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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탐색전 끝에 결국 야마모토 타로가 달려들었다.
거리가 짧으면 결국 공격을 위해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다른 방법도 가능하다.
스슥.
달려들던 야마모토 타로가 다시 뒤로 물러났다.
펀치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팔이 짧으니 상대가 펀치를 뻗었다 당기는 틈을 타서 밀고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물론 잽 이후에 반대편 손의 펀치에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인파이터는 이를 감안하고 들어가야 한다.
어쨌든 반대편 손이 날아올 것을 아니 대비하며 파고드는 것이다.
하지만 복싱이 아닌 종합격투기 혹은 룰이 없는 경우에는 신경 쓸 것이 더 많았다.
종합격투기라면 반대편 손이 아닌 다리가 놀라올 수도 있다.
쫘악!
강지건은 파고들려는 야마모토 타로의 허벅지에 로우킥을 먹였다.
찰진 타격음이 터지며 돌진이 멈췄다.
움찔하는 잠깐의 순간에 거리는 다시 벌어졌다.
“한 방 먹었군. 그런데 패고 싶다더니 간만 볼 건가?”
“신나게 터지고 싶은 건가?”
“패려고 링에 오른 거 아니었나?”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맞고 싶다면야.”
슈욱!
퍼퍽!
야마모토 타로는 불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땐 링 위에 뻗은 뒤었다.
‘내가 왜 누워있지?’
“너무 약하네.”
“다시.”
경기가 아니기에 카운트다운 따윈 없었다.
야마모토 타로는 일어나면서 느꼈다.
‘정통으로 맞았군.’
두 방을 맞은 것까지만 기억이 났다.
너무나 빨라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자, 다시 간다고. 잘 막아봐.”
이번에는 가드를 올리고 잔뜩 웅크렸다.
가드 너머로 강지건을 보았다.
턱을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렸다.
‘이마는 내줘도 돼.’
이마를 슬쩍 흔드는 것으로 주먹을 흘려낼 수도 있다. 하지만 턱은 아니다.
맞는 순간 머리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았다.
머리가 흔들리게 되면 다운된다.
기절까지도 간다.
슈욱.
강지건이 주먹을 내질렀다.
‘어?’
야마모토 타로는 갑자기 시야를 가리는 주먹에 가드를 더 올리며 좌우로 몸을 흔들려 했다.
그 순간.
퍼퍽!
“컥.”
옆구리를 때리는 펀치에 몸이 기울어지며 잠깐 굳었다.
이어진 스트레이트는 명치를 가격했다.
쿵.
숨을 멎는 느낌과 고통이 동시에 찾아왔다.
“흠, 이제 됐어. 안 하련다.”
야마모토 타로는 링에서 뒹굴다 겨우 일어났다.
“진짜 강하군. 이런 실력이면 세계 챔피언도 가능하겠는데?”
“재미없는 얘기를 자꾸 하는군.”
“왜 그렇지? 세계 챔피언이 되면 돈도 많이 벌고 여자도 마음껏 안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뭔 의미가 있겠나.”
순간 강지건의 눈에서 다시 광기를 읽은 야마모토 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
“그래도 오늘 목적은 달성했으니 놀아주지. 대접할 기회를 줄 테니까 잘 해봐.”
“내가 해야 하는 건가?”
“졌잖아?”
“졌지. 아주 깔끔하게.”
야마모토 타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복했다.
“뭘 하고 싶나?”
“흐음, 일단 오코노미야키나 먹자고.”
두 사람은 인근의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으로 향했다.
야마모토 타로.
그는 조직의 행동대장이기도 했다.
즉, 싸움 실력에 있어선 조직 내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 하지만 그랬던 야마모토 타로가 강지건에게 힘도 못쓰고 나가떨어지자 소식은 대번에 조직의 보스에게 전달되었다.
“하, 그 자식은 왜 져서는.”
약해졌다 싶으면 하극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밟고 올라서려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행동대장으로 있다고 해도 한물 갔다 싶으면 갈아 치우기도 한다.
다른 행동대원들이 소식을 듣고 일반인에게 진 야마모토 타로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지금 어디 갔어?”
“오코노미야키 먹고 있습니다.”
“금방 간다. 잡아둬.”
“네.”
조직의 보스 우에하라 켄이치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으로 달려갔다.
“어이, 친구들.”
강지건과 야마모토 타로가 묵묵히 음식을 먹으며 맥주를 즐기는 걸 보며 다가갔다.
“여기 이 친구는?”
“야마다 타로.”
“오오, 둘이 이름이 같군.”
털썩.
우에하라 켄이치는 바로 빈자리에 앉았다.
“내 돌려 말하지 않겠는데. 너 때문에 지금 문제가 생겼다.”
“죄송합니다.”
야마모토 타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왜 붙은 건데?”
“내가 붙자고 했으니까.”
강지건이 히죽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한구레인가?”
“아니, 이런 사람.”
명함을 보자 태도가 변한 우에하라 켄이치.
“아니 좋은데 다니시는 분이셨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야쿠자들을 비롯한 일본의 음지 세력들 사이에서 레알핑크는 혁명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망해버릴 걸 염려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리얼돌과 연결된 VR 게임.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리얼리티는 상승하게 될 것이고 성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 오게 될 테니까.
이제 걸즈바 같은 곳을 가는 대신 VR 게임을 하며 리얼돌과 뒹구는 쪽을 선택할 사람이 늘어나게 될 전망이었다.
