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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스 - 바다로 가는 길
‘강지건.’
데보라 콜은 소식을 듣자마자 매니저에게 말했다.
“난 꼭 그와 같은 무대에 서야겠어.”
“그래, 그래야지.”
“이번에는 정말 엄청난 무대가 될 거 같아.”
“그래, 그럴 거야.”
“빨리!”
“오케이!”
데보라 콜을 시작으로 포스타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들이 대거 콘서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강지건은 신비로운 존재였다.
날이면 날마다 공연을 하고 다니는 가수가 아니었다.
세계 대회 우승 이후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은둔자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칩거를 깨고 나오며 공연을 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
여기에 함께하면 분명 인지도 유지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이들이 끼어들기로 결심했다.
강지건에게 향한 관심을 나눠먹겠다는 것이다.
공연 결정이 내려졌지만 갑자기 하긴 어려웠다.
“준비에 시간이 걸린데요.”
“어쩔 수 없지.”
그냥 조그만 곳을 빌려 아무렇게나 한다면?
게릴라 콘서트의 단점은 규모를 크게 키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대로 홍보가 안 되어있으니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힘들고 공연 세팅도 제대로 안 되어있으니 질도 별로 좋지 않다. 더구나 갑작스럽게 인파가 몰려들면 혼란이 생기며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잘못하면 좋은 의도로 한 일이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다.
그래서 기다려야 하는 동안 강지건은 그냥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파티 초대장이 왔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파티?”
“네, 풀 파티에요.”
“흠.”
강지건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판단되자 파티 초대장이 쏟아졌다.
“어떤 파티인데? 이상한 거 아니야?”
“이상한 것도 있고 정상적인 것도 있고 그렇죠.”
파티가 열린다고 좋다고 헤헤 거리며 참가했다가 이상한 죄목으로 수사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약 파티는 다 걸렀지?”
“네.”
파티의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마약이 끼어드는 경우가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대마초 판매가 합법이다.
즉, 파티에서 대마초를 권하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마약이 등장하는 곳에는 섹스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여기서 또 하나 더 문제되는 것은 바로 여자 잘못 건드리면 인생이 더럽게 꼬인다는 점이었다.
미국에서는 슈퍼스타들에게 교육한다.
여자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소송 당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파티에 참석한 여자의 연령은 그 자리에서 확인하기 힘들기도 하다.
미성년자가 끼어있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워낙에 발육이 좋다보니 대충 봐서는 모르고 넘어가기도 한다. 더구나 한두 살 정도는 차이를 알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미성년자를 건드린 게 알려진다면?
블랙메일 당하기 딱 좋다.
그렇게 시달리며 휘둘리다 쓸모를 다하면 장작으로 대중에게 던져지기도 한다.
유명인에게 파티는 그냥 웃고 즐기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함정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또한 상류층의 파티 중에는 음란한 것들이 꽤 있다.
안전하다고 말들을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참가하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흐음.”
강지건은 굳이 파티에 참가할 필요성은 아직 느끼지 않았다.
여자야 얼마든지 안을 수 있었으니까.
‘굳이.’
배가 부르다보니 배만 두드리고 있다.
‘이건 가볼까?’
그렇기에 파티를 고르는 기준은 얼마나 신나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만나느냐가 되었다.
강지건은 얼마 전 알게 된 데니 왓슨의 파티 초대장을 골랐다.
“하하, 이거 와줘서 고맙군.”
“우리 친구 맞잖아.”
“그렇지. 친구지.”
강지건은 데니 왓슨이 원하는 대로 어울려주었다.
친구가 되고 싶어 했으니까.
‘사람이 딱히 문제는 없었으니.’
강지건은 상류사회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한 입구로 데니 왓슨이 선택된 것이다.
턱시도를 입고 우아하게 담소를 나누는 파티였다.
요란하지도 않았다.
파티의 목적이 유흥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친목, 혹은 사업을 위한 파티.
사람들의 면면은 돈 많은 재벌들이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동업하기도 하고 팀을 짜기도 한다.
흥미로운 취미를 공유하기도 한다.
자기가 가진 것을 자랑하기도 한다.
“오오, 강지건. 슈퍼스타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여기 레이디는? 어디 보자 내가 맞출 테니 잠깐만. 그래, 미스 진. 진매령 맞죠?”
“네, 그렇습니다. 반가워요.”
강지건의 파트너는 진매령이었다.
이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아니까.
과시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진매령은 나이가 꽤 있다고 알려졌지만 지금은 20대 초반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막 20살이 된, 성인이 되어 피어나기 시작한 꽃과 같은 모습은 파티에 참석한 이들의 욕망을 부채질했다.
보통은 사기를 의심한다.
믿기 힘든 일이니까.
하지만 이미 검증은 끝났다.
윤경미가 정말 회춘한 것처럼 처녀 시절의 외모를 되찾았기 때문이었다.
부자들의 젊음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게 젊음이었다.
그런데 그게 룰이 바뀌었다.
돈 있으면 젊음도 살 수 있다!
