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269화 (269/353)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데뷔 강탈 그리고 소문

아침.

강지건을 가운데 두고 깨어난 두 여자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보았다.

그리고 강지건의 상체에 그려진 문신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어어?”

“어어어?”

그러고보니 본 기억은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해 무시했었다.

강지건에게 안기는 일만 생각했었다.

‘어쩌지?’

‘도망치면 되나?’

덜컥 겁이 났다.

그때 강지건이 눈을 뜨며 두 여자의 엉덩이를 잡았다.

“둘 다 잘 잤어?”

“네.”

어려워하는 목소리에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어제랑 너무 다른데.”

“어제는 술에 취해서.......”

카오리가 간신히 용기를 짜내 변명한다.

“내가 무섭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보내줄게. 대신 무슨 일 있으면 여기로 연락해.”

순순히 보내줄 것처럼 굴며 바지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주자 카오리는 마음이 진정되었다.

“연락하면요?”

“하룻밤의 인연도 인연인데. 도와줄게. 보통 인연은 아니니까. 혼내고 싶은 놈 있으면 언제든 말만 해.”

“네.”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때 카오리의 눈에 미동도 않고 있던 쥬리가 보였다.

눈짓으로 일어나라고 신호를 주었지만 쥬리는 무시하더니 오히려 강지건의 품에 안겼다.

“또 해줘요.”

“또?”

“네.”

맨 정신이었다.

“쥬리.”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하고 싶어서 그래.”

“너 키쿠치상은?”

“몰라, 2달 동안 약속이나 깬 인간.”

약속을 깼으면 만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해달란 말로 대충 넘어가는 연인이었다.

마치 관심 없는 것처럼.

어찌 보면 차갑기까지 했다.

그런데 강지건에게 안기자 마음이 변했다.

좋았다.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환상적인 밤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인 강지건과 같은 얼굴.

몸에 가득한 문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야쿠자.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쥬리는 위험한 강을 넘기로 했다.

“음.”

카오리는 말리고 싶었지만 강지건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었다.

야쿠자랑 사귀지 말란 식으로 말했다가 기분 나빠할까 봐.

‘그냥 가?’

갈등하다가 결국 카오리는 쥬리에게 붙었다.

“같이 해.”

“왜?”

“친구잖아.”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두고 가게 되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예감 때문이었다.

관계도 전과 같지 않아질까봐.

“카오리.”

쥬리는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강지건은 별 말 하지 않고 두 여자를 번갈아가면서 안아주었다.

맨 정신으로 대물을 받아들이는 쥬리와 카오리는 점점 강지건에게 빠지는 느낌이었다.

쾌감은 술에 취해있을 때보다 선명하고 강렬하게 영혼에 새겨졌다.

“흐이이이이이잉!”

“휴우우우우우웅!”

‘엄청나.’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애인이 있는 몸.

쥬리는 이미 선을 넘고 있었지만 카오리는 아니었다. 하룻밤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냥 실수를 조용히 덮고 넘어갈 생각을 했었다.

쥬리가 아무 말 안 하고 강지건을 다시 만나지 않는다면 애인도 알 길은 없을 테니까.

그랬는데.

‘너무 좋아.’

자꾸 비교가 되었다.

애인이 섹스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난생처음 겪는 종류의 쾌감에 정신이 없었다.

영혼을 뒤흔드는 절정의 연속이었다.

급기야 생각이 뚝뚝 끊기고 있었다.

‘아아, 안 돼 츠요시. 츠요시. 나 구해줘.’

마음 속으로 연인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연인이 나타날 일은 없었다.

번쩍.

쾌락의 번개가 치자 연인의 모습이 사라졌다.

번쩍.

문신 가득한 강지건의 모습이 떠올랐다.

번쩍.

강지건에게 박히고 있는데 행복했다.

번쩍.

쥬리의 구멍에 꽂힌 강지건의 대물을 보고 질투가 솟았다.

번쩍.

친구와 함께 안기고 있었다.

여러 기억이 쾌락의 번개와 함께 정신에 강하게 새겨졌다.

지워지지 않도록.

그러면서 연인의 존재감은 점점 작아졌다.

“안 돼!”

소리 질러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버어어어언쩌어어어어억!

