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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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이건 정말 놀랍군.”

VIP들은 순양함에 딸린 수송기를 타고 우주로 올라왔다.

달 뒷면에 숨겨진 우주 전함을 지구에선 알 수 없었다.

“이런 기술력이라니.”

“역시.”

지구에서는 궤도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헐떡거린다.

우주로 쏘아 올리다 로켓을 폭죽처럼 터트리는 일이 벌어지는 건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 수준. 한 번 터지고 나면 경제적 타격을 입기도 한다.

지구 최강의 강대국들이나 로켓을 쏘아올리는 정도다.

우주 강국이냐 아니냐가 선진국의 새로운 척도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이미 우주를 돌아다닐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지구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그럼 어떻게 이런 힘을 손에 넣은 것인지.”

“선택 받은 것 아니겠습니까?”

궁금했다.

힘이 있으니 그 힘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해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호기심이다.

이 호기심이 있는 자들은 더욱 강해진다.

“그나저나 이제 이해가 되는군.”

“그렇습니다. 그 동안 서버가 어디 있는지 궁금했는데.”

지건 게임스에서 서비스하는 게임들.

지건 트레이드.

모두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미스터리.

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추적하긴 또 어려웠다.

기업의 비밀에 해당되니까.

물론 완벽하게 독립적인 것은 아니었다.

여러 회사와 계약도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회사들도 모든 것을 담당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어쨌거나 베일에 감싸여 있던 것이 바로 데이터 센터의 존재 위치였다.

“분명 어딘가에 만들었겠지요. 기상천외한 곳에.”

“어쨌거나 나쁘지 않아. 지구는 그래도 우리의 영역이니.”

“그런데 지구 말고 다른 곳은 어느 정도일까요?”

“궁금하긴 하군.”

“지구에서 왕 노릇 해봐야 무슨 의미일까 싶습니다.”

더 높은 곳이 있다.

갑자기 의욕이 타올랐다.

젊은 시절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 달렸던 열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더구나 육신도 다시 젊어졌다.

어쩌면 이제는 영원히 살 수 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마스터를 더 잘 모셔야겠군요.”

“그래, 기회를 잡으려면 그래야지.”

지구의 상류층, 미국과 여러 강대국의 상류층에 속한 VIP들은 하나로 끈끈하게 뭉쳤다.

국적을 초월했다.

더불어 지구에서의 권력 다툼에서 한 발 물러났다.

이미 최강자가 존재하는데 서로 최고가 되겠다며 싸워봐야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외계인의 침공을 받으니 똘똘 뭉친 것과 같다.

물론 침공이라 하더라도 VIP들은 개의치 않았다.

외계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새생명을 얻었으니까.

“그냥 편히 생각해.”

“아니, 어떻게.”

지금까지 친구처럼 지내던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도 진실을 전해 듣고는 태도가 변했다.

모를 때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다.

그냥 좀 대단한 뒷배경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하지만 강지건의 정체를 알게 되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자가 편히 있으라고 해도 사슴의 마음이 편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럼 아예 진실을 방송하도록 하자.”

“진실을요?”

“그렇게 밝혀도 되나요?”

“상관없어. 그리고 사람들이 믿기나 할까?”

“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농담이었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게 더 편하지?”

강지건의 의견에 두 사람 다 끄덕였다.

강지건을 함부로 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인간들은 어렵지 않다.

“그럼 앞으로 내가 로드 건이고 너희들은 내가 세운 우주 제국의 신하들이다.”

“네, 알겠습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 아니 이건 또 무슨 컨셉이야?

강지건은 LED 라이트로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나타났다.

“우주제국의 황제인 짐이 왔도다. 다들 인사 안 박고 뭐하냐?”

“폐하!”

“폐하!”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이 조선시대 문관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 뭐냐 이 끔찍한 혼종은.

> 강지건이 황제야?

“이 몸은 이미 지구를 정복했다. 너희들은 그 사실을 아직 모를 뿐이지.”

“지구인들은 아직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다시 말하지. 지구는 우주제국의 황제인 이몸이 정복했노라.”

> 어, 이거 재미없어.

> 썰렁한데?

> 대체 왜 이러는 거야?

> 오버하지 마!

“오늘은 짐이 지구인들의 밥을 먹어보도록 하겠노라.”

썰렁한 생방송이 진행되었다.

대체로 분위기는 썰렁하다고 악평이 자자했지만 그렇다고 채널을 나가지도 않고 있었다.

강지건의 팬들은 그냥 봤다.

> 건의 새로운 시도를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 진정한 아티스트다. 사람들의 반응만을 살피지 않는 자세가 좋다.

> 인기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아티스트.

> 그런데 여기에 어떤 예술성이 있다고 아티스트 운운하는 건데?

>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부터 예술은 시작된다.

> 아티스트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고 모두 호평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 자신이 생각한 것도 구현하지 못하면 아티스트라 할 수 없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물론 본인이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을 때의 얘기다.

강지건을 옹호하는 이들은 꽤 많았다.