대신 판매자가 팔지 안 팔지 모른다.
줄을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부호들이 데니 왓슨의 파티에 참가해 강지건과 진매령에게 살가운 모습을 보이는 이유였다.
“그 검녀 헬스클럽을 더 키울 순 없나? 회원권을 사고 싶은데 못 샀어.”
“하하하, 난 샀지!”
“나도 있지!”
“죄송해요. 미인공 로션의 원료 확보가 힘들어서요.”
“무슨 일이 있나?”
“자꾸 추적하는 사람들 때문에 옮겨 다니느라 힘들다고 하네요.”
“어험.”
“크흠!”
여기저기서 헛기침이 나왔다.
젊음을 가져다 줄 기술이 담긴 로션.
당연히 원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회춘의 원료는 황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황금보다 더 비싸다.
이 원료를 손에 쥔 자가 불사를 손에 쥔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으니까.
“회사를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실 보안 때문에 일이 더뎌질 수밖에 없어요. 회사 입장에서도 난감한 일인 거죠.”
“그런 일이?”
“허허허.”
“이거 누군지 몰라도 당장 멈추도록 해야겠군.”
모두 알면서도 모른 척 발을 뺐다.
이야기를 엿듣던 몇몇 인물들은 슬쩍 떨어지더니 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 작전 취소
- 추적 취소
- 임무 취소
일단은 멈췄다. 잘못해서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까.
현재 검녀 헬스클럽의 회원권이 너무 적다며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나이 든 노인들이 심했다.
이들에게는 이권을 얻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회춘하는 게 더 중요했다.
이권은 그 다음이었다.
젊어지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죽음이 가까워져있을수록 마음은 급했다.
죽음을 회피할 수 없는 무엇인가로 생각하며 포기하고 마음을 다스리던 찰나에 들려온 소식이 가져다 준 희망.
이것이 희망 고문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생에 대한 집착이 타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허허, 남의 회사 기술을 빼가려는 놈들은 나쁜 놈들이지.”
데니 왓슨의 조부인 윌리엄 왓슨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90살이 넘은 노인.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매일 밤, 잠들기 위해 눕는 침대가 관처럼 보일 나이이기도 하다.
“안녕하십니까?”
“허허, 젊은 슈퍼스타를 보니 젊어지는 기분이군.”
윌리엄 왓슨은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여주었다.
손자인 데니 왓슨은 본 척도 안 하고 강지건과 진매령에게 집중했다.
“불편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게나. 내 힘이 닿는데까지 돕겠네.”
“당신도 얼른 쾌차해서 일어서시길 바랍니다.”
“하하, 고맙군.”
강지건과 진매령이 윌리엄 왓슨과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접근하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화를 하지 않아서 고요해진 순간이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처럼 세 사람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 파티의 목적은 결국 강지건과 진매령이란 소리였다.
“그런데 이제부터 미국에서 지낼 생각인가?”
“세계를 둘러보고 싶어져서요. 아직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그러신가?”
“이것저것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겠는데.”
“감사합니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은 다 잘 되나? 뭐 필요한 거 없나?”
“모두 순조롭죠. 매령의 말처럼 화장품 쪽이 보안 때문에 좀 힘든 거 빼면요.”
“하하, 그 문제는 내가 해결해주지. 그런데 투자를 받으면 회사를 더 빨리 키울 수 있을 텐데.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나?”
순간 파티에 참석한 이들의 눈이 번뜩였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였다.
진매령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시잖아요. 그 회사 지분이 없으면 헬스클럽이 무용지물인 거.”
“허어.”
“원료의 생산이 매우 까다로워서 사실 대량 생산이 언제 될지는 알 수 없어요.”
매령은 거짓말을 했다.
원료의 생산? 그냥 무왕계에서 가져오면 된다.
일부러 수량을 조절하고 있었다.
애초에 미인공 로션보다 더 뛰어난 것들이 있었다.
상급 미인공과 결합될 경우 엄청난 효과를 보이는 것들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야.”
윌리엄 왓슨은 탄식했다.
“혹시 연구비가 부족하면 얼마든지 얘기하게. 내 투자하지.”
“말씀만으로 감사해요.”
진매령은 웃으며 답했다.
굳이 거절해서 분위기를 냉각시킬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다시 주제는 가벼운 쪽으로 흘렀다.
“라다 덕분에 알게 되었죠. 연구가 막혀서 힘들 때 도움을 받았어요.”
“설마 여기 미스터 강이 뭔가 알려준 건가?”
“그건 아니고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도움을 받았죠. 정확히는 말 못해요.”
“허허, 그렇군.”
“그리고 흠. 멋지잖아요?”
“그렇지. 멋있는 남자지.”
강지건의 몸은 미국인 기준에서 봐도 상당했다.
보통 동아시아의 사람을 떠올리면 키 작고 마른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강지건은 이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담소를 어느 정도 나누던 윌리엄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물러났다.
게스트를 독차지하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이니까.
이후 강지건과 진매령은 많은 부자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