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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레알핑크는 어떤 회사인가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난 세 사람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메구미는 강지건의 일에 흥미를 보였다.
“미연시 게임 만들기도 하고 AV 배우도 모집하고 있기도 하고.”
“AV 제작회사인가요?”
“맞기도 하고 조금 달라.”
강지건은 레알핑크의 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신기하네요.”
“왜? 관심있어?”
“음, 일은 별로 관심 없지만.”
메구미는 강지건에게 바짝 붙었다.
“그냥 이대로 멀어지는 건 별로라서.”
슬쩍 야은설의 눈치를 살폈다.
“내 눈치 볼 거 없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애인한테 다른 여자가 붙는 건데?”
“타로는 애인이 많거든. 나도 다 아는 여자들이야.”
“에에?”
“메구짱 정도로는 긴장도 안 되는 걸.”
“아앗!”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에 메구미는 불타오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도전합니다?”
“응. 해.”
“츕!”
진한 키스에 이어 다시 불타올랐다.
푹팍퍽폭.
다리를 들어올렸다.
유연하고 곧은 다리가 만나는 곳에 깊게 파인 구멍으로 대물 구렁이가 들락거린다.
“흥그읏!”
자신만만하게 도전했지만 쾌락에 결국 굴복해버린다.
대물 구렁이에게 꽁꽁 묶여 아무 것도 못하고 부들부들 떤다.
쾌락의 조이기.
“햐욱!”
결국 절정에 도달해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다.
“어땠어요?”
“음, 많이 모자란 걸? 난 아직 끝나지도 않았어.”
“아앗.”
메구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강하세요.”
“내가 좀 잘 해.”
다시 대화의 꽃이 피어났다.
야은설은 강지건의 위에 올라타 느긋하게 엉덩이를 돌리며 대물엿을 맛보았다.
“그런데 유키씨는 강지건 채널에 나오는 야은설님하고 비슷하던데. 레알핑크 컨셉인가요?”
“뭐 그렇지.”
야은설은 물론 강지건도 본인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가명으로 활동 중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든 잡아떼기 위해 알리바이를 만든 것이었다.
또한 좀 더 편하게 활동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진짜로 자주 입국하다보면 결국 기자들이 따라붙을 테니까.
일본 기자들이 기사를 좋게 써줄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세계적인 스타의 추문을 캐내려 발악하고도 남는다.
다른 나라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한국 출신에게는 집요하게 군다.
나라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며 더 심해졌다.
“흐응, 그럼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AV 찍는 건데 정말 괜찮겠어?”
“네, 타로씨랑 찍는 거라면 상관없어요. 대신 다른 사람하고 찍고 싶지는 않아요.”
“회사에 남자 배우는 나 뿐이니까 걱정할 건 없어.”
“그럼 좋아요.”
레알핑크가 돌아가는 사정을 자세히 들은 메구미는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그런데 게임으로도 만들어지면 메구미의 아바타가 여러 남자랑 자게 되는 것과 마찬가진데. 정말 괜찮아?”
“오리지널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거면 됐죠 뭐. 그리고 스트립댄스까지 한 마당에 좀 더 보게 된다고 해도.”
“아니야. 이건 달라. 아마 사실을 알게 되면 널 정말 안은 사람처럼 행동할 수도 있으니까. 인간관계가 더 힘들어질 거야.”
“괜찮아요. 일본에서 안 살면 되죠.”
메구미는 활짝 웃었다.
“힘들면 다 포기하고 떠나면 되는 걸요.”
단순히 나라를 떠난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지켜온 소중한 꿈이 박살났었다.
죽음도 진지하게 고려해본 선택지였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도 않았다.
두렵지만 두렵지 않았다.
“죽을 각오도 된 거야?”
“네, 저도 많이 지쳤거든요.”
“그럼, 가자.”
대물을 품은 상황에서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다.
메구미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뭔가 잘못 본 것인가 싶어서.
“여긴 마겔이란 곳이야. 나랑 섹스하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
“네?”
어리봉봉.
갑자기 다른 세상을 맞이하게 된 메구미는 의아할 뿐이었다.
“잘 봐.”
빠지지지지직.
강지건의 손 위에서 뇌전의 구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너무 놀란 메구미는 입을 손으로 가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제 너도 초능력을 얻게 될 거야.”
푹팍퍽푹.
“흐아아아아아아아앙!”
갑작스런 일에 메구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뭐야? 뭐야? 뭐야?’
나니. 나니. 나니.
의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기도 전에 질주하는 쾌락에 정신이 삼켜진다.
“좋아! 좋아요! 야마다상 좋아! 햑!”
부르르르르르르르.
절정에 도달했다.
순간 무엇인가 느낀 메구미.
이질적인,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 뇌를 물들였다.
“아!”
공간이 느껴졌다.
염력을 얻게 된 것이었다.
“이제 너도 초능력자야.”
