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여름의 시작
지건 트레이드는 연일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었다.
세계의 동물원에서 보내온 사진으로 만든 네임드 동물 카드가 어마어마한 시세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리다매라고 카드 거래양이 많아지니 자연히 매출이 불어났다.
여기에 여러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등록하기 시작했다.
비싼 것도 있고 싼 것도 있었다.
또한 사이트에 딸린 포럼을 통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을 통해 가치에 대해 논하는 일이 많아지자 사람들의 방문이 늘어났다.
여기에 살짝 배너를 넣어 배너 광고를 챙기며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로 강지건의 뮤직비디오가 NFT로 만들어져 올라왔다는 점이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는 한편의 영화 같았다.
위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와는 질이 달랐다.
이렇게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NFT가 경매에 올라오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경매의 승자는 강지건의 팬이라는 한 아랍 부호였다.
아랍 부호가 200만 달러를 뮤직비디오에다 질러버린 것이었다.
뮤직비디오가 누드 사진보다 시세가 낮은 이유는 최초의 뮤직비디오가 아닌 탓이었다.
무엇보다 최초로 올렸던 누드사진 NFT는 임팩트가 컸지만 뮤직비디오는 잘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임팩트가 그리 크지 않았다.
누드사진에 비해 덜 자극적인 탓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200만 달러를 찍은 것에 많은 이들이 눈을 빛냈다.
잘 만든 NFT는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지건 트레이드에 딸린 포럼은 방문자가 더욱 늘어났다.
가치에 대한 논평이 끊임없이 올라오며 하나의 포털 사이트로 점점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여러 가지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에 퍼졌다.
인공지능은 광고성 게시글은 빠르게 삭제해버리며 경고를 했다.
광고성 게시글이 커뮤니티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
장사가 잘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로키스에 지분 판매를 한 것이었다.
로키스에서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지분을 사갔다.
> 가능성이 있으니까 지분을 샀겠지?
> 주시하고 있다는 거잖아.
> 게임 관련 NFT가 나왔으니까 어쩌면 게임쪽으로 뭔가 계속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 로키스 밑에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록온도 있잖아.
> 로키스의 인터넷 쇼핑몰은 또 어떻고.
인터넷을 이용한 사업에서 영역을 확장하며 선택된 것이 지건 트레이드라는 인식이 퍼졌다.
그러자 사람들에게 지건 트레이드는 믿을만한 거래소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미국 최고의 IT 기업 중 하나인 로키스에서 투자했으니까.
돈귀신들이 돈이 안 되는 회사에 투자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생긴 이미지였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제타스의 스프링 시즌 우승 기념 NFT가 만들어졌다.
> 어?
> 이걸?
결승 때 찍은 사진을 이용해 만든 NFT였다.
선수별로 하나씩 나온 것도 있지만 트로피를 두고 찍은 단체 사진이 NFT로 만들어졌다.
이스포츠 역사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 이건 얼마에 팔리려나?
> 이걸 누가 주고 사겠어?
하지만 사는 사람이 있었다.
> 내가 산다.
> 우리가 가져간다.
중국 이스포츠팀의 구단주들이 경쟁하며 가격을 올려버렸다.
특히 돈 많은 빅마켓팀들의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NFT는 대체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스포츠팀인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 우승팀 NFT 콜렉션을 만들겠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 리그의 우승팀 NFT를 비싸게 산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팀이 우승한 NFT를 만든다. 그 뒤에 더 비싸게 판다.
이것은 뇌물로도 써먹기 딱 좋은 것이었다.
잘 보이고자 하는 이들이 NFT로 확실하게 금전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NFT는 원가가 얼마 되지도 않는다.
그런 것이 막 10억 100억 한다면?
혹은 선물로 그냥 소유권을 넘겨주고 다시 비싸게 누군가 되사간다면?
미술품 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NFT이기 때문에 위조품 염려는 없다.
이미지나 영상을 카피한 사본은 존재할 수 있어도 NFT가 아니기 때문에 가치는 떨어진다.
아니, NFT의 소유주가 아예 사본을 내리라고 명령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디지털 자산의 유행을 이끌던 암호화폐 코인을 대체할만한 것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쓰는 것은 코인과 별로 다를 것 없다.
다만 다른 것은 유일함이었다.
코인은 코인이다. 다른 코인과 별로 다를 것 없다.
하지만 NFT는 오직 하나뿐인 유일함이 추가된다.
괜히 대체불가능 토큰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여기에 이미지나 영상 같은 것을 접목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화폐는 공권력의 보증이 있어야 신용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예술품은 공권력의 보증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NFT는 디지털 예술품이라는 가치를 보장하는 수단인 것이었다.
물론 이런 예술품 시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개나 소나 NFT를 찍어서 거래소에 올리다보면 쓰레기가 넘쳐나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럴수록 예술 평론가들의 가치가 올라간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NFT의 가치가 출렁이게 될 테니까.
괜히 강지건이 지건 트레이드에 포럼 게시판을 추가한 게 아니었다.
가치 있는 것을 발굴하고 정보를 교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하나의 시장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만들며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중국팀 구단주들은 이러한 우승팀 NFT를 비싸게 사며 가격을 형성하려 했다.
새로운 뇌물 거래 수단으로 띄우려는 것이었다.
이는 알면서도 막기가 힘들다.
예술품이 뇌물로 이용된 것은 역사가 엄청나게 오래된 것이니까.
뇌물이지만 선물의 성격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선물과 뇌물의 선상에 서있는 것이 예술품이었다.
괜히 별 거 아닌 것 같은 작가의 작품이 비싸게 팔리고 시장이 형성되는 게 아니다.
다 쓸모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수집하지만 상당수의 부자들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뇌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NFT가 추가된 것뿐이었다.
