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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가 되었습니다-202화 (20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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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밤.

우승을 이루자마자 강지건은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기뻐야 하는데.’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스프링 우승 때가 훨씬 더 기뻤다.

‘앞으로 스포츠는 못하겠네.’

인간과의 경쟁으로 즐거움을 얻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면 게을러질 텐데. 그러고보니 나 게을러졌구나.’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인간은 게을러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나?’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 가지고 돈을 벌어 빌딩도 사고 이런 저런 투자로 성공한 뒤에 그냥 은퇴해서 놀고먹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은 널려 있다.

어디 멀리 갈 것도 없었다.

‘모두 이뤘다.’

강지건은 자신의 상태를 깨달았다.

이미 이루었다.

서번트들이 알아서 침식을 정화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안틸로프의 완전 침식도 막았고 전력을 더욱 강화하는 중이었다.

포인트도 천문학적으로 벌어들이는 중이었다.

1조는 오래 전에 넘겼다.

벌어들인 포인트로 관리실 공간을 엄청나게 늘렸다.

이제는 관리실이 하나의 나라와 같은 크기가 되었다.

어마어마하게 포인트를 투자했지만 포인트는 계속해서 쌓였다.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포인트는 더 이상 셈을 하는 게 힘들 정도였다.

눈 감았다 뜨면 단위가 변해있다.

세계를 정화하기 전에 강지건에게 퀘스트 요청하며 대기하는 것만 사라진다면 더욱 빨라졌을 것이다.

‘또 업적을 이룬다면 어쩌면 이제 퀘스트마저 서번트들이 도맡아서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강지건은 완벽하게 자유로워진다.

퀘스트 설정을 하느라 요청을 받으면 잠시 멈춰서 퀘스트를 빠르게 설정한다.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었다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퀘스트 설정하는 기계가 되었을 것이다.

‘더 강해져야 하는데.’

하지만 욕구가 잘 생기지 않았다.

‘등급을 올려야 하나?’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굳이 지금 등급을 올려 퀘스트 난이도를 올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권태를 이기려면 결국 절제를 해야겠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싶다면 운동을 하면 된다.

적당한 운동은 식욕에 영향을 주니까.

‘딕스.’

강지건은 잡념을 털어냈다.

‘지금은 좀 즐기자. 새로운 것을.’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권태 해결이 먼저야.’

프로게이머 활동에 권태를 느끼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선수로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태를 느끼고 결국 그만두었다.

우승이 별로 기쁘지 않은 게 그 증거였다.

‘또 다른 것을 찾아서 모험을 떠나는 거야.’

다음 날,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탄 강지건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잠적해버렸다.

딕스.

낙스와 같은 개척시대의 문명을 가진 세계.

하지만 무기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전장식 소총이 활용되고 있었으며 흑색화약을 이용한 리볼버가 개발되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흠.”

강지건은 딕스의 신형 무기라는 리볼버를 바라보았다.

종이 카트리지를 이용해 장전을 했다.

이후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흠, 연기.”

총의 화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연기가 많이 났다.

무연 화약과 비교하면 확실했다.

‘장전이 느려.’

리볼버를 여러 개 가지고 다녀도 한 번씩 쏘고 나면 땡.

종이 카트리지를 사용하는데도 레버를 이용해 실린더에 꾹꾹 눌러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종이 카트리지를 실린더에 넣은 이후에는 뒤쪽에 퍼커션 캡을 끼워야 했다.

급박한 전투 중에 재장전은 매우 어려웠다.

‘총검술이나 기병의 창술이 어느 정도 필요해. 검술도 익혀야 하고.’

전장식 소총과 전장식 리볼버.

단점은 명확하다.

장전 속도.

원거리 공격에 활을 쓰는 게 오히려 연사가 더 빠를 것이다.

하지만 숙련된 궁수는 육성이 힘들다.

무엇보다 숙련된 전사는 화살을 보고 피하거나 쳐내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화살을 쳐내거나 피하는 것도 사람 나름.

궁수나 전사는 육성이 까다롭다.

반면 총병은 육성이 쉬웠다.

무기의 대량 생산을 통해 병사를 빠르게 육성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전쟁 양상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군대를 가진 국가 사이의 전쟁에 국한된 것.

개인들은 여전히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검술을 익히거나 활을 사용하기도 했다.

‘싸움은 웬만하면 피해야지.’

강지건은 결심했다.

‘괜히 능력을 쓰게 되면 다 망가져.’

평범한, 한 명의 딕스인이 되어보고자 하고 있었다.

황야.

강지건은 터벅터벅 걸었다.

양 허리와 겨드랑이에는 리볼버를 차고 있었고 손에는 기병도를 들고 있었다.

무장만 보면 기병대를 연상시키겠지만 걸친 옷은 평범한 셔츠에 바지를 입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밀짚모자를 썼다.

‘덥네 더워.’

일부러 걷고 있었다.

사서 고생을 하는 중이었다.

‘이 근처에 원주민과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던데.’

개척시대라는 것은 원주민 입장에서는 침략시대나 다름없다.

