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관리자가 되었습니다-169화 (169/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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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그리고 수확

“흐음.”

편의점 앞.

감자칩을 사서 근처에 쭈그려 앉아 먹어보았다.

“역시 만화는 만화일 뿐. 즐겁지는 않아.”

“그러네요.”

옆에서 같이 먹던 사토미가 일어섰다.

교복에 흙색으로 물들인 얼굴까지.

갸루라 불리는 화장법을 한 얼굴은 언뜻 기괴해 보이기도 했다.

“역시 만화가 아니면 안 돼.”

만화는 만화다.

현실에서 실사화한다고 즐거울까?

아니다.

오히려 진짜 매니아들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내 ㅁㅁ짱은 이렇지 않아!’

실사가 더 오글거리고 혐오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실사화 한 작품을 모욕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만화는 만화일 때 최고다.

지나간 옛 사랑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 아름다운 것처럼.

호텔로 돌아온 강지건은 관리실을 호출했다.

때 마침 다피림이 관리실에 있었다.

“다피림, 인공지능으로 지금 불러주는 만화들의 가상 세계를 구성해줘.”

“네.”

강지건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뭐하러 만화를 실사화해? 내가 만화화하면 되는 거야!’

만화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프로젝트가 발동했다.

강지건이 일본에 있는 동안, 지건 트레이드가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 지건 트레이드?

> 강지건 이건 뭐지?

> 디지털 자산 거래소네. 이 자식도 코인으로 돈 좀 만져보려는 걸까?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세력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꾸준히 잃지 않고 버는 것은 거래소다.

거래마다 수수료를 받으니까.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돈을 잘 버는 존재가 바로 거래소다.

몇몇 거래소는 조작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애초에 정식으로 인가 받은 존재가 아니기에 내부 상황이 불투명하다.

가상화폐 자체가 탈중앙을 외치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보증 따윈 없다.

그냥 믿거나 속거나.

내부에서 조작을 했을 때 보통 사람이 이를 알기란 매우 어렵다.

내부자 거래를 통해 가격을 끌어올렸다가 호구들이 사겠다고 몰려들면 처분하고 다시 내리꽂으며 공포심을 조장할 수도 있다.

주식으로 장난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여기에 범죄 조직들이나 혹은 유사한 조직들이 가담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세계에 잠자고 있던 검은 돈이 거래소를 통해 세탁되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세탁하는 김에 개미들의 돈도 빨아가버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뭐해서 돈을 벌었냐고 할 때, 당당하게 코인을 외치면 되니까.

범죄 수익이 졸지에 코인 거래로 갑부가 된 것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세계에 널린 게 코인이니까.

온갖 요상한 코인들이 있고 이를 이용하면 돈세탁이 가능해진다.

이런 가운데 강지건이 거래소를 열었다는 소식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냥 강지건 이름을 빌려 쓴 것에 가깝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 강지건 개인 지분이 1%라고 함.

> 나머지는 해외 투자자라던데.

정확히는 해외에 만들어진 유령 회사들이 해외 투자자로 포장되었다.

강지건의 이름이 주주 명부에 올라간 것은 지건 트레이드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 이름 이용해서 관심 끌어보려는 거였나보네.

> 근데 여기에 동물 카드 올라왔는데?

> 어?

> 지금 난리 남.

여러 동물원들에서 지건 트레이드에 네임드 동물 카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또한 돈을 벌어보고 싶은 이들이 호기심에 카드를 올렸다.

이렇게 되자 리그 오브 애니멀에 진심이었던 콜렉터들에게 불이 붙었다.

“이건 사야 해.”

게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NFT였다.

“최고가 될 거야.”

애니멀 파이터들이 경매에 참전해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만원짜리가 십만원이 되고 어떤 것은 백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동물원들은 더 많이 만들어서 팔고 싶어했지만 계약 때문에 한정적이었다.

어쨌거나 동물원들은 카드로 인해 운영비를 벌었다.

결국 세계 각지의 네임드 동물들을 거느린 콜렉터가 하나둘 등장했다.

> 와, 역시 돈은 못 이겨.

> 그게 그거 아님? 동물원 가면 너도 생겨

> 어 그러네?

> 쟤들은 동물원에 안 가고 시간을 절약한 거고

> 그러네?

> 동물원 순례를 해. 순례자는 강해질 수 있어.

동물원 붐이 일었다.

물론 이렇게 돈이 모이면 당연히 벌레도 꼬인다.

“해킹해킹!”

해커들이 달려들었다.

가상화폐나 NFT 자체는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거래소는 해킹 가능하다.

거래소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된 것처럼 빼내는 게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송금 받는 것을 중간에 가로챌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의 보안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보안이 필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모두 통하지 않았다.

- 데이빗 펠러 1999년 9월 9일생. 아버지 사망. 어머니.......

해킹을 하던 해커의 화면에 갑자기 본인의 개인 정보가 떠올랐다.

“어어?”

- 한 번만 더 해킹 시도하면 신고함

“흐익!”

놀라서 뒤로 넘어가버렸다.

“으으으!”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싶어 다시 일어나 모니터를 보자 메시지는 여전히 떠있었다.

순간 컴퓨터 전원을 끄고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완전히 박살낸 뒤에 버렸다.

특히 저장장치는 절대 복원할 수 없게 물에다 담가버리기까지 했다.

‘어쩌지? 어쩌지?’

불안했다.

누군가 찾아올까봐.

