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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여행
“저건 뭐지?”
“응, 카레이싱.”
“이게?”
“응, 그냥 누구 차가 더 강한가 겨루는 거니까.”
레이싱이라고 하지만 복잡한 코너를 도는 기술을 겨루는 것이 아니었다.
코스를 도는 것은 드라이버의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그냥 일직선으로 누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지 겨루는 방식도 있었다.
“차를 개조해서 누가 더 강한 차를 만들었는지 겨루는 거지.”
“아하.”
“근데 이제 이것도 추억이 될 거야.”
강지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온난화 문제 때문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개발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차를 팔아먹으려는 음모라고 떠들기도 했다.
하지만 믿든 안 믿든 세계적 추세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10년? 언젠가 지금 쓰는 차가 사용 금지된다면 이것도 더 못할 거야.”
“그땐 전기차로 하지 않을까?”
“배터리는 어쩌고.”
“그거야 하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강지건은 웃으며 차들을 바라보았다.
‘슈퍼카도 결국 추억의 물건이 되겠네.’
슈퍼카 메이커들도 결국 친환경으로 돌아서며 새로운 차 개발에 들어갔다.
강지건은 콜트 드라곤과 싱글 액션 아미를 떠올렸다.
전장식 리볼버도 결국 후장식 리볼버의 등장에 퇴출되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저 장면을 찍어볼까?’
내연기관차를 개조해 레이싱을 한 무리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응? 뭐해?”
“잠깐.”
폰을 꺼내 사진을 찍은 강지건은 무리에 다가갔다.
“헤이? 무슨 일이야?”
강지건이 다가오자 무리는 일제히 바라보았다.
“오마이갓! 건이야!”
“건? 리얼 건?”
“헤이!”
누군가 알아보자 소란이 일었다.
“너희들 레이싱하는 거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볼래?”
강지건이 사진을 전송해주자 저마다 확인했다.
“으, 별론데? 이렇게 밖에 못 찍어?”
“내가 왜 이렇게 작아?”
“그래서 그런데 저 차 두 대를 배경으로 좀 찍을 수 있을까?”
“왜?”
“너희들은 역사의 한 순간이니까.”
“역사?”
“그래, 전기차 시대가 오면 지금 이 차들은 역사의 한 부분이 되겠지. 골동품 같은 거.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지 않아?”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혹시?”
“NFT로 만들어서 등록해봐. 사진은 내가 찍어줄게. 아님 나도 같이 찍을까?”
“정말? 프리?”
“물론이지.”
“좋았어!”
청년들은 좋아하며 촬영에 응했다.
“로라도 같이 찍지 그래?”
“그래도 돼?”
“안 될 건 뭐야.”
두 대의 차를 배경으로 강지건과 로라가 섰다.
청년들은 신이 나서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
이어서 강지건과 로라가 차에 기대어 키스하는 것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제 레이싱을 다시 해보자고.”
“좋아!”
여러 개의 사진을 찍고 제일 좋은 것만 추려냈다.
제일 잘 나온 사진은 모두 다 함께 레이싱의 끝에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순수한 기쁨이 담긴 모습.
강지건과 로라도 함께하고 있었다.
사진은 상점가의 사람이 도와줘서 촬영했다.
“제목을 뭐라고 하지?”
“아메리칸 히스토리 뒤에 날짜와 장소를 붙이면 되겠네.”
“오오.”
다음 날, 강지건이 찍혀 있는 NFT가 지건 트레이드에 올라왔다.
“아메리칸 히스토리?”
“설명을 보니 내연기관차로 한 레이싱이라고 합니다.”
“역사라. 그렇죠. 이제 내연기관차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질 때가 되긴 했죠.”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군용 차량에서는 그대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군용 차량을 전부 배터리 차량으로 전면 교체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민간용 차량에서는 퇴출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된다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며 내연기관차가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그래도 멋진 사진입니다. 아메리칸 히스토리. 의미도 확실하고 강지건이 찍힌 사진이니 가치도 어느 정도 있고요.”
“강지건이 파는 게 아니라 여기 나온 친구들이 공동으로 파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강지건은 그냥 팬 서비스로 찍은 거라고 합니다.”
“여기 찍힌 여자는 로라 스미스로 모델이죠.”
“연애인가?”
“젊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죠.”
디지털 자산에 대한 평가를 하는 포럼의 네임드 평론가들은 합의를 보았다.
“이건 꽤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우연히 보고 찍은 거라고 하더군요.”
“강지건이 콜트 드래군과 싱글 액션 아미를 접한 이후에 보고 생각한 거라 합니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평론가들은 이를 지건 트레이드의 포럼에 올렸다.
네임드 평론가들의 평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올라가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 그래 아메리칸 히스토리 맞지
> 이건 우리의 문화야
많은 미국인들이 공감을 표했다.
