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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그리고 수확

“잠깐 휴가 좀 내겠습니다.”

강지건은 휴가를 냈다.

서머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타스에서는 아무도 강지건을 잡지 못했다.

원래 계약이 그랬으니까.

스프링 시즌 우승을 견인한 것만으로도 강지건은 돈 값을 다 했다.

구단주 입장에서야 더 꿀을 빨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이미 은퇴를 각오한 강지건을 말릴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남은 방법이란 것도 강지건과 척을 지는 방법뿐이었다.

언론플레이와 협박.

사용한다면 어떤 역풍이 불지 모를 방법들이었다.

결국 제타스에서는 허락해주었다.

1위가 아닌 2위나 3위만 유지해도 서머시즌 우승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리그 대항전으로 인해 선수들이 지치긴 했지만 잠재력이 폭발하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강지건을 제외하고 짠 팀워크가 장난 아니었다.

하는 데까지 그대로 가는 게 팀 입장에서도 좋았다.

강지건에게만 의존해 승리를 계속해나가면 감독과 코치진에게도 별로 좋은 평가가 내려지지는 않는다.

뭘 해도 강지건 덕에 이룬 것이란 소릴 듣기 딱 좋다.

엄청나게 부족한 전략도 그냥 좋은 선수가 있어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감독과 코치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의외로 리빌딩에 성공했을 때다.

검증되지 않은 자원들을 데려다가 최하위권 팀을 상위권에 박아놓으면 그것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승 할 필요도 없다.

어쨌거나 감독이나 코치들도 평가를 받기 때문에 강지건에게만 의존할 순 없었다.

친분이 있다고 해도 강지건이 모두 데리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까.

휴가를 낸 강지건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일본.

사토미는 집에 도착하자 추억이 담긴 물건들만 챙겼다.

‘나머지는 필요 없지만.’

그래도 남주기 싫어서 챙겨서 챙기기로 했다.

“이거?”

“네!”

도움을 청하자 포털이 열리고 검녀들이 나타나 순식간에 짐을 옮겨주었다.

갑자기 텅 비어버린 월세방.

‘안녕.’

좋은 추억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사람이 싫어서 홀로 휴식을 취하던 공간일 뿐.

강지건의 영상을 보며 자위했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 추억이었다.

밖으로 나온 사토미는 문을 잠그고 부동산으로 향했다.

“저 방 내놓으려고요.”

“알겠습니다.”

처리는 금방 이뤄졌다. 이후 사토미는 도쿄 시내의 호텔로 향했다.

강지건이 찾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일본에 도착한 강지건은 라다와 함께였다.

두 사람이 입국하자 입국 심사를 하던 사람들은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매달리거나 하지는 못했다.

업무 중이니까.

두 사람이 입국 절차를 마치자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하지만 강지건과 라다는 금방 사라졌다.

“호텔로.”

호텔에 도착하자 금방 사토미를 만날 수 있었다.

“휴룹, 주인님.”

만나자마자 대물에 키스하며 인사한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하고 싶어?”

“네.”

푹팍퍽폭.

사정없이 박아댄다.

“햑햑햑햑!”

사토미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신음했다.

가슴은 강지건과 라다가 하나씩 점령했다.

‘행복해.’

사토미는 행복 속에 허우적거렸다.

한바탕 열풍이 지나간 뒤에 세 사람은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왔다.

이후 부동산을 알아보았다.

사무실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런 일도 포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맡기면 편하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레알핑크와 관련된 커넥션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레알핑크는 오직 사토미가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포장할 생각이었다.

물론 사토미는 명의만 빌려주는 바지사장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게 되면 해외 자본이 일본 회사를 만든 것처럼 얼마든지 위장이 가능했다.

사장이 외국 자본에게 투자 받은 형식이니까.

정부 입장에서야 세금만 들어오고 일자리를 창출하면 그걸로 만족이다.

물론 엄청나게 성공해서 다른 일본 기업의 영역을 침해하려고 하면 정치권에서 움직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추적을 당할 위험이 있으니 실제 자본의 주인이 드러나지 않게 유령 회사를 내세워 모든 거래를 하는 것이었다.

강지건이야 걸린다고 해도 딱히 문제될 일은 없었다.

명성이 날아갈 뿐.

하지만 명성이 높을 때 즐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

지구에서의 사업도 이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세계에서 사업하면 되니까.

서번트들이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안틸로프인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최적의 퀘스트를 짜주면 강지건은 이를 빠르게 등록했다.

등록해두면 서번트와 조직원들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며 포인트를 벌었다.

지구 하나 정도는 그냥 놔둬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지구 태생인 강지건에게 지구는 소중한 놀이터였다.

“이 정도면 되겠군요.”

사토미가 작은 사무소를 하나 임대했다.

위치나 그런 것은 전혀 따지지 않았다.

사업을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기만 하면 될 뿐이니까.

사무실을 임대하고 전화기와 팩스를 한 대 가져다 놓는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팩스를 쓰기 때문에 팩스를 놔야만 한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일본에서 팩스 사용은 어쩔 수 없다.

책상 하나 가져다 놓고 전화기와 팩스만 설치한다.

