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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여행
호텔 주방에 선 강지건은 스테이크를 만들고 있었다.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팬 스테이크, 그릴 스테이크, 수비드 스테이크, 포치드 스테이크.
대중적인 방법은 팬과 그릴 스테이크다.
수비드의 경우에는 진공포장을 하는 것으로 장비가 없으면 하기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 포치드 스테이크.
포치드 스테이크는 만들기가 굉장히 번거롭기 때문에 보통 스테이크 프랜차이즈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들다.
직접 만들기를 시도해도 번거롭고 힘들며 무엇보다 맛이 제대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괜히 사먹으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닌 스테이크였다.
강지건은 큼직한 꽃등심을 선택했다.
포칭을 위한 베이스 용액은 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 향신료들을 택했다.
“포칭이라니. 그냥 구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와인은 무슨 와인이지? 라벨이 없던데.”
“마셔 봐.”
요리에 쓴 것은 크롭스크의 고급 와인이었다.
여러 요리를 맛보며 강지건은 자연스럽게 레시피를 스스로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먹방의 영향이기도 했다.
요리사는 많이 먹어봐야 한다.
많은 조리법을 접하고 재료들의 맛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을 어떤 식으로 조리했을 때 요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니까.
세계를 여행하며 여러 요리를 먹고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이러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이다.
강지건의 경우에는 수많은 세계의 요리를 먹어보았다.
재료도 접했다.
초감각 때문에 감각도 인간을 초월했다.
덕분에 환상적인 포치드 스테이크를 만드는 레시피를 개발해낼 수 있었다.
지구만이 아닌 여러 세계의 재료를 합쳐서 만들어낸 요리였다.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은 테이블이 아닌 주방에서 강지건의 요리를 지켜보았다.
“이런 와인은 처음인데?”
“오호.”
와인을 맛 본 두 사람은 평범한 와인이 아님을 깨달았다.
“대체 어디꺼지?”
“맞춰봐.”
“크으. 진짜 궁금하군. 한 병 더 있나?”
“있지.”
강지건은 라벨이 없는 병을 건네주었다.
“누가 가질지는 둘이 알아서 정하라고.”
“좋아. 이건 싸울 가치가 있으니까.”
“한 판 붙자고!”
두 사람은 의욕을 불태웠다.
결국 내기를 했고 승자는 휴 레밍턴이 되었다.
“후후, 더 맛있을 거 같군.”
내기를 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포치드 스테이크는 만드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자, 먹어봐.”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포치드 스테이크.
두 사람은 한 점씩 맛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엄청난 맛이군. 풍미가 확.”
“아, 이런 건 처음이야.”
미식을 해본 경험이 풍부한 두 사람에게도 강지건이 만든 포치드 스테이크는 뛰어났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런데 안 먹나?”
“난 됐어.”
강지건은 먹지 않았다.
초감각을 이용해 만든 요리.
엄청나게 맛있다는 것을 알지만 먹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입맛이 다시 까다로워지게 할 순 없지.’
딕스에서 고생을 한 덕분에 지구의 평범한 요리들을 평범하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다시 고급 요리를 입에 넣는다면 다시 고생하게 될 게 분명했다.
강지건은 냉동 피자를 대충 돌려서 입에 넣었다.
“아니, 이 맛있는 것을 두고 그걸 먹는다고?”
“그거 맛있나?”
“난 정말 괜찮아.”
“별난 일이군.”
데니 왓슨은 고개를 흔들었다.
“취향을 존중하지.”
어마어마한 갑부가 된다 해도 애착을 보이거나 좋아하는 것이 소박할 순 있다.
엄청난 갑부이면서 콜라를 즐겨 마시기도 하고 햄버거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
“취향까지는 아니지만.”
“취향이 아니야?”
“난 혀가 예민해. 얼마 전에 갑자기 부자가 되면서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게 되면서 곤란해진 일이 있어. 예전에는 맛있게 먹었던 것을 더 이상 못 먹게 된 거야.”
“오, 저런.”
“이해해. 더 대단한 것을 맛보면 다른 것들은 시시해지지.”
“요리사들이 만든 것도 내가 만든 것보다 못했으니까. 어쨌거나 이 때문에 어디가서 뭘 사먹어도 만족하기 어려웠어. 불편했지.”
“확실히 그건 불편하지.”
“그래서 두문불출하면서 맛없는 것만 먹었지.”
“설마?”
강지건이 미국에 도착하고도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그제야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은 이해했다.
“그럼 더 맛있는 것을 주지 말아야겠군!”
“맛없는 거나 실컷 먹어! 하하하하하!”
두 사람은 강지건을 놀렸다.
“나쁜 놈들.”
강지건은 웃으며 피자를 씹었다.
딕스의 맛없는 퍽퍽한 빵에 비하면 정말 꿀맛이었다.
차를 개조하고 레이싱을 한다.
차의 성능, 개조 능력을 과시하는 드래그 레이스.
“전투기 엔진은 안 쓴다고 하지 않았어?”
“전투기 엔진은 아니잖아?”