중국팀은 가격 형성을 위해 제타스의 스프링 우승 기념 NFT를 비싸게 불러서 사들였다.
무려 10억원이었다.
약간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제타스에 매각대금이 지급되었다.
프론트에서 일정 비율 떼가고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었다.
강지건도 받았다.
받은 돈은 서울 시내의 고급 오피스텔을 하나 빌리는 데 썼다.
“정말 고마워요.”
“와, 이게 되네.”
“우승하면 또 한 번 더 할 수 있어.”
“아, 진짜 정말 정말 우승하고 싶어요.”
NFT가 비싸게 팔린 배경은 선수들에게 알려질 일이 없었다.
알려졌다고 해도 상관 안했을 것이다.
누가 사든 비싸게 사주면 그만이니까.
리그에서 지급하는 우승 상금보다 NFT로 버는 게 더 컸다.
한국 리그 협회에서는 이것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잘못 건드리면 선수들이 반발할 수 있었으니까.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연봉만으로는 10대와 20대 초반을 바친 시간을 다 보상할 수 없었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우승 기념 NFT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잘 생각해보니까 스프링 우승 기념으로 이 정도인데 세계 대회 우승 기념이면 더 비싸게 팔리겠죠?”
“그건 진짜 유니크한 거니까. 더 비싸게 사가겠지.”
강지건은 이미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구단주들이 어떤 목적으로 사갔는지 다 알고 있었다.
또한 세계 대회 우승 기념 NFT는 더 비싸게 사들일 계획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이스포츠를 띄워서 NFT의 가치를 뻥튀기 하고 시세를 고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중요했다.
싸구려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세계대회 우승기념이면 아마 중국 사람들이 환장하면서 사가겠지.”
중국에서는 전설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언젠가 망하긴 하겠지만.’
강지건은 전설 리그가 결국 언젠가 문 닫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한 번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이스포츠 종목이었던 게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적이 있었다.
후속작이 나오며 열기를 이어가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신규 유저 유입이 부족했다.
어떤 종목이든 아마추어가 잘 생기지 않으면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할 뿐이다.
이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인기 종목들이 유지되는 것은 각 국가에서 장려하기 때문이었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이벤트가 있어 비인기 종목에 종사하는 이들이 그나마 몸값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스포츠인 전설은 이와는 달랐다.
올림픽에 비견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게임사의 의향에 따라 특정팀을 밀어주는 방식의 패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
또한 종목 자체를 게임사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컴퓨터로 경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야구를 비롯해 장비를 필요로 하는 종목들은 있으니까.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게임 회사가 망하면 종목 자체가 날아가 버릴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선수들도 알고 있는 문제였다.
경쟁을 통해 최고가 누구인지 우열을 가리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미래를 걸고 하는 일이니 돈을 벌어야만 했다.
열정만으로 버틸 순 없었다.
미래에 지도자가 되어 선수를 육성한다는 것은 정말 꿈과 같은 이야기니까.
종목이 사라질까 말까 걱정하는 판에 선수 육성을 통해 늙어죽을 때까지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야구나 축구 같은 경우에는 대단한 선수 경력이 없어도 노인네가 될 때까지 코치나 감독으로 살 수 있었다.
비인기 종목에서도 실력이 좀 있으면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포츠는 그게 어려웠다.
더구나 기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며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점점 구현되고 있는 마당이었다.
전설이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 게임으로 만들어져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게임 플레이를 익혀야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쌓았던 경험의 상당 부분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이러니 지도자 생활은 꿈도 꾸지 않는다.
초창기에 선수생활을 했다가 은퇴했던 사람들이 밟는 코스가 이스포츠 지도자 코스라 할 수 있었다.
결국 선수 생활 은퇴 이후에 돈을 쥐고 있어야만 제2의 인생을 여는데 도움이 된다.
데뷔를 하기도 전에 은퇴 계획 세워두고 움직이지 않으면 늦는다.
돈을 따라 이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로니까.
“자, 그럼 연습하자. 세계대회 우승해서 한 몫 땡겨야지!”
“네!”
천년만년 이길 순 없다.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으로 우승에 대한 갈증을 계속 불태우게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돈을 건 한 판이란 인식을 심어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시켰다.
미래를 위한 싸움이었다.
연습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강지건은 바로 관리실을 통해 무왕계로 향했다.
무왕계에는 사토미가 모에미와 나나미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주인님.”
“파파!”
사토미와 모에미는 차분하게 인사한 것에 반해 나나미는 아이처럼 안겨왔다.
응석을 부리며 매달렸다.
“나나미 잘 있었어?”
“네, 파파.”
“착한 아이네.”
다 큰 처녀였지만 아이처럼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나미는 히죽거리며 손길을 만끽했다.
기분 좋은 강아지가 따로 없었다.
“찍을 준비는 됐지?”
“네, 각본대로 준비했어요.”
“좋아. 그럼 시작하자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무왕계의 문화를 그대로 적용해 지었다. 주방과 화장실과 같은 편의 시설만 발달한 문명의 기술을 적용해 만들었다.
생활공간은 무왕계와 다를 게 없었다.
어찌 보면 불편한 아날로그식 생활양식이지만 상관없었다.
세계를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휴식 공간이었으니까.
체험을 위해 와서 잠깐 즐기는 것이다.
체험을 위해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게 잠시 즐기다 떠난다.
진짜는 체험을 하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편하게 추억하는 것이다.
여행지는 아름답지만 여행이 아닌 생활이 되어버리면 불편한 것처럼.
사토미는 무왕계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하늘하늘한 복색은 옛 사람을 연상케 한다.
“오셨나요?”
다소곳한 사토미는 청순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모든 것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