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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모두 잘 먹고 잘 살 땐 혁명의 목소리는 외면 받는데.

굳이 목숨 걸고 싸우는 게 바보 같이 느껴지니까.

하지만 모두가 힘겹게 살고 있는데 소수만이 잘 살고 있다면?

바보 같은 선동도 먹혀들어간다.

성난 군중은 강도가 되어 약탈한다.

이성은 마비된다.

강지건이 오토큐진을 내놓자 이러한 쪽의 논의가 더욱 활성화 되었다.

> 이건 옳지 못해

> 실망이야

> 우리 아빠의 일자리를 빼앗지 말아줘

강지건의 신사업에 안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편을 들어주는 이들도 많았다.

> 고급 레스토랑의 이야기야

> 어차피 새로운 일거리가 생길 거다

> 또 다른 일자리가 생길 거야. 너무 걱정 말라고

> 혁명의 맛을 싫어하는 자본가들은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 우주로 나가게 되면 일이 넘쳐날 것이다

> 콜로니! 우주세기! 모빌슈트!

미국에서는 부자들이 자신의 세금을 더 올려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이 위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힘든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폭동이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복지가 필요하고 복지는 결국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란 것은 결국 누군가 그만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고.

결국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돈도 없는 것이다.

> 우주로 나아가면 된다

> 과학이 모두 해결해줄 거야

> 과학은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 우린 서로를 죽이게 될 거야.

강지건은 댓글로 달리는 반응을 쭉 읽어보았다.

‘그래서 뭐?’

별 생각이 없었다.

지구가 망해도 강지건이 망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불행할 때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았다.’

강지건은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성공했을 때 사람들은 내 불행을 위로해주고자 했다.’

그저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뿐이었지만 그 차이는 컸다.

‘지구 따위.’

이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음.”

강지건은 점점 자신이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왜 그러세요?”

“아무 것도 아냐.”

대물에 봉사하던 서주희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봉사에 들어갔다.

황윤주도 옆에서 찰싹 붙었다.

윤경미는 두 사람의 뒤에서 양손을 흔들고 있었다.

구멍을 쑤셔주고 있다.

그런 윤경미의 뒤로 줄줄이 기차처럼 타임걸스가 구멍에 입을 맞대며 이어졌다.

어찌 보면 기괴한 풍경.

보통 인간이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은 절대 아니었다.

‘지구.’

멀어지고 있었다.

‘다시 잡아야 할까? 놔버릴까? 놓으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

지구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난 괜찮을 수 있나?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정신 건강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게 문제라면 문제네.’

-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시스템의 알림음에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그래 문제를 해결해야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 잡았다.

‘나중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자.’

힘을 내야만 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앞에 쭉 도열한 여자들을 보았다.

서번트와 조직원들.

그 중 여자들은 모두 강지건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의 사랑스러운 추종자들. 내가 챙겨야지.’

“주희, 윤주.”

“네? 주인님?”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우웅, 주인님하고 섹스?”

“그거 말고.”

“주인님하고 데이트!”

“그럼 우리 데이트 좀 할까?”

“다 같이 파티도 하고 그러는데 데이트요?”

따르는 여자가 많다보니 1:1 데이트는 힘들다.

여럿을 함께 데리고 다니며 여러 세계에서 잠깐 식사를 하거나 파티를 동시에 하는 게 보통이었다.

“지구에서.”

“엇 정말요?”

“그래, 2대1로 해보자. 스캔들 함 내보자.”

“그래도 괜찮아요?”

“뭐 어때?”

강지건은 슬슬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더 이상 눈치 볼 거 없어.’

지구를 소중히 하려는 마음은 슬슬 접기로 했다.

‘끝까지 간다.’

계속 참는 것으로는 자꾸 뭔가 걸리는 느낌.

강지건은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강지건의 방침이 바뀐 것에 대해서 서번트들과 조직원들은 논의에 들어갔다.

“슬슬 지구를 접수하실 모양입니다.”

“그럼 일단 혼란 없이 접수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최대한 주인님이 즐기실 수 있게요.”

“그렇게 하죠.”

돌아온 대답은 긍정이었다.

“나야 상관없어. 이제부터 지구 말고 다른 세상도 즐길 생각이니까. 모든 세상이 나의 것이고 전부 다 사랑해야지 어쩌겠어.”

“그럼 지금 검녀 헬스클럽의 VIP를 카리아 제국민으로 만들까요?”

“그렇게 하도록 해.”

상류사회가 나라를 팔아먹으면 평범한 서민들이 알기까지는 보통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땐 모든 게 끝나고 난 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게임 끝난 뒤에 울고불고 하게 된다는 소리다.

“참, 델. 아켈은 잘 지내고 있지?”

“그럼요. 요즘 신이 났는걸요.”

아켈 카리아.

강지건의 서번트인 델 카리아의 아버지는 현재 카리아 제국 황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원래라면 강지건이나 델이 하는 게 맞지만 델은 여러 세계를 접수하는 일로 바빴고 강지건은 별 관심이 없었다.

