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아메리카 여행
회사를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콘서트 당일이 되었다.
“회사를 잘 부탁해, 데니.”
“걱정 말라고.”
강지건이 새롭게 설립한 회사의 이름은 레왓건(ReWatGun). 레밍턴 왓슨 그리고 건을 혼합해 회사명으로 썼다.
레일건과 관련된 기술들은 모조리 특허 신청했다.
특허는 정말 빠르게 통과되었다.
행여나 중간에 딴 놈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숟가락 얹지도 못하게.
이후 특허가 통과되자마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버렸다.
이제부턴 레왓건을 건드리면 미국 정부에 싸움을 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데니 왓슨은 이것이 기회임을 알고 있었다.
집안은 부동산 재벌이다.
스포츠팀도 다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레왓건을 시작으로 군수산업에 발을 걸치게 된 것이었다.
또한 우주산업과도 연계가 가능했다.
강지건이 선보인 기술의 가능성은 그 정도였다.
자금은 별로 문제없었다. CFO인 휴 레밍턴의 부친이 은행장이었다.
금융가에서 힘 좀 쓰는 인물.
사실 휴 레밍턴의 부친 도움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돈을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은 줄을 섰으니까.
하지만 투자가 쉽지 않으니 상장하라며 유혹이 멈추지 않았다.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되면 주식이 풀리니까.
‘알아서들 잘 하겠지.’
강지건은 관심을 끊었다.
중요한 것은 모두 서번트들이 관리해줄 테니까.
현재 가장 중요한 할 일은 콘서트였다.
> 표 삽니다.
> 표 없어?
> 없어.
> 암표 산다니까?
> 암표도 없어
> 암표상들 표 하나도 없음
강지건의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평소에는 잘만 사재기하더니.
> 블록체인
> 티켓이 블록체인임.
> 그니까 웃돈 주고 사면 되잖아!
> 콘서트 끝나기 전에는 양도불가 블록체인임
본인이 쓰지 않으면 무효가 되도록 만든 것이었다.
> 아니 양도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이 뭔 소용이라고.
> 티켓이니까?
> 암표상 새끼들 물 먹은 거 꼴 조타!
> 비바! 지건 트레이드!
티켓을 NFT로 만들어서 선착순으로 살 수 있게 오픈한 것이었다.
모든 티켓에는 일련번호가 있었고 구매하는 순간 소유주가 누군지 등록되도록 했다.
이를 현장 티켓 확인 작업에 응용해 NFT 티켓이 없으면 입장 불가능하게 한 것이었다.
> 폰 없으면 공연도 못 보나!
> 이건 명백한 차별이야!
> 어쩌라고
> 고소하겠어!
> 판매 방식도 고소하는 거야?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 현금을 거부한 거잖아?
> 그렇게 따지면 인터넷 쇼핑몰들도 현금 거부한 건 마찬가지 아닌가? 신용카드 없으면 주문 못하잖아
> 카드는 있어!
> 님폰없?
> 으아아아아아아아!
> 폰이 없어 경쟁에서 도태되었다면 폰을 사는 것이 현명한 거 아닐까?
>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됨. 안 말림.
표를 NFT로 만들어 판 것은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 그나저나 이 표는 진짜 멋져.
> 모든 표가 다르다고 들었어.
> 그거 알아? 이 표의 번호대로 뒷면을 나열하면 하나의 그림이 된다고 그랬어.
> 진짜?
> 어.
수집가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수법이었다.
> 콘서트 끝나면 판매 가능한 거 맞음?
> ㅇㅇ
> 이거 나중에 콘서트 비용 뽑을 수도 있겠는데?
> 누군가 표를 전부 사려고 발악할지도 모르겠다.
지건 트레이드의 가치는 쭉쭉 상향되었다.
지건 트레이드의 게시판에 자리 잡은 NFT 평론가들도 이러한 시도에 찬사를 보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스토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이 스토리가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따라 작품의 가치에 또 변화가 생긴다.
스토리는 작품의 가치를 형성하는 요소 중 하나였으니까.
레전드 선수가 착용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농구화의 가격이 원래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것과 같다.
같은 농구화는 많지만 레전드 선수가 착용했다는 사실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강지건의 콘서트 티켓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콘서트.
월드 스타의 콘서트는 때로는 하나의 전설이 되기도 한다.
헤비메탈 밴드들의 콘서트가 100만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400만이 넘는 기록을 가진 락 콘서트도 있다.
이러한 콘서트들은 오래도록 음악계의 역사로 이어진다.
티켓은 바로 이러한 역사의 흔적들이다.
이것으로 예술품을 만든다면 이 또한 하나의 의미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마치 직소 퍼즐과 같다.
티켓을 모두 모은 자만이 풀 수 있는 퍼즐.
> 님들 이거 존버하면 콘서트 관람 비용 도로 회수 가능
> 겁나 조아
> 콘서트도 보고 돈도 벌고
여러 의미에서 화제가 되는 콘서트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후우.’
