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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여행
운하에 도착하자 수문 안쪽에 물이 차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이 빠지자 수문이 열렸다.
배가 들어가면 수문이 닫히고 물이 차올랐다.
이어서 앞쪽 수문이 다시 열렸다.
마치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점점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재미있네.’
높은 곳으로 올라간 뒤 물길을 따라 계속 이동했다.
이후 다시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것처럼 수문을 통해 내려갔다.
“여러분, 저는 지금 파나마 운하를 지나고 있습니다.”
> 와, 파나마까지
> 강지건이 출세해꾸나!
> 여러분은 지금 출세한 프로게이머를 보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에서 강지건은 국뽕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한 콘서트가 어마어마하게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뒤늦게 나온 VR을 통해 공연 현장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미 가본 이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기는 용도였고 가보지 못한 이들은 살짝 맛만 보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VR 기기 판매가 살짝 상승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는 VR 체험방이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의미한 판매 실적 상승에 눈이 뒤집힌 VR 제조사는 강지건의 콘서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여러분도 성공하면 저처럼 즐길 수 있어요.”
> 기만자!
> 기만!
> 기만그만!
> ㄱㅁㄱㅁ
> ㄱㅁㄱㅁ? 뭐야?
> 잘 모르면 ㄹㅇㅋㅋ만 치라고 친구들
> ㄹㅇㅋㅋ
인터넷 방송 한 방에 수십만명이 몰려들었다.
강지건과 함께 파나마를 바라본다는 생각에.
이런 것이 인터넷 생방송의 묘미였다.
“내가 사실 VR 카메라로 생중계 해보고 싶긴 했는데 서버가 버텨줄지 의문이라서 안 했어. 이해해주라.”
> 일해라!
> 센터 늘려!
> 하긴 이 방송만 해도.
VR 영상을 사용하게 되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면? 영상이 끊기는 정도가 아니라 방송이 그냥 다운될 위험도 있었다.
과부하가 일어나면 셧다운하게 된다.
보통 사람이 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슈퍼스타들이 한다면 영향력이 다를 수 있었다.
특히 현재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치솟고 있는 강지건이라면 더더욱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보통 연예인들과 다르게 강지건의 팬들은 인터넷에 매우 친숙했다.
신기술을 이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적응도 빨랐다.
강지건의 이러한 행보에 신이난 사람은 다름 아닌 로키스의 잭 피터슨이었다.
“후훗. 역시.”
강지건이 인터넷 방송을 켜자마자 엄청난 수의 유저들이 유입되었다.
이를 보고 받은 잭 피터슨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강지건이 가끔이지만 인터넷 방송을 틀어주는 것만으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록온의 주가는 쭉쭉 올라갔다.
당연히 록온을 소유한 로키스의 주가도 치솟았다.
주주들은 다들 잭 피터슨의 선견지명을 찬양했다.
강지건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업가였으니까.
이젠 아무도 강지건의 누드 NFT를 1100만달러에 산 것에 불만을 품지 않았다.
강지건 덕분에 록온이란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유저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했다.
돈.
유저가 더 많은 서비스일수록 가치가 더 늘어난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위튜브가 동영상 재생 사이트로서 위엄을 갖추고 있는 이유와 같다.
많은 사람이 보고 이용하니까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
“메타버스 준비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데이터 센터를 더 지어! 그리고 우리도 스타 링크에 투자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에 보다 발전된 전송장치를 설치하는 게 우선 아닐까요? 한두 대 올려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지.”
데이터 센터만 빵빵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어주는 회선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는 한두 푼 들어가는 사업이 아니었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 보내려면 엄청난 비용이 소모된다.
하지만 한 번 인공위성을 올려 보내면 이를 이용해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어쨌거나 유저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해. 서버를 더 늘리고 최소한 미국 안에서라도 우리가 최고가 되어야 해.”
“알겠습니다.”
언택트 비즈니스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바로 설비 투자였다.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
뭘 해보고 싶어도 인프라가 없으니 뒤처지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에 선두주자들은 시장을 선점한다.
후발주자가 뒤집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힘들다.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 안 통한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서비스? 안 통한다.
사용자들이 한 번 플랫폼에 정착하면 어지간해서는 귀찮아서 계속 이용한다.
가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 많은 곳에서 계속 머무른다.
헛발질을 연속으로 계속하지 않는 이상 뒤집기는 어렵다.
압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물론 간단하게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상당히 힘들다.
압도적인 서비스의 힘은 결국 인프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부족하면 압도적인 서비스를 해주기가 어렵다.
로키스는 인터넷 쇼핑몰로 사람들에게 유명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유명했다.
놀고 있는 서버를 이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솟은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방송 플랫폼도 만든 것이었다.
“메타버스는 우리가 먹어야 해!”
잭 피터슨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분야였다.
메타버스에서는 인터넷 상거래가 일어난다.
인터넷 쇼핑 자체가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가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전 세계에서 이용하는 메타버스가 된다면?
결국 인터넷 쇼핑몰을 세계로 확장하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장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인터넷 방송을 보다가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한다.
AR 혹은 VR로 사람들을 연결시켜 데이트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팅 서비스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서비스.