내정이니 뭐니 일을 하는 것에 흥미가 없었으니까.

결국 아켈이 월급 사장처럼 고용된 황제가 된 것이다.

황제가 된 아켈 카리아는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애인을 두고 즐거운 생활을 하며 제국 관리를 하고 있었다.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

“모두 주군의 배려 덕분입니다.”

“델도 좀 쉬엄쉬엄해.”

“아닙니다. 모든 일을 끝내면 그때 부탁드리겠습니다.”

델은 뜨거운 눈빛으로 강지건을 바라보았다.

바로 안기고 싶지만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고마워.”

“당연한 일입니다.”

“지구의 상류층은 아켈에게 부탁한다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카리아 제국의 정복 방식은 간단하다.

해당 세계의 상류층을 찾아가서 힘을 보여주고 항복을 권한다.

말이 통하면 아켈의 밑으로 들어가게 된다.

거부하면 박살낸다.

계속 다음 책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고개를 숙일 때까지 박살낸다.

서번트와 조직원들은 시간 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때문에 설득을 할 땐 항상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었다.

문명의 수준이 높거나 낮거나 말이 안 통하는 이들은 나왔다.

낮으면 낮은 대로 반항했다.

높아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으라고 하니 결국 이성이 아닌 감정의 문제가 되는 셈이었다.

“지구인들의 반응은 어떨거 같아?”

“아마 긍정적으로 반응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에 걸쳐 확실히 보여준 게 있으니까요.”

“그렇지?”

갑작스럽게 빼앗는 건 아니었다.

검녀문이 헬스클럽을 만들어 영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지구의 관리를 맡긴다면?

적어도 손해 보는 것은 없다.

어쩌면 지구를 버리고 더 넓은 세계로 오겠다면서 더욱 달라붙을 수도 있었다.

‘뭐 안 받아들이면 어쩔 수 없고.’

강지건은 별 생각이 없었다.

안 받아들여도 그만이란 생각이었다.

‘굳이 지구에 집착하지 않아도 세상은 넓어.’

아예 새로운 세상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점점 피어올랐다.

‘그래도 딕스는 가지 말아야지.’

검녀 헬스클럽 VIP들은 낯선 존재들의 방문을 받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남은 노회한 흑막의 지배자들은 델의 방문에 고개를 숙였다.

지구에 없는 기술로 만들어진 슈트를 입고 있었다.

과학과 마법의 힘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안틸로프의 전투용 외골격을 훨씬 뛰어넘는 물건이 나왔다.

“너희들의 예상대로 강지건님은 이미 지구를 손에 넣을 힘을 가지고 계시다. 하지만 지구에서 태어나셨기에 지금까지 머뭇거리셨지.”

“그 말씀은.”

“이제 지구에 연연하지 않으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감정의 고리가 끊겼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저희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설마 지금까지 주셨던 모든 것이 회수되는 것입니까?”

VIP들의 걱정은 하나였다.

회춘하게 해준 VIP 서비스를 다시는 못 받게 되는 것.

“그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지구가 카리아 제국의 소속이 되는 것에 동의해야 할 것이다. 동의하고 이 작업에 응하는 자들에게는 당연히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따르겠습니다.”

비교적 시간이 많았기에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

강지건의 정체는 정확히 몰랐지만 보통은 아니라고 다들 생각했었다.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아무렇지도 않게 회춘을 시켜줬다.

별로 받은 것도 없이.

그냥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조용히 있으라며 협조를 요구했을 뿐이었다.

지구에서 한 일도 그리 대단한 것은 없었다.

알고 보면 그냥 신나게 논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가진 돈과 힘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소유라는 것은 결국 그것을 지킬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국가와 공권력이 개인의 재산을 보호한다.

국가와 공권력이 약해지면?

약한 군대를 가진 국가는 국가 자체를 타 국가에 빼앗기기도 한다.

힘이 없으면 먹힌다.

대한민국도 그런 일을 겪었다.

사라질 뻔 했다.

수많은 국가들이 그렇게 사라졌고 국민들은 정체성을 잃고 타문화에 흡수되었다.

군대의 힘이 약하면 재산을 가지고 있으나 마나다.

그냥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강지건은 언제든지 강제로 빼앗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가지고 싶으면 가져가면 땡이다.

자연의 법칙이 그렇다.

지킬 수 없으면 자신의 것이 아니다.

강지건이 가진 힘이 지구 전체를 상회하니 지구의 모든 것은 강지건의 것이나 다름없었다.

막말로 누가 강지건의 횡포를 막을 수 있나?

아무도 없다.

엿을 먹이는 방법은 테러와 자살 정도였다.

“지금까지 주군을 훌륭하게 지원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지구의 관리는 앞으로 VIP들이 하게 될 것이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대들에게 전함 한 척이 지원될 것이다.”

연합의 별은 아니었지만 안틸로프에서 사용되는 구형 우주순양함이 한 척 VIP들에게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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