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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세계적인 진미니 뭐니 해도 트러플이 비싼 것에 비해 맛이 항상 극찬을 받는 건 아니지.”
“그건 돈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오오, 익숙해서 맛있는 거라면 감자칩이 세계 최고 요리지.”
“응? 근데 감자칩은 스낵 아닌가?”
“그게 왜 스낵이야? 감자칩이 과자처럼 팔린다고 해서 스낵인 건 아니지. 엄연한 요리라고?”
“스낵이야.”
“요리야! 식사대용으로도 먹는 인간을 봤어!”
“스낵이야!”
> 마트가면 스낵으로 분류하지 않음?
> 스낵 아님?
> 대량 생산하는 요리지.
> 과자랑 팔리잖아.
> 감자칩을 디저트로 내놓지는 않잖아?
> 패스트푸드점 가면 파는 감자튀김을 생각해봐. 그걸 과자라고 할 수나 있어? 감자튀김과 감자칩은 모양만 다른 거라고.
> 하지만 밀가루 섞어 만든 칩도 있는데?
> 밀가루가 들어가면 스낵이야?
> 다른 스낵들도 기름에 튀기잖아. 도넛도 그렇고. 도넛도 요리라고 할 셈인가?
불이 붙은 이들이 채팅으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흥미롭군. 기대 이상이야. 토마토 논란을 보는 것 같아서 기뻐.”
강지건은 웃으면서 트러플 오일을 꺼냈다.
“오늘 요리에 쓸 놈은 이 녀석이야. 트러플 오일이지.”
“그건 트러플이 안 들어갔어.”
“맞아. 트러플 오일에 트러플은 없지. 오일에 트러플 향을 입힌 거니까. 하지만 트러플이 결국 향을 즐기는 거니까 별 상관은 없지.”
“음, 그래도 오리지널은 아니잖아.”
“네가 만족할만한 향을 내려면 상당히 돈을 써야 할 텐데?”
“돈 많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시청자들도 시도해볼 수 있는 걸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렇게 비싼 걸 잔뜩 주문해놓고?”
“그거야 니들이 사준 거고.”
강지건은 웃으며 트러플 오일을 올려놨다.
“이걸 가열하면 향이 다 날아가 버릴 테니 완성되면 조금만 뿌릴 거야.”
“그럼 뭐야? 그냥 요거 한 두 방울 올리고 땡한다는 거잖아? 그냥 트러플 올려놓는 게 더 낫지 않아?”
“트러플은 비싸잖아. 트러플 오일 한두 방울 마지막에 살짝 떨어트리면 진짜 트러플을 써서 스테이크 위에 올렸을 때의 맛을 재현해볼 수 있지 않겠어?”
“뭐 나쁜 방법은 아니겠네.”
강지건은 그릴에 밑간 한 고기를 구웠다.
“미듐? 웰던? 레어?”
“난 레어.”
“나도 레어.”
레어 스테이크가 뚝딱 만들어졌다.
다 구운 스테이크를 레스팅한 뒤에 트러플 오일을 살짝 떨어트렸다.
“맛이 어때?”
“음.”
“으음?”
말이 없었다.
두 사람은 묵묵히 고기를 썰어 먹었다. 중간에 와인을 마시는 것도 잊지 않고.
“맛이 좋은데?”
“이게 트러플 때문인지 고기를 잘 구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군.”
“그냥 재료가 좋은 거지.”
강지건은 웃으면서 말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갑자기 트러플 오일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후 강지건은 계속해서 요리해서 먹는 요리먹방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수많은 고급 식재료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요리먹방을 하는 와중에 회사의 등록은 끝이났다.
오토큐진.
바로 강지건이 시작할 고급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의 이름이었다.
주방의 기기들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시대다.
여기에 카메라를 더해 주방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카메라를 통해 요리사의 움직임도 파악한다.
“일단 내가 할 테니까.”
