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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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시작

일본.

한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레알핑크 사랑합니다. 계속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 해보지 않은 자. 말을 말아라.

> 나 지금와서 모르겠는데 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거야?

> 레알핑크라는 회사에서 나온 미연시가 획기적이어서 그렇지.

> 응? 미연시가 뭐가 획기적인데?

> 리얼돌하고 연동되는 VR 미연시니까. 더구나 이게 끝이 아니야. 무려 만화라고!

> 이거라면 나의 ㅁㅁ짱하고 진짜 즐길 수 있어!

> 나 ㅇㅇ짱하고 결혼했는데. 드디어 신혼 생활 즐길 수 있는 것일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인 공간이었다.

금방 도착한 사람도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들이 불타오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 이건 혁명이야. 실사화따위 꺼지라고 해.

> 그래, 우리가 그녀들의 세상으로 들어가야지. 억지로 끄집어내서 모욕을 주어선 안 되는 거였어.

> 레알핑크. 젭알.

> 일단 이걸 사야 해. 그리고 매출을 올려줘야 해.

> 일해라 레알핑크!

> 나의 ㅁㅁ짱과 신혼 생활을 즐기고 싶어!

만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넘쳐났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은 받아들이지만 실사화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VR로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구현하는 길이 열렸다.

많은 이들이 이미 시도하고 있는 분야였는데 레알핑크에서 내놓은 것이 가장 퀄리티가 높았다.

예술적인 감각이 살아있었다.

> 대체 이런 걸 어떻게 만든 걸까?

> 엄청난 엔지니어가 레알핑크에 잡혀있는 게 분명해.

> 놓치지마! 꽉 잡아!

> 통조림! 통조림!

> 새로운 작품은 언제 나옴?

> 정말 간단한 게임. 데모 같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

주문이 쇄도했다.

> 게임은 거들기만 했다. 진짜는 리얼돌이지.

> 만약 리얼돌이 정말 움직이는 수준까지 간다면.

> 나 죽어!

> 제발 개발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 당신들이 나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일본에서는 레알핑크에 대한 지지가 끊이질 않았다.

펜타소프트.

일본의 대형 게임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펜타소프트의 기획실은 갑자기 떠오른 레알핑크의 타이헨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당연히 재빨리 주문하고 해보았다.

“허어, 이런 수준이라니.”

“엄청난 수준입니다. 절대 작은 회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정보는?”

“등록한지 얼마 안 되는 회사입니다.”

“흐음.”

많은 것이 미스터리인 회사.

“그런데 여기 대표가 사실 AV 배우입니다.”

“뭐? 동명이인 아니고?”

“아뇨. 대표 맞습니다. 사업하고는 연관이 하나도 없던 여자입니다.”

“뭐 이런 회사가.”

“아무래도 그냥 얼굴마담으로 세워놓은 거 같습니다.”

“그쪽으로 밀고 나가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해.”

노이즈를 일으켜 관심을 끌기에 딱 좋은 방법이었다.

“이 정도 기술이면 그런 거 필요하지도 않을 텐데.”

“몸값을 높이려는 걸 수도 있죠.”

“흐음, 어쨌거나 여기랑 협업하기는 곤란하겠군.”

“하지만 이 기술은 정말 뛰어납니다. 그리고 세계구현 엔진을 어떤 것을 썼는지 알아내야만 합니다. 이 방법을 알아내기만 해도 우리도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프로그래머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려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그렇기에 많은 게임사들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 엔진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 엔진을 사용한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제작 게임 엔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게임 엔진을 이용하게 되면 엔진의 성능에 따라 프로그래밍 지식이 그다지 많이 없는 수준에서도 게임 제작이 가능해진다.

“정말 탐이 나. 차라리 인수 시도해볼까?”

“사모펀드를 알아볼까요?”

“그게 좋겠지.”

회사를 인수해 중요한 기술만 쏙 빼먹고 해체해버리면 그만이다. 이렇게 하면 세상에 알리지 않고도 레알핑크의 기술을 입수하는 게 가능하다.

“신기술이야. 적당히 인수해보자고.”

다시 게임을 하는 회사 간부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정말 수준 높은 엔진이야.’

만화 속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짜릿했다.

환상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으니까.

‘디테일이 살아있어.’

VR 게임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었다. 수준 높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본 것 중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레알핑크의 타이헨이었다.

‘이걸로 다른 게임들을 리메이크만 해도 쏠쏠할 거야.’

새로운 게임을 제작할 것도 없다.

기존의 타이틀을 새로운 엔진으로 제작해 VR 게임으로 내놓기만 해도 인기를 얻기에 충분해 보였다.

오래된 게임들은 10년 혹은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었으니까.

이것들을 VR로 새롭게 만들어 내놓으면 신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펜타소프트에서만 하는 게 아니었다.

일본은 물론 미국 그리고 중국에서도 탐을 내는 회사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보를 캐내려 해도 많은 것이 베일에 감싸져 있었다.

일본에서 크게 한 방 터트리자 게임계의 이목이 온통 이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강지건은 제타스 연습실에 출근해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지.’

능력이 없었다면 단순히 즐기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은퇴도 결심한 상황.

프로게이머 경험을 쌓는 중이었다.

“중국팀의 전술은 언뜻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간단해. 안티코리아 운영이다.”

제타스의 감독 박동민이 화이트보드에 크게 적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얘네들 보면 싸울 타이밍이 아닌데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나서 자르려고 하는 거 알지? 이게 그냥 우연이 아니야. 얘들의 운영법은 간단해. 누구 하나 잘라서 압박하며 구멍으로 만드는 거야. 꼭 팀의 핵심 선수만을 노리지는 않아.”