> 이건 사야 해.
> 근데 로라 스미스? 누구지?
> 예쁜데?
> 강지건의 연인?
> 잘 어울리네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로라 스미스에게도 향했다.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자 모델 에이전시에 로라 스미스를 모델로 쓰겠다는 제안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네? 갑자기?”
“그래. 어때?”
에이전시의 전화를 받은 로라는 결정을 뒤로 미뤘다.
“생각해볼게요.”
“어? 잠깐 로라. 너 지금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줄 알고 그래?”
“생각해볼게요.”
좋은 기회? 맞았다.
하지만 로라는 알고 있었다.
‘강지건 때문에 들어온 제안인데 뭐.’
NFT가 만들어져 거래소에 올라오고 평론가들이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로라의 이름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로라는 혼동하지 않았다.
“건, 나 일 제안 들어왔는데 해도 될까?”
“네 일인데 왜 나한테?”
“건 때문에 생긴 일이니까. 그리고 사실 같이 있고 싶기도 하고.”
“마음은 정해진 거 아니었어?”
“나야 계속 같이 있고 싶지만 건의 마음을 모르니까.”
눈치를 보는 로라였다.
“무슨 일인데?”
“수영복 촬영.”
유명 스포츠 잡지의 수영복 모델 촬영이었다.
“그거 좋은 건가?”
“모델들에게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
“넌?”
“난 모르겠어. 사실 고민 중이었거든.”
모델 은퇴를 고려하고 있기도 했다.
“은퇴?”
“응, 새로 시작하려면 아무래도 좀 더 빠른 게 좋으니까.”
폭주기관차처럼 탑급 인지도를 가지고 질주하고 있었다면 최대한 오래 버티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고민을 했었기에 계속하는 것에 회의감이 있었다.
“가수 해볼래?”
“응?”
“네 목소리라면. 꽤 인기를 끌 순 있을 거 같아서 그래.”
“진짜?”
“응, 대신 트레이닝을 받아야지.”
강지건은 호의를 베풀기로 했다.
“혹시 라다가?”
“응, 라다에게 얘기해볼게.”
“아앗! 정말 고마워!”
로라는 기뻐했다.
며칠 후, 로라는 라다에게 트레이닝을 받기 시작했다.
라다에게 로라를 맡긴 강지건은 데니 왓슨과 휴 레밍턴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레이싱을 하자!”
“역사를 만들자!”
두 남자는 의기투합해서 달려들었다.
“당신들 그러다 비행기 엔진으로 차 만드는 거 아냐?”
“전투기 엔진을 쓴 차는 있어. 하지만 그건 사도지.”
“포뮬러 엔진도 사용 금지야.”
“그냥 포뮬러 팀을 인수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그건 재미없잖아.”
“아메리칸 스피릿이 없지.”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뭐 알아서 잘 해봐.”
“넌 안 하고?”
“나도?”
“그래.”
“난 차는 잘 모르는데.”
전투 기갑과 공격기 그리고 우주 전함을 가지고 있다 보니 내연기관차는 골동품처럼 보였다.
“엔진의 떨림을 느껴보는 거야.”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테니까.”
돈 많은 부자들이야 자신들의 정원에서 얼마든지 내연기관차를 몰 수 있다.
퇴출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레이싱 트랙에서 타면 된다.
어쨌거나 퇴출되게 되면 일반 도로에서는 탈 수 없게 된다.
“좋아. 한 번 해보지 뭐.”
“좋았어!”
강지건도 참전했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구해줄 거지?”
“물론!”
“그럼 해보자고.”
강지건은 해답을 알고 있었다.
‘내연기관 효율을 더 끌어올리면 되지만.’
방법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안틸로프인들이 만든 지건 테크놀로지에 기술이 저장되어 있었다.
강지건이 허락만 하면 특허를 내고 팔아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량 관련 기술은 예민한 분야였다.
‘주식 시장이 엄청나게 출렁일 텐데.’
전기차에 돈을 엄청나게 투자한 나라들은 갑자기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또한 정치인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기술이기도 했다.
‘갑자기 거부가 되면 쩝.’
거부의 삶?
굳이 필요는 없었다.
소박하게 평범한 일상을 즐기지 못하게 될 테니까.
지배를 하고자 하면 지구 정도는 하루 안에 정복 가능했다.
어렵게 사업으로 어떻게 해볼 필요조차 없었다.
우주전함 이끌고 나타나 항복 안 하면 수도를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면 그만이니까.
함포 외교인 셈이다.
“난 차는 잘 모른다고.”
“걱정 마. 걱정 마.”
“그나저나 데니 내가 요리해준다고 했는데 오늘 콜?”
“오오, 뭐 해줄 건데?”
“기대해봐.”
강지건은 두 남자에게 요리를 대접하기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