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226화 (226/353)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방황

몇 번이고 강지건에 대한 도발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급기야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 강지건의 부모. 아직도 시달린다.

- 라다, 그녀의 이중성.

강지건은 물론 라다까지 건드려버렸다.

라다가 채권을 가지고 강지건의 부모를 괴롭힌 일을 기사화한 것이었다.

이미 사정을 아는 이들은 그냥 넘어갔지만 강지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욕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작을 땐 별 힘도 없고 금방 묻히지만 계속해서 장작을 넣으면서 언론이 목소리를 높이니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욱 활개를 치고 다녔다.

“한국 사업 접을까?”

“신중하게 생각하세요.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가기 힘들어져요.”

“그렇지.”

나중에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서 망설이는 게 아니었다.

“한국을 떠나는 순간 지구에 대한 애정이 식을 수 있어요.”

라다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그래, 그럴 수도.’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자체가 강지건을 지구에 묶어두고 있었다.

미국이라고 해봐야 외국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

더 좋은 세상, 자유롭게 활동할 세상이 있는데 굳이 지구에서 힘을 숨기고 지내는 이유는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강지건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한국 국적을 버리는 순간, 지구에 대한 애착이 확실히 줄어들 것임을.

‘아직은 아니야.’

한국에서 벌인 사업체들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만들어두었던 조직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른 세계로 본사가 이전되는 것처럼 옮겨가는 것 뿐.

지구에서의 사업만 막힐 뿐이다.

“라다 엔터테인먼트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미국으로 이전해.”

“출판사도 옮길까요?”

“아, 그건 어떻게 되고 있어?”

“소규모지만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 출판사는 남기고.”

소규모라고 했지만 강지건의 다른 사업들에 비해 소규모지 돈을 꽤 잘 벌고 있었다.

“검녀 헬스클럽은 어떻게 할까요?”

진매령의 질문에 강지건은 웃었다.

“미국으로 이전해.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네.”

진매령은 바로 움직였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오나 보자고.”

강지건은 자신을 노리고 작업을 치던 자들이 어떻게 몰락하나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검녀 헬스클럽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 미국으로 이전합니다.

안내문은 간단했다.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죄다 무시당했다.

진매령은 미국인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 것을 두고 뭐라 할 순 없었다.

더구나 미국 상류층에서는 진매령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검녀 헬스클럽을 이용하고 싶으면 미국으로 오세요. 그리고 자꾸 그 분을 번거롭게 했다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결국 돈 많은 사모님들은 미국으로 달려갔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까지 움직이는 파워가 있는 검녀 헬스클럽이었다.

클럽의 멤버들은 진매령의 결정에 모두 찬성했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동안 강지건에 대한 비난 여론 조성 작업이 중지되었다.

몇몇 눈치 없는 자들이 계속 이어나가긴 했지만 메이저급 언론사와 미디어들은 모두 중지되었다.

댓글 업체들도 관련 작업에 대한 입금이 멈추자 작업을 그만두었다.

기사와 댓글 생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 일로 인해 강지건에 대해 작업하던 관련자들은 좌천당하거나 옷을 벗게 되었다.

지건 소프트도 미국으로 이전했다.

명목은 미국 진출이지만 한국에서의 사업을 축소해버렸다.

심의 과정에서 자꾸 태클을 걸자 아예 접어버렸다.

애초에 강지건에게 있어 지구에서의 사업은 재미있는 놀이 혹은 취미에 가까웠다.

정말 돈을 벌고자 했다면 안틸로프인들에게 다 맡겼을 것이다.

그 편이 확실하게 이윤을 뽑아내는데 특화되어 있으니까.

미숙한 경험과 잘 안 돌아가는 머리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해보며 성취감을 느끼려 했을 뿐이었다.

> 아, 갑자기 국뽕이 식는다

> 국뽕이 유출됐더

> 잃어버린 내 뽕 어떻게 할 거야

> 욕하던 놈들 저주한다

강지건의 사업체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전되었다.

아울러 강지건은 미국에서 돌아오지도 않고 있었다.

딱히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메리칸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 이러다 미국인 되는 거 아냐?

> 병역기피?

> 멍청아 병장으로 전역했는데 뭔 병역기피야

> 아 욕하고 싶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여전했지만 이제 슬슬 실드를 쳐주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은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강지건의 팬클럽이었다.

한국 팬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미국팬들이 가입했다.

팬클럽의 게시물은 점점 외국어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 여기가 한국이냐 외국이냐?

> 난 죽어도 여기서 죽을 거야

끝까지 남은 한국 팬들은 외국 팬들과 소통하며 우정을 쌓았다.

외국인과 교류하기에 딱 좋았다.

더불어 외국어를 연습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번역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한 번씩 자기가 한 말을 번역한 게 맞는지 확인하면서 머릿속에 남는 것들이 있었다.

자주 하다 보니 점점 외국어에 익숙해졌다.

친숙함이 거리를 줄이고 외국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다.

괜히 외국어 빨리 배우려면 애인을 만들거나 취미를 통해 배우라고 한 게 아니다.

어쨌거나 강지건의 팬클럽에서 한국인은 상당히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이에 팬클럽 회장인 윤경미도 결국 출국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떠나기 전에 자식에게 연락해 용돈을 주었다.

자신에게 관심 없고 매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자식이었다.

