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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음, 계속 추적자가 붙네.’

힘을 가지게 되니 사람들은 주목한다.

빼앗고 싶은 사람.

자신이 휘두르고 싶은 사람.

질투하는 사람.

수많은 사람들이 강지건을 주목하며 조심스레 뒤를 파고 있었다.

강지건과 연결된 이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것이 확인되니 이목이 자연스럽게 쏠렸다.

“어떻게 할까요?”

라다의 질문에 강지건은 간단히 답했다.

“일본 AV 업체 사장이 야쿠자랑 연관이 있다지?”

“네.”

“그 야쿠자 두목이 죽으면 어떻게 돼?”

“아무래도 다른 조직에 흡수될 겁니다. 물론 사장은 자리를 내놔야겠죠.”

“그럼 그렇게 해.”

살인 지시가 내려오자 레알핑크의 사장인 마에다 사토미가 잽싸게 나섰다.

“제가 할게요!”

“그래, 그럼.”

대답은 금방 나왔다.

마에다 사토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장비를 보았다.

안틸로프인들이 개발한 은신복이었다.

은신망토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이것을 착용하면 카멜레온처럼 주변에 동화되어버린다.

가까이에서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무기는?”

“자동권총 소음기 그리고 아음속탄.”

“여기.”

무기와 총알을 챙기며 마지막 준비가 끝났다.

“잘 다녀와.”

사토미는 유유히 침투했다.

자신이 발각된다고 해도 밖에서 대기하는 서번트를 믿는 것이었다.

사실 서번트가 일을 하면 금방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은 사토미에게 주어진 것.

‘나도 서번트 할 거야.’

강지건을 위해 살인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서번트가 될 수 없었다.

하나의 테스트였다.

서번트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으니 강지건을 위해 살인도 불사할 사람이 아니면 자리만 차지하는 낭비였다.

더구나 서번트 한 명에게 들어가는 포인트가 상당했다.

지금은 강지건이 어마어마하게 포인트를 벌고 있다고 하지만 초창기와 비교하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포인트였다.

‘할 수 있어.’

사토미는 주변을 보았다.

야쿠자 두목의 집에는 야쿠자들이 망을 서고 있었지만 아무도 사토미의 침입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당까지의 침투는 쉬웠다.

하지만 현관이 문제였다.

‘열면 발각될 텐데.’

기다린다는 선택지는 제외.

결국 사토미는 원래 세운 계획대로 권총을 뽑았다.

자동권총의 총구에는 소음기가 달렸다.

총알은 비싼 아음속탄.

아음속탄은 음속보다 느린 탄약을 의미했다.

총알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속도다.

아음속탄은 음속보다 느리기 때문에 소음을 덜 퍼지게 한다.

하지만 아음속탄은 결국 화력이 약하고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명중확률이 낮아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사정거리도 짧다.

하지만 은밀한 침투가 필요한 요원들에게는 안성맞춤인 무기라 할 수 있었다.

건물 내부에서는 교전 거리가 굉장히 짧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음기가 더해진다.

그것도 보통 소음기가 아닌 차단막식 소음기였다.

사토미는 은밀히 현관 근처에 앉아있는 야쿠자에게 다가갔다.

탁.

격발음이 새는 것까지는 막지 못한다.

하지만 총을 쐈다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만이 마당에 울렸다.

야쿠자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다.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달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응? 뭐지?”

“뭐야? 왜 문을 열고 안 들어와?”

거실에 앉아 있던 호위 중 하나가 일어나 다가오는 동안 사토미는 은밀히 안으로 들어왔다.

이후 빠르게 집안을 뒤졌다.

도중에 누군가 마주쳤다.

건장한 야쿠자.

한 손에는 빵을 들고 있었다.

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야쿠자가 쓰러졌다.

쓰러지는 소음에 이상을 느낀 야쿠자들이 달려왔다.

탁탁타악!

총을 쏘면 쏠수록 소음기의 차단막이 기능을 잃으며 소리가 더 커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몰라! 총이야!”

“뭐?”

피를 흘리며 죽은 이들 때문에 알아차렸다.

대번에 난리가 났다.

그 사이 사토미는 두목을 발견했다.

타악 타악 타악!

‘클리어.’

두목을 죽인 순간 포털을 통해 관리실로 들어갔다.

임무는 끝났다.

“수고했어.”

“저도 이제 서번트 될 수 있나요?”

“그래.”

강지건은 바로 사토미와 서번트 계약을 했다.

힘을 느끼게 된 사토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서번트의 힘이군요.”

“앞으로 잘 부탁해.”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주인님.”

“그럼 어디 서번트가 된 기념으로 맛을 봐야겠지?”

“서번트가 된 사토미를 얼른 이용해주세요.”

푸욱.

대물이 구멍을 찔렀다.

“햐욱!”

어마어마한 쾌락이 느껴졌다.

