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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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여행

로라를 뒤집어놓고 엉덩이를 쑤시던 강지건은 느긋하게 일어났다.

“하, 항복!”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강지건을 이길 수 없었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계속해서 밀려오는 쾌락은 어느 순간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한계에 도달한 로라는 처음으로 잠자리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항복하는 거야?”

“응, 못 이기겠어. 다른 여자들하고 같이 해야지. 어휴.”

“나야 좋지.”

“후훗.”

로라는 강지건의 품에 안겨들었다.

“콘서트 준비는 뭐 안 해도 돼?”

“그렇지.”

“다른 일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니까.”

괜히 매니지먼트를 두는 게 아니다.

“그럼 데이트 콜?”

“어디 가고 싶어?”

“응, 사격장?”

“사격 좋아해?”

“응, 집이 사격장 하거든.”

로라는 자신의 집안 내력에 대해 말했다.

“할아버지가 2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셨어. 경찰로 잠시 일하다 사격장을 여셨거든.”

“전쟁에 참전했었다면 총은 보기도 싫었을 거 같은데.”

“훈장 덕분에 그래도 꽤 잘 됐다고 해.”

훈장까지 받은 참전 용사.

처음에는 경찰을 하다가 은퇴하고 사격장을 차렸다.

장사는 꽤 잘 되었다.

“그럼 너도 나중에 사격장 물려받을 거야?”

“나는 생각 없어서. 아쉽지만 팔아야지.”

꽤 유서 깊은 사격장이지만 로라는 사격장 사업에 그리 관심이 없었다.

사격을 즐기긴 해도 매일 총기를 다루는 일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렇구나.”

“건이 살래?”

“내가?”

“응, 건이 가지면 그래도 기분 좋을 거 같아.”

“그럼 물건 한 번 보러 가볼까?”

스미스가의 사격장은 달라스 교외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남부 여자였구나?”

“그럼.”

달라스까지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이동했기에 별로 힘든 일 따윈 없었다.

공항에서부터는 리무진을 타고 이동했다.

사격장은 상당히 컸다.

안에 들어가자 카운터의 중년 여성이 반색했다.

“로라! 어찌된 일이야?”

“응, 친구가 여기 한 번 보고 싶다고 해서.”

“친구?”

중년 여성은 바로 로라의 모친인 앨리스였다.

“설마?”

“지건, 강지건입니다.”

“오마이갓!”

대번에 알아보는 앨리스였다.

“팬이에요!”

앨리스 또한 강지건의 팬이었다.

세계를 휩쓴 매드 런은 앨리스도 들어보았다.

좋아하는 노래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길 보러 왔다니, 설마?”

“응, 괜찮으면 산데.”

“오오오! 정말 다행이에요! 로라는 사격장 팔아버릴 거라고 매번 떠들었는데.”

“엄마!”

“후후후,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사실이잖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

“무슨 일이야?”

모녀가 시끄럽게 떠들 때 로라의 부친인 짐 스미스가 등장했다.

설명을 들은 짐은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만나서 반갑네.”

“저도 반갑습니다.”

“여길 사준다니 이제 나도 쉴 수 있겠어.”

로라의 부모는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총 한 번 쏴 볼 텐가?”

“뭐가 있나요?”

“골라봐.”

사격장에는 많은 총들이 있었다.

“이건 1차 세계 대전 뛴 놈이야. 구하기 힘들었지.”

1차 세계 대전에 이어 2차 세계 대전까지.

세계 대전에서 쓰였던 총들을 직접 쏴 볼 수 있었다.

강지건은 개런드를 들어보았다.

“그걸 쏴볼 텐가?”

2차 세계대전 미군의 제식 소총.

장전 잘못하다가는 엄지 다치기 쉬운 총.

의장대에서는 아직도 의장용으로 사용하는 총이기도 했다.

“그러죠.”

“장전법은 아나?”

“보여주시죠.”

짐이 장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런드 소총은 특이하게도 총 안에 탄창이 고정된 총이었다.

장전을 위해서는 탄 클립을 위에서 눌러 넣는다.

철컥.

장전된 총을 받은 강지건은 총을 살피며 자세를 잡았다.

“그런데 이건 꽤 오래된 거 같은데.”

“1936년산 스프링필드 조병창에서 나온 분이시지.”

“나이가 많군요.”

“역사를 한 번 느껴보라고.”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묵직한 충격이 개머리판을 통해 전해졌지만 강지건은 움찔하지도 않았다.

단단한 강철처럼 총을 고정했다.

이를 본 짐은 깜짝 놀랐다.

‘뭐야?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반동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는 강지건이 완벽하게 충격을 분산했음을 의미했다.

‘대체 힘이 얼마나 좋은 거야?’

타앙!

약간의 차이를 두고 쏘았다.

