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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귀찮은 놈.”
진태성이 칼날을 갈고 있음을 알게 된 강지건은 바로 명령을 내렸다.
“준비는 끝났지?”
“네, 끝났습니다.”
라다는 준비해둔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확실하네. 작업 시작해.”
“네.”
영상은 딥페이크로 제작된 섹스 영상이었다.
진태성이 술 취한 여자를 덮치는.
당연히 조작된 가짜였다.
하지만 여자는 진태성과 어울리던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단지 영상처럼 행위를 하면서 찍은 사실이 없을 뿐.
라다가 신호를 주자 안틸로프인들이 움직였다.
인공지능을 통해 진태성의 폰을 해킹하고 곧 해외 사이트에 계정을 생성했다.
비밀스러운 게시판에 진태성의 영상이 올라갔다.
아울러 뒤에서 구린 짓하고 다니던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폰을 해킹해 영상들을 뽑아 올렸다.
그리고 한 해커의 양심적인 폭로가 시작되었다.
- 정말 한심하고 역겨워서 고발합니다. 법으로 저들을 처단할 수 없으니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세계 여러 사이트의 게시판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온 글과 영상이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한민국의 재벌가 일원과 몇몇 정치인 그리고 공무원들이 엮여 있는 섹스 스캔들.
여자들을 강제로 성폭행하는 영상들.
진위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폭로가 되고 얼마 안 있어 인터넷은 끓어올랐다.
냄비?
아니었다.
화산이 터졌다.
> 뭐여 씨벌
> 씹 이거 진짜
> 와 나 말이 안 나온다
> 역겨운 새끼들
파급력은 무시무시했다.
기자들이 일제히 기사화했다.
당연히 OP 그룹과 정치인들은 이를 막으려고 삭제요청을 빠르게 올렸다.
하지만 이는 역효과만을 낳았다.
- 진실을 틀어막으려고 하는군요. 더 이상은 저도 어떻게 못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해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애초에 누군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노한 사람들은 해커가 누군지 파헤치기보다는 증거를 인멸하려고 한다며 수사를 요구했다.
> 그 재벌 일원이라던데
> 아, 그?
> 그 집 참 더럽네
주어는 없다.
하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유행이 번지며 누군가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OP 그룹의 진태성은 이 때문에 집에 불려갔다.
“아니에요! 저 그런 적 없어요!”
“뭐야? 그럼 이건 뭔데!”
OP 그룹 회장은 폰의 영상을 재생해 보여주었다.
“이게 뭐냐고!”
“진짜 아니라고요! 다 조작이에요! 전 정말 억울해요! 그리고 여기 나온 애를 제가 왜 강제로 이래요?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앤데!”
“회장님 아무래도 이번 일은 예전 일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전 일?”
그러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진태성이 수수께끼의 폭행을 당한 사건.
바로 눈앞에서 얻어터지고 있는데 범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던 기괴한 사건.
“요즘 기술이 좋아서 이런 영상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으음.”
과거라면 영상을 조작하기가 힘드니 증거로 삼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가짜 영상이 뿌려져서 진짜로 둔갑하는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뉴스도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대책은?”
“아무래도.......”
진실 여부는 중요치 않다.
문제는 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택해야 하나?”
“네.”
진태성을 버리거나 아니면 끝까지 버티거나.
버티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일단 딥페이크로 가지. 정체불명의 해커. 경쟁사의 견제. 적당히 엮어.”
“알겠습니다.”
진태성을 버린다는 것은 하책이었다.
사과를 하며 진태성을 버린다?
그래봐야 소용없다.
죄를 시인했으니 총수 일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고 이는 불매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결국 침몰하는 시기만 좀 더 늦추는 것일 뿐이다.
이럴 땐 의혹을 던지고 다른 사건을 터트리는 게 최고였다.
“지금 가장 신나서 우리 때리는 놈 비리 터트려. 어떻게 해서든 경쟁사의 수작으로 몰고간다.”
“네.”
정체불명의 해커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 딥페이크라고?
> 어, 불가능한 건 아니지.
> 킹능성 있는데?
인터넷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다.
진태성 개새끼론.
딥페이크 조작론.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니 평밤한 사람들도 이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다.
> 대기업들이 서로 보내버리려고 칼질하는 건가?
> 그럴지도.
> 요즘 여론 이용해서 어떻게 해보려는 걸로 보이는데?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들쑤셔주고 떠드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냥 장작만 넣어주면 끝이다.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생각이 곧 진실이 되는 공간이다.
뇌피셜과 조작이 난무하는 혼돈의 카오스.
여기에 장작만 넣어주면 알아서 탄다.
물론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허나 OP 그룹 입장에서는 편들어줄 집단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논란이 있다면 확정적이지 않으니까.
