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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스 - 바다로 가는 길
“하루만 시간을 줘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봐. 하지만 도망치려고 하면 알지?”
“갚을 거니까.”
“그래, 우리야 돈만 받으면 상관없지 뭐.”
남자들이 물러나자 누샤의 딸인 베야가 다가왔다.
“엄마.”
“괜찮아 베야. 분명 우릴 도와줄 사람이 있을 거야. 나갔다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아뇨, 같이 가요. 혼자 있기 무서워요.”
누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호해줄 보호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가자.”
누샤와 베야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찾아가 돈을 빌리려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은근슬쩍 모녀를 정부로 들이려는 자들이 있었을 뿐.
시녀처럼 들이고 마음대로 농락하려 했다.
의도가 보이기에 누샤는 생각해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나왔다.
매춘부가 되나 정부가 되나 안 좋은 것은 매한가지니까.
최후까지 선택을 미루고 패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로 거절해버릴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은 나빴으니까.
“안녕하쇼.”
강지건은 지나가는 모녀에게 말을 걸었다.
누샤는 낯선 이방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려 할 때 강지건은 난간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도움이 필요하신가?”
“왜 그런 걸 묻는 거죠?”
“아니 그냥 여기서 쭉 봤는데 이집 저집 다니면서 뭔가 부탁하고 있는 게 보여서.”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왜 아니지? 나한테 말해봐. 내가 도와줄지 누가 알아?”
위스키병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셨다.
누가 봐도 술주정을 부리는 것으로 보였다.
보안관이 슬쩍 나와 지켜보기 시작했다.
누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돈 빌려줄 수 있어요?”
“얼마나?”
“300 디나르.”
“있긴 있는데.”
강지건은 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냈다.
현상금을 두둑하게 받아서 돈이 넘쳤다.
“댁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야.”
“몸을 파는 일이 아니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누샤는 담담히 말했다.
“올곧네. 좋아. 빌려주지. 그런데 내가 현상금 사냥꾼이라서 돌아다녀야 해. 당신이 내 조수를 하든 하녀를 하든 해야 할 텐데. 할 수 있겠어?”
“동료로 삼겠다는 건가요?”
“뭐 나한테 교육 받으면 내가 돈을 받아야 할 거 같은데.”
“좋아요. 하겠어요. 가르쳐주세요.”
“그래, 그럼 계약 성립.”
“대신 몸은 건들지 말아주세요.”
“걱정 마.”
강지건에게 불리한 계약이었다.
‘나중에 일이나 시켜야지. 상점이나 굴리게 해볼까?’
하지만 다 계획이 있었다.
“호오, 친절을 베푸는 건가?”
계속 지켜보고 있던 보안관이 다가왔다.
“돈도 많이 벌었고. 기분도 좋고. 이것도 운명의 인도가 아닌가 해서.”
“그런가? 운명의 인도인가.”
운명의 인도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말 팔아먹으려는 건 아니고?”
“이미 빚에 팔린 상태 아니었던가? 당신도 알고 묵인하고 있었으면서.”
“음, 그렇지.”
보안관은 물러섰다.
사채업자들이 뭘 할지 알면서도 방관했었으니까.
이제는 보호자도 없은 모녀였다.
재산은 없고 빚만 있다.
개척지역에서 이런 약자들의 운명은 두 가지다.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리거나.
아니면 죽거나.
운이 좋다면 좋은 남자를 만나서 다시 신분이 상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법지대에서 좋은 남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좋은 놈들은 일찍 죽었다.
“이제부터 이 모녀는 내 동료다.”
고용은 하지 않는 강지건이었다.
누샤와 베야는 집을 정리했다. 정확히는 집안의 물품들을 처분하고 필요한 것만 챙겼다. 한 편 강지건은 마차를 중고로 하나 샀다.
마차에 짐을 실었다.
“앞으로 잘 해보자고.”
모녀는 여성복을 벗고 남자처럼 입었다.
바지에 셔츠.
치마를 입고 말을 타고 다니거나 싸우기는 힘드니까.
건벨트를 하나씩 차고 총도 찼다.
“자, 종이 가트리지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지.”
마을을 떠나기 전 리볼버를 장전하는 법부터 가르쳐주었다.
하나씩 정성 들여서 장전하는 법부터 종이 카트리지를 이용하는 법까지.
“앞으로 두 사람이 할 일이야.”
“검술은요?”
“창이나 들어. 댁들은 검을 쓰게 된 순간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차라리 달리는 속도를 늘리는 게 좋을 걸?”
“그게 늘어나나요?”
“연습하면 늘지.”
사람마다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달리기는 연습하면 어느 정도 속도 향상을 이룰 수 있다.
괜히 냉병기의 시대에서 총기로 전쟁 방식이 변한 게 아니다.
총을 들고 달리고 행군하고 장전해서 쏘는 법만 알면 그럴싸한 병사가 하나 뚝딱 만들어진다.
검술이니 창술이니 배우는 것은 매우 힘들다.
나이든 노인은 물론 어린 병사도 총을 장전하고 조준해서 쏠 수만 있으면 병사로 활동이 가능하니까.