“용돈 보냈어.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어.”

“그래, 엄마 간다.”

“어.”

통화가 끊어졌다.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너무나 젊어진 모습에 이질감을 느낄까봐.

‘물어보지도 않네.’

윤경미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강지건의 영상을 찾아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변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젊어진 모습에 대한 질문 따윈 하나도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니 알면서도 안 물어본 건지 아니면 관심 없어서 그냥 넘어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윤경미는 점점 마음의 짐을 덜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 잘 살아라.’

서로 갈 길 가자는 식으로 마음이 정리되고 있었다.

자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금전적 도움은 주겠지만 그 이상은 이제 생각이 없었다.

‘나도 드디어 미국 생활.’

윤경미는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포털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미국에 갈 수 있었지만 출입국 기록을 남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길고 긴 비행은 지루했지만 기다림 끝에 보상이 있었다.

“웰컴 투 아메리카.”

“보고 싶었어요.”

윤경미는 마중 나온 강지건의 품에 안겼다.

나이 많은 아줌마지만 외모는 이제 10대 후반 소녀와 같은 윤경미였다.

“정말 놀라웠지요.”

“아마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겁니다.”

“그거 위조 아닙니까?”

“절대 아닙니다. 한국에서 여권 새로 발급 받을 때 제가 모든 것을 직접 다 확인했습니다. 본인이 확실합니다.”

윤경미의 존재는 미국 상류층에서도 화제였다.

공항에서 보여준 모습은 10대 소녀의 것이었다.

아이까지 낳은 중년 여성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았다.

“젊었을 때의 모습을 되찾았죠. 아니, 그때보다 더 좋아졌다고 할까요?”

“병원 기록을 모두 뒤져봤습니다. 정말 깨끗했습니다.”

“시술 받은 게 아니라면 비밀 시설을 이용했다는 말 밖에 안 되는데.”

“아직도 의심하는 겁니까?”

“너무 믿기지 않으니까.”

“이해합니다.”

사람이 젊어졌다.

수명이 늘어났는지는 몰라도 희망이 보였다.

더 오래 살고자 하는 욕망에 불이 붙었다.

그렇기에 미국 상류층 인사들은 강지건과 진매령에게 더욱 극진한 대접을 했다.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 싶은 사람들일수록 더욱 심했다.

젊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손에 넣고 힘을 빼앗고 싶어 했지만 나이든 이들은 달랐다.

죽은 다음에 자식이 힘을 얻는 것보다 그냥 자신이 오래 살면서 힘을 얻는 게 더 좋다.

무엇보다 인내할 줄 알았다.

“젊은 것들 단속 좀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설치지 못하게 하죠.”

“이사직에서 해임 시킬 겁니다.”

다들 한 마디씩 하며 다시 재작업에 착수했다.

원래는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오랜 시간에 걸쳐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걸 다시 역으로 되돌려 놓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재산이 곧 권력이니까.

“그나저나 정말 어떻게 하면 젊어질 수 있을지.”

“일단 한 번 초대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해봅시다.”

노인들이 연회를 열었다.

연회에 초대된 강지건과 진매령은 면면을 살펴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나?”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요.”

진매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강지건의 팬클럽 회장인 윤경미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네.”

“그녀와 같은 외모를 원하시는 건가요?”

“그것보다 그녀는 정말 젊어진 건가? 모습 그대로?”

진매령은 강지건을 바라보았다.

허락을 구하는 눈빛.

이를 본 노인들은 다들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강지건과 진매령의 관계가 아니었다.

“음, 정말 10대의 몸이 되었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노화된 몸이 그대로인 것도 아니에요.”

강지건의 허락이 떨어지자 설명이 이어졌다.

“미인공과 육문공이란 무공이 있어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익히면서 효과를 본다면 윤경미처럼 될 수 있긴 해요. 하지만 문제는.”

“문제는”

“미인공을 익히기 위한 재료 생산이 그리 쉬운 건 아니란 거죠. 아울러 육문공까지 하려면 더더욱.”

“어떻게 안 되겠나?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보게.”

불가능한 게 아님을 알게 되자 다들 불타올랐다.

“지금은 딱 10분. 10분에게 윤경미와 같은 효과를 보게 할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물론 무공을 익히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되지만.”

“그게 진짠가?”

“네.”

확답을 받자 휠체어에 앉아있던 노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나부터 안 되겠나?”

“저야 해드리고 싶지만 다른 분들 생각이. 제가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 수고까지 끼치지 않겠네.”

노인들은 자기네들끼리 순서를 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보상은 얼마면 되나?”

“돈만 생각했다면 여러분의 사업을 요구했겠죠. 하지만 저와 여기 회장님이 원하시는 건 그리 많지 않답니다. 자유로운 생활이죠. 아, 그리고 사업체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회장님 취미라서요.”

“회장님?”

“네, 제가 지건 그룹의 회장 강지건입니다.”

강지건은 담담하게 자신의 비밀 하나를 풀었다.

“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니고?”

“제가 회장 맞습니다. 믿는 것은 여러분 자유입니다.”

위장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위장이 아닐 수도 있었다.

노인들은 혼란스러웠다.

“어쨌든 그럼 돈은 필요 없다는 건가?”

하지만 회춘 욕망 앞에 강지건의 정체에 대한 호기심은 너무나 미약하기만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