게임 개발이나 다른 여러 가지는 안틸로프에서 관리실을 통해 직접 관리하니 필요하지가 않았다.

대충 일을 마친 사토미는 자신의 이름이 찍힌 명함을 바라보았다.

레알핑크 사장 마에다 사토미.

테두리에 금테가 박힌 심플한 명함이었다.

하지만 사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사토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인님, 정말 감사해요.”

“그래, 그럼 이제부터 여배우는 어떻게 할 거지?”

“제가 연락해볼게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있어요.”

“그것보다는 일단 이름만 알려줘. 조사부터 해보고.”

사람의 속을 알긴 어렵다.

특히 일본 사람의 경우에는 더더욱.

직장 동료나 학교에서 같은 반이거나 하면 속을 더더욱 알기 힘들다.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서 친구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헤어질 일이 생겼을 때 숨겨 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다시 볼 일 없다고 판단되면 뒤통수를 치기도 한다.

평소에는 마음에 안 들어도 꾹 참는다.

이런 경우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평소 친한 동료라고 해서 정말 친한 동료인 것은 아니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에는 더 속을 알 수 없다.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일상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결국 행동 패턴을 분석하다보면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그럼 알려드릴게요.”

사토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의 이름을 불렀다.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란 의미.

하지만 이름을 알려주고 얼마 안 지나서 돌아온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다들 사토미 욕하던걸.”

“네?”

“뒷담이 아주 화려해.”

사토미는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행해진 뒷담 채팅을 확인하고는 기겁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런 식이라면 어렵겠는데.”

강지건은 AV 배우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얼굴은 나오지 않게.

몸은 최대한 가리며 대물만 나오는 대물 배우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카메라로 대물만 찍는다고 해서 촬영에 참가한 여자들이 강지건을 못 보는 것은 아니다.

사토미와 사이가 나쁜 사이라면 굳이 정체를 드러내며 함께 촬영하고 싶지는 않았다.

믿을 수 없으니까.

“얼굴 노출이 걱정이라면 차라리 눈을 가리고 찍으면 어떨까요?”

“죄다 그렇게 찍긴 좀 그렇지.”

“그럼 다른 세계의 여자들로 해보는 것은요?”

“흐음.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좋겠네. 하지만 나중에 신원 때문에 문제가 될 거 같은데?”

지구에서의 신분이 애매한 사람은 결국 부담이 된다.

AV 배우에게도 팬이 붙는다.

인기가 생기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다.

‘별로야.’

아직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서번트나 지구에 신분을 가진 조직원을 동원한다면 못할 건 없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찍고 싶은 것은 또 아니었다.

‘AV는 AV 배우하고 찍어야지.’

누구나 처음부터 AV배우인 것은 아니지만 강지건은 자신이 가진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싶을 뿐이었다.

결국 강지건은 직접 고르기로 했다.

“그나저나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뭔가요?”

“공원으로 가자.”

으슥한 밤이 되자 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이걸 봤단 말이야.’

공원에서 알몸으로 산책하며 노출 플레이를 하는 AV를 본 적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 충격이었다.

‘정말 대단해 보였지.’

얼마나 대단하면 여자가 저렇게까지 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노출 플레이를 하는 여자를 찍은 AV는 한 마디로 우월함의 증명처럼 여겨졌다.

트로피.

노출 플레이를 해보지 않아서 좋은지 어떤지도 모르지만 일단 좋아 보이니 욕심을 내는 것이다.

견물생심이다.

수많은 시각 정보가 들어오고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어떤지는 모른다.

다만 좋아 보인다.

여기서 판타지가 생긴다.

강지건도 그랬다.

본 것이 있으니 거기에 대한 판타지가 생겼다.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정도로 단순하고 별 볼 일 없었지만 어떤 것들은 깊숙이 각인되어 계속 원하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공원에서의 노출 플레이 AV도 그런 식으로 형성된 판타지였다.

원래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지만 힘이 생기니 해보고 싶어졌다.

“공원에서 하시려고요?”

사토미는 살짝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싫어?”

“그건 아닌데 공원은 별로 추천드리지 않아요.”

“왜?”

“노숙자들이 많거든요.”

“응?”

일본 경제에 망조가 들면서 노숙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경제가 흥하던 시절에는 밤의 공원은 그렇고 그런 야외 플레이를 즐기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경제가 망하면서 노숙자가 증가했고 이들은 공원 같은 곳에 자리잡기도 했다.

아울러 불량 청소년들도 밤의 공원에 출몰했다.

“보여져도 괜찮다면 저는 상관없어요.”

“어, 그건 아니고.”

남들 다 보는 데서 하는 것은 스릴이 없다.

‘그건 아니야. 보여질 위험에 처했을 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좋은 거지 보여지는 것이 좋은 게 아니야.’

노출 플레이에도 종류가 있다.

들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스릴을 즐기는 부류.

탁 트인 자연 속에서 원시적인 자유를 만끽하는 부류.

남에게 보여주며 시선을 즐기는 부류.

노출이라고 다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아쉽게 됐네.”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때요?”

“아냐.”

“크롭스크에도 공원은 많습니다.”

라다의 말에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거기선 스릴이 안 생겨.”

지구가 아니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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