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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질주
일본에서 놀던 강지건은 사실 자신의 사업에 그리 큰 관심은 없었다.
사업은 서번트와 조직원들이 알아서 다 챙겨주니까.
사업을 벌인 결과를 나중에 보고 받으며 성공했을 때 살짝 즐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그랬는데 한 가지 보고에 강지건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라? 그러니까 폭력적인 게임을 서비스 한 게 잘못이라는 거네.”
“어떻게 할까요?”
“흠, 이걸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나?”
강지건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맡겨주시면 처리하겠습니다.”
“죽인다고?”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로 위장하더라도 시기가 미묘하기 때문에 의심을 살 수 있으니 피하시길 권합니다.”
“딱히 죽길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관심이 안 생겼다.
“하고 싶은 대로 해.”
강지건은 사업에 대한 것을 조직원들에게 맡겨버렸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사업이었다.
초반에는 강지건이 직접 이것저것 하면서 키우는 맛이 좀 있었지만 엄청나게 성공한 뒤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알아서 잘 돌아가니까.
다른 개발사의 게임들을 누르고 엄청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에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지구의 모든 것을 접수할 수 있었다.
“난 일본에서 놀 테니까.”
지금은 회사보다 더 흥미로운 게 있었다.
‘암흑가에서 좀 더 놀아봐야지.’
일본의 암흑가가 이번 관심 대상이었다.
게임 회사와 관련된 것들은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미국에서 지건 소프트와 지건 게임스를 공격하던 학부모 단체의 비리가 폭로되었다. 그것으로 게임이 끝났다.
지건 게임스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며 배틀 크리드는 미국인의 소울이 담긴 게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배틀 크리스 스킨에 미국 독립군 스킨과 콜트 드래군을 비롯한 콜트 시리즈 총기가 추가된 덕분이었다.
어쨌거나 이렇게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와중이었지만 강지건은 하나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퀘스트 때문에라도 조금씩 들여다봤지만 이제 퀘스트는 라다를 비롯한 다른 서번트들이 직접 설정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퀘스트 관리에서 손을 떼버렸다.
강지건은 개인적인 목표를 위한 퀘스트만 조금씩 설정하면 그만인 상황이었다.
“으으, 무서워요.”
“걱정 마. 초능력이 있잖아. 총도 있고 검도 있고. 더구나 지금 입은 옷은 방탄 방검 다 된다고. 폭탄도 견디는 놈이야.”
안틸로프의 기술력으로 생산한 오토바이슈트는 어마어마했다.
오토바이슈트와 헬멧을 쓴 상황에서 평범한 지구의 무기들은 쿠루미를 죽일 수 없었다.
“벗겨지지 않을까요?”
“네 명령 없이는 안 벗겨지게 설정 되어 있어.”
“맞으면 아프지 않을까요?”
“충격 흡수도 되잖아.”
안틸로프의 기술만 들어간 게 아니다.
마법도 적용되었다.
과학과 마법의 정수가 들어간 슈트였다.
“으으.”
쿠루미는 부들부들 떨면서 관리실을 벗어났다.
한적한 공원에 모터사이클을 가지고 나타났다.
강지건도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오토바이.
번호판은 없다.
어차피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불법이기에 번호판 같은 것을 달 이유도 없었다.
달아봐야 추적의 빌미가 될 뿐.
“가자.”
“저 실수해서 이거 망가트리면요?”
“안 부서져.”
과학과 마법을 이용해 특수 제작한 오토바이였다.
오프 로더 혹은 더트 바이크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험지를 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온갖 묘기를 부리는 데 적합한 것이기도 했다.
스피드만 따지면 도로 주행용에 밀릴 수 있다.
하지만 강지건은 굳이 속도에 집착하지 않았다.
도시에서 자유롭게 곡예를 벌일 생각밖에 없었다.
“나만 따라와. 힘들면 염력 쓰고.”
“네.”
“아니면 그냥 원격으로 돌려도 돼.”
“저, 원격으로 할게요.”
쿠루미는 오토바이 운전은 금방 숙지했다. 더구나 쿠루미의 오토바이에는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어 원격 조종이 가능했다.
즉, 안틸로프에서 일본에서 달리는 쿠루미의 오토바이를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여러 서번트들이 자신이 원격 조종 해보겠다고 난리였다.
부릉.
“가자!”
강지건이 달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악!”
쿠루미의 오토바이도 따르기 시작했다.
조종은 서번트인 체시가 하고 있었다.
도쿄의 거리에 폭주하는 오토바이 두 대가 나타났다.
신호 무시는 기본이었다.
차선도 무시했다.
“빠가야로!”
“고노야로!”
역주행.
강지건은 역주행을 하며 달리고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차들이 달려오다가 멈췄다.
그러면 강지건은 앞바퀴를 들고 차를 타고 넘어갔다.
오프로더는 급경사를 타고 올라가기도 한다.
차를 타고 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마주 달려오던 차를 타고 넘은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차의 주인들은 마주 달려오는 오토바이에 죄다 브레이크를 밟았다.
