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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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안녕하세요. 강지건입니다.”

촬영이 시작되었다.

‘뭐 별 거 없네.’

강지건은 연기를 빠르게 익혔다.

얼굴의 모든 근육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감독인 윤경미는 물론 경험 많은 감독 그리고 연기 트레이너까지 총동원 되어 강지건을 서포트했다.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강지건을 위해 제작이 시작된 영화니까.

감독이 강지건 팬클럽 회장이니 어느 누구도 뭐라 못했다.

‘쟤는 뭔데.’

신인 여배우들은 연기를 잘하긴 했다.

하지만 강지건의 마음에 그리 들지는 않았다.

여배우와의 섹스에 환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상을 품은 것은 주로 해외 배우였다.

때문에 함께 촬영하게 된 신인 여배우들은 그냥 ‘여자’일 뿐이었다.

‘피해야지.’

강지건은 신인 여배우들과 단 둘이 있게 되는 상황을 피했다.

들이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적당히 받아주는 척하지만 선을 넘지 않았다.

“쳐낼까요?”

“아니, 그럴 거 까지는 없고.”

호의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유명해지고 나서 호의를 표명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점점 무뎌졌다.

‘옛날이라면 작은 관심에도 허덕였을 텐데.’

강지건은 또 한 번 자신이 얼마나 변하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처음 힘을 얻고 점점 강해지며 느꼈던 짜릿함이 그리웠다.

‘잡생각을 멈추자.’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멈추었다.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강지건은 함께 출연한 여배우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영화를 촬영했다.

AV도 촬영했다.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사업은 라다가 모두 해결하고 있었기에 따로 손을 댈 필요도 없었다.

유일하게 또 하나 남은 일은 바로 프로게이머.

서머 시즌은 점점 끝나가고 있었다.

제타스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중이었다.

전승.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압도적이란 말 이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내가 끼어들 틈도 없겠네.’

정말 결승 때 한 세트 나가고 숟가락만 얹는 수준이 될 수도 있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감독이나 코치진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일이었다.

강지건이 계속 뛴다면 같이 뛰는 선수들의 몸값이 낮아질 위험이 있었으니까.

뭘 해도 강지건 덕분에 이겼다는 소리가 나오게 되면 평가가 낮아진다.

때문에 제타스 선수들은 더욱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감독과 코치진도 마찬가지였다.

강지건이 있으면 안심이 되지만 개인의 성장에는 좋지 않았으니까.

‘뭘 해볼까?’

문득 대학교가 떠올랐다.

‘아니야.’

이내 고개를 저었다.

공부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유명인이란 사실이었다.

‘학교에 가봐야 친구 사귀긴 글렀지.’

평범한 인간관계는 유명해진 순간 끝이었다.

주변의 시선이 아무런 계산도 없는 그런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었다.

기삿거리, 혹은 약점을 잡아 협박하기 위해 지켜볼 사람들이 수두룩했으니까.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하는 상황에서 편하게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어려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연예인이기에 협박당할 수 있었다.

‘자유롭지 않아.’

무엇보다 공부해야 할 동기가 없었다.

‘서번트도 있고 인공지능도 있는데.’

어려운 공부를 직접 해야 할 동기가 굉장히 적었다.

개인적인 흥미가 아니라면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에 나가야겠어.’

한국에서의 생활이 점점 시들해지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았지만 딱히 더 좋지도 않았다.

‘일본은 가끔 AV 배우 모집할 때 찾아보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매일 주어진 일을 하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전설 한국 리그 서머 시즌 플레이오프 결승 당일.

“드디어 여기까지 왔네.”

“조금만 더. 긴장 풀지 말고.”

“딱 세 번만 박살내면 우승이다.”

“가자!”

스프링 시즌 우승.

리그 대항전 우승.

그리고 서머 시즌 결승.

제타스는 무지막지한 포스를 보여주며 첫 세트부터 상대를 박살냈다.

“대체 이 팀의 빈틈은 있을까요!”

“정말 무섭습니다!”

“기복이 전혀 없어요!”

“근데 이게 1군이 아니란 말이죠!”

> 전설의 1군 어디갔냐.

> 전설의 1군이 나올 틈이 없다.

1세트 26분.

2세트 28분.

압도적이란 말 이외에는 나오지 않는 수준이었다.

완벽하게 한국 리그를 파괴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3세트.

“아앗! 선수교체 있습니다!”

“강지건 선수! 정글입니다!”

> 전설의 1군 등장!

> 과연!

강지건은 오랜만에 경기를 뛰게 되었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다 보인다.’

모든 움직임이 예측되었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싸움을 걸었다.

시야 플레이.

상대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을 정확하게 읽어내며 정밀하게 기습 공격을 펼쳤다.

“잡아냅니다! 인베이드 성공!”

“이거 큽니다!”

“기분 무지 나쁘죠!”