부호들이 하는 것이라 그런지 보통 동네 드래그 레이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엔진에 사용하는 연료도 달랐다.
연료의 질에 따라 속도는 달라진다.
폭발력이 다르니까.
사용되는 에너지가 크면 금속이 버티지 못할 위험이 있으니 금속 기술도 달라져야 한다.
데니 왓슨은 쌍발엔진으로 만들었다.
휴 레밍턴은 싱글이지만 상당히 큰 엔진이었다.
설계는 오로지 직선으로 달리는 속도 하나에 몰빵한 모습.
총알 혹은 새를 연상시키는 외형이었다.
“이런 식이면 내가 지겠군.”
“친구,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강지건은 피식 웃고는 자신의 차를 보았다.
동네 정크 야드에서 구해온 차체를 손질했다.
엔진은 조금 손을 보긴 했다.
“어쩔 수 없군.”
강지건은 피식 웃으며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 거품 하지만 싸구려.
하지만 이마저도 강지건에게는 좋게 느껴졌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으니까.
딕스에서는 시원한 맥주는 구경도 못해봤으니까.
“새로 안 만들 건가?”
“귀찮아.”
강지건은 정크야드에서 구해온 것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설마 포기한 건가?”
“패배를 인정하는 가?”
“치킨! 뽁뽁뽁뽁!”
“뽁뽁뽁뽁뽁 치킨! 뽁뽁뽁뽁.”
닭소리를 흉내내며 놀리는 두 남자.
유치한 도발에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니들 돈 많아?”
“많지.”
“돈 걸어. 지는 놈이 이긴 사람 차 제조비용 대는 걸로.”
“좋지.”
“좋아.”
둘 다 내기에 동의했다.
“니들 실수한 거야.”
강지건은 사납게 웃었다.
5분 뒤, 강지건은 하나의 도면을 받았다.
“좋았어.”
전자기 캐터펄트를 진화시켜 지상에서 쓸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었다.
전자기 캐터펄트는 쉽게 말하면 레일건의 원리를 응용한 물건이었다.
“돈 빌려줘.”
“오케이!”
두 사람은 두 말 않고 서로 빌려주겠다며 나섰다.
강지건이나 진매령 그리고 라다는 돈을 안 빌려서 문제였다.
돈 빌리겠다고 하면 선착순으로 헐레벌떡 뛰어올 사람들이 널렸다.
그런데 강지건이 빌리겠다고 하니 쌍수를 들고 반겼다.
“니들 후회할 거야.”
“후회는.”
강지건은 여러 회사에 나누어 부품을 주문했다. 또는 직접 공장을 빌려 부품을 생산하기도 했다.
그렇게 바쁜 일주일이 지나고 강지건이 원하는 물건이 만들어졌다.
“이건 뭐지?”
“차.”
“포가 아니고?”
“그건 차포야.”
초전자 차포다.
이동신 차포를 설치하고 뒤에는 어마어마한 배터리를 연결했다. 아울러 차포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이건 반칙이야.”
“내 차가 좀 별나긴 해도 차야.”
“아니야. 이건 차가 아니야. 발사체야.”
“아니야. 차야.”
강지건은 끝까지 우겼다.
“전자기 캐터펄트 쓴다고 비행기가 다른 게 되는 건 아니잖아? 억울하면 니들도 하지 그랬어?”
“으으.”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건 위험해. 폭발하면 어쩌려고?”
“테스트는 완벽했다.”
강지건은 차에 올라탔다.
초전자 차포로 쏠 때 터지지 않게 장갑이 덕지덕지 붙은 차.
이어서 차포에 장전을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전력이 공급되며 차포에 에너지가 차올랐다.
“자, 레이스를 시작해보자고.”
소형화한 우주선 엔진과 로켓 연료를 쓴 두 남자의 차가 라인에 섰다.
세 대의 차.
오직 속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직선 주행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승패는 시작하기 전부터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3! 2! 1!”
신호기가 떨어지는 순간.
꽈앙!
충전된 차포에서 강지건의 차가 발사되었다.
로켓 스타트?
아니다.
초전자 스타트!
다른 두 대의 차가 딱을 박차고 나가고 있을 때 강지건의 차는 결승선에 도달했다.
펄럭! 펄럭! 펄럭!
끼이이이이이익!
정지를 위해선 브레이크만으론 소용없기에 낙하산을 펼쳐야만 했다.
낙하산도 한 겹이 아니었다.
여러 겹이었다.
공기 저항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초전자포로 쏜 차를 멈추기는 힘들었다.
강지건은 이미 탈출 버튼을 누른 뒤였다.
허공을 날며 차가 벽에 부딪히는 걸 보았다.
낙하산을 펼친 덕분에 관통하는 참사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차는 단 한 번의 주행으로 박살났다.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먼지가 흩날린다.
“하하하하하하! 내가 이겼다! 내가 승자라고!”
이날 강지건의 미친 짓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저장되고 있었다.
위튜브에 한 영상이 올라왔다.
> 미친.
> 저게 차야?
> 포 아냐?
강지건의 미친 짓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