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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질주
일본에 잠시 마실을 나갔던 강지건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한 가지 더 좋은 소식이 강지건에게 들어왔다.
- 서번트 퀘스트 클리어 업적 달성, 지금부터 서번트가 직접 퀘스트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뭐?”
-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문제? 뭐가 문제라는 거야?’
강지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이제 서번트가 직접 퀘스트를 설정할 수 있다니.’
다른 세계로 넘어가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지더니 이제는 퀘스트 설정마자 서번트들이 알아서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이제부터 저희에게 모두 맡겨주시지요.”
“아무 걱정 말고 즐기시면 됩니다.”
할 일이 더 없어졌다.
이젠 퀘스트 설정할 일도 사라졌다.
순식간에 퀘스트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서번트들이 알아서 퀘스트를 설정하고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할 일이 더 없어졌네.’
갑자기 맥이 탁 풀렸다.
‘뭘 할까?’
문득 무공이 떠올랐다. 서번트들이 익히기 시작한 무공들.
“은설.”
“네, 주인님.”
“광검결은 어때?”
“아무 문제없어요. 익히셔도 되겠는데요?”
“좋아?”
“나쁘진 않아요.”
“그래?”
광검결.
무왕계의 검마가 익혔던 무공은 너무나 쉽게 익혀졌다.
야은설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배의 왕관 스킬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마나를 지배하는 스킬.
이것 때문에 무왕계의 무공을 순식간에 익히는 게 가능했다.
남들은 10년 20년 걸릴 것도 10분 정도만 투자해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초감각과 초월의 날개까지 가지고 있는 야은설에게 광검결은 너무나 익히기 쉬웠다.
“평범한 인간들 사이에서는 초인으로 군림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평범한 인간들 수준이라.’
과거에는 광검결과 같은 무공도 몰랐다.
그러나 이젠 많은 게 바뀌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사람들은 모두 변하는 거야. 세월이 그래.’
“그럼 나도 익혀봐야겠군.”
강지건은 광검결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머리는 나빴지만 야은설이 옆에서 설명해주며 마나의 흐름도 직접 알려주었다.
떠먹여주는 것까지 못알아 들을 정도는 아니기에 강지건은 쉽게 광검결을 익혔다.
하루도 되지 않아서 광검결을 마스터했다.
우웅.
검을 들고 내공을 돌리자 검이 빛으로 물들었다.
강기.
스윽 휘두르니 강기의 막이 펼쳐졌다.
잠시 뒤 검로에 따라 막이 순차적으로 힘을 잃고 사라졌다.
선이 아닌 면을 만들어내며 더욱 복잡한 검술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강지건은 묵묵히 검술을 사용하며 경험을 쌓았다.
“진매령, 용희, 델.”
내친 김에 천마를 잡고 얻은 비급도 확인해보았다.
“익히셔도 무방합니다.”
“이거 괜찮다. 힘 쬐금 좋아진다.”
“검의 심득입니다. 심심하시면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래?”
심심하면 봐도 된다니 강지건은 나머지 무공도 익혔다.
진매령이 마천보를 알려주었다.
보법으로 싸움을 더욱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보법이었다. 내공을 이용해 보다 효율적인 움직임과 힘의 분배가 가능하게 도와주었다.
용희는 패력공을 알려주었다.
몸에 힘을 쌓는 것으로 육문공과 어우러지자 몸을 더욱 빠르게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패력공은 나쁘지 않네.”
모든 서번트들이 사용할 수 있게 스킬을 사주었다.
엄청나게 빠르게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는 스킬이었다.
“감사합니다.”
야은설과 진매령 그리고 델이 감사인사를 전했다.
“너희들이 강한 게 좋으니까.”
“그럼 이번에는 검총검결입니다. 이건 무공이라기보다는 심득입니다.”
수많은 검객들이 묻힌 검총.
이곳에 검객들은 자신의 심득을 남겼다.
이렇게 남긴 심득을 모아 만든 것이 검총검결이었다.
“심심할 때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검에 흥미가 없으시다면 그냥 무시하셔도 됩니다.”
“델, 너는 어땠지?”
“검을 쓰는 일이 좀 더 쉬워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힘을 써서 검을 휘두를 일이 없어서요.”
이제는 전투 기갑을 비롯한 안틸로프의 병기를 이용한 전투를 주로 했다.
아울러 초능력을 결합하여 싸웠다.
초능력을 이용한 전투를 하다 보니 몸을 직접 쓸 일은 없었다.
때문에 델은 그냥 취미 삼아 보라고 한 것이었다.
“그렇군.”
강지건은 검총검결을 읽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심득.’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다.
‘모르겠다.’
검에 흥미가 많았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현재의 강지건에게는 무리였다.
조용히 책장에 꽂았다.
‘무공을 익히는 것도 그다지 재미는 없네.’
편하지가 않았다.
동기가 없으니 의욕이 좀처럼 안 생긴다.
‘다른 걸 해볼까?’
강지건은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잘 지냈나?”
강지건은 다시 야마모토 타로를 찾아갔다.