강지건은 트러플 오일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움직였다.
이렇게 움직임이 녹화되어 그대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었다.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서 학습했다.
이후 홀로그램이 주방에 떠올랐다.
고기를 밑간하는 법부터 시간까지.
모든 것을 홀로그램과 알림으로 알려주었다.
테스트 참가자는 지시대로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맛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음, 이 정도면 합격인 거 같아요.”
야은설이 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은설 또한 초감각을 지니고 있기에 맛에 예민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걸로 가자고.”
강지건은 프로토타입으로 만든 주방을 선보이기로 했다.
“오늘은 먹방을 할 거야?”
“오? 친구. 뭘 만들어줄 건가?”
이제는 방송의 보조 출연자로 열심히 활동하는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이었다.
“갈비찜.”
“한국의 요리로군.”
데니 왓슨이 입맛을 다셨다.
“근데 요리는 데니 네가 만들게 될 거야.”
“뭐? 나 갈비찜 할 줄 모르는데?”
“이제 알게 될 거야.”
“나 요리라고는 전자 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것밖에 몰라. 진짜야. 어느 세월에 나한테 요리를 배우란 거야? 이건 낭비야! 비효율적이라고! 차라리 내가 요리할 시간에 일하고 호텔 셰프를 고용하는 게 더 남는 장사란 말이야!”
“너도 나처럼 요리할 수 있어. 오토큐진을 이용하면.”
강지건은 광고문구를 말하는 것처럼 딱딱하게 말하며 데니 왓슨을 이끌었다.
“자, 시작해.”
- 띠링. 손을 씻어주십시오.
“허?”
“얼른 해 봐.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점수도 뜰 거야.”
데니 왓슨은 오토큐진이 알려주는대로 움직였다.
약간의 실수도 있었지만 처음 요리를 하는 것치고는 상당히 익숙했다.
- 싱크로율 60%. 미숙한 단계입니다.
“내가 만드는 방식과 60% 유사한 갈비찜의 맛을 한 번 보자고.”
“음?”
데니 왓슨은 자신이 만든 갈비찜을 맛보았다.
“이건 진짜! 나 요리에 재능이 있나봐! 와우! 처음 만들어 본 건데!”
“이럴수가.”
휴 레밍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어서 오토큐진 앞에 섰다.
“이걸 쓰면 나도 이렇게 만들 수 있다고?”
“연습 좀 하면 될 걸.”
“이건 혁명이군.”
> 대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 저거 다 짜고 하는 거임
> 쇼
> 근데 저게 진짜면 대박 아닌가?
> 엄청난 걸 봐버렸다.
휴 레밍턴은 생각했다.
‘이걸 산업에 접목시킨다면.’
숙련된 기술자를 한 순간에 빠르게 양산할 수 있었다.
교육비용도 엄청나게 단축이 가능했다.
‘혁명이야.’
고임금 노동자가 대거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숙련자가 양산되면 그만큼 몸값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왜 고급 레스토랑을 프랜차이즈화 시키겠다고 자신했는지 알겠어.’
셰프들도 진짜 스타급 레벨은 몸값이 상당하다.
억대가 넘어가기도 하니까.
프랜차이즈를 하게 되면 실력 있는 셰프들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해진다. 아울러 이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결국 돈을 더 줘야 한다.
실력 있는 셰프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더구나 실력이 있어도 성격이 지랄 맞아서 같이 못 일하는 경우도 꽤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없으면 가게가 안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모든 트러블을 커버할 수 있어야 레스토랑 경영이 가능해진다.
인맥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갑자기 빠지면 대타를 구해야 한다.
결국 셰프를 구할 곳은 한정되어 있다.
급할 때 서로 돕기 위해선 인맥은 필수다.
물론 문제 일으킨 사람들은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유명 레스토랑에서 횡포를 부렸다면 좋은 곳에서 다시 일을 얻기는 힘들어진다.
