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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배우로 활동 좀 하지 뭐.”
“그럼 준비할게요.”
“엉.”
“그런데 제가 감독해도 되는 건가요? 정말?”
“왜 싫어?”
“아뇨, 너무 좋아서 떨려요.”
“경미도 슬슬 라다 도와서 움직여야지.”
“네, 열심히 할게요.”
윤경미는 날이 갈수록 더욱 예뻐지고 있었다. 이젠 위튜브에서 강지건보다 더 인지도가 높았다.
윤경미와 진매령.
이 두 사람에 대한 인기는 강지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강지건의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윤경미와 진매령의 영상을 보러오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뷰티 정보를 얻기 위해 와서 하는 말은 한결 같았다.
> 어디서 구할 수 있어요?
> 저도 좀 구하고 싶은데.
> 돈 필요하지 않으세요? 돈 드릴 게요.
> 제발 대답 좀 해주세요. 돈 준다니까요?
> 돈이 부족해요? 뭐가 부족해요?
> 법? 저한테는 법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한테 좀 주세요.
윤경미의 피부에 바른 ‘그것’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최소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애원이 멈추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진매령과 윤경미는 간단하게 답했다.
“지인이 회사 준비 중이래요. 지금 공장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나 봐요.”
> 어떤 놈이 막고 있어요?
> 제가 다 처리해드릴게요. 회사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물론 일을 해결해준다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은 아니었다.
수많은 화장품 회사들의 사주를 받은 이들부터 정보기관까지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으니까.
피부 노화를 막는 것을 넘어서 재생하는 레벨이었다.
이 기술의 일부를 잘 적용한다면 ‘영생’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눈이 뒤집힌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강지건이나 윤경미 그리고 진매령을 건드리지 못했다.
태풍의 눈이었다.
섣불리 다가가다가는 태풍에 휩쓸려 날아가 버린다.
만약 누군가 폭력을 사용해 납치하려 한다면 바로 응징에 들어갈 준비가 끝난 수준이었다.
물론 강지건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평범하게 행동했다.
하고 싶은 대로.
서번트와 조직원들도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미국이 으름장을 놓는다고 해도, 전쟁을 불사한다고 해도 강지건은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보유하고 있는 전함을 이용할 것도 없이 저렴한 공격기만 하나 띄우면 끝이었다.
궤도에서 지구를 폭격하는 게 가능하니까.
전함을 동원하면 일은 더 쉬워진다.
아니, 아무 것도 동원하지 않고 네트워크만 사용해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는 게 가능했다.
인공위성을 죄다 박살내버리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
그렇기에 주변에 첩보원들이 바글거려도 신경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배우는 어떻게 하죠?”
“그거야 감독 마음이지.”
“그래도 혹시 안고 싶은 여자 없어요?”
“음, 별로?”
“한 때 동경하거나 그랬던 여배우는요?”
“별로?”
여배우가 예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AV 배우들과 노는 게 재미있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더구나 타임걸즈 멤버들을 모두 안으며 연예인에 대한 욕구도 살짝 꺾인 상태였다.
“그럼 여배우는 대충 골라도 되겠네요?”
“어. 경미 마음대로 해.”
“고마워요, 오빠.”
이제는 점점 젊어져서 20대의 외모를 뿜어내는 윤경미였다.
외모만 가지고는 절대 나이를 맞출 수 없는 수준이 이른 것이었다.
날이 갈수록 강지건의 채널에 뷰티 정보를 얻으러 온 여자들이 쌓였다.
강지건은 윤경미를 들어올렸다.
아줌마에서 20대 처녀가 되었다.
젊어진 것은 얼굴만이 아니었다.
전신에 미인공 전용 미용 로션을 바르고 미인공까지 익히기 시작했다.
이미 효과를 보여줬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미인공을 익히는 것이었다.
“흑.”
대물이 젊어진 구멍을 쑤셨다.
“포근하네.”
“다행이에요.”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윤경미는 헐떡였다.
이미 수차례 안겼지만 항상 새로울 뿐이었다.
쾌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진매령은 결국 비싼 서울 시내에 헬스클럽을 열었다.
어려움은 하나도 없었다.
회원을 구하는 어려움 따윈 있지도 않았다.
매일 같이 가입 문의가 넘쳤다.
회원권을 한 1억 정도로 올리는 게 어떻겠냐는 소리가 매일 터졌다.
음지에서는 회원권을 사겠다며 돈으로 뜯어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우리 클럽 VIP 회원이 되면 특별한 혜택을 드릴게요.”
어떤 혜택인지 말하지는 않았다.
화장품을 언급하면 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으니 주어는 빼고 말한다.
그냥 제멋대로 오해한 것은 오리발을 내밀며 피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만 말해도 다들 알아들었다.
진매령의 추종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회원 가입했다.
VIP 회원권은 비쌌다.
처음에는 100만원을 했다.
그런데 금방 다 나가버렸다.
1달에 100만원이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다 나가버린 것이었다.
“어때요? 효과 좋죠?”
“세상에. 이거 얼마면 되요? 저한테 주세요.”
“아직 파는 게 아니라서.”
“언제 팔아요?”
“안 팔아요. 이건 우리 VIP 회원들만 쓰게 할 예정이니까요. 검녀가 되어야죠.”
“검녀? 될게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우선 입문을 위한 운동을 하셔야 해요. 검술도 좀 익히시고.”
“그래요?”
“아름다워질 수 있는 운동도 배우시고요.”
번쩍.
눈에서 광선이 나갈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관통했을 것이다.
“아름다워지는 운동이요?”
“네, 이 로션을 바로 하는 운동인데 효과가 더 좋아요. 경미씨 아시죠?”
