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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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강탈 그리고 소문

쥬리는 울면서 매달렸다.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회사로 올래? 그렇게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흑. 무슨 회산데요?”

“레알핑크.”

“네?”

강지건을 만나 밥을 얻어먹고 술도 마신 쥬리는 바로 모텔까지 따라들어와 안겼다.

스스로 다리를 벌리고 강지건을 받아들이며 울먹였다.

회사에서 해고된 것부터 해서 연인의 반응까지 다 쏟아냈다.

“좀 그렇지?”

그래서 강지건은 쥬리에게 제안했다.

“음, 페이는요?”

“넉넉하게 줄게. 지금까지 받던 2배 어때?”

“헉? 정말요?”

“응. 내 소개니까.”

“혹시 저 막 AV 찍고 그래야 하나요?”

“그건 아냐. 그냥 AV 감독들 촬영 지원 요청만 받아주면 돼.”

“아, 물품 사서 가져다주고 뭐 그런 역할?”

“대충 그런 거지.”

“너무 간단한 일 같은데 그렇게 많이 줘도 되나요?”

의아했다.

함정이 아닌가 싶었다.

“회사가 돈이 많으니까 그래. 일단 일하면서 자기 개발도 하고 그러다보면 회사내에서 이동도 할 수 있고.”

“꿈만 같아요.”

“뭐 내가 힘 좀 쓰지.”

힘 좀 쓰는 정도가 아니었다.

레알핑크는 강지건의 것이었다.

“할게요. 그런데 진짜 맞아요?”

“응. 다 알게 될 걸 왜 거짓말 하겠어.”

결국 미우라 쥬리는 레알핑크로 이직하게 되었다.

“나 이직했어.”

“역시. 잘 됐다.”

“응.”

“그럼 당분간 많이 바쁘겠네.”

“응.”

“시간 되면 연락해.”

뚝.

이직을 한 상태에서 전화를 했다.

연인의 반응은 기대 이하.

바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난 안중에도 없지? 나중에 얘기하자는 말도 없고.’

하루가 지났다.

미우라 쥬리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건 진짜.’

애정이 바닥을 쳤다.

이후, 복수심이 피어올랐다.

‘처음에는 그렇게 좋다면서 별 거 다 시키더니.’

온갖 음란한 플레이를 해주었다.

시키는 대로 다 해주었다.

연인이니까.

기쁘게 해주려고.

그런데.

바빠졌다는 이유로 연락도 뜸해졌다. 만나는 것조차 뜸해졌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간다.

바쁘면 그럴 수 있다.

미우라 쥬리도 직장인이었으니까. 가끔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는 부서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쉴 시간을 만들며 소중한 사람을 챙길 사람은 챙겼다.

‘그래, 나도 끝이다. 흥.’

쥬리는 출근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팀장님.”

스카우트팀의 팀장 야마다 타로라는 인물은 레알핑크에서 상당한 권력자였다.

전속 AV 배우 계약을 주관하는 인물로 야마다 타로의 허가가 없으면 전속 배우 계약은 없다.

모든 AV 배우들이 꿈꾸는 것이 바로 전속 계약이었다.

전속 계약을 맺은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무시무시했으니까.

벌어들이는 돈도 장난 아니었다.

롯본기의 고급 멘션을 보유하고 있기도 했다.

여기에는 야마다 타로의 이름으로 된 것도 있었다.

“야마다 상.”

미우라 쥬리의 사무실에 강지건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미우라 쥬리는 작지만 자신만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었다.

자유가 주어졌다.

하는 일이라고는 들어온 요청에 따라 주문을 넣고 다른 부서에 넘겨주는 것으로 끝.

정말 별 일이 없었다.

놀고먹어도 되는 수준.

“정말 고마워요.”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임을 깨달은 쥬리는 감사의 마음을 품었다.

그렇기에 사무실에 들어선 강지건을 소파에 앉힌 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봉사해도 될까요?”

오피스 레이디의 복장을 한 상태였다.

셔츠 단추를 살짝 풀며 가슴골을 드러내고는 대물을 입에 머금었다.

“쮸룹!”

‘좋아.’

거대한 대물에서 느껴지는 내음에 취한다.

‘너무 좋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쥬리는 해맑게 웃었다.

관심 받고 있었다.

그래서 키쿠치에게 해주었던 것을 모두 해주고 싶었다.

아니.

그 이상을 해서 모두 지워버리고 싶었다.

과거 애인과의 기억을 모두.

강지건의 존재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점점 키쿠치와의 일들이 희미해졌다.

쥬리는 몽롱한 얼굴로 대물을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근무 시간 동안 한 일이라고 사무실에서 강지건에게 봉사하는 것이었다.

입으로.

구멍으로.

온 몸으로.

“햐유우우우웅!”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모두 강지건의 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나 요즘 너무 행복해.”