1킬을 먹은 강지건은 얼른 집에 가서 아이템을 사왔다. 이어서 또 다시 상대 정글러를 찾아가서 킬을 땄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미드에 기습 공격을 펼치며 어시스트도 먹었다.

순식간에 2킬.

강지건은 계속해서 종횡무진 활보했다.

동선을 읽고 반대편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해도 강지건은 다른 라이너에게 협조를 요청하며 압박하고 잡아냈다.

완벽한 오더였다.

초반에 킬을 내주고 기량에서도 밀리지 하염없이 밀린다.

이대로 가면 끝이란 생각에 상대팀은 더욱 도박적인 수를 던진다.

한 번이라도 당해주면 주춤하게 되겠지만 방심은 없었다.

때문에 스노우볼은 급격히 굴러가며 한 번에 확 커진다.

이미 2세트를 지고 3세트.

그것도 초반부터 박살이 난 상황이라 상대팀 멘탈은 박살나 있었다.

뭐든 하지 않으면 진다는 생각 뿐.

그렇기에 더 쉽게 사냥 당했다.

조급함을 역이용해 상대를 유인하고 잡아냈다.

결국 3세트는 20분도 되지 않아 끝나버렸다.

“우승! 제타스 우승입니다!”

“스프링 리그 대항전 그리고 서머까지!”

“남은 것은 이제 세계 대회뿐입니다!”

> 전설의 1군은 역시 다르구나

> 와 그냥 막 패는구나

> 저걸 왜 당해주지?

> 수준이 낮으니 못 알아보는 거다

> 시야 이용하는 거 다시 봐라. 예술이다.

강지건의 시야 이용 플레이에서는 상대에게 가까이 접근하는데도 상대가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

> 우연 아님?

> 한 번은 우연일 수 있는데 계속되면 그게 우연은 아니지

> 엄청난 우연일 수 있지 않음?

> 아, 그래. 아무튼 우연이라고 해라.

> 그래 니 말이 맞다.

> 설득을 포기한다

강지건은 서머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음.’

하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내가 한 게 별로 없어서 그런가? 아니면 이제 게임이 별로인 건가?’

방황은 더욱 심해졌다.

서머 시즌이 끝나자 강지건은 포스타 엔터테인먼트에 통보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싶어요.”

“미국으로 진출하시는 겁니까? 좋은 일이군요.”

“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미국을 경험해보고 싶어서요.”

“알겠습니다. 그럼 라다씨는?”

“라다도 함께죠. 그리고 검녀 헬스클럽도 오픈하게 될 거 같은데 자리 좀 알아봐주세요.”

“오오, 그런가요? 당연히 알아봐드려야죠.”

포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는 점점 상승했다.

강지건 그리고 진매령과 접점이 있다는 것만으로.

강지건의 요청은 미국 부호들의 환영을 받았다.

“웰컴 투 아메리카!”

“검녀 헬스클럽은 우리 호텔에 열 거야!”

“무슨 소릴! 우리 호텔이야!”

호텔의 주인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호텔이 없던 부호도 여기에 끼어들었다.

“우리도 호텔 하나 사지.”

로키스의 잭 피터슨도 참전했다.

“검녀 헬스클럽 때문입니까?”

“그걸 잡아야 해. 잡아야 한다고.”

돈 많은 부자들에게 젊음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정말 육체가 완전히 젊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외모만 젊어지는 거라고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윤경미가 영화를 찍으며 보여줬던 모습은 각국의 정보 기관은 물론 정보 수집을 하는 정보수집팀에 포착되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생기 넘치는 활동을 보여준 윤경미였다.

“여성 전용이라는 게 정말.”

“로션이야 받아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돈을 쓰는 거지.”

“하지만 이걸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이미 연락 돌렸어. 어서 사라고 다들 난리야.”

회사에서 호텔을 구입하고 검녀 헬스클럽을 유치하면 이는 회사의 일이 된다.

이사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아.”

“알겠습니다.”

로키스는 세계적인 대기업이었다.

호텔 하나 구입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강지건을 비롯해 진매령도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라다도 마찬가지.

회사를 하다가 다른 나라로 가게 되면 일이 복잡하고 챙길 게 많다.

하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는 권력자들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다.

알아서 길을 깔아주니까.

서울에 오픈했던 검녀 헬스클럽은 계속 유지될 예정이었다. 언제 한국에 오게 될지 모르니. 이곳의 회원권을 팔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라다 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

“와, 우리도 가요?”

“어, 미국에서 찍으면 더 풍성한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라다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타임걸스도 함께 하게 되었다.

아울러 티티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김재연도.

미국 진출을 위한 조사라는 명목으로 장기 출장을 하게 되었지만 실상은 진매령과의 친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슬슬 준비하자고.”

집을 살 필요는 없었다.

검녀 헬스클럽이 입주하는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게 될 예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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