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방황
조사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국방부에 바람을 넣어 강지건에게 접근하게 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국방부에서 나왔습니다.”
스위스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호텔을 나설 때 마주쳤다.
“잠시 얘기 가능하시겠습니까?”
“가.”
“네?”
“가라고. 바빠.”
강지건은 그냥 지나쳤다.
“저기 강지건씨.”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고.”
무슨 목적으로 왜 접근했는지 다 알고 있는 강지건에게 국방부 직원은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지금 대화에 응하지 않으신다면 이후 불이익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뭐?”
“대화할 마음이 생기셨나요?”
국방부 직원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강지건은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여기 한국 국방부 직원이란 인간이 와서 갑자기 불이익 운운하면서 협박하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유창한 영어.
강지건이 전화를 건 곳은 CIA 본부였다.
“그냥 가만히 계십시오. 처리해드리겠습니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한 남성이 다가와 국방부 직원 앞에 섰다.
“우리랑 얘기 좀 합시다.”
현재 강지건은 보호 및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방부 직원의 접근은 CIA도 알고 있었지만 강지건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방치한 것이었다.
다른 정보기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 어떤 커넥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지켜보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니 치워버린다.
숟가락 든 놈들이 적을수록 먹을 게 많아진다.
국방부 직원은 별 말 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강지건이 국방부 직원을 쫓아낸 뒤, 국정원 내부에서는 강지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굉장히 이기적인 성격입니다.”
“아무래도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레일건 기술에 접근하고자 하는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
“사이가 안 좋습니다. 아직도 라다 갈킨을 이용해 자기 부모를 괴롭히고 있는 놈입니다.”
“애국과는 거리가 먼 성격입니다.”
“감정보다는 돈을 제시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돈이요?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강지건을 강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한국 사업을 흔들어보는 게 어떻습니까? 아니면 명성에 먹칠을 하거나.”
“여자를 이용한 공작을 하자는 겁니까?”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고 범죄자로 만들면 다루기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정치인도, 재벌도 성범죄에 연루되면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한 방에 훅 가버린다.
가진 권력으로 버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피해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봅시다. 강지건이 기술자입니까?”
“아뇨.”
“부자였습니까?”
“아뇨.”
“사실 강지건 개인만 놓고 보면 별 볼 일 없습니다.”
프로게이머에 유명한 가수라는 사실은 회의를 주관하는 이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라다 갈킨, 진매령, 야은설. 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십니까? 정보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겁니다.”
시스템 상에 존재하고 있지만 파고 들어가면 아무 것도 없었다.
예를 들어 라다 갈킨이 졸업했다는 학교에 가면 기록은 있다.
하지만 함께 학교에 다녔을 졸업생들은 라다 갈킨을 몰랐다.
졸업 앨범에 사진도 없었다.
진매령과 야은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직장에 관한 기록도 없다.
그야말로 유령이었다.
과거가 없었다.
“증인보호 프로그램 같은 거 아닐까요?”
“과연 그럴까요?”
“문제가 있다면 미국에서 그냥 두고 볼까요?”
“미인공 화장품의 기술과 원료를 손에 넣은 것도 아닌데 움직이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강지건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배후입니다. 그냥 얼굴 마담으로 세워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건 이 안틸로프사입니다. 이곳을 캐야 합니다.”
“그럼 안틸로프사에 대한 추적을 해봅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지건의 지건 소프트의 서버가 해외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소를 보면 위치가 이상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주소로 나옵니다. 지건 소프트도 조사해봐야 합니다.”
강지건에 대한 조사는 멈췄지만 그 배경을 캐내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었다.
시시각각 조여드는 감시의 끈.
감시자들은 더욱 범위를 좁히며 강지건과 관련된 사업체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 허나 강지건은 여유롭게 놀고 있었다.
무왕계의 한 무인도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다.
“나 어때요?”
“좋아.”
누드비치 파티.
마에다 사토미를 비롯해 일본 출신 AV 배우들과 타임걸스 멤버들이 함께 뒹굴고 있었다.
모래사장 위에 엎드린 나신 위로 파도가 덮친다.
찰랑거리는 파도가 엉덩이에서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나신들을 계속해서 덮치는 파도.
부서지는 파도.
해맑은 미소와 햇살과 물로 인해 더욱 반짝이는 나신.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즐거운 풍경을 즐기며 강지건은 몸을 일으켰다.
쑤욱.
해변의 섹스가 시작되었다.
해변의 왕자는 해변을 지배했다.
푹팍퍽푹.
하나로 엉긴 나신 위로 파도가 부딪쳐 부서진다.
“흐앙!”
“하앙!”
“이힝!”
골고루 돌아가면서 찌르고 또 찌른다.
조개껍데기를 수집하기 위해 조갯살을 파먹는 무지막지만 대물이다.
짜디 짠 바닷물 냄새가 음란한 조개향기를 집어 삼킨다.
