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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여자들 그리고 검녀문
‘내연기관과 같은 효율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전자석 모터와 교체형 배터리 여기에 따른 차의 구조 변화.
각종 보호 장치 등.
차를 만들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많았다.
효율도 중요하고 안전도 중요하다.
여기에 디자인은 덤.
‘생산 효율. 과연 지구 문명은 전기차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엄청나게 많은 배터리가 생산되어야 한다.
모터도 만들어져야 한다.
이로 인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다.
‘몰라.’
강지건은 환경은 무시했다.
효율도 무시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거.’
강지건은 연료 관련 자료를 살피다 흥미로운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질소랑 수소랑 합쳐서 하이드라진을 만들 수 있다?’
하이드라진이란 로켓의 연료로 사용되는 액체 화학물질이다.
‘이거라면?’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내용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인체 발암성이 높고 호흡기와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독성 물질이란 내용 때문이었다.
‘역시 있는데 안 쓰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
전투기의 연료로도 사용되지만 민간에 풀리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거.’
푹팍퍽폭.
허리를 흔들며 계속 생각한다.
“휴튯!”
체시는 강지건에게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
‘좋아, 주인님 좋아. 사랑해요.’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체시였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건 뭐든 만들어드릴게요.’
아무리 바보 같고 괴상한 물건이라도 상관없다.
강지건이 원하는 것은 만들고 말겠다는 것이 체시의 결심.
“배터리가 발열이 심하면 식혀야 하니까 이걸 잘 이용하면 스팀하고 결합이 되나 안 되나? 안 되나? 되나? 안 되나?”
인공지능에게 물어본다.
돌아온 답은 항상 다르다.
뭘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니까.
야구공을 던지는 것과 같다.
같은 속도로 팔을 휘둘러 던져도 던지는 사람의 악력 그립 기타 등등에 따라 구속도 경로도 많은 게 변한다.
느려터진 커브가 나올 수도 있고 고속 슬라이더가 나올 수도 있다.
혹은 그냥 패스트볼이 나오기도 한다.
손가락 장난만으로 많은 게 달라진다.
손가락의 크기나 악력에 따라 또 달라지는 것도 있다.
공의 회전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전기차에 스팀이란 시스템을 넣는 하이브리드를 요구한다고 해도 이것을 어떻게 구현하려고 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이 내놓는 결과가 또 달라지는 것이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사람이 요구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답을 줄 수 없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뭘 해달라는지 모르는데 무슨 대답을 해줄까?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제대로 뭘 원하는지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계속 엉뚱한 것을 받게 될 뿐이다.
운이 좋으면 원하는 것이 나오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운일 뿐이다.
제대로 된 일처리는 아니다.
‘스팀 배터리! 스팀! 배터리 하이브리드!’
괜히 이상한 것에 꽂혀버렸다.
그렇다.
강지건은 어릴 적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스팀 펑크.
아주 오래 전에 유행처럼 지나갔던 하나의 장르.
엄청나게 빠져 지냈던 것은 아니지만 스팀 펑크에 대한 로망이 아주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렇기에 스팀에 집착했다.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의 상징이니까.
‘배터리 발열! 모터 발열! 이 열들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의 흐름을 이용한 엔진!’
강지건은 마구잡이로 강제했다.
“스팀!”
배터리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열이 많은 것도 또 너무 차가운 것도 문제가 된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결국 냉각시스템은 물론 히팅 시스템도 들어가야만 한다.
한 겨울에 온도가 낮아서 전기차 배터리가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면 이 또한 전기 낭비, 즉 소비자의 돈 낭비로 이어진다.
전기는 공짜가 아니다.
돈 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배터리의 발열이란 것이 꼭 물을 끓이는 온도까지 올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괜한 시스템의 탑재는 무게의 증가로 인해 에너지 낭비로 이어진다.
“끓는 점 낮은 액체!”
강지건은 원하는 바를 계속 요구했다.
그러자 차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이 나와 버렸다.
“제작!”
하지만 강지건에게는 상관없었다.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스팀 전기 하이브리드인가요?”
“좀 그렇지?”
“괜찮아요. 뭐든 주인님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죠.”
“흐흐, 자랑할 거야.”
자랑.
위튜브를 아직도 하는 이유였다.
이제 위튜브는 강지건의 자랑 수단 중 하나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봤다.
강지건이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니까.
“후훗, 저도 자랑해주시면 좋을 텐데.”
“이건 나만 볼 거야.”
“아잉.”
엉덩이를 주물럭거리자 체시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헐떡거렸다.
“주인님의 손길은 세계 최고.”
“그치?”
강지건은 낄낄 거리며 제작을 주문했다.
하루.
딱 하루 만에 강지건이 주문한 차량은 완성되어 빌딩 주차장에 세워졌다.