바쁠 때 횡포부리며 뒤통수치는 인간을 알면서도 고용할 사람은 별로 없다.
어쨌거나 오토큐진은 이러한 문제점을 확실히 줄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요리사라면 고급 요리사에 버금가는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니까.
“이거 설비 구축하는데 돈이 좀 들겠지?”
“대량 생산을 하면 많이 줄일 수 있을 걸.”
“그런데 네 요리를 팔 거야?”
“그건 아니고 이제부터 셰프들하고 계약해봐야지.”
“우리 집 셰프한테 얘기해보지.”
“우리 집 셰프가 요리 더 잘 할 걸?”
서로 경쟁이 붙었다.
“알아서 하라고. 어쨌거나 오토큐진을 열 생각이니까. 시청하는 구독자들도 기억해두라고. 조만간 고급 레스토랑 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줄 테니까.”
> 오오오오오오오
> 근데 진짜 저렴한 거 맞음?
> 재료값은?
“재료는 어쩔 수 없지. 그걸 인공적으로 대량 생산할 순 없으니까. 대신 맛이라도 유사하게 나도록 열심히 연구할 테니까.”
> 기대하겠어!
> 빨리!
> 저거 위험한 거 아닌가?
몇몇 시청자들은 우려했다.
강지건이 시작하는 신사업이 요식업계 종사자들에게 재앙을 가져올 것 같아서.
> 이거 반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
> 뭘 어떻게 반대해?
> 아니 요리사들 일자리 사라지는 거잖아.
> 세계 추세가 이미 자동화로 가고 있는데 뭔.
> 그래도 이건 아니지.
그렇지 않아도 인공지능의 획기적인 발전에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었다.
> 이제 인간은 기계가 지배한다
> 쓸모없고 나약한 인간들은 필요없다
> 인공지능님께 기도하라! 그러면 들어주실 것이다!
> 신세계의 신은 인공지능.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릴 겁니다.
온갖 농담이 같이 쏟아졌다.
> 언젠가 우리는 기계와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 위대한 지도자를 지켜야 한다.
> 당신이 쫓기는 여자를 보면 도와줘야 하닌 EU
어떤 이들은 아주 유명한 영화 시리즈를 들먹이며 시끄러웠다.
여기까지가 보통 사람들의 반응.
반면 평범한 요식업 종사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팍팍해지겠네.”
“나도 저 기계나 한 번 알아볼까봐요.”
“그러게. 저거 프랜차이즈 하는 게 낫겠지.”
“근데 너도나도 다 저거 쓰면 그냥 맛이 다 같은 거 아닌가?”
모두가 인공지능으로 같은 요리사의 정보를 활용한다면 결국 같은 요리가 나오게 될 뿐이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거나 마찬가지지 뭐. 우리보고 음식 찍어내란 거고.”
“프랜차이즈가 그렇죠 뭐.”
“저게 모든 식당을 망하게 할 거야.”
“나는 해외 요리 유학이나 가련다.”
길은 두 가지였다.
순응하고 기계를 설치해 돈을 버는 것과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아 스타급 셰프나 요리 연구가의 자리에 도전하던가.
강지건이 내놓은 오토큐진은 요식업계에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존재였다.
다들 이를 느끼고 한숨을 내쉬었지만 막을 순 없었다.
소비자는 더 맛있는 것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쪽을 선택할 뿐이니까.
애초에 인공지능이 엮여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막을 수도 없었다.
대형 IT 기업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을 막으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 그런데 이런 식으로 기계가 다 일을 대체하면 소비자도 없어지는 건데.
> 결국 기계로 대량 생산해도 우린 돈이 없어서 못 사요
> 응 못 사 못 사
일자리가 사라지면 소비력도 사라진다.
일자리 창출 없이 계속 일자리가 줄어들면 경제는 후퇴하고 러시아와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혁명의 목소리가 높아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