스팀펑크 비행선이 현실에 나타났다?
> 바보야. 저건 그냥 모양만 비슷한 거잖아.
스팀펑크에 나올 법한 디자인의 비행선들이 미국 도시 위를 날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순회를 다니며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차오르자 강지건은 방송을 시작했다.
“안녕? 오늘은 스팀펑크로 초대하겠음.”
> 헐!
> 비행선의 주인이 너였냐?
> 멋지다
> 나도 태워줘!
> 얼마야? 얼마에 팔 거야?
> 어디서 만들었어? 나도 주문 하게 알려줘!
상상 속의 물건이 튀어나오니 난리가 난 사람들이 있었다.
스팀펑크 매니아들이었다.
스팀펑크의 시대는 저물고 사이버펑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과거의 향수를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은 많았다.
앤티크.
골동품 같은 분위기를 선호하는 것이었다.
“주문이야 지건 트레이드나 레왓건에 알아봐. 난 부탁을 했고 친구들이 만들어줬거든.”
> 진짜 이 인간 친구들 정체는 뭐지?
> 외계인인가?
> 외계인을 친구로 둔 지구인이 있다?
“어쨌거나 오늘 먹방은 하늘에서 한다.”
> 오우야.
> 살 떨리는데서 먹네?
강지건은 투명한 유리 위에 놓은 투명한 테이블 앞에 앉았다.
“지상을 바라보며 한 입. 지상의 개미들아, 잘 보이지?”
메뉴는 간단했다.
스테이크와 와인.
평소 자주 먹던 것을 내놔도 사람들은 열광하며 봤다.
> 와 재미있겠다.
> 저거 비슷한 컨셉으로 먹는 식당이 있긴 있지.
> 하지만 저긴 비행선이라고?
> 스팀펑크! 스팀펑크!
> 그런데 와인은 어디 꺼임? 항상 궁금했는데.
“아, 와인?”
강지건은 웃으며 손짓했다.
그러자 서주희가 웃으며 나타났다.
> 오우!
> 멋진 걸?
비키니를 입은 서주희의 몸은 탄탄한 근육과 커다란 가슴 그리고 둔부 덕분에 육감적으로 느껴졌다.
다들 오랜만에 나타난 서주희를 보며 열광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강지건에게 와인을 건네주고 사라졌다.
“자, 이게 와인의 라벨이야. 알아보겠어?”
강지건은 와인의 라벨을 보여주었다.
크롭스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와인의 라벨이었다.
이제는 많은 카리아 제국민들이 이주한 세계이기에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카리아 제국민들은 신에게 바치는 와인이라 하여 자신들이 생산한 최고급 와인을 공물로 바친 것이었다.
> 그게 뭔데?
> 장난하나?
사람들은 강지건이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봐도 모르면 어쩔 수 없지. 외국어 공부 좀 해. 그럼 난 간다. 바이바이.”
생방송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