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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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강지건은 오랜만에 미국에 나타났다.

일본에서만 놀다 미국을 돌아다니니 느낌이 새로웠다.

‘색다른 느낌이야. 여행이 좋긴 한데. 앞으로는 엿 같은 전쟁에 참전하느니 차라리 무인도 체험을 하는 게 좋겠어.’

결심을 다졌다.

머리가 나빠서 몸이 고생했다.

하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니 또 괜찮은 고생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를 미화하는 자기합리화가 발동했다.

피식.

강지건은 스스로 어이없어하며 문을 열고 나섰다.

강지건은 미국에 거주 중이었지만 오랫동안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가까이 지내던 이들과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했다.

하지만 아무도 강지건을 재촉하지도 추적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야?”

오랜만에 만난 데니 왓슨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냥 밖에 나가기 싫었어. 혼자 있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지.”

“허어.”

“명상을 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나 할까?”

피식.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지만 다들 그냥 넘어갔다.

말하기 싫다는 간접적인 표현이니까.

“그럼 이제부턴 뭐 할 건데?”

“음, 일단 놀아야지. 아, 그리고 사업도 하나 할 거야.”

“사업?”

“응, 요식업을 한 번 시작해볼까 해.”

“오오! 기대되는데?”

강지건의 요리를 맛보았던 이들이었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지건이 만들었던 포치드 스테이크는 그만큼 인상적이었으니까.

“요식업이긴 한데 인공지능과도 결합될 거야.”

“뭐?”

“고급 요리의 대중화. 이게 이번 사업의 핵심이야.”

강지건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털어놓았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가능해?”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할 텐데?”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했다.

특히 하드웨어가 발전하지 못하면 인공지능의 성능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요리 같은 것을 고급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보조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성능이 어마어마해야 할 텐데.”

“괜찮겠어?”

“돈이야 투자 받으면 그만이지.”

“진짜?”

“투자 받을 거야?”

“응.”

“잠깐만.”

“이 기쁜 소식은 아버지와 나눠야겠다.”

두 사람은 서둘러 집에다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은 통화를 끊지도 않고 물었다.

“얼마나 받아줄 수 있어?”

“얼마가 필요해?”

“몰라.”

“몰라?”

“라다가 알려줄 거야.”

“알았어.”

강지건은 사업 얘기는 죄다 라다에게 넘겼다.

직접 경영하고 사업을 챙기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늘은 맛있는 것을 해먹어야겠어. 니들이 재료를 구해와봐. 그럼 내가 맛있는 것을 해주지.”

“오오?”

“진짜?”

“요리사의 실력 반은 재료에서 나오는 거 알지? 아니지 재료가 90%지. 내가 만든 게 맛없으면 댁들 잘못이야.”

“음, 부정할 수 없군.”

“좋아!”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은 서로 최고급 재료를 마구 주문해대기 시작했다.

강지건의 신사업은 존재가 알려지자 돈을 들고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줄을 섰다.

사업이 성공할 것 같아서?

아니다.

강지건이 하니까.

잘 보이려고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주주가 되면 강지건과 얼굴 한 번 더 마주칠 명분이 생길 테니까.

검녀 헬스클럽의 VIP들에게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같은 것은 정말 얼마 되지도 않는 사업이었다.

“고급 레스토랑의 체인화라. 이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이 체인화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건비다.

고급 요리를 할 수 있는 셰프는 고급 인력이다.

돈을 많이 줘야 한다.

보통은 어느 정도 성공하면 자신만의 가게를 연다.

젊은 요리사들을 고용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면서 키운다.

이들이 성장하면 독립하기도 한다.

성공하는 이들이 찬란해 보이지만 실패하고 사라지는 이들도 많다.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에 연연하는 경우에는 엄청난 압박감에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보조한다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죠.”

“가능성이 뭔 상관입니까. 투자 기회가 매번 오는 것도 아닌데.”

“그건 그렇지요.”

그렇다.

강지건의 사업에 투자할 기회가 매번 오는 게 아니었다.

검녀 헬스클럽의 VIP들은 돈을 엄청나게 준비했다.

하지만 모든 돈을 다 받아주지는 않고 있었다.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받게 되면 오히려 경영에 나쁘다.

투자금은 따지고 보면 돈을 빌린 것과 마찬가지다.

배당을 통해 이익을 늘려주거나 아니면 주가라도 상승시켜줘야 한다.

안 그러면 압박 받는다.

성공 가능성이 없다면 오래 기다려주지도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강지건은 예외였다.

“그나저나 진짜 요즘 살 맛 납니다.”

VIP들이 강지건에게 매달리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젊음을 되찾았다.

육문공 덕분에 치아까지 젊음을 회복했다.

나이가 들어 음식을 씹는 것도 짜증이 날 때가 가끔 있었다.

젊을 땐 아무렇지도 않게 씹던 고기도 나이가 드니까 질기게 느껴졌다.

그래서 점점 부드러운 요리를 찾게 되었다.

그랬는데 최근에는 다시 달라졌다.

