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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질주
일본 후지산.
강지건은 더트 바이크를 이끌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가끔 이를 본 등산객들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친 짓거리였으니까.
산속이라 연료가 떨어지면 주유도 하기 힘들다.
“어? 저거 그거 아냐?”
“뭔데?”
“도쿄 폭주 곡예사.”
“뭐 정말?”
“여기 똑같지 않아?”
헬멧과 오토바이슈트를 입고 있어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강지건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일본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도시마다 문제의 폭주를 했다.
많은 젊은이들은 이를 하나의 축제처럼 여기며 기다리기도 했다.
“후지산까지 도전하는 건가?”
“죽인다.”
“칵코이.”
몇몇 사람들이 뒤를 따라가볼까하다 포기했다.
아무리 산을 오르고 있어 느려졌다고 하지만 오토바이는 사람보다 빨랐다.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래, 수고.”
강지건은 후지산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딱히 성취감이나 정복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오토바이로 올랐다는 만족감 정도를 느꼈다.
‘레알핑크 잘 나가네.’
폰으로 새로 나온 게임의 흥행을 살펴보았다.
잘 나가고 있었다.
‘레알핑크도 이제 걱정할 게 없구나.’
문득 반응이 궁금해서 한 번 보았다.
뜨거운 반응들이 이어졌다.
“흐음.”
게임에 대한 찬양이 이어졌다.
‘찬양이라.’
공연을 했을 때 맛보았던 10만 관객의 떼창이 떠올랐다.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아냐, 아직은 아니야. 좀 더 갈증이 난다면.’
목이 마르다고 마구 마시지는 않는다.
물은 충분하다.
언제든 즐길 수 있다.
‘좀 더 참으면 더 맛있어져.’
그렇기에 계속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나도 게임을 하나 만들어볼까?’
물론 기술적인 부분은 강지건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프로듀서로서 연출만 하면 된다.
‘해봐야지.’
찬양.
인터넷을 통한 찬양은 이미 많이 겪어봤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한 번 느껴보고 싶어졌다.
잠시 뒤,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한 강지건은 후지산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관리실.
강지건은 레알핑크에서 사들인 콘텐츠를 살펴보았다.
‘연습 삼아 일단 하나 만들어볼까?’
목록은 꽤 길었다.
‘모르는 게 많네.’
망작들이 상당히 많았다.
‘망작은 나중에.’
계속 살피던 중 익숙한 타이틀이 보였다.
‘벨린다 시리즈?’
성인만화였다. 애니는 물론 게임도 여러 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야?”
“아, 그거 관련 회사가 요번에 많이 힘들어져서요. 돈이 좀 들긴 했지만 넘겨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기작이라고 해서 다른 회사에 안 넘어가는 게 아니다.
그냥 적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액수를 준비하면 된다.
쪼들리는 상황에서는 욕심도 적어진다.
빚을 진 사람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때문에 싸게 팔기도 한다.
원래라면 비싸게 불렀겠지만 상황이 급하다보니 결국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걸로 해보겠어.”
유명작이라고 해서 꺼릴 것은 없었다.
강지건은 벨린다를 골랐다.
벨린다는 NTR 계열로 유명했다.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을 남에게 빼앗기는 장르.
애인 부인 기타 등등.
주인공의 것을 빼앗기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 장르였다.
사실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해가 안 되니까 더욱 싫어한다.
납득이 아예 안 되니까.
‘이걸 어떤 시점으로 만들까?’
게임을 기획하기 위해선 정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점.
어떤 시점에서 어떻게 플레이하도록 할 것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
‘3인칭으로 이 만화 시점 그대로 간다면 NTR인데.’
하지만 강지건은 NTR을 좋아하지 않았다.
‘빼앗기는 쪽으로 명작을 만들어봐야 성공은 힘들지.’
찬양 받고 싶다면 보다 대중적인 소재를 픽하는 게 안전하다.
사랑, 우정, 복수 등등.
너무나 많은 콘텐츠가 있어 식상하다고 하지만 반면 연출만 제대로 하면 사람들은 또 봐준다.
‘빼앗는게 NTL이던가?’
네토리. NTL은 빼앗는 쪽.
네토라레. NTR은 빼앗기는 쪽.
‘시점만 바꾸면 NTR이 NTL이지.’
빼앗기는 쪽에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면 된다.
순애와는 엄청나게 거리가 먼 장르이다.
네토리건 네토라레건 본질은 같다.
여자의 타락 혹은 배신.
타락시키고 공략하느냐 아니면 타락하면서 떠나가는 모습을 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하나의 사건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였다.
순애와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다.
‘기왕 하는 거면 빼앗는 쪽이 낫지.’
강지건은 하야시 모에미와 엔도 아유미를 떠올렸다.
둘 다 유부녀였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며 자신의 여자로 만들었다.
빼앗았다.
