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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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작

서머 2주차.

“대체 이 팀은 뭡니까?”

“완벽하게 잡아냅니다!”

2주차에서도 제타스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강해졌어요!”

“공격적인 스타일이 더 공격적으로 변했습니다.”

“알고도 못 막는 수준으로 올라갔어요!”

“제타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중계진은 경악했다.

“메타에 완벽하게 적응했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가요?”

“네, 선수들이 갑자기 단체로 각성한 게 아니라면 결국 적응 밖에 답이 없습니다.”

메타 적응은 아니었다.

다만 중국 리그의 운영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하며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킨 것 뿐이었다.

“플레이를 보면 확연히 바뀐 게 있습니다. 전투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올테면 와라! 이런 느낌이죠?”

“맞습니다. 그런데 이게 가만히 보면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연쇄적으로 물고 물리는 난전 유도식 운영입니다.”

어딘가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달려간다.

상대를 유인하기도 하고 또는 시간을 지연시키며 동료가 합류하게 만든다.

한국 리그에서도 이미 사용하는 방법이고 다 아는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타이밍을 이용하며 좀 더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국 리그였다.

이것을 강지건이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정말 완벽합니다. 완벽해요!”

“과연 누가 제타스를 막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말이죠.”

해설자가 두려운 표정을 짓는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아세요?”

“뭔가요?”

“강지건 선수는 출전도 안했다는 겁니다.”

“아!”

> 이거 맞다

> 패패승승승의 주역

> ㄸㄸㄸㄸㄸㄸㄸㄸㄷ

> 진짜 강지건 나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

> 지금도 장난 아닌데 어우야

> 올해 세계대회 우승은 우리꺼 찜

> 이제 2주차다. 아직 모른다.

제타스 연습실.

“이제 제가 없어도 리그 우승은 거뜬할 거 같습니다.”

“아니야, 그래도 몰라. 플레이오프에서는 얘기가 또 다르니까.”

“플레이오프에는 참가하겠습니다.”

박동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지건은 긴 휴가를 내기로 했다.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니 뭐.’

잡기가 어려웠다.

억지로 잡아두면 태업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심할 경우 다른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강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경기 전날 술판을 벌이는 만행이라도 저지른다면 다음 날 경기력에 영향이 오는 것은 확실하니까.

무엇보다 원래 계약 자체가 활동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맺어졌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강지건은 연습실을 벗어났다.

‘앞으로 잘 하겠지.’

플레이오프에서도 결승전에나 한 세트 나갈 생각이었다.

‘결승에 수저만 올려야지. 난 그래도 돼. 내가 키웠잖아?’

세계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팀이 무난하게 계속 이겨나간다면 결승에서나 한 세트 뛰고 끝낼 생각이었다.

‘점점 만족도가 떨어져.’

추억의 게임이긴 했다. 하지만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는 시점이라 자극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어떤 AV를 찍을까?’

최근에는 야동 촬영에 재미를 붙였다.

‘일본 유부녀들도 공략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이었다.

‘OP그룹도 손봐줘야 하고.’

최근 들어 OP 그룹의 활동이 점점 거슬리기 시작한 강지건이었다.

‘진태성.’

그가 퇴원한 것이었다.

진태성은 답답한 병원을 벗어나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길었다.’

몸은 빠르게 치료가 되었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조사는?”

“가장 수상한 놈들을 하나씩 찾아봤지만 걸리는 자는 없었습니다.”

“흐음.”

진태성은 자신과 원한이 있을 법한 사람들을 모두 조사했다.

이후 하나씩 찾아서 박살내라고 명령했다.

“삼홍식품 녀석은?”

“아쉽게도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흐음.”

원한이 있던 사람들을 모두 박살내지는 못했다.

집안이 빵빵한 사람들은 건드리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OP그룹에 비해 규모가 떨어진다고 해도 대한민국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함부로 건드리면 상류층 사람들의 반감을 살 수 있었다.

혼자 잘났다고 날뛰다가 협공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사업 분야야 경쟁 관계라고 쳐도 그 외에는 협력하는 경우도 많다. 언제 어떻게 혼맥이 이어질지도 모른다.

“또 다른 수상한 녀석은?”

“강지건이 좀 이상한 점이 있긴 합니다.”

“뭔데?”

“아무래도 외국 자본이 뒤에 있는 거 같습니다. 바지 사장 같은 느낌으로요.”

