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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스 - 바다로 가는 길

하루 뒤, 정기선을 탄 강지건 일행은 바다에 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지겨워요.”

갑판에 올라온 베야는 투덜거렸다.

“배는 좁으니까.”

처음 배를 타고 바다로 나왔을 땐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멀미가 시작되었다.

누샤는 지독한 멀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베야는 크게 멀미를 느끼지는 않았다.

“정말 걱정이에요.”

“황야를 건널 때도 지루하긴 마찬가지였잖아.”

“그렇긴 해요.”

두 사람은 다시 선실로 향했다.

해먹에 누운 누샤는 안색이 굉장히 안 좋았다.

“갑판으로 갈까?”

“아니요. 그냥 있을 게요.”

그렇게 며칠 항해했을 때였다.

“전투 준비!”

“라킨 사략선이다!”

“신호탄을 쏴라!”

선원 하나가 총을 하나 들고 나오더니 허공을 향해 쐈다.

얼마 뒤 허공에서 연막탄이 터졌다.

제발 누군가 보고 달려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쏜 신호탄이었다.

‘라킨이라.’

강지건은 인근 해역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딕스는 당연하게도 수많은 국가가 존재했다.

개척지가 된 땅에는 많은 나라들이 진출해 있었다.

서로의 합의하에 땅을 나눠가졌지만 바다에서는 국가간의 관계에 따라 서로의 배를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적은 모두 토벌되었지만 사략은 멈추지 않았다.

과거에는 사략허가를 받은 해적들이 했다면 이제는 해군이 사략 해적의 일을 대신 했다.

해군의 소속으로 자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무조건 막기 위한 조치였다.

대신 적국의 상선을 나포해 돈을 뜯어내는 게 이들의 일이었다.

현재 달려드는 자들은 라킨 왕국의 사략선.

강지건이 탄 배는 파단 제국의 소속이었다.

‘전력은 비슷한데.’

백병전이 벌어진다면 정기선이 훨씬 불리했다.

“라킨 사략선과 싸울 생각이오! 싸울 사람은 준비하시오!”

“그냥 항복하면 안 되나?”

“몸값이 있다면! 어디 광산 같은 곳에 끌려가 노역하고 싶지 않으면 싸우시오!”

“에잇! 내 전 재산이 이 배에 실렸는데!”

상행을 위해 움직이던 작은 상인들은 무기를 빼들었다.

리볼버였다.

“총 좀 빌려주쇼.”

한 남자가 강지건에게 다가왔다.

“나 쓸 것도 없으니 비켜.”

“뭐요?”

“내 직업이 사냥꾼인데. 나보다 잘 쏠 자신 있으면 빌려주고.”

말을 건 남자는 눈치를 보며 물러났다.

이어서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반색했다.

“사냥꾼이었소?”

“총이나 장전해서 주쇼.”

“아무렴!”

총이 익히기 쉬운 무기이긴 하지만 맞추기 쉬운 무기인 것은 아니다.

괜히 전열을 세우고 여럿이 동시에 쏘도록 하는 게 아니다.

화망을 만들어 쏘다보면 걸리는 놈이 나올 테니까.

이후 사격을 하다 거리가 좁혀지면 착검한 뒤 총검술을 펼쳐 싸운다.

훈련이 잘 된 부대와 뛰어난 지휘관이 만나면 거리를 좁히는 동안 상대에게 막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여기에 줄을 서는 전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상대를 가두는 화망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이것이 전장식 총을 쏘는 시대의 전투법.

하지만 사냥꾼의 사격술은 일반인을 아득히 상회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선 것 같은 신묘한 사격술로 먼 거리에서도 저격에 성공한다.

화망을 만들기보다 사냥꾼이 계속해서 총을 쏠 수 있게 장전해주는 편이 해전에서 더 유리하단 말이 나올 정도였다.

“종이 카트리지 준비해!”