그리고 협박 당할까봐.

띠리리리리리링!

“힉!”

전화벨이 울리자 깜짝 놀랐다.

“여보세요?”

“앞으로 우릴 위해서 일해주셔야겠습니다. 데이빗 펠러씨.”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상대의 요구가 있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불안이 사라졌다.

해달라는 일을 해주는 것은 더욱 깊이 엮이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동안에는 별 문제 없을 거라 여겼다.

“당신과 같은 사람을 잡아내면 됩니다. 한 명에 1만 달러. 포상금도 지급해드립니다. 물론 포상금은 코인입니다.”

“하겠습니다.”

그냥 일만 시키는 게 아니라 1명을 잡으면 1만 달러라는 포상금도 받을 수 있었다.

‘10명만 잡아도 먹고 살만해지겠는걸? 멍청이들 겁나 많던데.’

지건 트레이드 해킹 한 번 해보겠다고 달려든 해커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해보자.’

사냥이 시작되었다.

한편, 소식을 들은 로키스의 잭 피터슨은 감탄했다.

“이거 정말 놀랍군.”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 거래소를 메타버스로 옮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그리고 메타버스의 화폐를 우리가 환전해주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현실의 돈을 가상의 세계에서 쓸 수 있도록 환전한다.

환전 비율은 고정시켜버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디지털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 결국 디지털 화폐를 사게 된다.

“우리도 화폐 발행권을 손에 넣게 되는 건가?”

“틀리지는 않습니다.”

상품권과 같은 개념이지만 결국 가상의 세계에서 쓰는 돈이니 가상 화폐인 셈이다.

더구나 이렇게 환전된 가상화폐는 세계 어디에서나 다시 반대로 환전될 수 있다.

기존의 금융 트레이드 시스템에 공격을 가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모를 금융권이 아니었다.

이걸 그대로 두고 볼 리도 없었다.

“은행에서는 어찌 나올 것 같나?”

“본인들이 발행한 화폐를 사용하도록 법을 만들겠죠.”

“역시 그렇겠지?”

화폐는 권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권력에 대한 신용.

이것이 화폐의 정체다.

권력자가 지불 보증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 것이다.

괜히 전쟁 나거나 정치권이 불안정한 국가의 돈이 화폐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급기야 휴지가 되는 게 아니다.

신용이 사라지면 돈으로서의 가치도 사라진다.

공권력이 보증하기 때문에 종이로 찍어낸 것에 불과한 것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화폐 발행권을 가진 존재들 입장에서보면 가상화폐는 바로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자신들을 부정하겠다고 덤비고 있는 것이다.

쿠데타인 셈이다.

“그래도 꿀을 빨 수 있을 때 빨아야지.”

“물론이죠.”

“일단 연락해봐. 우리 쇼핑몰과 연계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리고 록온과도 연계해봐.”

“게임 대회 말씀이십니까?”

“지분 사와.”

지건 트레이드의 지분을 원하는 잭 피터슨이었다.

“유룽!”

한적한 바닷가.

아무도 찾지 않을 으슥한 방파제에 자리를 깔고 강지건은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사토미는 나신으로 엉덩이를 들고 열심히 봉사중이었다.

달빛에 나신이 은은하게 빛났다.

- 지분을 얻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적당히 줘.”

“알겠습니다.”

유령 회사를 통해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모든 지분을 쥐고 있는 건 별로지.’

지분이 없으면 결국 경쟁상대라는 소리다.

경쟁자를 고꾸라트리기 위해서는 별 짓을 다 한다.

세계 정상급 비즈니스 세계는 매우 살벌하다.

납치와 살인도 염두에 둬야만 한다.

정치인에게 로비를 하고 법을 바꾸기도 하고 사람을 시켜서 소송도 걸고 별 짓 다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아예 경영자를 노리는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추문이 있다면 추문의 증거를 이용해 협박도 한다.

하지만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추문의 증거를 쥐고 있어도 그냥 넘어간다.

아니, 사람을 죽여도 무마시켜버리기도 한다.

돈 때문에.

돈 때문에 사람도 죽이는데 사건 은폐를 안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동맹을 끌어들이는 것은 필요했다.

‘이걸로 더 안정적이라는 이미지가 생기겠지.’

지건 트레이드는 유명해졌다. 하지만 안정적이라고는 말 못한다.

아직 보여준 게 없으니까.

하지만 미국의 대기업이 뒤에 붙는다면?

이미지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허락했다.

“우붑!”

연락을 마치자 사토미의 입봉사가 더욱 과감해졌다.

목까지 밀어넣으려고 안간힘이었다.

“쿨럭!”

“너무 무리하지마.”

“으응, 주인님이 안에 들어오는 건 언제나 좋은 걸요.”

눈물범벅이 되었으면서도 최대한 웃는 얼굴.

한 번 쓰다듬어주자 행복으로 물들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방파제에서 노출 섹스를 즐겼다.

‘좋구나.’

주변을 살폈다.

강지건의 감각은 열려있었다.

아슬아슬한 곳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강지건이 있는 곳을 보는 사람은 없었다.

“휴랴류하랴류.”

음란한 사토미의 입봉사 소리가 바다에 울렸다.

‘그래, 이제 하나 또 해결.’

언젠가 읽었던 야설의 한 장면을 재현했다는 사실에 만족을 느꼈다.

그때였다.

“따쓰께떼!”

어디선가 구해달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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