때로는 1명 잡기 위해 4명이 모인다.

라이너들의 경우에는 사냥을 위해 모이면 자신들의 경험치가 타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손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하나를 보내버린다.

이후 근처의 전리품을 챙긴다.

숫자의 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버릴 건 버려’를 하면 표적이 된 선수는 확실하게 잡힌다.

나머지 선수들이 엄청나게 스노우볼을 굴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잡힌 선수는 성장이 억제되며 구멍이 된다는 것이다.

이후 몇 번 이렇게 잡아버리면 연속으로 잡힌 선수는 뭔가 해보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잡으러 가면 싸워야만 한다.

난전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난전은 중국 선수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개싸움에서는 운영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전투력이 중요하다.

슬금슬금 간을 보며 싸우는 게 아니라 정신 차리고 보면 계속 싸워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2:2 혹은 3:3으로 붙는 게 아니라 2:1로 붙었다가 갑자기 2:3이 되기도 하는 식으로 요상하게 핑퐁이 오고가기도 한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운영을 선호하게 되면 결국 움직임이 읽힌다.

“지금까지는 이익 극대화하는 운영이 실수하지 않으면 지지 않는다로 이어지고 이게 강팀의 조건이긴 해. 하지만 이제는 메타가 변했다. 전투 몇 번 승리하면 이득 본 게 모두 뒤집어지는 메타니까.”

싸움을 통해 뒤집기가 가능했다.

아무리 스노우볼을 잘 굴려놨어도 전투 몇 번 망치면 어느새 역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무엇보다 30분을 넘어 게임 후반으로 가게 되면 한 명이 잘렸을 때 대기 시간이 굉장히 길어진다.

“먹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상대를 잘 잡는 게 더 중요해. 보낼 수 있을 때 확실히 보내버려야 해. 미적미적하다가는 상대가 성장할 시간을 주게 된다. 그러니 끊어먹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방식을 터득해야 해.”

중국 리그의 선수들은 대형 오브젝트가 나오지도 않은 타이밍에 자주 싸운다.

눈 마주치면 싸운다고 할 정도로 적극적인 경우가 꽤 있다.

물론 모든 팀이 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약팀의 경우 최대한 버티기 위해 질질 끄는 모습도 보인다.

상대의 방심과 실수를 유도하는 것이다.

선수도 사람이기 때문에 컨디션이 나쁘면 실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적화 된 동선을 보여줘.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돼. 상대가 어디를 노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힘들어. 주도권을 내준 거지. 그렇다면 확실하게 상대를 물면서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운영을 터득해야 해.”

박동민 감독은 서머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중국 상위권 팀의 운영법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번 시즌에는 세계 대회를 목표로 한 실험을 한다.”

단순히 리그 우승만을 노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중국 선수들처럼 생각하면서 다른 녀석들을 잡는 거다.”

“안 통하면요?”

“위험? 걱정마라. 우리한테 누가 있는지 있었나?”

선수들은 모두 코치진 사이에 있는 강지건을 보았다.

“중국의 운영을 터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운영법이 눈에 들어올 거다. 또한 저쪽이 준비할법한 히든카드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선수들의 스타일과 숙련도에 따라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정해진다.

모든 챔피언을 어느 정도 다룰 순 있지만 프로 경기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잘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연습한다고 무조건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성향과 정반대거나 맞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던지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메타픽이라고 해서 메타픽에 너무 집중하다가 선수 특유의 스타일이 죽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자신의 성향을 잘 살려줄 팀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메타라고 무조건 메타를 강요하면 적응하는데 한 세월이다.

차라리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팀원들이 있는 팀을 찾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물론 프로다보니 마음에 딱 맞는 팀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계약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

“자, 우리도 연습하자.”

강지건은 2군 선수들을 데리고 연습에 들어갔다.

“2:1 서바이벌 연습이다. 포탑 끼고 15초 버텨.”

정글러가 방문한 상황에서의 대처를 연습했다. 반대로 정글러는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연습이 되기도 한다.

2:1, 2:3 등등.

여러 상황을 설정하고 반복해서 연습해나간다.

긴장을 풀지 못하고 집중하게 한다.

“니들도 데뷔하고 싶을 거 아냐. 중국 운영을 해내면서 다 잡아내봐. 그럼 중국팀에서 거금 들여서 데려갈지도 모른다.”

한국 리그에서의 데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신인 선수들이 뛸 자리가 그리 많이 나지 않고 있었으니까. 선수들은 쌓이는데 데뷔는 늦어진다.

기존의 선수들이 은퇴하지 않았으니 자리가 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꽤 많은 선수들이 은퇴시기에 있기 때문에 신인들의 자리가 많이 나고 있었다.

그래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금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또 몇 년간 데뷔할 기회가 아예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

물론 실력만 있다면 다들 데뷔한다지만 기존 선수들을 밀어낼 수 있는 수준인 선수가 그리 많은 것은 또 아니다.

“열심히 해라.”

강지건은 2군 선수들을 응원했다.

낮에는 연습실에서 선수들의 연습을 돕는다.

하지만 연습시간이 끝나면?

칼 같이 집에 돌아와 AV를 찍었다.

사토미 모에미 나나미.

세 여자와 함께 엄청나게 많은 시리즈를 찍었다.

무왕계의 무사 시리즈.

크롭스크의 음란한 이웃 시리즈.

마겔에서의 생존 시리즈까지.

여러 시리즈를 찍으며 만끽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 개막전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강지건이 개막전 선발 멤버로 뛰지는 않았다.

“다들 파이팅.”

“그냥 보세요.”

잠시 뒤, 개막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한국 리그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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