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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스 - 바다로 가는 길
일주일의 휴식 이후, 강지건은 길을 나섰다.
무장은 간단했다.
리볼버 4개를 착용하고 말을 탔다.
말에는 장전된 산탄총과 검 그리고 창이 꽂혀 있었다.
안장에 딸린 주머니에는 화약과 나무통으로 만든 폭탄이 실려 있었다.
한 쪽에 자리한 가죽 주머니 속에는 종이 카트리지가 빼곡히 들어가 있었다.
반면 누샤와 베야는 리볼버를 하나씩만 차고 있었으며 손에는 산탄총을 들고 있었다.
“가자.”
호텔을 벗어난 세 사람은 대해적의 묘를 찾아갔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방문한 묘에는 잡상인들이 모여 있었다.
“자, 이것이 대해적이 심심할 때 먹었다던 그 고기!”
“이것은 대해적이 씹었다던 씹는 담배!”
“대해적의 수수께끼 풀이를 팝니다!”
“대해적이 입었던 옷입니다!”
아이들까지 동원되어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여긴 어찌 이리 사람이 많은 거죠?”
“이것도 한철이겠지.”
대해적에 대한 관심이 죽는 순간 끝날 장사였다.
“우리 같이 보물 찾겠다고 오는 사람들이 많으니 저들도 모인 거고.”
장사꾼들에게는 이벤트가 곧 보물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벤트는 돈이 될 확률이 높았다.
“일단 묘부터 보자고.”
세 사람은 묘를 방문했다.
별 거 없었다.
땅에 바위가 박혀 있었고 바위 위에 글이 새겨져 있었다.
대해적의 이름과 연도가 적혀 있었다.
“이거 수상한데.”
“뭐가요?”
강지건은 감각을 이용해 땅속까지 살폈다.
‘아무 것도 없네.’
아무 것도 없고 땅 위에 가짜 묘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
‘누군가 장사하려고 장난했군.’
“가자.”
굳이 진실을 밝힐 필요성을 못 느낀 강지건은 발길을 돌렸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자 베야와 누샤가 궁금해했다.
“그거 가짜야.”
“네?”
“누군가 사기 친 거라고. 아무래도 이 동네 사람들이 사기 친 모양이야.”
“그런가요?”
신문에도 가짜 뉴스를 쓰는 사람들이 있는 시대.
가짜 묘로 이벤트를 만들어 장사를 하려는 자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면 장사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지.”
“뭐가 목적일까요?”
“그거야 좀 지나면 알게 되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을 해결해줄 사건이 일어났다.
파단 제국의 황제에게는 자식이 많았다. 그 중에 가장 어린 황자는 막내라는 이유로 사랑을 독차지할 정도였다.
황제는 황자를 끼고 돌 정도로 애지중지했다.
그렇다고 황태자가 자신의 지위를 잃을까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황태자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다.
자식의 나이가 막내 황자보다 많은 상황이었다.
후계 구도와는 전혀 상관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 황자는 대해적에 대한 기사를 읽고 흥분했다.
“나도 가보고 싶어요!”
“그래? 허허허, 그럼 가야지.”
황제는 호위를 붙여 순순히 보내주었다.
그리고 섬에 도착한 막내 황자는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저주 받은 제국 황실이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폭탄 테러였다.
막내 황자는 현장에서 폭사했다.
처참하게 폭발한 몸.
시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이 사실을 들은 황제는 분노했다.
“찾아라! 못 찾겠으면 죽어라!”
파단 제국 황실은 총력을 기울여 조사에 임했다.
그리고 네라브 왕국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전쟁이다!”
파단 제국은 거침없이 네라브 왕국을 향한 선전포고를 날렸다.
“흐음.”
신문을 보던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이거 냄새가 많이 나는군.’
네라브 왕국은 파단 제국과 사이가 안 좋긴 했다.
하지만 굳이 황실을 건드려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터졌고 전쟁은 선포되었다.
누군가는 분노를 받아내야만 했다.
그것이 네라브 왕국이 되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네라브 왕국이 아닌 다른 왕국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든 결국 라킨 왕국이 이득을 본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생각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럼 우리 시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이번 소문의 진실을 파악했으니 합격이라면 합격이지.”
“후훗, 그럼 알려주세요.”
“그래, 너희들 내 서번트가 되겠어?”
“네.”
뭔지 몰라도 받아들였다.
그 순간 강지건에 의해 스킬을 부여 받은 모녀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어? 어? 어?”
갑자기 밀려드는 스킬의 향연.
엄청난 힘이 몸에서 느껴졌다.
어질어질했다.
“잠깐 갈 곳이 있어.”
강지건은 모녀를 마겔로 이끌었다.
풍경이 변하자 모녀는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신인가요?”
“난 인간이었어. 지금은 뭔지 모르겠군.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지.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란 거.”
“주인님.”
“그냥 대장이라고 불러도 돼.”
“네, 대장!”
베야와 누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강지건은 모녀를 차례대로 안았다.
“이것은?”
절정에 도달한 베야는 불의 힘을 얻게 되었다.