강지건이 몸을 일으키며 근처에 놓인 과일 바구니에서 오렌지를 하나 들었다.
“오렌지를 느껴봐.”
“느껴져요.”
“이제 움직인다고 상상해봐.”
강지건이 오렌지를 놓자 메구미의 상상대로 움직였다.
“아.”
“어때?”
“이건 꿈이겠죠?”
“과연 그럴까?”
다시 풍경이 바뀌었다.
메구미의 방이었다.
“아.”
하지만 오렌지가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우리 집엔 오렌지가 없었는데.’
점점 경악으로 물드는 얼굴.
“내 진짜 이름은 강지건. 침식과 싸우는 사람이야.”
“강지건?”
“그래. 속인 건 시험하느라 그랬던 거야.”
메구미는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을 알려준 것에 감격했다.
“그럼 통과한 건가요?”
“응, 이제 너도 내 여자야.”
“으응.”
메구미는 다리와 팔을 벌리며 말했다.
“들어와줘요. 정말이라면.”
쑤욱.
대물에 꽂히자 다시 실감이 났다.
“어때?”
“좋아요. 나 당신 여자 된 거군요.”
“그래.”
“그럼 이제 뭘 하면 되는 건가요?”
“그건 주인님을 즐겁게 해주면 되는 거지.”
“주인님?”
“응, 나는 주인님이라고 불러.”
“제 주인님이 되어주실 건가요?”
“내 것이 되고 싶다면.”
메구미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소중한 것을 잃어서 방황했었다.
하지만 다시 새로운 소중한 것을 찾았다.
쾌락.
절대 놓칠 수 없는 쾌락에 푹 빠졌다.
아울러 신비한 힘까지 얻게 되었다.
중요한 조직에 소속된 소속감이 메구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발레단에서 나오게 되었을 때의 상실감이 치유되었다.
“그럼 난 잠깐 일이 있으니 가볼게. 은설 네가 교육해.”
“네, 주인님.”
잠시 뒤, 강지건이 사라졌다.
야은설과 둘만이 남게 되자 메구미는 몸을 일으켰다.
“유키씨가 아니고 은설씨였군요. 강지건 채널의.”
“맞아. 하지만 보통은 아니라고 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더라고.”
평소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얼굴이 보여져도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의심하면서도 강하게 거부하면 따지질 못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일본에 입국한 기록이 없으니 일본에서 나오는 목격담은 모두 헛소리 취급 당할 뿐이었다.
“우리는 침식과 싸우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메구미가 싸우게 될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뭘 하는 건가요?”
“주인님을 즐겁게 하는 게 메구미의 일이라고 보면 돼.”
“혹시 저는 선택된 건가요?”
“응, 처음부터 알고 접근한 거야. 우리의 조직원이 될 조건을 충족했으니까.”
야은설은 강지건이 품은 AV 배우에 대한 판타지를 알려주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AV 배우도 판타지에 포함되어 있었다.
“할게요.”
메구미는 거절하지 않았다.
이미 하겠다고 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힘, 이걸 쓰면 다시 발레를 할 수 있을까요?”
“응. 하지만 정식 발레단처럼 인정받기는 어려울 텐데.”
“상관없어요. 작은 무대라도 좋아요. 아니, 주인님이 봐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주인님만을 위한 발레를 하겠어요.”
세상에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이제 없었다.
세상에 알려질 명성을 의식했다면 스트립 바에서 춤도 춰선 안 되는 일이었다.
“잘 생각했어.”
야은설은 메구미를 안고 키스해주었다.
메구미는 거절하지 않고 입술을 받아들였다.
“이제 우린 친구인가요?”
“응, 친구야.”
메구미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와타베 메구미 공략 완료. 이제 AV 데뷔만 남았군.’
강지건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준비됐습니다.”
“가자.”
매일 먹고 노는 일을 생각하지만 항상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일도 한다.
잠시 뒤, 연합의 별을 탄 강지건과 미샤 그리고 서주희가 또 다른 세계로 향했다.
거대한 우주전함이 행성 궤도에서 바로 스캔에 들어갔다.
침식된 존재들을 스캔하기 시작하며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었다.
“주희! 출격해!”
“네!”
서주희는 더 이상 평범한 지구인이 아니었다.
지구인의 모습은 점점 지워졌다.
다피림과 미샤 그리고 여러 서번트들에게 교육을 받으며 흉악한 병기로 재탄생되었다.
두근두근.
전투기갑에 올라탄 서주희는 미소지었다.
강력한 힘을 자신의 손으로 조종한다는 사실이 짜릿했다.
파괴 행위에 중독되었다.
마조로 살 때와는 확실히 다른 멘탈을 가지게 되었다.
마조에서 벗어난 서주희는 새디스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힘을 쓰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갑니다!”
전투기갑이 행성으로 내려꽂혔다.
침식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