“응?”

사카모토 카오리는 친구 미우라 쥬리의 연락을 받고 의아했다.

“회사 옮겼어. 야마다상의 회사로.”

“어?”

“레알핑크야. 정말 좋아. 돈도 많이 주고 일도 편하고.”

퇴근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일도 급할 거 없다.

무늬만 회사원이었다. 얼마 안 가 알 수 있었다.

그냥 놀러다녀도, 무단 결근을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하루 무단 결근했다고 잘렸던 전 직장에 비하면 정말 너무나 달랐다.

“그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야마다상 애인이라서 이런 대접 받는 거 알아. 그런데 뭐 어때?”

“키쿠치상은?”

“그 인간 얘기는 됐어. 시간 나면 연락 하겠지.”

쥬리는 먼저 연락할 생각이 없었다.

카오리는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참 너도 생각있으면 말해. 아세카이에 자리 만들어줄 수도 있으니까.”

“어?”

아세카이.

현재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플랫폼이었다.

수많은 만화가들이 계약을 맺고 자신의 세계를 아세카이에 구현하는 중이었다.

매력적인 세계를 만들면 입장료를 내고 사람들이 방문한다.

이게 일본에서만 방문객이 생기는 게 아니었다.

세계에서 몰려들었다.

더구나 좋은 것은 중간에 출판사를 끼지 않고 직접해도 된다는 것.

아세카이사에 수수료를 내야 했지만 이건 다들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이 있어야 자신들이 서비스 할 수 있으니까.

국가, 정부가 존재해야 공권력으로 많은 것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과 같다.

플랫폼 수수료는 세금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세금을 내니 이런 저런 요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세카이사는 여러 요구를 반영하며 더욱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도를 하는 다른 회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세카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대항마로 떠오른 것은 미국의 ‘더 월드’였다.

지건 게임스의 자회사인 더 월드는 그냥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출시하자마자 여러 회사들이 갑자기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폭주하는 중이었다.

저렴한 수수료가 바로 그 원인.

대형 출판사나 콘텐츠 업체들은 간을 보며 자신들의 서비스를 직접 구축하려 했지만 아세카이나 더 월드를 따라 잡을 순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세카이나 더 월드는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네트워크망을 이용하는 것이었으니까.

안틸로프를 비롯한 수많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데이터 센터도 엄청나게 빵빵했다.

어쨌거나 일본에서는 아세카이가 어느새 국뽕의 심볼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비록 AV 회사 밑에 있다고 하지만 세계적인 가상현실 플랫폼 중 하나였으니까.

세계적인 회사라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입사하면 얻게 될 돈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신입도 평균 신입 연봉의 2배.

이쯤 되니 블랙기업이란 누명은 통하지도 않았다.

“나도?”

그런 회사에 갑자기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다니.

“응, 너도 아세카이에 들어갈 수 있어.”

“야마다상이 그렇게 말했어?”

“응, 원하면 해준데.”

“응.”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자존심이 살짝 뭉개진 느낌.

하지만 그래도 답했다.

“해줘.”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었다.

백수 탈출이었으니까.

‘이미 한 번 했는데 뭐. 미안해 츠요시.’

백수로 계속 지내고 싶지는 않았다.

눈치 보이고 힘들었다.

미래가 불안했다.

연인인 츠요시가 있지만 결혼 얘기는 없다.

즉, 연인이라고 해도 헤어질 수 있다는 말.

언제까지고 결혼 얘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었다.

‘결혼 얘기는 별로 안 좋아 했으니.’

더구나 연인인 츠요시는 아직 자신의 사정도 어렵다며 결혼 얘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종종 보였었다.

좀 더 준비되면.

좀 더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생각해보자는 식.

당연했다.

연인도 그리 사정이 좋지 않은 걸 아니까.

하지만 계속 기다려줄 순 없다.

기회가 왔다.

‘미안해 츠요시.’

월급 받고 싶었다.

사카모토 카오리는 강지건에게 연락했다.

“제가 뭘 하면 되죠? 쥬리처럼 해야 하나요?”

“그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해도 되는 거니까. 그냥 투자라고 생각하세요. 만화 그리신다면서요? 언젠가 성공해서 회사에 이익을 안겨주시면 그걸로 충분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평범한 수준의 자신을 봐준 느낌에 카오리는 마음이 흔들렸다.

‘투자라니.’

가슴이 근질거렸다.

인정받은 느낌이라서.

한편, 강지건이 얼굴을 내놓고 일본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질수록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 정말 강지건 아님?

> 똑같이 생겼는데?

> 미국에서 어제 강지건 데이트 하는 모습 포착됐는데? 뭐냐?

> 진짜 똑같이 생긴 거야?

> 도플갱어?

소문이 더욱 커졌다. 언론도 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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