수요는 넘쳐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약속을 하고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데이트 자체를 인터넷에서 하고 끝낼 수 있다면 이 또한 여러 가지 서비스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것은 거부하기 힘든 시대의 흐름이기도 했다.
강지건의 행보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부합하고 있었다.
아이콘으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꽉 잡아야 했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고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망한다.
제품 잘 만들어놓고 홍보를 제대로 안 해서 손해 보는 꼴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 줄 것이다 어쩐다 말들을 하지만 그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쟁자가 손님을 싹 몰아가버리면 끝이다.
강지건의 존재는 손님을 끌어 모으기에 정말 좋았다.
‘흐흐흐흐.’
인터넷 방송을 가끔 틀어주기만 해도, 주가가 계속 올라가는 현재 록온의 가입자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와 맞물려 광고 단가가 더 높아지고 있었으며 여러 채널들이 점점 입주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늘어나니 콘텐츠도 더욱 풍부해지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었다.
게임만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채널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레왓건이라니. 이건 좀 부럽군.’
레일건 기술 특허를 잔뜩 가지고 나타난 혜성 같은 회사.
현재 레왓건은 스페이스 건 제작에 들어가며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저게 현실화되면 인공위성을 띄우는 건 정말 쉬워질 텐데.’
로켓을 안 쓰고 그냥 쏴올리면 되니까.
‘궤도 엘리베이터 건설도 꿈만은 아니게 될 텐데.’
두근두근.
잭 피터슨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주 통신에 발을 걸친다면.’
새로운 대항해시대에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지 몰랐다.
‘아니, 대우주시대라고 해야 하려나? 우주 러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그리다가 비서에게 지시했다.
“강지건한테 선물 하나 보내.”
“뭘 보낼까요?”
“뭐가 좋을까?”
“알아본 바에 의하면 술이나 음식은 고급을 피하고 있다고 해요. 입이 너무 고급이 될까봐. 맛있는 것을 찾다보면 본인이 직접 요리하게 되어서 귀찮다고 했습니다.”
“그래, 어떤 요리를 하길래?”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에 의하면 두 번 다시 스테이크는 입에 대지도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아뇨, 그 반대입니다. 너무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은 나머지 다른 스테이크를 먹을 때마다 비교하게 되어서 그냥 안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짜 궁금하군. 나도 먹어보고 싶어졌어.”
“요리사로 부르시게요?”
“하하, 그를 요리사로 부르려면 대체 얼마를 불러야 할까?”
“차라리 그의 집에 놀러가시길 추천들려요.”
비서의 말에 잭 피터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겠어.”
로키스의 CEO 잭 피터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 나야 상관없지만.’
약속은 금방 잡혔다.
그러자 전용기를 타고 근처까지 온 잭 피터슨은 자신의 요트를 호출했다.
“내 요트를 보여주지.”
“이것도 충분히 좋은데.”
“내 요트가 더 크고 멋지지.”
“그래요?”
강지건이 계속 정중히 말하니 잭은 웃으며 다가섰다.
“그렇게 딱딱하게 대하지 말고 나도 데니나 휴처럼 친구처럼 지내고 싶군.”
“그래, 그러자고.”
“하하! 그래야지! 자, 그럼 우리 피자부터 한 판 할까?”
잭 피터슨은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오면서 프랜차이즈 피자도 10판 사왔다.
강지건에게 맞춰주기 위해 일부러 소박한 선물을 준비한 것이었다.
“이거 이렇게 얻어먹으면 나도 요리 한 번 대접해줘야 하나?”
“사실 그걸 노리고 왔어. 데니와 휴가 엄청 맛있게 먹어서 다른 스테이크를 입에 대지도 못한다고 했거든.”
“나중에 만들어주지. 피자부터 먹고.”
거대한 스크린 앞에 피자가 펼쳐졌다.
강지건은 피자를 겹쳐서 한 입 크게 물었다.
‘흠, 기름지군.’
짭짤하고 기름진 맛이 맴돌았다.
그렇다고 맛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대충 먹은 뒤에 스크린을 보았다.
스크린에서는 미식축구 경기가 한창 중계되고 있었다.
음식을 먹으며 미식축구 경기를 보는 것 또한 미국 문화의 일부였다.
“맥주?”
“좋지.”
소박하게 맥주를 곁들였다.
“누가 이길지 내기라도 하는 건 어떤가?”
“내기? 뭘 걸고?”
경기를 보던 도중 잭 피터슨이 갑자기 제안했다.
“내가 이기면 요리 10번 해주기.”
“그럼 나는 로키스에서 판매되는 냉동피자 종류별로 맛보고 싶은데. 콜?”
“콜!”
가벼운 내기였다.
누가 이기든 별로 해될 것도 없었다.
결국 내기는 강지건이 이겼다.
“피자는 내일 도착하는 배편에 가져오지.”
“그냥 먹으면 미안하니 방송이라도 해줄까?”
“아냐, 그러면 내기의 의미가 없어지지 않나?”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럼 내가 풀 파티를 한 번 열지.”
“으음?”
잭 피터슨은 옆에 있는 로라가 들을까 귓속말을 했다.
“화끈한 파티 어때?”
음란한 파티에 초대된 강지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