옆에는 리사 그랜트를, 뒷좌석에는 앤 로저스를 태웠다.
두 여자를 차에 태운 뒤, 강지건은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르르르.
원래 전기차는 조용하다.
하지만 좀 더 발전된 스팀 엔진 방식을 집어넣으니 차에 떨림이 생겼다.
스팀 엔진의 펌프질이 차를 떨리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물론 어마어마한 떨림은 없었다.
“이게 스팀 엔진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스팀은 안 나오네요?”
“응, 무증기 스팀 엔진이야.”
“증기 없는 증기 기관이라니 뭔가 이상해요.”
“하지만 그게 진실인 걸.”
끓는점이 낮은 액체를 이용해 실린더를 펌프한다.
“효율은 어떻죠?”
“사실 많이 안 좋아.”
있으나 마나한 것보다 아주 살짝 나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효율로는 좋은 물건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이것도 에너지 효율만 따졌을 때의 얘기고 차의 가격과 유지비용까지 합하면 그냥 안 하는 게 나은 수준이었다.
반중력을 이용하면 플라잉카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스팀에 꽂혀버린 탓에 기괴한 물건을 만들어버렸다.
“간다!”
부릉부릉부르르릉.
차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스팀을 내뿜지는 않는다.
하지만 차가 굴러가니 리사 그랜트는 눈을 빛내며 승차감을 확인했다.
“나쁘지는 않네요. 좋지도 않지만.”
“그래도 소원은 성취했지.”
“차라리 비행선은 어때요?”
“비행선?”
“네, 스팀펑크에 비행선은 빠질 수 없잖아요?”
“그건 반중력이나 마법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스팀펑크가 아니잖아.”
“이것도 그렇죠.”
“으응.”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길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하이브리드가 답인가!”
“효율은 엄청 낮아지겠죠. 앤티크도 아니고.”
“그건 그래. 그렇지만 스팀펑크 흉내는 낼 수 있지.”
“그건 그렇죠.”
“체시 스팀펑크 공중전함 모양 비행선 하나 부탁해.”
“네!”
뒷좌석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앤 로저스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비행호텔은 어때요?”
“응?”
“하늘에서 하면 기분 좋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겠지.”
주문한다.
“주문해 주문.”
못할 건 뭔가?
고민할 건 또 뭔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걸릴 것이 없다.
“이런 건 해 보고 싶을 때 주문해야 제 맛이지.”
뭐든 때가 있다.
너무 묵히면 상한다.
묵혀서 숙성되면 좋아지는 와인이 있다지만 너무 묵히면 썩는다.
좋지 않다. 냄새난다. 변질 된다.
주문을 마친 강지건은 차를 타고 달렸다.
괴상한 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스팀하이브리드전기차!’
아주 멋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걸 한다.
이후 강지건은 바닷가에 차를 세워놓고 두 여자를 마구 안아주었다.
해변에서의 동굴 탐험은 짜릿했다.
짭짤한 바다내음이 동굴에서도 나왔다.
감자칩이 없어도 짭짤했다.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고 일본 목욕탕과 유럽의 사우나를 돌아다니는 일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여자들이 점점 더 몰려들자 강지건은 더욱 바빠졌다.
결국 절정뇌전을 써야만 했다.
‘음, 이젠 좀 의무 같아지는데?’
의무방어전.
부담감이 생기니 즐거움이 줄어든다.
현자가 빙의하려 한다.
좀 더 현명해지라고 현자가 자꾸 잔소리한다.
‘좀 쉴까?’
강지건은 메시지를 보냈다.
일본의 오카모토 하나와 프랑스의 루나 모로에게 연락했다.
- 나 당분간 좀 바쁨.
독일의 릴리 피셔와 아멜리 슐츠에게도 마찬가지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이들을 비롯해 그 동안 가까워진 여자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쉰다고.
소문은 금방 퍼졌다.
‘슬슬 이것도 접을까?’
그 동안 너무 많이 했다.
수많은 여자를 무분별하게 안았다.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니었다.
여자들도 다시는 맛보기 힘든 쾌락을 맛보았으니까.
‘그나저나 오늘은 뭐할까? 아니, 꼭 뭔가를 해야만 하는 건가?’
어느 순간 강지건은 의문을 가졌다.
‘왜 뭔가 꼭 해야 하는 거지? 왜 뭔가 즐겨야 하는 거지? 왜 행복을 추구해야 하는 거지? 불행보다 행복한 게 좋긴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압박감까지 느끼는 게 과연 정상인 걸까?’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손해보기 싫은 마음.
경쟁심.
‘이건 뭔가 잘못됐어.’
강지건은 인상을 쓰며 바닷가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술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