신기한 눈으로 불을 바라보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누샤도 마찬가지였다.
베야와 같은 불의 힘을 얻게 되었다.
“델!”
“부르셨습니까?”
호출하자 델이 냉큼 달려왔다.
“이 두 사람을 교육시켜.”
“네, 주군.”
“어어?”
베야와 누샤는 그대로 델에게 끌려갔다.
“이제 너희들도 나처럼 싸울 수 있게 되는 거야.”
안심을 시켜주었다.
이후 베야와 누샤는 교육을 받으며 진실을 알게 되었다.
강지건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잡은 행운이 무엇인지.
한편, 두 여인을 서번트로 만든 강지건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뭘 해볼까?’
대해적의 보물을 찾아보려 했었지만 헛소문인 것인 판명 났다.
‘일단 여기까지만 해볼까?’
딕스에서 꽤 오랜 시간 지냈다.
‘미국에서 좀 놀아봐야지.’
효과를 느껴보고 싶었다.
호텔에 있는 무기를 모두 관리실로 옮겼다. 돈을 비롯한 짐도 마찬가지. 말도 다 팔아버린 뒤, 간단한 무장을 한 상태로 강지건은 섬 안쪽의 숲으로 향한 뒤 관리실로 복귀했다.
‘로스앤젤레스니 미식축구나 보러가볼까?’
오랜 칩거 끝에 강지건이 다시 외부로 나오자 정보원들은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대체 뭐하느라 콕 박혀 있었던 건지.”
“드라마라도 몰아서 봤나보죠.”
“하긴.”
시대가 변했다.
과거라면 방구석에 오래 틀어박히는 것은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인터넷 덕분에 방구석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게임을 하는 것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도 방에서 볼 수 있었다.
영화관의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봤다.
대형 스크린은 이제 VR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VR 기어를 쓰고 이어폰을 끼면 영화관보다 더 쾌적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
음식도 얼마든지 스마트폰으로 주문이 가능했다.
더구나 강지건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 사서 가지고 오거나 셰프를 고용해 집에서도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처럼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고 있지?”
“미식축구 보러 가는 모양입니다.”
“그래?”
강지건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소문이 뿌려지자 파파라치들이 움직였고 파파라치 사이에 첩보원들이 끼어있었다.
‘흠, 보는 눈이 많네.’
강지건은 조용히 로스앤젤레스를 연고로 하는 미식축구팀을 찾았다.
새로 만들어진 스타디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최신 기술이 아낌없이 들어간 거대한 경기장을 둘러보던 강지건은 VIP들을 위한 관람석으로 향했다.
호텔이 따로 없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상관없었다.
‘어디 보자.’
보통 사람이라면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지건은 그냥 보고 싶다고 말을 했을 뿐이고 포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바로 이를 이뤄주었다.
“안녕하세요. 데니 왓슨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지건입니다.”
대신 한 가지 만남은 피할 수 없었다.
“미식축구 좋아하시나요?”
“사실 잘 모릅니다. 미국에 왔으니 미식축구를 봐야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그건 그렇습니다. 미국의 국민 스포츠니까요.”
야구는 미식축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미국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스포츠는 미식축구였다.
경기수는 야구에 비해 현저하게 적지만 시청률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매해 열리는 슈퍼볼은 피파 월드컵 결승전 다음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도 흥행 면에서는 슈퍼볼에 뒤진다.
어떤 미식축구 선수는 야구는 조작 스포츠라고 깠을 정도였다.
그만큼 미식축구의 위엄은 야구를 앞섰다.
“뭐 드시고 싶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메뉴에 없는 것은 뭐든 주문하셔도 됩니다. 우리 셰프가 대기하고 있으니까.”
“정말 호화스럽군요.”
“그런 목적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한식도 됩니까?”
“물론이죠! 우리 셰프들은 못하는 게 없습니다.”
데니 왓슨은 연신 셰프를 자랑했다.
데니 왓슨의 아버지가 바로 로스앤젤레스 미식축구팀의 구단주였다.
엘리엇 왓슨.
부동산 거부로 많은 스포츠팀을 소유하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미식축구팀부터 시작해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 그리고 NBA와 NHL 그리고 MLS까지.
미국의 농구, 하키. 그리고 축구팀까지 가지고 있었으며 여기에 이스포츠팀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거부를 아버지로 둔 남자로 언젠가 사업들을 물려받게 될 예정이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많이 시켜 먹는 걸 먹어보고 싶은데요.”
“그럼 부리토와 나초죠. 아, 그리고 치즈버거 서브도 있습니다.”
데니 왓슨은 돈이 많았지만 굳이 고급 메뉴를 권장하지 않았다.
“맛있겠네요.”
“혹시 먹방이라도 찍으실 거라면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모든 메뉴를 주문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데니 왓슨이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모두 세팅되었다.
테이블을 가득 채운 음식을 바라보며 강지건은 웃었다.
“안녕하신가. 오늘은 미식축구 보러 왔지. 온 김에 먹방도 찍을 생각.”
가볍게 방송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