도시를 떠나 길을 가는 도중에 계속해서 훈련을 반복했다.
누샤와 베야는 금방 배웠다.
앞으로 살기 위해서 할 일이니까.
무법자들에 대항해 싸우려면 리볼버가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여자도 거구의 남자를 방아쇠를 당기는 것으로 죽일 수 있다.
총구 앞에선 모두 공평하다.
“흠, 사격 솜씨가 잘 안 나오네. 힘이 부족해.”
쏘는 것까지는 배웠지만 정확하게 맞추는 것에는 시간이 걸렸다.
5미터까지 접근하지 않으면 맞추기가 힘든 수준.
“이럴 줄 알고 준비한 총이 있지.”
강지건은 산탄총 두 개를 꺼냈다.
“이건?”
“산탄총.”
산탄을 넣고 쏘는 산탄총이었다.
“자, 여기 봐. 종이 카트리지를 쑤셔 넣고 캡 씌우고 빵!”
작은 쇳조각들이 비산하며 날아갔다.
“이건 여분으로 10개 구입했으니까. 장전해놓고 잘 보관해. 쏘기 전에 캡 씌우는 거 잊지 말고.”
퍼커션 캡, 뇌관을 수동으로 씌워서 쏘는 방식이었다.
모녀는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웠다.
며칠 지나자 리볼버는 그럭저럭 평균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산탄총에도 익숙해졌다.
리볼버보다는 산탄총에 더 집중하는 모녀였다.
“자, 밥 먹기 전에 뛰고 와.”
체력과 근력은 필수였다.
“고마워요.”
밤이 찾아오자 마차를 세우고 식사에 들어갔다.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프라이팬에 햄을 구웠다.
빵은 없다.
대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비스킷이 있었다.
딱딱한 비스킷은 주전자에 끓인 차에 적셔 먹었다.
햄 위에 치즈를 살짝 올려 녹여 먹었다.
간단한 식사가 끝나자 침묵이 감돌았다.
강지건은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얘기라도 좀 해봐. 심심한데.”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아무거나.”
누샤와 베야는 번갈아가며 자신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했던 사람, 추억.
“돈을 벌면 뭐하고 싶어?”
“작은 가게를 가지고 싶어요. 베야를 결혼시키고.”
“그럼 혼자 살게 될 텐데? 괜찮겠어?”
“나는 결혼해도 엄마랑 같이 살 거니까.”
“말은 고맙지만 글쎄.”
누샤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식들이 돌봐주지 않는다면 미망인은 힘들다.
결국 살기 위해 누군가의 여자가 되는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대도시에서 가게를 가지고 있다면 함부로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거야 모르는 이야기지. 도시에는 도시의 싸움이 있으니까.”
“그런가요?”
“뭐 좋은 남자 만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
“나이 든 미망인이니 부인은 힘들고 아마 애인 정도나 할 수 있겠죠. 돈이 많으면 나이 어린 남자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
그때 베야는 뜨거운 눈으로 강지건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보지?”
“고마워서요.”
스륵.
상의의 단추를 풀면서 가슴을 슬쩍 드러내는 베야였다.
“그렇게 할 거 없어. 도와줄 테니까.”
“운명의 인도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운명을 느껴요.”
검은 피부의 베야는 모닥불에 빛났다.
초콜릿 같은 살결이었다.
“흠.”
강지건은 느긋하게 누워 감상하기 시작했다.
“보여준다면 나야 좋긴 한데. 하지만 난 그렇게 책임감 넘치는 놈이 아니야.”
“그래도 고마우니까. 제 첫 남자는 당신이었으면 해요.”
투툭.
바지도 떨어졌다.
남은 것은 얇은 속바지.
이마저도 떨어지며 어둠보다 검은 숲이 드러났다.
모닥불을 돌아 강지건 위에 앉은 베야는 머리를 숙였다.
입술이 만났다.
이 모든 것을 보면서 누샤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개척지에서의 삶은 가혹했다.
패배자에게 남는 것을 별로 없다.
그렇다고 본토로 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본토는 더 힘드니까.
어떻게 해서든 성공해보겠다고 건너오는 것이다.
본토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니까.
더구나 다시 돌아가기 위해 쓸 돈도 많다.
어지간히 돈을 많이 벌지 않으면 힘들다.
누샤는 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강지건의 물건이 드러나는 것도 보았다.
‘커.’
거대한 대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야는 대물에 구멍을 문질렀다.
충분히 젖을 때까지.
강지건 또한 옷을 다 벗은 상태가 되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다.
“흐윽!”
첫 경험의 고통에 베야는 몸을 떨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꽉 안았다.
“아아!”
고통은 짧았다.
무섭게 피어오르는 쾌락에 이성을 잃었다.
“아! 아! 아! 아! 아!”
소리를 지르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저건.’
누샤는 멍하니 처다보았다.
딸의 모습에서 기쁨이 느껴졌다.
‘좋은 걸까?’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지만 누샤는 한 번도 절정을 맛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딸이 기뻐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