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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헛다리를 거하게 짚었네.’
모든 사태를 지켜보며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괴로워해라.’
관심은 곧 끊겼다.
‘날씨가 좋아.’
현재 있는 곳은 비행장이었다.
“헤이! 하늘을 날 준비는 됐나?”
“물론.”
비행기를 타러 왔다.
보통 비행기는 아니다.
전투기였다.
F-14 톰캣.
영화에도 나온 전투기였다.
“가자고!”
전투기라고 하지만 모든 무장과 관련 시스템은 제거된 것이었다.
탑승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륙했다.
빠른 속도로 이륙한 전투기, 강지건이 하는 건 그저 중력을 느끼는 것이었다.
파일럿은 기동의 난이도를 조금씩 올렸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평범한 인간은 버티기 힘들어진다.
전투기를 타다가 블랙아웃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강지건은 멀쩡했다.
여유로웠다.
“괜찮나?”
“오케이.”
탑승할 때 주머니에 넣어온 껌을 꺼내 씹기 시작했다.
풍선을 불면서 하늘을 보았다.
“롤러코스터보다는 낫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와 비교하는 강지건의 말에 파일럿은 피식 웃었다.
“좋아! 그럼 더 난이도를 올린다!”
“오케이.”
점점 난이도가 올라갔지만 강지건은 여전히 여유롭게 껌을 씹고 풍선을 불었다.
“최고 속도는?”
“간다!”
최고 속도로 급상승한다.
그러다 한계 고도에 다다랐다.
“흐음.”
순간 엔진을 꺼트리며 이리저리 회전하며 낙하하는 전투기.
“고장은 아니겠지?”
“왜? 겁나나?”
“고장이면 탈출하려고.”
“아니야! 그거 건들지 마!”
파일럿이 겁을 주려고 장난을 친 것이었다.
다시 엔진에 불이 들어오며 안전하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안 무서웠나?”
“별로. 고장 났으면 탈출하는 거지 뭐.”
우주에서 엄청나게 몰려드는 적들을 향해 뛰어들며 전투를 벌였던 강지건에게 전투기 기동 같은 것은 별 자극이 되지는 못했다.
“정말 대담하군.”
“내가 좀.”
전투기는 어느새 활주로에 착륙했다.
“다음에 또 어떤가?”
“음, 그냥 스카이다이빙이 더 나을 것 같아.”
“그런가?”
이후 바로 준비된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하늘로 올라간 강지건은 스카이다이빙을 했다.
낙하하며 공기를 느낀다.
짜릿했다.
낙하산이 안 펼쳐지면 죽은 목숨.
하지만 낙하산은 잘 펼쳐졌다.
펄럭.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강지건은 세상을 눈에 담았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네.’
> 영상 봄?
> 봄
> 강지건 전투기도 타보고 출세함
> 돈 많이 벌었잖음.
전투기를 타며 찍었던 것이 위튜브에 올라왔다.
어마어마한 기동을 하는 와중에도 평온하게 껌을 씹으며 풍선을 부는 모습이 세계에 퍼졌다.
> 전투기 조종 훈련이라도 받은 건가?
> 저 정도면 그냥 타고 난 거 아닌가?
> 그나저나 스카이다이빙 재미있겠다.
> 돈 있으면 당신도 가능
하늘과 관련된 레저 활동들은 비싸다.
> 다음에는 윙슈트 플라잉을 해본다던데?
> 오오, 드디어 도전하는 건가?
> 거 위험하지 않나?
> 위험하지. 죽는 사람 꾸준히 나오고.
> 진짜 미친 거지. 비싼 돈 내고 목숨 걸고
윙슈트 플라잉.
멋져 보인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반대로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는 인식도 만만치 않았다.
사망 사고도 꾸준히 일어나는 레저 활동.
> 돈 내고 복어 먹는 것도 미친 짓 아닌가?
> 하긴
복어 먹고 죽는 사람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먹을 사람들은 먹는다.
> 야, 따지고 보면 술하고 담배도 미친 짓이야.
> 맞음. 술 때문에 죽고 깜방가고 별 일 다 있지
> 담배 피우다 암 걸려 죽는 사람들도 있지
찬반여론이 팽팽했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같은 것을 두고도 생각이 갈린다.
어쨌거나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 특히 모험적인 성향이 강한 이들은 강지건의 행동에 호기심을 보였다.
알프스 상공.
한 대의 비행기가 유유히 날고 있다.
후방에 문이 열려있고 남자들이 날다람쥐 같은 옷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윙슈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날다람쥐를 모방한 옷이다.