총 20개의 리볼버가 장전되었다.

강지건은 몸에 여러 개의 건벨트를 둘렀다.

허리에만 무려 여섯 개의 총을 찼다.

앞쪽에 두 개,

양 옆에 두 개.

뒤쪽에 두 개.

겨드랑이에 두 개.

가슴 쪽에 네 개.

12개의 총을 차고 양 손에 또 총을 쥐었다.

무식하다고 할 정도로 총을 많이 차고 있었지만 재장전이 느린 전장식 리볼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사략선과 점점 가까워졌다.

전함끼리의 전투였다면 대포부터 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략선은 나포하기 위해 접근 중이었다.

물론 대포를 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정기선 쪽에서는 아예 맞붙어 싸우는 쪽을 택했다.

강지건을 믿어보려는 것이었다.

점점 배가 가까워지자 사략선의 선측에 선원들이 소총을 들고 겨냥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칼을 들고 설치지 않는다.

총으로 쏴서 숫자를 줄이고 돌입한다.

타앙!

강지건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자들부터 쐈다.

눈에 총을 맞은 자는 그대로 기절하며 쓰러졌다.

일부러 눈을 노려 쐈다.

탕! 탕! 탕!

퍽! 퍽! 퍽!

총성이 울릴 때마다 눈이 터져나갔다.

강지건은 일방적으로 상대를 두드렸다.

무시무시한 사격술로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총을 다 쏘면 미련 없이 갑판에 리볼러를 던졌다.

선원들이 잽싸게 주워서 장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0개의 리볼버 탄창을 비웠다.

60명이 고혼이 되었다.

이쯤 되자 열이 받은 사략선 쪽에서 대포를 발사했다.

꽈앙!

피할 길이 없었다.

정기선에 포탄이 박히며 나무가 비산했다.

“폭탄 가져와!”

폭탄이라고 해봐야 화약과 철조각을 잔뜩 넣어서 만든 나무통이었다.

끝에는 심지가 달려 있었다.

강지건은 심지를 정확히 잘라내 불을 붙인 뒤 던졌다.

폭탄은 정확히 대포가 실린 측면창으로 들어갔다.

꽈앙!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음이 계속 이어지며 대포가 실린 포열 갑판이 터져나갔다.

포격을 하기 위해 화약통이 열린 상태, 여기서 폭발이 일어나 불이 붙으니 연쇄 반응이 일어나며 사략선의 포열 갑판이 초토화 되었다.

폭발로 인해 사략선이 터져나가면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파편은 정기선으로도 날아왔다.

강지건을 비롯한 선원들은 모두 납작 엎드려 파편을 피했다.

사람들은 엄청난 굉음에 고막이 먹먹해졌다.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강지건은 가장 먼저 몸을 일으켰다.

이후 배가 가까워지자 사략선으로 뛰어들며 연속으로 사격했다.

리볼버를 다 쏜 이후에는 죽은 병사의 검을 빼앗아 난전에 돌입했다.

정기선의 선원들은 강지건이 홀로 싸우는 모습을 훔쳐보며 입을 벌렸다.

‘헐, 무섭다.’

‘저게 사냥꾼의 실력?’

새처럼 갑판 위를 날아다니며 검을 휘두르면 누군가 피를 뿜으며 죽었다.

리볼버로 잡으려 하던 자는 던져진 칼이 가슴에 박히며 방아쇠도 당기지 못하고 죽었다.

강지건이 죽은 자의 리볼버를 주워드는 순간 쏘지 않은 탄환수만큼 병사가 쓰러졌다.

검을 빼어들고 다시 달리면 병사들이 피를 뿜어내며 죽었다.

결국 선장실까지 진격한 강지건은 함장을 사로잡았다.

그것으로 전투가 끝났다.

“모두 수고했으니까 반은 나눠 가져.”

“하하하! 감사합니다!”

