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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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질주

일본 출판사들은 한 가지 제안을 받고 회의에 들어갔다.

“할까요?”

“그것보다 우리가 하면 안 되나?”

“해도 됩니다만. 저쪽이 먼저 개발했기 때문에 뒤쳐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도 넘겨줄 수 없어.”

레알핑크에서 날아온 제안.

그것은 보유하고 있는 만화에 대한 2차 창작권에 제안이었다.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고 이를 서비스하자는.

하지만 출판사들은 이를 거부했다.

“AV나 만드는 놈들하고 손을 잡을 순 없지.”

“우리가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어!”

“놈들하고 이윤을 나눌 순 없지!”

레알핑크의 제안은 거부되었다.

결국 레알핑크는 성인 만화 작가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성인 만화에도 유명한 작품들이 있었다.

동시에 돈이 필요한 만화가들에게 접근했다.

일본에 만화가는 많다.

과거에도 많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망해버린 사람들은 훨씬 더 많았다.

레알핑크에서는 이런 이들에게 빠르게 연락을 돌리며 저작권을 사들였다.

아예 레알핑크에 귀속시켜 버린 것이었다.

이미 망한 작품들을 저작권 양도 계약을 맺어 가져왔다.

싸게 가져오지는 않았다.

뒷말이 나올 수 있으니.

> 아아, 레알핑크. 왜 이런 타이틀만 사들이는 거야?

> 유명 출판사가 응해주지 않는 거겟지.

> 그쪽도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 개발 중이라면 기다릴 수 있지만!

> 내가 죽기 전에 볼 수 있었으면.

> 난 모빌슈트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그럴 수만 있다면 내 전 재산을 걸 수 있어.

> 전 재산 얼마?

> 100만엔.

> 1000만 이하로는 입 다물어라.

> 위에놈쓰레기

일본의 만화팬들은 레알핑크를 주목하고 있었다.

> 쓰레기 같은 타이틀이지만 돈은 꽤 주네.

> 돈이 아깝다

> 그래도 좋아. 쓰레기여도 조아.

> 어? 이 게임은 20년 전에 나온 그 게임?

> 아, 추억 돋네

아주 오래 전에 나왔던 미연시들도 레알핑크의 손에 들어갔다.

레알핑크에서는 회사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게 된 타이틀의 리스트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했다.

> 어쨌거나 좋은 일.

> 망했던 작가들은 힘이 나겠네

> 망작을 팔아 거금을 쥘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

저작권 양도 계약을 받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이는 나중에 크게 성공하게 됐을 경우에 생길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었다.

한편, 이렇게 저작권을 양도 받는 가운데 1호로 계약했던 미연시가 순식간에 VR 게임으로 제작되었다.

VR 미연시.

VR이 등장하며 이미 여러 게임사들이 VR 미연시를 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것이 레알핑크였다.

유급생.

일본의 모 유명 콘텐츠의 등장과 함께 만들어진 아류작이다.

한 마디로 망했다.

이거 저거 따라하면서도 달랐다.

유급생.

과거의 망작은 저작권 양도를 통해 레알핑크의 소유물이 되었다.

“망작인데 괜찮을까요?”

“우리에겐 기술력이 있잖아.”

안틸로프인들은 콜드슬립 중에도 일할 수 있었다.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되니까.

더구나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을 보조해준다.

사람이 하는 것은 선택.

“이 부분은 좀 고쳐보자고.”

“스토리도 좀 바꿔보지.”

“캐릭터가 너무 밋밋해.”

망작을 그대로 구현할 필요는 없었다.

더구나 강지건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윤을 극대화해 포인트를 많이 벌어들이는 게 중요했다.

포인트를 많이 벌어들인 덕분에 현재 안틸로프의 함대는 연합의 별만 1000척에 육박하고 있었다.

1억 포인트짜리 전함이 1천척이었다.

이제는 추격자가 도달한다고 해도 무작정 겁을 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안틸로프인들은 서두르지 않고 계속 기술 개발을 이어나갔다.

연합의 별을 뛰어넘는 병기를 개발하기 위해서.

여기에는 마법까지 접목하면서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고 있었다.

과학과 마법이 하나가 되며 엄청난 물건들이 나오고 있었다.

어쨌거나 안틸로프인에게 포인트를 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이제는 서번트들이 퀘스트를 설정하니 보다 많은 포인트를 벌어들이는 게 가능했다.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포인트를 벌어야 했다.

과거의 망작, 유급생은 새롭게 탄생했다.

다음 날, 레알핑크 서비스에 유급생이 추가되었다.

레알핑크 클라우드 게임.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유급생이 등록되자 이용자들이 순식간에 붙었다.

> 돈 받아!

> 과거의 망작 과연 어떨가?

> 하악 하악!

잠시 뒤, 게시판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 어이, 다들 뭐 해?