네토라레는 취향이 아니었다.
“일단 상황을 구현한다.”
3인칭에서 일단 세계를 구현했다.
구현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스캔한 뒤에 알아서 세계를 구성해주었다.
강지건은 작품을 실시간으로 재생하고는 살폈다.
‘주인공이 알게 되는 시점을 포착해서 이벤트를 섞어 넣으면.’
네토라레의 주인공이 방해를 하거나 혹은 변태로 타락하는 과정을 그려넣었다.
몇 가지 요소를 더 추가한 것이었다.
게임이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의 흐름 하나만 가지고서는 부족했다.
나머지는 기획자가 알아서 넣어야 한다.
강지건은 주인공이 변태로 타락하며 자신의 연인이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범해지는 것을 보며 쾌락과 자괴감을 느끼는 것까지 집어넣었다.
‘이제 이걸 빼앗는 사람의 시점으로 바꾸면.’
1인칭.
네토라레에서 갑자기 네토리, 빼앗는 쪽으로 장르가 변해버렸다.
여기서 게임의 유저는 여자를 공략하지 못하고 원래 애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배드 엔딩이 되는 셈이었다.
원작의 주인공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 빌런 입장에서는 나쁜 일인 셈이었다.
“완성.”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게임이 뚝딱 만들어졌다.
“제작자에는 야마다 타로!”
가명을 집어넣었다.
게임이 완성되자마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급생이 출시되고 얼마 안 되었는데 레알핑크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출시했다.
> 뭐여? 뭐가 이렇게 빨라?
> 사람을 갈아넣는건가?
> 난 조음
> 그냥 동시에 하고 있던 거겠지
> 아아, 좋다. 만화 세상을 들어가니까 조타
> 실사 따윈 버리라구!
유급생은 만화 그대로의 세상이었다.
실사화되지 않았다.
컬러도 아니었다.
흑백.
그렇지만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오히려 이것을 더욱 높게 쳤다.
> 벨린다?
> 이거 그거 아님?
> 오우 매운맛
> 난 자신이 없다. 그 작가꺼 볼 때마다 여자에 대한 불신이 생겨
> 의처증 환자 제조기
> 그래도 나왔으니 맛은 봐야지
> 우리의 레알핑크사는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까
> 돈을 더 벌어서 더 좋은 게임을!
> 내가 보기에는 아직 돈이 부족해. 모빌슈트를 타고 싶다면 돈을 더 쓰자고!
> 아 모빌슈트 따먹고 싶다
벨린다에 접속하는 유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유급생의 후유증을 느끼던 키요시는 좀 더 좋은 직장을 얻게 되었다.
태도가 좋아지자 알바하던 업체의 사장이 좀 더 좋은 직장을 알아봐준 것이었다.
돈은 똑같이 받지만 일은 더 쉬웠다.
여유가 생겼다.
키요시는 이것만으로 만족했다.
무엇보다 꽤 안정적이었다.
‘오랫동안 다닐 수 있겠어. 계속 잘 되었으면 좋겠네.’
많은 일을 해보며 느낀 것은 같이 일하는 사람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
동료는 바뀔 수 있지만 상사 특히 사장은 바꿀 수 없다.
사장이 마음에 안 들면 직원이 나가야 한다.
다행히도 좋은 사장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키요시는 오래도록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돈은 많이 못 벌지만.
‘어디 오늘은?’
돈을 많이 벌진 못하지만 많이 아낄 수는 있었다.
여자를 사귀거나 풍속점에 가거나 하지 않고도 즐길 거리가 생겼다.
레알핑크.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기술력으로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가상현실을 만끽하게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큰돈 들이지 않고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저렴하게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니까.
예전이라면 여자와 섹스하기 위해선 정말 많은 노력과 돈을 투자해야 했는데 이젠 아니었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네토라레물?’
또한 다양한 경험도 가능했다.
‘네토라레는 좋아하지 않지만 만화계는 좋아.’
흑백의 만화 그림체로 이루어진 세상이라 하여 만화계라 사람들이 부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미완성의 괴상한 세계였지만 만화책을 어려서부터 본 키요시에게는 오히려 친숙했다.
‘어디.’
키요시는 게임 시작부터 자신이 악당이란 사실에 피식 웃었다.
‘그래, 빼앗기는 것보다는 뺏는 쪽이 좋지.’
부담 없이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략은 매번 실패했다.
‘남편과 너무 마주친 게 실수야.’
‘이번에는 안 들킨다.’
‘10초 내로 숨지 못하면 실패.’
여러 가지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후우.”
게임을 하다 휴식을 취하는 키요시는 히죽 웃었다.
‘이번에도 좋네.’
다른 의미로 명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추억이 되겠어.’
만화를 그냥 보는 것을 넘어 만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을까?’
키요시는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접속했다.
일본의 수많은 남성들이 벨린다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