멈춰선 차를 타고 넘어가는 두 대의 오토바이.
차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엄청나게 불쾌하다.
기분 나쁘다.
“이 새끼들아! 수리비 내놔!”
경차의 경우에는 찌그러진 게 확연히 보이기도 했다.
당연히 경찰들이 출동하며 추적이 시작되었다.
한편,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 남은 폭주족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불량 청소년을 중심으로 뭉친 갱단들은 현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게?”
“와, 죽여주는데?”
역주행을 하는 강지건과 쿠루미의 모습을 본 이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도시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오토바이 난동.
“이거 영화 아니야?”
“아니라는데?”
“그럼 그냥 하는 거야? 오아!”
사전에 조사하고 하는 게 아닌 실시간으로 하는 짓이란 사실에 더욱 흥분했다.
“우리고 갈까?”
“아서라. 우리 기종으로는 안 돼. 그리고 너 앞바퀴도 못 들잖아!”
“하면 되지 않을까?”
“예전에 뒤로 넘어진 거 기억 안 나?”
“와, 진짜. 멋지다.
“칵코이!”
“으으! 따라 가고 싶은데!”
하지만 따라갈 수 없었다.
오토바이를 구하는 것은 둘째 치고 곡예 주행을 위해선 엄청난 기술이 필요했으니까.
더구나 현재 강지건과 쿠루미는 역주행 중이었다.
굉장히 위험한 짓을 하면서 계속 차를 타고 넘어갔다.
목숨을 걸고 하는 짓이었다.
실수하면 곱게 끝나지 않는다.
“아오!”
“다음! 다음은 어디일 거 같아!”
“빨리 가자!”
“움직여!”
오토바이들이 대거 움직이기 시작했다.
“넘지는 못해도 사이로 빠져나갈 순 있다고!”
담력이 큰 이들은 역주행에 동참했다.
뛰어넘을 기술은 없지만 차선을 타고 차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비켜비켜!”
“가자!”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역주행에 동참하며 도쿄 거리를 혼란에 빠트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강지건은 웃었다.
속도감을 즐기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생각한대로 움직이며 곡예를 펼쳤다.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짜릿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되긴 했다.
실수하지 않고 클리어 하겠다는 목적의식이 의욕을 되살렸다.
뒤에서는 수많은 불량 라이더들이 따라오는 중이었다.
‘경찰이네.’
도로의 질서를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 도로 통제에 들어갔다.
마주 달려오는 차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리케이드가 나타났다.
‘어이없네.’
강지건은 웃으며 외쳤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사방에 울렸다.
당연히 뒤따르던 라이더들이 이를 듣고 환호했다.
“워어어어어어!”
“막아봐라!”
부릉부릉.
강지건은 바리케이트 앞에서 점프했다.
터덩.
이어서 경찰차를 타고 넘어갔다.
뒤따르던 추종자들은 똑같이 따라할 수 없었지만 인도를 통해 빠져나가며 금방 뒤따라왔다.
얼마 안 가 강지건은 차로 막힌 길을 마주하게 되었다.
수십대의 차량들이 빼곡하게 앞을 막고 있었다.
50미터를 남기고 강지건이 멈추자 경찰이 확성기로 외쳤다.
“너희는 포위 되었다. 얌전히 투항하라!”
“크크크.”
부릉부릉.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대신 엔진소리를 크게 울리며 의지를 표명했다.
“자! 그쪽으로 갈 테니까 재주껏 막아보라고!”
“온다! 매뉴얼대로!”
“하잇!”
“위에 보고 올려!”
“하잇!”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지휘관은 자신의 생각을 활용해 막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현장 상황은 실시간으로 계속 위로 보고되었다.
심각한 사건이라 여겨지는 일에는 간부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지시를 내린다.
즉, 현재 강지건의 주행을 막기 위한 지시를 내리기 위해 회의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현장 지휘관이 임의로 행동해서 막으면?
이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는 모두 현장 지휘관의 책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매뉴얼대로만 하면 어떤 사고가 벌어져도 빠져나갈 수 있다.
매뉴얼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지 현장이 잘못한 게 아니니까.
현장이 잘못한 게 아니면? 당연히 그 상부도 잘못한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염두에 두지 못한 점을 들어 전문가와 협의해 문제 해결 방책을 내놓겠다는 식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래도 또 문제가 생기면?
아직 대책을 구상중이라고 하면 된다.
시간이 필요하니 기다려 달라는 식이다.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엄청나게 어필한다.
현장 지휘관이 강지건을 막는 데 성공해도 위반한 규칙이 있으면 상을 받는 게 아니라 문책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
잘 해봐야 공과 과를 퉁 쳐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가주지만 위에는 마음대로 움직이는 놈이라고 찍히게 된다.
영웅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별 거 아닌 일도 엄청나게 포장해주며 띄워주겠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강지건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이어서 바리케이트를 넘어 경찰차 위에 올라탔다.
텅! 텅! 텅! 텅! 텅!
앞바퀴를 들었다 내리 찍으며 차 위에서 난동을 부리며 천천히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