“네, 알아요. 강지건씨 팬클럽 회장님.”
“그분이 요즘 이 운동을 병행하고 있거든요. 로션도 쪼오금 더 효과가 좋은 것을 쓰고 있고요. 전신에 바르고 운동을 하게 되면 피부가.......”
꿀꺽.
듣던 회원은 군침을 흘렸다.
“젊어지더라고요?”
“할게요. 검녀 할게요.”
나이든 여성들은 모두 검녀가 되겠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VIP회원권이 좀 더 비싸질 예정이라. 다음달에는 10배로 올라갈 거 같아요.”
“그 정도는 해야죠.”
한 달에 천만원.
1년에 1억2천만원.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 쇼핑에 1억을 쓸 수 있는 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겐 문제가 되는 금액이 아니었다.
“좋네요.”
돈 많은 회원들은 모두 같은 의견을 말했다.
다들 좋다고 난리였다.
몇몇 운 좋게 회원권을 100만원에 샀던 이들은 불만을 표출하려다가 막혔다.
돈 많은 회원들이 은근히 협박한 것이었다.
동시에 돈을 주며 넘기라고 하기도 했다.
지인에게 회원권을 넘겨서 생색 좀 내보려는 것이었다.
진매령은 딱히 매달 새롭게 선착순으로 회원권을 뿌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선착순으로 사가면 그걸로 끝이었다.
목적이 돈이 아니라 검녀를 늘리는 것이었으니까.
“아 참, 여름이 끝나기 전에는 공장을 구할 수 있을 거란 소식이 있었어요. 그때가 되면 회원님들에게 조금씩 판매가 가능해질 것 같아요.”
“아아!”
“드디어!”
“매령씨. 뭐 불편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럼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뭔데요?”
“경미씨가 영화 하나 찍고 싶어하는데 좀 도와주세요.”
“영화요?”
“네, 지건씨를 주연으로 한 영화 찍는다면서 요즘 알아보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영화판이 좀 그렇잖아요?”
영화판은 깨끗하지만은 않다.
돈만 먹고 튀는 사기꾼도 있다.
“도와드릴게요. 그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야죠.”
“고마워요. 우리 지건씨 소원 하나 풀겠네.”
진매령은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지건한테 잘 해줘야 해.’
진매령이 정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경우는 강지건과 관련된 좋은 일이 있을 때였다.
반대로 자기를 욕할 땐 덤덤하게 넘어가다가도 강지건을 욕하는 글이라도 봤을 땐 ‘이새끼죽일놈’하면서 저기압이 된다.
관계가 많이 수상하긴 했지만 더 이상 파고들지도 않았다.
괜한 짓으로 밉보여서 회원권을 박탈당하고 싶지 않으니까.
보통 상황이라면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의 수많은 권력자들이 주시하는 상황에서는 대기업 사모님 따윈 아무 것도 아니다.
사모님의 갑질이 보기 싫다고 권력자들이 판단하면 대기업 하나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
아무리 핵심 사업체라고 해도 공급망 속에서는 결국 다른 회사와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으니까.
작정하고 잘라내기 시작하면 끝장난다.
보통은 이렇게까지 안 하지만 진매령이 선보인 미인공 로션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대량 생산에 성공한다면?
미인공 로션을 제작하지 못하는 화장품 회사는 망한다.
세계 화장품 시장을 단번에 석권할 수 있는 기술.
더구나 여기서 파생된 기술이 적용되면 영생을 바라볼 수도 있을 거란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있으니 환장하는 것이다.
돈 많은 권력자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들을 불치병에 걸리면 죽기 전에 자기 돈 다 쓰고 죽겠다며 마구 돈을 쓰기도 한다. 돈 많은 사람도 같은 마음을 가진 경우가 많다.
겁나 많은 돈을 다 쓰지도 못하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자식한테 안 주고 자기가 다 쓰고 죽겠다고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이들에게 만약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약이 있다고 한다면 전재산을 들고 줄을 설 수도 있다.
젊음은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다.
돈이 많아서 왕처럼 살아도 젊음은 못 산다.
그렇기에 어디선가 젊음을 정말 팔기라도 한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이다.
1년 젊어지는데 100억이라고 해도 살 사람은 널려있다.
안 팔아서 못 사는 거지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게 아니다.
어쨌거나 이런 사정이다보니 수많은 권력자의 시선이 강지건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고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잘 보여서 가까이 하고 싶은 것이다.
사업에 발을 담그기만 해도 성공할 테니까.
이런 와중에 영화를 찍겠다고 하니 당연히 도움을 주겠다고 한다.
“걱정 말아요. 제가 다 해결할 테니까.”
정보가 빠르게 퍼졌다.
“강지건이 영화를 찍고 싶어한다고?”
“팬클럽 회장인 윤경미가 감독을 한다고 합니다.”
“흐음, 일종의 팬서비스 같은 건가?”
“어쨌거나 거기 좀 가입해야겠습니다.”
“전 이미 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회장님 전 남편이 요즘 강지건의 뒤를 캐고 있다죠?”
윤경미의 전남편인 오경식이 강지건의 뒤를 파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졌다. 어떻게 건드리지 않는 것은 윤경미의 전남편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자식이 오경식의 보호하에 있으니 윤경미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관망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냥 경고할까요?”
“요즘 OP 그룹 돌아가는 꼴을 보면 위태롭긴 합니다.”
“OP 그룹을 존속시켜야 할까요?”
말만 하면 손봐주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계적인 금융계의 큰손들이었다.
“관망. 관망해. 괜한 짓했다가 미운 털 박히지 말고.”
“네.”
좀 더 정보를 알아낼 때까지는 현상유지를 택한 금융가의 큰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