우에하라 켄이치도 해보았다.
너무나 퀄리티가 좋았다.
여자와 진짜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VR AV가 더욱 발전하게 되면 성산업을 게임 회사에 빼앗기게 될 전망.
이 때문에 이쪽으로 사업을 넓히려고 많은 야쿠자 조직들이 움직이고 있기도 했다.
성매매와 성인 게임의 중간에 위치한 것이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시로켄카이의 우에하라입니다.”
명함을 건네며 곧바로 사업가들의 미팅과 같은 분위기를 뿜어냈다.
조금 전까지 살짝 건들거리던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사업 얘기라면 지금 하고 싶지 않은데.”
“아, 그러십니까? 그럼 대접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음, 좋지.”
강지건은 거절하지 않았다.
우에하라는 강지건의 건방진 행동에도 실실 웃었다.
현재 상대는 일본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회사의 직원이었다.
내부에 인맥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접대문화가 엄청나게 발전한 일본이었다.
“더 좋은 곳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너무 고급은 부담스러운데. 고급 음식을 입에 대고 싶지는 않아.”
“아, 그러십니까?”
돈 앞에선 자존심이고 뭐고 없다.
일본의 야쿠자들은 많은 사업 분야에 진출하며 양성화에 주력하고 있었다.
조직 자체가 국가에 등록되니 양성화를 하지 않으면 사실 굉장히 어려워진다.
사업가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는 이유였다.
레알핑크의 돌풍에 숟가락만 올려도 상당히 짭짤한 수익이 예상되었다.
보유하고 있는 AV 업체의 여자들을 출연시키며 중간에 이득을 챙기기만 해도 엄청날 것으로 보였다.
돈을 듬뿍 벌어들이면 상부 조직에 더 잘 보일 수도 있고 어쩌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자존심 따윈 던져버렸다.
“그럼 혹시 여자는?”
“흠, 여자보다는 사람 좀 패고 싶은데. 이 친구는 패는 맛이 없어서.”
야마모토 타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디 죽어라 패도 되는 놈 없나?”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에 우에하라 켄이치는 기회임을 느꼈다.
‘약점 잡을 수도 있겠는데?’
사람을 패는 모습을 찍으면 협박이 가능했다.
회사에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정보를 빼낼 수도 있었다.
물론 이런 일들은 말이 안 통할 때나 동원하는 수법이다.
“근처에 좀 악질적인 녀석들이 있긴 하죠.”
“그래? 말해 봐.”
“찾아드릴까요?”
“그건 됐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누군지. 어디가면 찾을 수 있는지 말해봐.”
정보를 얻은 강지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놀고 올 테니까. 다음은 라면집이나 하나 알아봐줘.”
“애들하고 함께 가시는 건?”
“약점 잡고 싶어서 그러지? 그러지 않는 걸 추천해.”
“하하, 아닙니다.”
강지건이 나갔다.
그러자 조금전의 비굴하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변했다.
“대체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군.”
“미친 놈인 것은 확실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저런 놈이 속한 회사라니 보통 회사는 아니겠지?”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어딘지 몰라도 일단 알아내는 게 중요해.”
우에하라 켄이치는 자신의 상부 조직인 켄진카이에 보고를 올렸다.
“흐흐흐흐.”
“제발 보내주세요.”
“아니, 왜 그래? 잠깐 얘기 좀 하자는데.”
장시옌은 음흉하게 웃으며 오돌오돌 떠는 여자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오늘 나랑 어때? 응? 재미있게 해줄게.”
플라잉소드.
유치찬란한 이름 같지만 인근에서는 악명을 드높이기 시작한 불량 청소년 갱단이었다.
멤버들은 중국인 출신들이었다.
칼이나 망치 혹은 도끼를 들고 설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제발.”
여자는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했다.
‘괜히 지름길로 와서는.’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다 서둘러 집에 가는 길이었다.
좋아하는 티비 프로를 보려고 급한 마음에 지름길을 택한 것이 실수.
평소에는 낮에만 사용했던 지름길은 밤이 되자 갱이 나타나는 곳으로 변했다.
더구나 플라잉소드는 최근에 나타나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잘 알지 못했던 것이 화근.
시간을 대충 보내던 플라잉소드에게 걸리게 된 전말이었다.
“왜? 내가 싫어?”
“아뇨, 제발 보내주세요. 흐흑.”
“아니 왜 울리고 그래? 나쁜 놈이잖아?”
주변의 멤버들이 놀리자 장시옌은 더욱 음흉하게 웃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제발.”
여자는 온힘을 다해 몸을 비틀며 벗어나려 했지만 거친 손은 가슴을 농락하다 아래로 향했다.
“뿅 가게 해줄게. 오늘 밤은 나랑 함께. 오케이? 오케이!”
혼자 묻고 답하다 옷을 잡아뜯었다.
그 순간.
“이야, 그림 좋네.”
강지건이 나타났다.
“뭐야?”
“어이, 아저씨. 괜히 끼어들지마. 다쳐.”
“크크크, 그래. 이런 것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지. 역시 일본이라 리얼하네.”
터벅터벅.
오코노미야키 가게를 나선 강지건은 바로 플라잉소드가 위치한 곳을 찾아왔다. 사실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름을 알게 된 순간 네트워크로 위치 추적해서 폰의 위치를 파악했다.
“하 진짜.”
장시옌은 웃긴다는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멤버들에게 밀었다.
여자는 도망가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