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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스 - 바다로 가는 길
양손에는 어느새 리볼버가 쥐어져 있었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이마에 구멍이 생겼다.
사람이 쓰러졌다.
한 방에 한 명.
꼭 죽였다.
허리에서 뽑은 리볼버를 모두 비우기까지 걸린 시간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자 뒤늦게 반응하며 뽑으려고 하는 강도들.
그 사이에 12발의 총알을 쏟아낸 강지건은 리볼버를 허리의 총집에 꽂고는 겨드랑이의 리볼버를 다시 꺼내 쥐었다.
이번에는 뛰고 있었다.
움직이는 사이 총을 뽑은 강도들의 에임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강지건의 에임은 정확했다.
탕탕탕탕탕!
다시 5초도 걸리지 않아 12발을 모두 쏟아냈다.
24명이 쓰러지는 것은 순식간.
갑자기 사람이 죽어나가며 쓰러지나 자는 공포에 떨었다.
25명이 있었는데 딱 한 명이 살아남았다.
“으아아아아아!”
탕탕탕탕탕!
겁에 질린 강도는 마구 총을 쐈다.
하지만 강지건은 빠르게 움직이며 모두 피해냈다.
제대로 조준하고 쏴도 권총은 명중률이 높지 않은 물건이다.
10미터 거리에서 제대로 맞추기만 해도 어느 정도 훈련 받은 사람이다.
25미터가 넘어가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맞추기가 어렵다.
강지건은 15미터 거리에서 알짱거리며 옆으로 달렸다.
틱틱틱.
당황해서 모두 쏴버린 강도.
장전된 총을 다 쐈다.
재장전을 하려면 엄청 시간이 걸리는 흑색화약 리볼버였다.
“으아아아아!”
마주 싸우기보다 도망치기 위해 말을 달리려 했다.
하지만 고삐를 당기며 방향을 전화하려는 순간 리볼버가 날아와 머리를 맞췄다.
강지건이 냅다 던져버린 것.
별이 보였다.
강도는 기절했다.
“잘 가라.”
여유롭게 말로 돌아가 기병도를 빼온 강지건은 목을 베어냈다.
이어서 다른 자들의 목도 전부 베어 강도들이 탔던 말의 안장에 묶었다.
말들은 모두 하나로 이어지게 고삐를 엮었다.
‘슬슬 털어볼까?’
강도들의 무기를 모두 모았다. 몸에 지니고 있는 소지품을 뒤져서 챙겼다.
별 건 없었다.
술이 담긴 플라스크는 버렸다.
신발이나 옷도 내버려두었다.
‘돈은 좀 있네.’
돈이나 단검들을 챙겼다.
‘이 놈들은 현상금이 얼마나 나오려나.’
사람을 죽였지만 강지건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말에 올라타 떠나기 전 시체들을 보았다.
‘나도 참. 아직 멀었네.’
시체를 접하는 것은 매우 강렬한 자극이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니까.
그것도 동물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동족의 시체다.
시체를 보게 되면 공포를 느끼게 된다.
본능에 가깝다.
위험을 인지하도록 만들어진 감정이니까.
‘괜찮겠지 뭐.’
살인은 다른 세계에서도 했었다.
시체보다 더 끔찍한 것을 많이 봤다.
‘크롭스크의 좀비에 비하면 이 정도야.’
죽었어야 할 시체들이 움직이며 달려드는 모습은 굉장히 강렬했다.
인간의 형상인 좀비를 박살내며 다녔던 강지건이다.
사람의 시체를 보는 것에 놀랄 시기는 한참 지났다.
강지건에게 강도를 죽인 일은 달려드는 모기를 잡은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감정까지 초심으로 돌아갈 순 없으니 적당히 해야겠네.’
절제가 통할지 안 통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는 거였다.
앞뒤 재며 계산하며 고민하는 것보다 직접 해보고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더 빠를 때가 있다.
감정에 관한 일은 계산만으로 안 되니 직접 겪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야동만 보고 섹스가 엄청나게 황홀할 거라고 기대했다가 첫 섹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처럼.
터덜터덜.
강지건은 말들을 이끌고 도시로 향했다.
“호오, 강도들을 잡아오다니 역시 사냥꾼 답소.”
보안관에게 머리를 넘기고 현상금을 받았다.
무기는 몇 개만 챙기고 모두 팔았다.
말도 팔았다.
그러자 꽤 거금이 강지건의 손에 들어왔다.
‘흠, 오늘은 뭐할까?’
일단 바다로 향하고 있었지만 급할 건 없었다.
‘쇼핑하는 재미는 없지만 상점을 들려줘야지.’
돌그림산보다는 좀 더 큰 도시였기에 그래도 상점 수가 꽤 됐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어서 향한 곳은 주점이었다.
“여어 어서 오시게나.”
“위스키.”
“하하, 여기 영웅의 술은 내가 사지.”
강지건이 도시에 들어서던 모습은 금방 소문이 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5마리의 말과 25개의 머리.