아울러 육문공이 자신의 몸을 바꾸고 있음도.

사토미는 실시간으로 자신이 빠르게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단숨에 절정에 올랐다.

절정의 계단을 밟아 오르며 한계를 계속 넘어섰다.

“햐악!”

‘너무 좋아!’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계단의 끝에는 강지건이 손짓하고 있는 환상이 보였다.

사토미는 빠르게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야쿠자 조직이 습격 받은 사실이 일본 뉴스에 떴다.

흉흉한 뉴스.

누군가 침입해서 총을 쏴서 죽인 것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정보는 경찰청 상부에 보고 되었다.

보통 사건이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보나?”

“야쿠자들의 영역 다툼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네, 다만 이런 일을 할 실력자를 작은 조직을 잡는데 썼다는 사실은 의문입니다. 정확한 정보가 없어 파악이 힘듭니다.”

“그렇단 말이지. 뭐 경고 같은 거 아니겠나?”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좋아. 그럼 그런 방향으로 수사해보자고.”

수사 지휘관의 보고를 받은 경찰청 간부 회의의 결론이 곧 수사 방침이 되었다.

수사 방침이 정해지니 수사관들은 방침에 맞춰서 수사를 할 뿐이었다.

방침에만 맞추다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해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방침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찍힐 뿐이니까.

덕분에 수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고 야쿠자 조직들을 족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쿠로구미.

일본의 대형 조직 폭력단에 난데없이 폭탄이 떨어졌다.

“그러니까 우리가 용의자라고?”

“그렇습니다.”

“미친.”

문제는 아카구미였다.

아카구미는 쿠로구미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대형조직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마에다 사토미.

아카구미의 산하 조직 중 하나가 바로 사토미가 박살낸 조직이었다.

의심은 자연스럽게 쿠로구미로 향하며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보통 경찰은 조직폭력단끼리의 싸움을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달랐다.

총기를 이용해 적의 산하 조직 하나를 박살낸 사건이었다.

그것도 보통 총기가 아니었다.

아음속탄은 비싼 것이었다.

사용 방법도 특수부대 작전을 방불케 했다.

은밀히 침투해 암살하고 튀었다.

범인의 흔적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샅샅이 뒤졌지만 머리카락 하나 나오지 않았다.

지문도 없다.

당연히 전문적인 자의 소행으로 보고 추적에 들어갔다.

이렇게 민감하게 구는 이유는 바로 일본 국회의원이 죽은 사건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상류층은 굉장히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쿠자가 총을 들고 날뛴 것이었다.

굉장히 신경 쓰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높으신 분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니 경찰청에서는 대대적으로 야쿠자 죽이기에 나선 것이었다.

“우리 돈 먹은 놈들 다 소환해!”

“아마 안 통할 겁니다. 더 위에서 내려온 오더라고 합니다.”

“썩을. 그럼 다 정리해서 일단 숨겨!”

본보기였다.

심란한 시기에 싸움을 벌여 높으신 분들의 마음을 어지럽혔으니 본보기로 하나 죽여버리겠다는 의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항해봐야 소용없었다.

조질 명분만 더 단단해질 뿐.

결국 재산을 숨기는 것이 최선이었다.

“대만으로 간다.”

“그럼 아카구미는 어찌합니까?”

“나중에 손봐줘야지.”

도망치는 쿠로구미의 두목은 복수를 다짐했다.

한편, 아카구미의 두목은 골치 아프단 표정을 지었다.

“이 놈들 뭔 짓하다 죽은 거냐?”

“모르겠습니다.”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은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미치겠네. 일단 쿠로구미 영역은 먹어둬.”

지시를 내린 아카구미의 두목은 골치아프단 표정이었다.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냐?’

야쿠자 조직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지주회사처럼 중심이 되는 최고 두목이 있는 대표 조직 밑에 여러 산하 조직들이 들어가 있는 형식이었다.

조직은 한 마디로 파벌.

그리고 이 조직들은 각자 사업 영역이 있었다.

AV, 술집, 사채, 건설업 기타 등등.

여러 방면으로 진출해 있었다.

물론 마약을 파는 조직도 있었다.

일본에서 야쿠자들은 마약은 안 한다고 외치고 다니지만 종종 산하 조직에서 마약 사범이 잡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땐 해당 조직을 파문하며 꼬리 자르기 식으로 대응한다.

그 놈들이 잘못한 거지 우린 몰랐다는 식.

암살 당한 조직은 AV 관련 조직이었다.

싸움과는 진짜 거리가 멀었다.

‘마약조직하고 얽힌 것도 아니고.’

분쟁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당한 것이었다.

‘미치겠네.’

하지만 미치는 와중에도 아카구미는 쿠로구미가 손 놓은 사업 영역을 파고들어 잡아먹고 있었다.

‘일단 먹고 보자.’

탐욕은 불안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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