“어쩐 일이십니까?”
이제는 공손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태도가 공손해졌네?”
“오야붕이 귀하게 여기시는 분이시니까요.”
보스가 강지건에게 존대를 하는 상황에서 야마모토 타로가 하대를 할 순 없었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고개를 숙이면 그 아래도 다 같이 고개를 숙인다.
“알았어.”
강지건은 굳이 집착하지 않았다.
“바이크나 좀 타볼까 하는데.”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레알핑크에서는 AV 배우가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많으면 좋긴 하지.”
“저희가 공급해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배우 스카우팅 담당이니까. 나중에 오디션 한 번 열자고.”
“감사합니다.”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
강지건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받기만 할 수 있었다.
아니, 빼앗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재미없게 굴 순 없지.’
돈을 버는 것에 흥미는 점점 줄어들었다.
재산 축적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재산이란 소유를 의미한다.
법으로 이를 인정해준다. 국가의 공권력이, 법이 개인의 재산을 보호해준다.
그런데 강지건이 가진 힘은 공권력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원하는 것은 얼마든지 빼앗을 수 있었다.
개인의 자유마저도 박탈이 가능했다.
여러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힘을 점점 파악하게 된 강지건은 재산을 모으는 일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어차피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
단지 사람들이 아직 그걸 모를 뿐.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는 것을 굳이 자신의 것이라고 인정 받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더구나 이제는 미국의 재력가들도 검녀 헬스클럽의 VIP 회원이 되어 열심히 협조하고 있었다.
돈이 필요한 레벨은 예전에 넘어섰다.
그렇기에 강지건에게 지구에서의 돈벌이는 게임과 같았다.
“여기입니다.”
야마모토 타로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바이크가 준비되었다.
일본은 세계적인 오토바이 강국이었다.
오토바이만이 아니었다.
자동차도 상당히 잘 만들었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것이 바로 자동차 산업이었다.
특히 F1의 엔진 공급사에 일본 자동차 회사가 있었다.
이것이 일본인들이 자국의 자동차에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였다.
세계적인 자동차 레이스에서 자국 엔진이 당당히 겨루고 있으니까.
대회 우승 차량에 일본산 엔진이 탑재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는 엔진만 쓰는 게 아니라 하이브리드로 변화했지만 이에 맞춰 일본 자동차들도 하이브리드를 내세우고 있었다.
어쨌거나 모터스포츠에서 일본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었다.
“오오, 멋지네.”
오토바이는 최신 모델이었다.
“이거 어떻게 타는 거지?”
“설마 면허 없습니까?”
“작동법이나 알려줘.”
야마모토 타로는 한숨을 내쉬며 알려주었다.
“간단하네.”
오토바이에 오른 강지건은 시동을 걸었다.
“계산은 알아서.”
먼저 타고 나가자 야마모토 타로는 샵의 주인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달아놔라.”
“에이, 뭐가 미안해요. 형님이신데.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래, 고맙다.”
한편, 도로에 나온 강지건은 점점 더 큰길로 향했다.
좁은 동네 길에서는 마음 놓고 달리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대로로 나온 뒤, 강지건은 달렸다.
헬멧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이 알려질 일 따윈 없었다.
오토바이슈트를 입고 있어 피부도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탄탄한 몸을 가진 라이더가 최신형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번호판 위에는 테이프를 붙여서 보이지도 않았다.
부우우우우우웅!
속도를 점점 높이자 경찰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날 잡을 수 있나?’
직접 다리로 달리면 여유롭게 따돌릴 수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로 달리니 기계의 속도는 정해져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운전 실력에 달려 있었다.
‘답답하긴 하네.’
슈퍼카를 타던 사람이 갑자기 세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이런 기분일까?
하지만 뒤에 쫓아오는 추적자를 의식하며 달리니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 이렇게 빠져나가볼까?’
술래잡기를 하는 것처럼.
강지건은 오토바이를 몰아 도망쳤다.
그렇게 도쿄 시내를 휘젖는 도중이었다.
‘어?’
갑자기 앞을 가로막으려는 경찰차가 보였다.
‘피할 수 있긴 한데.’
방향을 틀면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지만 강지건은 생각을 바꿨다.
‘해보자.’
경찰차가 앞을 가로막는 것을 지켜보며 돌진했다.
이대로 돌진한다면 차에 부딪히게 된다.
오토바이와 차가 충돌하면 오토바이가 불리하다.
라이더는 허공을 날게 된다.
그냥 맨몸으로 차에 충돌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부아아아아앙!
속도를 높이며 앞바퀴를 들었다.
차 위에 바퀴를 올리며 생각한 기술을 시전했다.
뒷바퀴가 들리며 오토바이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토바이가 마치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니, 차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
짧은 순간에 복잡한 기동을 빠르고 부드럽게 연결한 덕분이었다.
터턱.
뒷바퀴가 차 상부에 닿으며 회전하자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우오오오오!”
주변에서 우연히 이를 본 이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하하하하하!”
강지건은 웃으며 계속 경찰들을 농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