자세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표면적으로 나온 것만 해도 상당히 수상해보였다.

“말해봐.”

“지건 트레이드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지건 트레이드를 조사했지만 최대주주는 강지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로키스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순 없습니다.”

“으음.”

진태성은 신음했다.

‘젠장.’

로키스는 미국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대기업이었다.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OP 그룹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규모만 놓고 봐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시장에서 하는 경쟁 이외의 방법으로 건드리려 한다면 미국 정치인들이 나설 게 분명했다.

‘강지건을 건드려볼까?’

하지만 강지건은 로키스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예전에 강지건을 건드리려 했었다.

실패로 일이 끝났다.

그 이후에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폭행을 당했다.

“으으.”

다시 떠올리니 몸이 덜덜 떨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에게 계속 얻어맞았으니까.

적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한 폭력이었다.

끔찍하고 무서웠다.

태어나서 맞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진태성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몸에 각인된 고통은 기억과 함께 꿈틀거렸다.

‘강지건!’

우연이지만 진태성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존재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우연히 강지건을 떠올렸고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니 싫다.

증오한다.

증오에 논리는 필요없다.

분노와 논리는 거리가 먼 것들이니까.

상극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때문에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진태성은 강지건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게 다 강지건 때문이야!’

비논리적인 판단이었지만 우연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원흉을 찾아낸 것이다.

아무렇게나 찍었는데 로또 당첨된 꼴이다.

우연이란 그런 것이다.

“강지건에 대한 자료 가져와.”

더구나 강지건은 서주희와 얽혀있었다.

‘내꺼야.’

집착도 더 강해졌다.

서진남은 진태성의 수행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진태성이 서주희와 만나고 싶어한다고.

‘쯧.’

문제는 서주희는 진태성의 연락을 모두 씹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희야.”

“네.”

“왜 선배 연락을 안 받는 거냐?”

“그 선배가 아버지한테 연락했나요?”

“크흠.”

서주희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냥 좀 안 좋은 소문을 들어서요. 클럽에 다니고 여자 만나고. 그런 사람하고 제가 만날 이유가 있나요? 그냥 인생 즐기고 싶어 하는 모양인데.”

“그거야. 으음.”

두둔하는 말을 하려던 서진남은 멈췄다.

‘근데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당당해졌지?’

예전에는 항상 제대로 얘기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 서주희는 많이 달라졌다.

‘대학 생활 덕분인가?’

서진남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학 생활 그리고 위튜브 스타로 활동하면서 성격에 변화가 온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현재 보이는 모습은 서진남의 마음에 들었다.

‘요즘 성적도 좋다고 하고.’

예전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어렵지 않게 로스쿨을 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겠어.’

예전에는 좋은 집안에 보내는 것을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마음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굳이?’

잘 하고 있었다.

재벌가 며느리도 좋지만 판사 딸도 좋았다.

더구나 판사 딸이 재벌가 며느리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변호사보다는 검사가 검사보다는 판사가 더 좋았다.

더구나 딸의 지위가 상승하면 더 좋은 집안과 연결될 수도 있었다.

‘굳이 OP 그룹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의심스러운 입원도 그렇고.’

외부에는 최대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도록 통제한 까닭에 정확한 정보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면이 있었다.

부정확한 정보를 끼워맞추기 위해 사람들의 상상이 더해지며 소문이 퍼지다보니 온갖 이야기로 발전했다.

‘좀 더 좋은 녀석한테 보내는 게 좋겠어.’

서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너 편한대로 해라.”

“네.”

서주희가 나갔다.

이후 서진남은 진태성에게 적당히 둘러댔다.

“얘가 자네에 대한 나쁜 소문을 좀 들은 모양이야.”

“그래요?”

“정말 미안하게 됐네.”

서진남은 뒷감당은 걱정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진태성은 화가 났다.

‘감히.’

하지만 서진남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판사라고 다 같은 판사가 아니었다.

법정에서 판사는 왕이나 다름없다.

서진남 개인이 가진 힘은 사실 재벌가보다는 약하다. 하지만 판사들이 즐비한 법원에 미운털이 박히면 굉장히 피곤해진다.

판사들이 최대한 불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힘을 모으면 사업이 위험해진다.

판사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고 법원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서진남의 집안은 법조계에 뿌리가 깊은 집안이었다.

잘못하면 벌집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두고보자. 강지건!’

결국 진태성은 원한을 강지건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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