강지건은 콘서트장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입장하는 관객들이 보였다.
엄청난 수의 관객들이 모여들며 자리를 차지했다.
10만이 넘는 관객들을 수용한 콘서트장.
‘전설들은 100만이 넘게도 모았다고 하는데.’
10만이란 사람들을 보게 되니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긴장 따윈 하지 않았다.
실수 따윌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재미있었으면 좋겠네.’
당분간 다른 것은 잊고 즐길 수 있었으면 했다.
‘권태에 빠지지 않게.’
강지건이 가장 걱정하는 일 중 하나였다.
눈에 보이는 적은 죽이면 되지만 권태라는 감정은 마음속에 있는 것.
‘문제를 해결한다.’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며 무대를 향해 나아갔다.
수많은 가수들이 강지건과 함께 공연하길 원했다.
하지만 오직 극소수만이 선택받았다.
오프닝 무대에는 타임걸스가 서게 되었다.
“안녕 여러분!”
강지건의 조직원이 된 타임걸스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인사 소리가 작네! 준비가 안 된 거야?”
“준비 됐다면 소리 질러! 안 그러면 우리 안 내려가!”
“우우우우우우우!”
“그러치!”
관중을 도발하며 시작한 타임걸스는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다.
“반짝반짝 으쓱으쓱 너는 왜 나만 보지 못하는 고야.”
“아이쿠 아이쿠 나만 바라바.”
가사는 유치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한국어를 몰랐다.
타임걸스도 몰랐다.
다만 강렬한 훅과 쉬운 발음으로 만들어진 가사를 저도 모르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알고 들었다면 오글거린다면서 기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고 듣기에 무심코 따라한 것이다.
“이예!”
“노래 조아써!”
관객들은 나름 환호해주었다.
오프닝 무대이기에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고 퇴장하는 타임걸스는 흥분한 표정이었다.
“아, 우리가 이런 무대에 서보다니.”
“꿈만 같았어.”
비록 메인이 아니었지만 10만 관중 앞에 설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한국 가수들에게는 더더욱.
공연 한 번에 10만명을 동원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50만을 넘어가는 관객수를 기록해도 공연을 여러 번 한 것을 합산하는 것이다.
단일 공연 규모가 1만이라도 채워진다면 정말 유명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얘기가 좀 달랐다.
스포츠 경기장을 빌렸다.
10만 관객이 지켜보는 무대.
무시무시했다.
무대에서 서서 볼 때 그저 전율이 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본다는 사실에 타임걸스는 짜릿했다.
“이야! 많이도 모였네! 그런데 강지건은 아직이야! 열기가 뜨겁지 않아! 벌써 지친 거냐!”
다음 가수가 무대에 올라가 더욱 흥을 돋웠다.
함성을 더욱 커졌다.
공연은 계속 이어졌다.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오오!”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유명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자 행복한 괴성이 멈추질 않았다.
공연의 규모가 크다보니 함성이 합쳐지자 압도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 아직 강지건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실신하면 어떻게 해! 손해보고 있다고! 어서 일어나!”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 결국 강지건의 차례가 왔다.
“오래 기다렸어?”
“그래에에에에에에에!”
“미안하진 않아. 원래 순서가 그런 걸.”
무대에 오른 강지건은 바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매번 인터넷으로 채팅만 보다가 이렇게 얼굴 마주하니까 좋네. 너희도 좋아?”
“좋아!”
“예아!”
“그럼 달려보자고!”
쿵쿵쿵쿵.
강렬한 비트와 함께 강지건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매드 런.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한 노래가 시작되자 다들 흥분해서 발을 굴렀다.
급기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수만명의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현장.
공연은 가수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 함께 어울려 노는 것.
때문에 공연은 특별하다.
실시간으로 가수에게 반응하며 공연의 일부로 녹아들어가는 것이다.
하나가 되는 경험.
전신을 진동시키는 거대한 함성이 바로 그 증거.
노래가 끝나자 다들 함성을 내지르며 박수쳤다.
“앵콜!”
누군가 앵콜을 요구했다.
“아, 나 아직 다 안 불렀는데 내려가라고? 정말 원하는 게 그거야?”
“노오오오오오오!”
“신곡 발표하지도 못하고 같은 노래 두 번 부르고 갈 뻔 했잖아.”
“오오오오오오!”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럼 싸움을 시작해볼까?”
파이트(Fight).
강렬한 비트가 다시 한 번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가사를 모르니 비트에 맞춰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강렬한 랩이 몸에서 터져 나왔다.
매드 런과는 전혀 다르지만 강렬한 것은 같았다.
순간 관객들은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1절이 끝나고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비트를 타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엇박자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좋았다.
“이예아아아아아아아아!”
노래에 녹아들어가는 함성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곡을 발표한 뒤에 강지건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내일 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공연은 10회 반복되었다.
100만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