바닷물에 절여지며 조개는 부르르 부르르.
조개들을 모두 씹고 뜯고 맛보고.
시원하게 즐긴 뒤, 강지건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숨을 쉬지 않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도 강지건은 평온하기만 했다.
빛이 점점 줄어들며 어둠이 주변을 감싼다.
빠직.
뇌전을 일으키자 빛이 난다.
주변에 전류가 흐른다.
지나가던 물고기 하나가 감전되어 기절한다.
꽤 큰 놈이라 녀석을 잡은 강지건은 계속 바닥을 탐험했다.
그러다 침몰한 배를 보았다.
안을 수색하니 사람의 뼈도 나왔다.
‘뭐가 있을까나.’
여기저기 뒤져보는데 상자들이 보였다.
‘뭐가 들어있을까?’
호기심에 상자들을 건져냈다.
기절했던 생선은 지나가던 상어에게 간식으로 던져주었다.
“그게 뭔가요?”
“아래 내려가니까 있더라고.”
그냥 심심풀이로 탐색한 번 해본 것이었다.
우연히 침몰한 배를 발견했고 안에서 나무 상자들을 가지고 나왔다.
꽤 큰 나무 상자.
열자 썩은 내가 진동한다.
“곡식을 담았던 상자 같네요.”
“흠.”
이래저래 뒤져보던 강지건은 실망했다.
“허탕이네.”
“후훗,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더 달콤하죠.”
“성공. 성공. 그리고 더 큰 성공을 해도 달콤해.”
“그런 분이 딕스까지 가셨어요?”
“그래.”
강지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억지 한 번 부려봤다.
‘좋네.’
사실 대박이 나건 안 나건 상관은 없었다.
그냥 재미로 한 탐사니까.
“어? 이건 뭘까요?”
그때였다.
상자 안을 살피면 아오키 린이 뭔가 집어들었다.
작은 상자였다.
“줘봐.”
상자를 받은 강지건은 조심스레 열었다.
안에는 약병이 하나 들어있었다.
“이게 뭘까?”
사진을 찍어 네트워크에 올리니 금방 대답이 돌아왔다.
“병의 양식으로 보아 검문의 영양으로 추정됩니다.”
“검문?”
“네, 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집단으로 오래 전에 여러 갈래로 갈라진 문파입니다.”
이제는 망해버린 문파의 영약.
“이거 가서 조사해보라고 해.”
“네!”
굳이 바로 먹을 이유는 없었다.
‘복제해서 대량 생산해야지.’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안틸로프에는 유전자구조까지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존재했다.
먹지 못하는 쓰레기를 빵으로 바꾸는 수준이었다.
물론 쓰레기를 빵으로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기술과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그냥 농사지어서 밀을 수확한 뒤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빵을 만드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 입수했던 것들을 아직 그대로 두었네.’
강지건은 문득 떠올렸다.
무왕계에 와서 검마와 천마를 죽이고 얻은 것들을.
‘검마의 옥. 천마를 잡으면서 얻은 비급들.’
생각이 나자 바로 움직였다.
시간이 많고 여유가 생기니 슬슬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강지건은 해변을 벗어나 관리실로 향했다.
“이거 조사는 해봤어?”
“검마를 잡고 얻은 것이군요. 조각상에는 무공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
“네, 광검결이라는 것입니다.”
빛의 검의 구결.
조각상에서 읽어낼 순 있었지만 뜻은 애매모호했다.
수수께끼를 풀어야 했으니까.
“이거 인공지능이 풀 수 있을까?”
“일단 입력해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은 바로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해석을 무조건 믿을 순 없었다. 데이터가 불완전했으니까.
직접 익혀보기 전에는 정말 맞는지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
“익혀보지 뭐.”
보통 사람이라면 무공을 익히다 잘못되면 큰 화를 입게 된다.
반면 강지건은 큰 문제가 없었다.
무공으로 인해 내상을 입어도 그냥 치유가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제가 먼저 익혀보면 안 될까요?”
중간에 야은설이 나섰다.
“그럴래?”
“네, 제가 익혀볼게요.”
“그럼 그렇게 해.”
야은설에게는 검마에게 얻은 광검결을 넘겼다.
반면 천마에게서 얻은 비급들은 진매령과 델 그리고 용희에게 넘겼다.
“나도 무공 익혀본다.”
용희는 서번트가 된 이후에 꾸준히 일했다.
침식도가 낮은 세계들은 용희의 밥이었다.
“좋아. 익혀보고 괜찮으면 말해줘.”
‘포인트로 익히면 금방이지만 참아야지.’
뭐든 포인트에 의존해 금방 익혀버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제 강지건에게 무공을 익히는 것은 심심풀이 수준으로 전락해버린 것이었다.
‘그나저나 압박은 어떻게 할까?’
강지건은 여유를 두고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대처를 생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