“대신 저쪽이 가진 무기 중 마음에 드는 건 내가 가질 거야. 저 배에 실려있던 돈도.”

“물론이죠!”

정기선의 선장과 선원들은 아무도 강지건을 거스르지 않았다.

불만?

있지만 없다.

‘어떻게 불만을 말해?’

강지건이 홀로 나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학살해버렸다.

혼자 싸웠다.

만약 강지건이 마음만 먹는다면 정기선의 선원과 선장을 죽이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었다.

다들 이를 알기에 욕심을 삼켰다.

괜한 욕심으로 목숨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더구나 강지건은 나포한 배의 지분 반을 나눠가지겠다고 했다.

이것만 해도 충분했다.

비록 포열 갑판이 날아가고 엉망이 된 배였지만 돈이 된다.

수리 좀 하면 엄청나게 비싸게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상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 군선이었다.

뒤처리를 맡긴 강지건은 선실로 들어와 누샤를 챙겼다.

“몸은 좀 어때?”

“죄송해요. 아무 것도 못해서.”

“딱히. 갑판에 있었어도 다 내가 했을 걸. 다른 놈들도 뭐 못했는데.”

강지건 입장에서는 그냥 가볍게 몸을 푼 수준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요.”

“푹 쉬어. 아무 걱정 말고.”

하루 뒤, 정기선은 대해적의 묘가 발견된 아리나카섬에 도착했다.

아리나카섬에 내린 강지건 일행은 호텔에 짐을 풀었다.

대량의 무기를 들여오자 호텔 주인은 긴장했다.

“전쟁이라도 납니까?”

“사냥꾼이다. 오다가 사략선 하나 털었거든.”

“네? 그렇습니까?”

호텔 주인의 안색이 조금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눈치를 보았다.

범죄자가 될 각오를 한다면 약탈을 저지르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자신이 죽은 뒤에 강도가 잡혀서 처벌 받아야 무슨 소용일까?

한 번 죽으면 땡이다.

그러니 죽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대해적의 보물을 찾으러 온 거니까.”

“아, 요즘 보물 찾으려는 사람이 좀 많긴 합니다.”

“돈은 한 달치 미리 내지.”

계산을 하고도 돈은 한참 많이 남았다.

사략선에 실려있던 돈이 꽤 많은 덕분이었다.

개척지를 떠난 뒤, 베야와 누샤가 강지건과 함께 방에 들어가도 아무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약 세 사람이 처음 만났던 도시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당장 구설수에 올랐을 것이다.

모녀가 한 남자에게 안긴다고.

하지만 살던 곳을 떠나 먼 곳으로 오니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더구나 두 사람은 이제 서로 부를 때 그냥 이름으로 할 뿐이었다.

이상한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여자 동료들이 한 남자에게 안기는 정도로 보였다.

귀족 같았으면 이 또한 난잡하다는 소문을 불러왔겠지만 이런 일로 뭔가 큰일이 나는 시대는 또 아니었다.

“흥긋!”

베야의 검은 몸은 강지건의 위에서 꿈틀거렸다.

검은 고양이 같은 몸이 이리 저리 뒤틀렸다.

“흐읍!”

누샤는 베야의 뒤에서 가슴을 애무하며 목에 키스해주었다.

좀 더 즐길 수 있도록 베야를 도와주었다.

두 여인이 어우러지며 강지건에게 쉬지않고 달라붙었다.

허나 언제나 나가떨어지는 것은 두 여인이었다.

“대장은 정말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그런 소리 많이 듣지.”

“멋있어요.”

“그런 소리도 많이 듣지.”

“후훗.”

베야가 강지건의 품에 기대었다.

반면 누샤는 강지건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대물을 입으로 애무했다.

진한 수컷의 냄새에 취한 상태였다.

그렇게 일주일을 호텔에서 나가지도 않고 뒹굴었다.

밥을 먹고 나면 방에서 섹스를 하는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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