뉴스를 대거 뿌리며 경쟁사 중 하나인 삼홍 식품이 거론되었다.
진태성과 원한 관계가 있는 경쟁사의 인물이 나오자 여론은 대번에 활활 불타올랐다.
진실이건 아니건 상관없다.
망하게 생겼으니 아무나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평소에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다.
혼자 망하느니 같이 망하는 게 낫다.
잘 될 땐 나 혼자.
망할 땐 다 같이.
사건의 흐름이 변했다.
단 하루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돈 받은 기자들이 알바까지 동원해 기사를 쏟아내서 흐름을 바꾼 것이었다.
“잘 하네.”
보고를 받은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이러면 더 편해지죠.”
다피림이 웃으며 여러 가지 자료를 띄웠다.
“어떤 것으로 할까요?”
화면에 뜬 자료들은 OP 그룹의 비리 의혹들이 있었다. 더구나 돈을 받아먹은 정황이 있는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꽤 많았다.
“정치인으로 가면 어떻게 되지?”
“반대 파벌에서 죽자고 물어뜯을 겁니다.”
“그럼 쉽게 가라앉지는 않겠지?”
“네.”
“그럼 그걸로 가보자고.”
강지건은 OP 그룹을 계속 흔들 생각이었다.
‘날 건드리면 엿 먹여줘야지.’
라다 엔터테인먼트 연습실.
주경혜는 강지건 앞에 엉덩이를 까고 있었다.
“넣어주세요.”
현역 아이돌이었지만 강지건 앞에서 엉덩이를 벌리고 있었다.
쑤욱.
강지건의 대물이 그대로 들어갔다.
“아아! 좋아요!”
주경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좋아.’
강지건에게 안기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안길 때마다 느껴지는 극상의 쾌감은 최고였다.
예전에 자신을 농락하던 매니저 따윈 생각나지도 않았다.
찰싹.
엉덩이를 때리는 찰진 소리에도 쾌락의 신음이 흘러나온다.
그때였다.
공간에 포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나타났다.
마에다 사토미.
AV 배우이자 레알핑크의 사장이었다.
“주인님.”
“너도 할래?”
“네, 잠시만요.”
나타나자마자 치마를 들어올린다.
속에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다.
쑤욱.
주경혜의 안에 있던 대물이 사토미의 안을 파고 든다.
“보고해!”
“네! 햑! 새로운 AV 시리즈를 기획했어요. 봐주세요!”
“내용은?”
“레슬링 마스크를 쓴 빌런들을 물리치는 겁니다!”
“그래?”
“네!”
마스크를 쓴 여자 레슬러들을 대물로 무찌른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으로 간다면 얼굴 노출을 꺼리는 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어요!”
“호오?”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앞으로 유부녀랑 애인 있는 여자들에게 찍게 해볼까?’
강제로 시킬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파트너를 엿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여자들을 꼬드겨 찍어서 보내주는 일을 떠올렸다.
‘한 번 해봐야지.’
흥미가 생기니 해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힘이 없는 사람은 상상만 하고 참는다.
힘을 가진 사람은 상상을 한 뒤에 계획을 세운다.
강지건은 힘을 가진 쪽.
흥미가 생기니 자연히 실행 가능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유능한 사람들이 다 계산해서 알려준다.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변수로 인해 엉뚱하게 일이 흘러갈 수도 있다.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강지건은 위험 감수를 선택했다.
도박이라고 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힘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이 잘못 흘러가도 감당 가능하다 판단되기에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
힘없는 자들에게는 인생을 걸어야 할 일이 힘 있는 강지건에게는 약간의 실패일 뿐이다.
강지건이 가진 힘을 어떻게 하는 일이 없는 그런 사소한 실패.
그렇기에 부담 없이 선택했다.
일본.
제타스에 휴가를 낸 강지건은 대외적으로는 그저 위튜브 방송에 열중하는 것으로 보였다.
진매령이 새로 오픈한 헬스클럽에 영업 시간이 끝나고 찾아가 운동 영상을 찍거나 혹은 먹방이나 요리 영상을 찍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
서주희와 황윤주와 가끔 꽁트 영상을 찍기도 했고 타임걸즈 멤버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찍기도 했다.
> 와, 연습 안 하고 뭐함?
> 휴가 냈다고 함
> 프로가 저래도 됨?
> 저래도 되지. 휴가 나와서 쉰다는데 왜 그럼?
제타스 팬들은 강지건의 활동을 비난했지만 타팀 팬들은 옹호했다. 강지건이 쉬면 쉴수록 제타스가 망할 확률이 올라가니 열심히 휴식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이것이 모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인 것인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