> 선발대 감상문 올려야지

> 다들 뭐 하나?

게임에 접속한 이들이 아무도 게시판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1시간.

2시간.

> 내가 보고 온다.

> 궁금해서 못 참겠다.

> 금방 돌아옴

결국 참지 못한 몇몇이 돈을 내고 게임에 접속했다.

> 다들 뭐 하는 거야?

게임하러 간다고 한 사람들이 돌아오질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날 때까지 후기는 올라오지 않았다.

> 대체 무슨 일이야?

> 다들 사고라도 당한 거야?

> 못 참겠다!

후기를 기다리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뛰어들었다.

그리고 3일째가 되는 날, 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아, 이 게임은 명작이야

> 눈물 난다

> 그렇게 재미있었어?

> 난 다시 게임하러 간다

> 내 부족한 어휘력으로 이 게임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

> 명작이다 돈이 아깝다면 니가 이상한 놈이고

> 현존하는 최고의 미연시라 자부한다

후기가 올라오고 사람들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계속해서 후기가 올라오며 유급생은 대박을 쳤다.

- 망작에서 명작으로

- 레알핑크의 기술력은 최고

키요시는 프리터였다.

원래는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혹사와 좋지 않은 인간관계 때문에 그만두었다.

다시 취업을 해보려 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한 경력은 문제가 되었다.

애초에 좋은 직장은 엘리트들이나 연줄이 있는 사람들의 차지였다.

나머지는 혹사당하면서 산다.

블랙 기업.

열심히 일하면 일을 더 준다.

그렇게 열심히 산다고 해서 승진이라도 되면 또 말을 안 한다.

하지만 그저 열심히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성실한 사람은 꼼꼼하게 부려진다.

결국 키요시는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터가 되었다.

수입은 확 줄었지만 열심히 하면 또 많이 벌기도 했다.

취미 생활은 돈이 적게 드는 것으로 했다.

이스포츠 게임을 즐겼다.

돈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던 중 레알핑크를 알게 되었고 마친 욕구가 쌓인 키요시는 리얼돌과 VR 세트를 구매했다.

가끔 풍속점에 가서 욕구를 해소하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호기심에 유급생을 하게 되었다.

“키요시, 그 동안 고마웠어.”

1. 널 잊지 않을 거야.

2. 아, 안 돼 미나미. 가지 마.

선택지에서 세계가 정지했다.

“안 돼 미나미. 가지 마.”

소리내어 말했다.

음성인식이 이를 인지했다.

“하지만 난 가야만 해, 키요시.”

“제발 부탁이야.”

이후에는 키요시의 음성을 이용한 보이스가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게임이 알아서 음성 패턴을 인지하고 키요시의 음성으로 대사를 내보내는 것이었다.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자신이 하는 말이 들린다.

키요시는 묵묵히 게임을 지켜보았다.

1번을 선택했을 땐 그럭저럭 괜찮은 엔딩이었다.

이별을 했지만 새로운 연인을 만나 즐겁게 사는 엔딩.

나중에 동창회에서 미나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끝났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미나미’

어느새 게임에 몰입한 키요시는 게임에 집중했다.

“키요시. 그러지 마. 제발 날 버려줘.”

미나미는 투병 중이었다.

입원한 상태로 점점 안 좋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름다움을 잃었다.

시들고 말라 비틀어졌다.

“미나미.”

투병하며 제발 떠나달라고 부탁하는 미나미. 잔혹한 일인줄 알면서도 키요시는 위로한다.

떠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나미는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안 돼!”

처참한 엔딩이었다.

미칠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았다.

그때 글씨가 나타났다.

-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글자를 본 순간.

키요시는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새로운 루트가 나타났다.

식음을 전폐하며 키요시는 게임에 빠졌다.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는 동안 배드 엔딩을 수차례 보았다.

아름다운 엔딩은 없었다.

- 이별은 언제나 고통스럽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세요.

- 인생은 단 한 번뿐입니다.

“으아아아아아악!”

키요시는 절규했다.

“으아아아아아악! 레알핑크!”

저주했다.

> 니들. 인얀을 소중히 해라.

> 나 부모님께 전화함

> 헤어졌던 애인에게 사과했다

> 미안해 엄마

게임 후기에 이상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고통스러운 엔딩을 남겼지만 많은 이들이 호평하기 시작했다.

비극으로 끝나는 게임.

배드 엔딩이라고 생각했던, 그냥 헤어져서 잘 먹고 잘 살다가 헤어진 여친의 부고를 듣는 엔딩이 최고 좋은 엔딩이었다.

>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몰입했습니다. 이제 다시 추억을 되새겨 볼 생각입니다. 아프지만 멈출 수가 없네요. 전 아직 미나미를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키요시가 남긴 글에 수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베스트 글에 올라갔다.

이어서 많은 이들이 함께 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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