외부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땅을 빼앗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거래를 하자고 하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오며 자기네 땅이라고 못 오게 막는다.

당연히 원주민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개척을 원하는 이들은 간단했다.

빈민들을 계속 개척지대에 몰아넣어 농사를 짓든 뭘 하든 생산하게 만든다.

이렇게 생산한 물품을 본토에 가져가 판다.

이를 위해선 노예를 이용하기도 한다.

힘든 농사를 지으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노예도 허용되는 이유다.

원주민과 언제 분쟁이 일어날지 모르고 치안을 유지할 군대도 멀리 떨어진 상황.

개척 지대에서는 스스로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

무법자들이 괜히 넘쳐나는 게 아니다.

치안을 유지하는 존재가 없으니 법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도둑이나 강도가 오면?

쏴 죽여야 한다.

원주민이 약탈하러 오면?

쏴 죽여야 한다.

개척 지대에서는 무기 소지가 괜히 합법인 게 아니었다. 누구나 무기를 소지할 권리가 있었다.

이를 못하게 하는 것은 그냥 죽으란 말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때문에 강지건이 리볼버를 차고 다니고 기병도를 들고 있어도 별로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저기네.’

계속 가다보니 목장이 하나 보였다.

황무지 한 가운데에 말 목장이 있었다.

터벅터벅.

강지건은 계속 목장을 향해 걸었다.

“거기 멈추소.”

목장에서 일하던 남자가 안으로 들어가더니 총을 들고 나왔다.

“내 이름은 강지건. 원주민한테 말을 잃었소이다.”

“그 놈들한테 말을 잃었다니 안 된 일이긴 하네. 그런데 댁이 누구라고?”

“강지건.”

딕스는 지구와는 달리 흑인들이 세계로 퍼지고 있는 세계였다.

황인은 흑인에 맞서 싸우는 또 다른 인종이었다.

현재 지역에서는 백인들이 원주민들이었다.

“노예 아니고?”

그리고 갈색 피부를 가진 갈인들이 노예인 세계였다.

그저 성공한 문명에 특정 피부색을 가진 인종이 대세인 것 뿐.

“싸우자는 건가?”

“흐음.”

남자는 갈등했다.

쏴서 죽여도 문제는 없다.

그냥 강도였다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순 없었다.

“댁 혼자요?”

“혼자면? 쏘게?”

“흠.”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선 쏴버리는 게 좋다.

하지만 남자는 계속 갈등했다.

‘놈의 패거리가 있을지도 몰라.’

무법자들은 자기 패거리를 건드리면 꼭 보복한다.

패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만약 적당한 명분 없이 우두머리가 동료의 죽음을 무시하고 넘어가면 반란이 일어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무법자들은 필요에 의해 뭉친 것이지 우두머리에게 무조건 충성하지는 않는다.

우두머리가 마음에 안 들면 쏴 죽이고 새로 뽑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요!”

“마을까지 갈 수 있게 도와줬음 좋겠는데. 안 되나?”

“공짜로?”

“일은 하겠소.”

“총을 맡기쇼.”

무장을 하고 있으면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었다.

“총구부터 치우고 말하지 않겠소? 거슬리는데.”

남자는 총구를 내렸다.

“아투크요.”

“반갑소.”

강지건은 검을 내려놓고 허리와 겨드랑이의 벨트를 풀렀다.

순순히 무장해제를 하니 남자가 다가왔다.

경계하는 마음이 있었다.

허나 남자의 뒤쪽에는 가족들이 총을 들고 지켜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여기.”

악수를 한 뒤 강지건이 벨트를 넘겨주었다.

그러자 남자가 받아들고는 말했다.

“밥은 먹었소?”

“배고픈데 뭐 좀 주쇼.”

“따라 오쇼.”

식사로 나온 것은 콩이었다.

콩 삶은 것.

고기는 없었다.

그냥 콩에 소금을 살짝 뿌렸다.

‘음.’

맛을 본 강지건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참자. 참아.’

일부러 하는 고행 같았다.

집안을 둘러보니 아이들이 강지건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감시였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오셨소?”

“사냥 때문에 세상을 떠돌던 사냥꾼이었소.”

딕스에도 침식은 있었다.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지만 괴담을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침식된 존재들에게는 현상금이 걸렸었다.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일감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개척지 전체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보내는 것도, 치안 유지를 위한 보안관을 보내는 것도 여의치 않으니 결국 현상금을 걸었다.

현상금 사냥꾼을 이용해 지출을 줄이려 한 것이었다.

“요즘에는 뜸하다던데.”

“그래서 여기까지 왔지. 소문이 있어서.”

“거 허탕 치셨군. 이 근처에는 빌어먹을 원주민이 바글거리는데.”

“뭔가 일이라도 있었소?”

“놈들이 내 말을 노리고 있지. 하지만 절대 안 당하지.”

“그런데 이런 위험한 곳에서 왜 지내는 거요?”

“그거야 여기서 살면 세금을 안 내도 되니까.”

아투크는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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