총알은 같은 곳을 계속 뚫고 지나갔다.

‘엄청나군.’

강지건의 사격이 끝나자 짐이 다가갔다.

“자네 사격 선수 생각 없나?”

“별로요.”

“아니 왜? 금메달도 가능해 보이는데.”

“굳이 메달을 딸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사격장을 사면 이 총도 딸려오는 겁니까?”

“그렇지?”

“사도록 하죠.”

굳이 살 필요는 없었지만 샀다.

안 살 이유도 없었다.

“와앗! 고마워!”

“고맙긴.”

사격장을 사면 돈은 결국 로라의 가족에게 가는 것이었다.

“정말 고맙군.”

“별 말씀을요.”

“자, 그럼 이제 우리 사격장의 진짜 보물들을 만나봐야지.”

짐은 신이 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상자 몇 개를 가지고 나왔다.

“그건 뭔가요?”

“아메리칸 히스토리.”

상자를 열자 콜트 드래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1848년 콜트에서 출시된 전장식 리볼버다.

‘딕스에서 쓰던 거랑 비슷하네.’

디자인이 약간 다를 뿐이었다.

짐은 계속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이건 싱글 액션 아미. 미국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녀석이고.”

싱글액션 아미는 후장식 리볼버였다.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며 사랑을 받은 총이기도 했다.

‘저걸 딕스에서 만들어 팔면 돈 좀 벌겠네.’

짐이 보여준 총들은 딕스를 떠올리게 했다.

‘나중에 누샤랑 베야도 안아줘야지.’

검은 초콜릿 같은 피부가 눈에 아른거렸다.

“이것도 같이 딸려오는 건가요?”

“이건 안 돼.”

짐은 정색했다.

“요 놈들은 내 애장품이야.”

“아휴, 그거 가지고 있음 뭐해. 그냥 팔아.”

“끙.”

“뭣하면 나한테 물려줘도 돼 아빠. 사격장은 팔아도 그건 가지고 있을 게.”

“그래, 너 가져라.”

짐은 로라한테 주기로 했다.

강지건은 콜트 드라군을 잡고 익숙하게 장전했다.

“혹시 이런 총을 쏴본 적이 있나?”

“영상에서 본 적은 있죠.”

화약을 넣고 실린더 입구를 막고 총알을 넣은 뒤 총에 달린 레버를 이용해 꾹 눌러주었다.

이 과정을 거쳐야 한 발이 장전된다.

전장식은 종이 카트리지를 쓰지 않으면 장전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다.

장전이 끝나자 쏴보았다.

‘역시 같아.’

딕스의 총과 똑같았다.

이어서 싱글액션 아미는 장전이 쉬웠다.

후장식 리볼버.

미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총으로 미국 역사와 함께 한 총이었다.

수많은 미국 시민들이 애용한 총이기도 했다.

별명은 ‘피스메이커’.

강지건은 총을 장전하고는 쏴보았다.

탕! 탕! 탕! 탕! 탕! 탕!

빠르게 여섯 발을 비웠다.

육연발 리볼버에서 뿜어진 불꽃.

‘이거나 만들어서 팔아볼까?’

딕스에서 회사를 하나 차려볼까 싶었다.

‘이걸 만들어 팔면 역사가 변하겠네.’

더구나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식은 바로 전쟁 이야기였다.

핵무기가 없다.

전쟁은 아직도 총으로 하고 있는 세상.

전장식 총기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칼과 창 그리고 활까지 사용되고 있었다.

기병과 포병이 중요한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었다.

이런 시대에 후장식 리볼버를 판다면?

후장식 리볼버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 자체가 역사를 바꿀 기술력을 의미했다.

전쟁의 양상이 확연히 바뀌게 된다.

‘이걸 팔면 포인트 좀 벌겠지.’

강지건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총을 돌려주었다.

“미국의 역사.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좋지?”

“네.”

아주 잠시지만 역사를 쥐어 본 강지건이었다.

사격장을 나온 강지건과 로라는 시내로 향했다.

간단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평화스럽네.”

“좋은 동네야.”

상점가를 걷다가 햄버거를 사먹고는 주변을 걸었다.

딱히 목적도 없이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러다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응? 뭐지?”

“아, 쟤들은 이 근처 정비소 사람들일 거야.”

“정비소?”

“응.”

한적한 도로 한 가운데에 두 대의 차량이 서서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레디! 고!”

차 사이에 서 있던 여자가 손수건을 떨어트리자 두 대의 차가 튀어나갔다.

부와아아아아아아앙!

일직선으로 그대로 달렸다.

빨간 차가 좀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자 다들 환호하며 떠들었다.

“봤지!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새꺄!”

“여기.”

뒤늦게 도착한 차의 드라이버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주는 장면이 강지건의 눈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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