현상금이 걸렸던 강도들이었다.
인근에서 골치 아픈 존재인 강도단을 처리했으니 다들 기뻐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강도들이 나타나겠지만 그 사이에는 평화를 누릴 수 있으니.
“그런데 동료들은 어떻게 된 건가?”
“동료? 나 혼자 잡았는데.”
“오오오오!”
허세든 진실이든 주점의 손님들은 상관하지 않고 호응해주었다.
“정말 대단하군.”
“우리 보안관보다 더 센데?”
“이 곳에 사는 게 어떤가?”
무법자들이 설치는 개척지대, 잘 싸우는 사람의 수요는 차고 넘친다.
도시에 강자가 있으면 유사시에 대응하기 좋다.
든든하다.
그러니 잘 싸우는 사냥꾼이 정착하길 원하는 일이 많다.
특히 도시의 상류층은 이를 더욱 바란다.
자신의 재산을 지키고 싶어 하니까.
재산을 지키는 것은 결국 폭력이다.
강자 영입은 재산을 지키는 일에 필수다.
“미안하지만 바다로 가고 있어.”
“바다? 혹시 그 소문 때문인가?”
“보물 구경을 해보고 싶으니까.”
“신문에 실린 기사를 다 믿지는 말게나. 허황된 이야기를 쓰는 놈들이 넘쳐나니까.”
“맞아 맞아.”
가짜 뉴스는 딕스에서도 넘쳤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다.
국가, 인종, 시대를 불문하고 헛소문을 퍼트리는 사람이 존재한다.
속아 본 사람들은 뭐든 의심해보는 게 습관이 될 뿐이다.
괜히 음모론이 태동하는 게 아니다.
“정착은 나중에 생각해보지.”
위스키를 들이킨 강지건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드는 안 하나?”
“응? 대낮부터 하지는 않지.”
“흠, 주인장. 먹을 거 뭐가 되지?”
“치즈랑 햄이 좀 있는데.”
“햄? 좀 더 낫군. 햄치즈 빵하고 같이.”
“마실 건?”
“맥주 있나?”
“있지.”
“그럼 위스키와 맥주를.”
강지건은 맥주를 받았다. 그리 시원하지는 않았다.
미지근한 맥주.
“위스키는 여기에.”
잔을 들자 주인이 위스키를 따라주었다.
퐁당.
폭탄주가 제조되었다.
“이건 뭔가?”
“폭탄주.”
“허어.”
강지건은 햄과 치즈를 빵 사이에 넣고 먹기 시작했다.
‘퍽퍽해.’
빵은 여전히 퍽퍽했다.
햄과 치즈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안 마시나?”
“이제 마셔야지.”
폭탄주를 쭉 들이키며 내려놓았다.
‘이것도 별 효과가 없네.’
능력을 얻기 전이었다면 폭탄주에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강지건에게 폭탄주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마시면 좋나?”
“해봐.”
호기심에 주점의 손님들이 따라해보았다.
“흐앗!”
“크으!”
“죽이는 군!”
“캬아!”
술꾼들은 다들 환호했다.
“이거 정말 좋은 걸 배웠어!”
“흐흐흐흐!”
피식.
‘이제 딕스에 폭탄주를 퍼트린 인간으로 기록되려나.’
강지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나?”
“그냥 동네 구경. 위스키나 한 병 줘.”
거리에 나온 강지건은 적당한 난간에 앉아 위스키를 홀짝 거렸다.
‘심심한 동네.’
강지건이 동네를 볼 때 동네도 강지건을 보고 있었다.
‘이것은 심연인가.’
자극이 별로 없어서 외지인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
자극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온 강지건.
서로에게 흥미의 대상이었지만 질린 쪽은 강지건이었다.
‘어디.’
인지 범위를 넓히며 도시의 모든 것을 파악한다.
대낮부터 섹스에 열중하는 사람부터 이런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인지되었다.
그때였다.
강지건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한 미망인과 젊은 딸이 사는 집에 한 무리의 남자들이 방문했다.
미망인의 이름은 누샤.
남편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빚을 받으러 왔다.”
“빚이라뇨?”
“남편이 우리한테 빚졌던 걸 모르나본데. 여기.”
사채업자들이 서류를 보여주었다.
“이제부터 이 집은 우리 거야. 나가줘야겠어.”
“그리고 남은 빚은 댁이 갚아야 해.”
“일자리 소개해줄까?”
남자들의 수법은 고전적이었다.
하지만 개척지의 미망인이 빠져나가기도 힘들었다.
“보안관을 부르겠어요.”
“그 양반도 알아.”
“그런.......”
누샤는 절망했다.
“참고로 도망갈 생각 말고.”
“당신이 하기 힘들다면 당신 딸도 괜찮으니까.”
“딸이 일하면 더 쉽게 벌겠군 그래.”
사채업자들이 소개해줄 일이란 것은 뻔 했다.
매춘.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을 노예로 부릴 수 없으니 다른 쪽으로 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