예술성 자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지만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 다들 잊고 있나본데 강지건은 작곡가가 아니야. 그가 뭔가 시도한다는 것은 자신의 길을 찾아보려 한다는 거겠지. 좋은 사인이라고 봐.

> 다만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가끔은 라다의 노래를 불러달라고.

강지건은 채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진실은 언제 쯤 알려질까?’

강지건이 히트 친 곡, 라다가 천재 작곡가라는 것이 모두 페이크였다.

영원히 숨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굳이 밝힐 생각도 없었다.

‘지구에서의 명예는 이제 어찌 되든 상관없어.’

사람들의 평판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다른 사람들과 선을 긋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보통 사람은 사회를 벗어날 수 없으니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강지건의 경우에는 달랐다.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과정에 있었다.

“지구인들은 걱정 말라. 오늘 먹은 밥이 맛있으면 지구에 투자를 하겠노라.”

> 아 뭐야 이런 컨셉이었어?

> 뭐야 뭐야 기대가 되는데?

> 과연?

잠시 뒤, 셰프들이 등장했다.

“어, 폐하? 이렇게 인사하면 되는 건가?”

스타 셰프들은 강지건의 진면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출연료와 강지건과 함께 방송이란 말에 모두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다.

“인사는 됐고 얼른 밥을 만들어 주시오. 우주 최초로 굶어죽은 황제가 될 것 같소.”

“알겠습니다.”

스타 셰프들이 요리에 들어갔다.

잠시 뒤, 강지건은 뒤쪽에 대기하던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에게 말했다.

“준비한 것을 시작하라.”

순간 한쪽 벽이 밀려나며 또 하나의 주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지건이 선보였던 오토큐진이었다.

그리고 오토큐진의 이용자들은 평범한 남자들이었다.

“주방 경력이?”

“5개월 됐습니다.”

뚱뚱한 남자의 답이었다.

“1년 됐습니다.”

홀쭉한 남자의 답이었다.

“주로 한 일은?”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제빵 했습니다.”

“피자 만들었습니다.”

“거짓이 아니죠?”

“맞습니다.”

“저기 사인 좀.”

강지건은 방송을 위해 섭외한 두 남자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홀쭉한 남자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이제부터 오토큐진을 사용해 저 셰프들의 요리를 복제하는 겁니다. 100% 성공하면 10만 달러입니다.”

> 뭐야?

> 오토큐진 성능 광고인가?

> 이러고 0% 뜨면 웃기겠다.

> 과연?

두 남자는 10만 달러를 원했다.

한화로는 약 1억1천만원.

상금이 욕심을 자극했다. 그렇기에 제안을 받았을 때 응했다.

출연료도 꽤 좋았다.

‘100%’

누가 더 뛰어난가를 겨루지 않고 지시를 그대로 따라 싱크로율 100%를 띄우면 받는 돈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오토큐진의 지시에 심혈을 기울여 집중했다.

1억이 걸린 일이었다.

집중력이 올라갔다.

척척척척.

인공지능은 한 번 보여준다. 이어서 따라할 수 있게 해준다.

재료를 자를 때 어느 정도 두께로 잘라야하는지까지 보여주었다.

- 삐빅. 40% 이하.

- 삐빅. 50% 이하.

재료를 잘못 손질 했을 때 경고음을 내준다.

하지만 두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시간 내에 조리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말 스타 셰프들과 똑같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니까.

- 삐빅. 싱크로율 80% 더 분발하세요.

설정을 아예 모두 100%에 맞춰놓고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재료 다듬기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 삐빅. 신선도가 떨어졌습니다. 다시 준비해주세요.

별로 대단하게 흥미로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생방송을 보는 이들은 많았다.

스타 셰프들도 자신들의 요리를 강지건 앞에 세팅하고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가능한 건가요?”

“저들에게 의지가 있다면.”

셰프들은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

진짜 탑 레벨의 셰프에게는 창의성이 요구된다.

창의적인 셰프는 아티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창의적이기에 자신이 있었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자신이.

그렇기에 두려워하기보다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게 정말 가능하면 프랜차이즈도 가능하겠는데?”

“이것 뽀낑 그레이트 한 일이야. 내가 100명 1000명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내가 1만 명이라면 니들은 다 실직자가 될 거야.”

“누가 할 소릴.”

셰프들은 농담으로 자존심 싸움을 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요리가 완성되었다.

“이 요리는 셰프들이 맛보도록.”

오토큐진은 100% 싱크로율을 가진 요리가 완성되었다고 알렸다.

이제 정말 그런지 확인해야 하는 순간.

셰프들은 차례로 요리를 맛보더니 깜짝 놀랐다.

“이 사람들 연기하는 거 아냐?”

“진짜 같은데?”

“어떻게?”

“와아! 이건 뽀킹 크레이지! 뽀킹 그레이트 한 일이야! 건! 나 저거 살래! 얼마면 돼?”

셰프들이 앞을 다투어 구매 의사를 밝혔다.

> 이거 설마 광고?

> 짜고 치는 건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일단 의심부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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