커다란 날다람쥐들이 뛰어내리기 전에 흥분해서 대화중이었다.
“시청자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중계를 시작하겠습니다. 집중해야 하니까 할 얘기는 별로 없고 잘 보세요. 어쩌면 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길한 말을 남긴 뒤, 뛰어내린 강지건.
이어서 다른 남자들도 함께 뛰어내리며 중계를 시작했다.
강지건과 함께 비행하겠다며 달려온 이들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욱.
몸을 접고 떨어진다.
빠른 속도로 탄환처럼 떨어지고 있지만 강지건은 여유로웠다.
애초에 전투기의 고난이도 기동도 버텼던 몸이다.
낙하산을 깜빡 잊고 그냥 뛰어내렸으면 모를까 낙하 정도에 겁을 먹을 이유는 없었다.
물론 강지건은 그냥 뛰어내리는 정도에 죽을 일도 없었지만.
위험을 느끼지 못하니 스릴은 적다.
그냥 동네 산책하는 기분이다.
“이제부터 에일러론 롤을 해보겠습니다.”
강지건은 사지를 펼쳤다.
활강이 시작되었다.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지만 낙하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에일러론 롤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행기와 달리 추진력이 없으니 롤을 하는 중간에 훅하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어엇!”
중계를 위해 찍던 사람들은 다들 놀랐다.
그러나 금방 균형을 잡은 강지건은 계속 활강을 이어나갔다.
“음, 역시 추진력이 없으니 어렵네요. 이제는 저 곳을 지나가보겠습니다.”
강지건은 계속 활강을 하며 위험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 쪽에 바짝 붙는 것이었다.
이런 비행은 사실 사전에 어느 정도 조사가 필요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곳으로 뛰어내리면 잘못하면 벽에 부딪혀 죽을 수 있으니까.
정보를 알고 뛰어내려도 실수해서 부딪혀 죽는다.
새들이 날다가 빌딩 유리창에 머리 박고 떨어져 죽는 것처럼.
> 으으으으으
> 아니 이게 지금
> 허어어어어얼
산에 붙으니 속도가 실감날 정도로 빨라졌다.
더구나 VR로 시청하는 이들은 아찔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단순히 시각 정보일 뿐이었지만 감각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
> 웩.
> 어지러움
문제는 이러한 감각이 멀미를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
VR 멀미는 VR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FPS 게임을 하면 멀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FPS를 하게 되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게임을 오래 하면 할수록 짜증이 쌓인다.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아프다.
멀미가 심한 경우도 있다.
> 유야호오오오오오
> 워야호오오오오오
반면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마어마한 스피드 활강.
비행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펄럭.
낙하산을 펼치자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 으아 간 쫄아들었다
> 간조림
> 쫄? 어 쫄.
> 왜 이런 걸 비싼 돈 주고 하는 거야?
> 그게 바로 사치
> 목숨 건 사치
강지건의 도전은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알프스에서 뛰어내린 뒤에는 스위스에서 다시 산을 타고 올라가 컵라면을 먹은 뒤 퐁듀를 만들어 먹었다.
이후에는 시계 쇼핑을 했다.
“사지는 않고 보기만 하겠습니다. 전 돈이 없거든요.”
> 기만
> 그만
인터넷 방송을 하며 그렇게 지내는 도중이었다.
갑자기 한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강지건. 어떤 녀석이지?”
“숨기는 게 참 많은 놈입니다.”
프로게이머 겸 세계적인 가수일 때는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지건의 사업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게임 회사에서 게임을 선보였을 때는 크게 주목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NFT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를 런칭한 이후에는 관심이 집중되었다.
국정원은 물론 국세청에서도 주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자산이 돈세탁에 쓰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비밀스러운 집단의 활동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레일건 기술을 가진 회사를 설립한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정치인들이 강지건을 끌어들여 덕을 보려고 간을 보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 내부에서는 강지건의 회사와 거래해 레일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어쨌거나 뒤를 캐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캐다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페이퍼 컴퍼니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더욱 추적하기 시작했다.
외부 세력과 연결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 것.
“외부 세력과 결탁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안틸로프사라는 곳이 제일 의심스럽습니다. 여러 방면에 걸쳐 있습니다. 아울러 일본쪽 자금과도 엮인 흔적이 있습니다.”
“흠, 어떻게 생각하나?”
“그쪽하고 뭔가 교감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비밀스러운 집단이 암약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이익을 위해서 국적에 관계없이 여러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투자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못한다.
“더 조사해봐.”
“저, 그것이...”
“왜?”
“미국에서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서.”
미국에서 조사에 태클을 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