뇌리를 새하얗게 물드는 쾌감에 생각이 끊겼다.

전신이 대물에 관통당한 느낌인데 뿌듯했다.

덜덜 떨렸다.

“좋...아....”

겨우 나온 작은 목소리.

그것이 시작이었다.

“좋아.”

조금 더 커졌다.

“좋아! 좋아! 좋아! 너무 좋아!”

미친 듯이 외치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연인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한 마리 암캐가 되어 강지건의 대물을 탐할 뿐이었다. 옆에 있던 쥬리도 암캐가 되어 강지건에게 안겼다.

두 사람이 호텔을 나오게 되었을 땐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난 뒤였다.

회사에 무단결근을 하게 되자 미우라 쥬리는 온갖 질책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취해서 그만.”

“쯧.”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인계인수하세요.”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미우라 쥬리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하루는 정말 길고 지루했다.

인수인계는 하루 만에 다 끝났다. 원래 하던 업무를 인계 받은 것은 같은 일을 하고 있던 동료였다.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업무 인계는 빠르게 처리되었다.

개인 짐을 싸고 회사를 나섰다.

졸지에 백수가 되었다.

“키쿠치상.”

연인에게 전화를 했다.

“왜?”

“나 회사에서 잘렸어.”

“어쩌다가?”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못 일어났거든?”

“어제? 왜?”

왜?

쥬리는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큰소리 내지 않았다.

“그냥 속상해서. 우리 못 본지 2달 된 거 알아?”

“그랬구나. 조심하지.”

조심하지?

애정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난 널 믿어.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지금 만나고 싶은데.”

“미안, 지금 일이 밀려서. 곧 출장 가야 해.”

“응.”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그것으로 통화는 끝이었다.

“나쁜 놈.”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이게 뭐야.”

쥬리는 주저앉았다.

서러웠다.

적어도 만나자는 말이라도 해줄지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만 좋아하는 거였어?’

한 때 좋아했던 사람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여보세요. 저 오늘 술 사주실 수 있나요?”

가깝게 느껴지는 강지건에게 연락했다.

한편, 사카모토 카오리는 집에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습관적으로 든 펜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보니 그린 것은 강지건의 대물이었다.

“헙!”

화들짝 놀라 펜을 놓았다.

종이를 뜯어내서 찢으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살짝 구겨진 종이를 펴서 노트 사이에 끼어놓고는 책사이에 꽂았다.

‘나도 참.’

연인인 츠요시를 볼 면목이 없었다.

술에 취했을 때는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술이 깬 뒤의 일은 모든 기억이 생생했다.

‘그래도 쥬리를 놔두고 갈 순 없었어.’

애써 친구 핑계를 대보지만 스스로를 속일 순 없었다.

‘좋아서 안긴 거잖아.’

나중에는 짐승처럼 헐떡이며 안겼다.

다리를 쫙 벌리며 수치스러운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었다.

‘아아, 츠요시.’

괴로웠다.

연인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만나자고 연락을 해보았지만 미안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안 지금 바빠서.”

“무슨 일인데?”

“응, 지금 손님이 밀려오네. 다음에 얘기하자.”

요식업계에서 일하며 시간이 날 땐 밴드를 하는 남자친구.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서로 꿈을 격려해주며 사랑을 키웠었다.

물론 카오리의 꿈은 가짜였다.

만화가 지망생은 카오리의 꿈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내보이기 위한 장식용 꿈이었다.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뭔가 하나 그럴싸한 것을 가져다 붙였을 뿐이었다.

백수로 지낸다고 하기보다는 만화가지망생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하면 이해해주는 것처럼.

뒤로는 한심하게 생각하고 어쩌고 해도 꿈이 있다고 말하면 대놓고 비웃는 말은 하기가 힘들었으니까.

사회생활을 위한 장식이었다.

‘후우.’

침대에 드러누운 카오리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구멍이 욱신거렸다.

“으응.”

아직도 강지건의 대물이 몸 안에 남아있는 기분.

‘보고싶다.’

무심코 한 생각에 서둘러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무슨.’

카오리는 츠요시가 몹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바쁘다는 사람을 불러낼 수 없으니 혼자 속으로 삭혀야만 했다.

강지건과의 뜨거운 기억을 지워낼 수 없었다.

시간과 함께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