몸 전체에 활력이 넘쳤다.

턱 근육도 젊은 시절의 힘을 되찾았다.

치아도 튼튼했다.

먹는 게 즐거워지니 인생이 아름다워 보였다.

잘 먹으니 힘도 난다.

아침마다 거시기로 텐트도 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다.

잠자리에 들면서 죽음을 걱정하지도 않게 되었다.

우울함이 싹 날아간다.

어마어마하게 모아놓은 돈이 있다.

인생 즐기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100년은 더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몹시 좋았다.

죽다 살아난 기분이다.

강지건이 뭘 하건 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그나저나 최근에 산업스파이들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잡아야죠. 어디 놈들인지 몰라도.”

“처리는 어떻게 할까요?”

“경고하는 의미에서 조용히 보내줍시다.”

“그게 좋겠군요.”

이로써 강지건의 사업체에 접근하려던 자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조용히 보내준다는 것은 결국 침묵을 의미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참, 일본에 쌍둥이가 나타났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들어서 일본에서는 강지건의 쌍둥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혹자는 누군가 강지건과 똑같은 얼굴로 성형한 것이라고 했다.

“조사해본 결과 레알핑크라는 회사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관장님에게 경고 받았죠. 더 파고들지 말라고.”

진매령이 멈추라고 신호를 준 것 자체가 강지건과 연관이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일본의 사업체에 대한 것들도 VIP들의 관심을 사게 되었다.

레알핑크의 기술력은 세계 섹스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었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통신 기술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안달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연결하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우리 마스터는 오늘 뭐하신답니까? 한 번 인사드려야 할 텐데.”

“귀찮으실 텐데 그러지 맙시다.”

“아이고, 내가 참 망언을.”

VIP들은 서로 어울리며 친목을 다졌다.

10대 소년 소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VIP들은 젊음을 만끽했다.

“안녕하신가, 여러분. 오랜만이다.”

> 살아있었구나 형

> 왜 이렇게 늦게 왔어?

> 보고 싶었다구1

“인생을 되돌아보며 명상을 했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

> 그래서?

“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안 그런 사람 있어?

“너 아웃.”

- ???님이 매니저에 의해 퇴장 당하셨습니다.

> 와 폭군.

“너도 아웃. 내 말에 토 달지 마라. 오늘의 나는 예민하시다.”

> 예민하면 인정이지

> 친구들 살고 싶으면 ㄹㅇㅋㅋ만 치라고

> ㄹㅇㅋㅋ

> ㄹㅇㅋㅋㅋㅋㅋㅋ

방송을 하는 도중에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이 주문한 재료들이 거대한 주방에 쏟아져 들어왔다.

“부자 친구가 있으니까 이런 게 좋아. 이거 주문한지 얼마 안 됐는데 막 들어오네.”

거대한 주방의 앞쪽은 그냥 창고처럼 텅 비어 있었다.

방송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었다.

강지건은 돌아다니며 재료들을 찍어서 보여주었다.

“자, 이게 어디냐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치즈네. 이거 이탈리아에서만 살 수 있는데 구해오다니 실력도 좋아.”

“돈으로 못 할 일이 어디 있다고.”

“전용기가 거기 있었던 건가?”

“아니, 그쪽에 아는 친구가 전용기로 보내 준 거야. 방송 보겠데. 지금 보고 있을 걸? 리카르도한테 인사 한 번 해줘.”

휴 레밍턴의 말에 강지건이 웃었다.

“안녕 리카르도. 보내준 치즈는 멋지게 요리해서 먹을 게. 고맙다.”

> 이것이 상류 사회의 친목?

> 엄청난네.

정확히는 강지건의 친목이었다.

젊음을 원하는 이들은 강지건이 요리 방송을 위해 재료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들이 가진 헬리콥터와 전용기를 이용해서 필요한 것을 몽땅 실어 보냈다.

주문하고 24시간이 넘기 전에 재료가 도착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강지건은 쭈욱 재료들을 소개했다.

덕분에 많은 식품회사들은 저도 모르게 홍보를 당한 셈이었다.

이제는 1억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강지건이었다.

슈퍼스타의 생방송에 상품이 노출된 것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게 되는 것이었다.

“자, 이제부터 이걸로 고기 요리를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뭘 하려고?”

“구워야지.”

“구워?”

“구운 고기는 진리야. 의심하지 마.”

> 구운 고기가 진리인 건 맞지

> 울 할배도 그랬다. 구운 고기가 젤 맛나다고

> 고기가 제일 맛있긴 해.

“하지만 그냥 굽기만 하면 심심하니까 오늘은 트러플 오일을 이용해보도록 하지. 니들 트러플 좋아하나?”

“좋지.”

“좋아. 그럼 트러플 오일을 이용한 그릴 스테이크로 가도록 하지. 아마 엄청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이 두 사람이 실험용 모르모트가 되어줄 거야.”

“내 몸값이 얼마나 비싼지 알아?”

“나도 몸값은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데?”

잠시 뒤, 요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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