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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그리고 수확
“사토미, 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다.”
“뭔가요?”
“일본 섹스 산업의 선구자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에엑?”
뜬금없는 이야기에 놀란 사토미는 이어지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VR 야동과 리얼돌 그리고 AV배우를 연결해 섹스 체험을 판다는 건가요?”
“그렇지.”
성매매로 보면 성매매지만 아니라고 우길 여지도 있다.
일단 직접적인 신체 접촉은 없으니까.
VR 영상과 리얼돌이 결합하며 진짜로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AV 배우들의 영상이 이용된다.
단순히 모니터로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체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잠시 이야기를 듣던 사토미는 고개를 들었다.
“저기, AV 배우보다는 에로망가 작가를 섭외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요.”
“응?”
“2D 캐릭터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AV 업계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를 접하게 되었고 에로망가도 마찬가지였다.
만화 분위기의 AV 작품도 상당히 많았다.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 당연히 해당 캐릭터의 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현실의 여자가 코스프레를 해도 실물만 못하다.
진짜가 아니다.
현실의 여자는 나의 ㅁㅁ짱이 아니다.
가짜다.
페이크다.
“어?”
“만약 유명 만화의 여캐, 혹은 남캐와 할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엄청나게 인기가 있을지도 몰라요.”
간혹 2D 캐릭터에 빠진 여자들도 있다.
멋진 남캐와 하고 싶어 한다.
현실의 인간은 줄 수 없는 만족감이 존재한다.
“어?”
강지건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상도 못했다.’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거라면 성매매는 아니겠네?”
“2D 캐릭터인걸요. 인권이니 뭐니 하긴 어렵죠.”
“다피림. 이거 구현 가능해?”
“당연하죠. 너무 간단해서 하품이 나올 수준입니다.”
안틸로프 출신의 다피림은 뭔가 조작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는 금방 만들어질 겁니다. 리얼돌은 제작 주문을 넣었으니 시간이 좀 주시면 됩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러니까 섹스 운동회 같은 걸 하시고 싶다고요?”
“응, 여자들이 나한테 달려드는 거 하고 싶어.”
“지금도 하시지 않나요?”
“AV 배우들하고 해보고 싶어.”
AV 배우들이 다 엄청나게 예쁜 것은 아니다. 사토미는 주변을 보았다.
‘다들 영화배우보다 엄청 예쁜데.’
미모만 따지자면 강지건의 서번트와 검녀들이 훨씬 나았다.
강지건과 관계를 하면 할수록 더 예뻐지고 있었다.
여기에 비하면 AV 배우들은 한참 떨어졌다.
하지만 강지건이 품은 것은 특정 직업에 대한 판타지였다.
유부녀, 친구 엄마, 직장 상사의 아내, 기타 등등.
이러한 식으로 특정 포지션, 혹은 직업에 대해 환상을 품는 경우는 흔했다.
판타지를 품고 있는 사람과 해당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만나서 서로에게 욕구를 품으면?
혹은 욕구를 억제하던 자제심을 해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조건이 성립된다.
강지건이 윤경미를 공략한 방법과 같다.
아무리 말이 안 되고 엉뚱하고 어색해보이더라도 당사자들이 통하는 스위치가 눌러지면 전류가 흐르게 된다.
어쨌거나 AV 배우들과의 섹스 운동회와 서번트들과 하는 섹스 운동회는 다른 것이다.
다 똑같은 여자냐고 할 지 모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조건이 다른 것이다.
아이가 친구들이 가진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고 울 때 그냥 비슷한 다른 로봇 장난감을 사줬더니 내던지는 것처럼.
3자의 입장에서는 둘 다 로봇 장난감이 아니냐며 말할 수 있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둘은 같은 것이 아니다.
다른 것이 꼭 싫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래 가지고 싶었던 것과는 다르니 욕구는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일종의 집착인 것이다.
“네! 그럼 제가 준비할게요! 주인님!”
사토미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저 계속 작품 활동 해야 할까요? 그만두지 말까요?”
강지건이 가진 판타지 중 하나를 이해한 사토미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아니, 그건 싫고. 은퇴한 여배우라도 일단은 합격이니까.”
“네!”
판타지란 것이 으레 그렇다.
환상으로 남아있을 땐 아름답지만 직접 이루는 경우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섹스에 엄청난 환상을 품고 있던 남자가 여자와 첫 경험을 치르고 나서 실망하는 것처럼.
생각처럼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환상적이지도 않아서 실망한다.
환상이 깨지는 것이다.
하지만 강지건의 환상은 깨지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즐긴다는 마음이었으니까.
기대를 지나치게 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도 해볼까?’
얼굴을 드러내고 찍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AV에서는 남자 얼굴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경우가 흔했다.
얼굴을 아예 안 보이고 찍는 것들도 존재한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볼 때 자신이 직접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한 각도로 촬영이 이뤄지기도 한다.
‘꼬추만 나오는 거라면 알아볼 사람이 없지.’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사토미, 나랑 작품 하나 찍자.”
“네!”
강지건은 자신의 계획을 풀어놓았다.
“VR용으로 일단 내 꼬추만 나오게 찍는 거야.”
“그렇게 하면 확실히 신원이 밝혀질 위험은 없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해보자고.”
사토미 또한 가슴이 두근거렸다.
AV 배우.
하고 싶지 않았지만 강지건과 함께 찍는다니 좋았다.
무엇보다 현재 하는 일은 돈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인님의 판타지를 내가!’
만족시킬 수 있었다.
보잘 것 없는 능력이지만 이거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사토미는 마음이 포근해졌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이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강지건이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다른 여배우들은 마음에 드는 사람 있나요?”
“그건 사토미가 골라.”
“네!”
사토미는 자신에게 일이 주어졌다는 것에 기뻐했다.
이후 일본 여행이 계획되었다.
‘내가 사장이라니.’
레알핑크라는 회사로 아직은 세워질 예정에 있는 회사였다.
하나의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물론 성인용 서비스인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레알핑크는 일본에 세워지게 되어 있으며 대주주는 조세피난처에 새로 만든 긴켄론이란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진짜 주인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회사를 사고 팔 수 있으니까.
남은 것은 일본에 건너가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에로망가 작가들도 섭외해야겠네요?”
“그건 알아서 해줘. 아니, 인공지능으로 그릴 수 없나?”
“알아보겠습니다.”
강지건은 라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긴켄론도 이리저리 거치고 나면 결국 안틸로프사가 나오게 된다.
결국 강지건의 소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다리를 거쳤으니 강지건은 만약 걸린다고 해도 이렇게 말하면 된다.
“투자는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거라서 저는 잘 몰랐습니다.”
물론 한두푼 하는 회사가 아니니 몰랐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만 핑계를 대며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강지건은 사업가라기보다는 가수로 더 알려져 있으니까.
‘뭔가 자세히 지시는 안 하시네.’
사토미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강지건은 딱히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란 말을 하지 않았다.
사업은 대부분 라다의 손을 거쳤다.
‘서번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정확히는 인공지능이 어지간한 것들은 다 챙겨주어서 라다도 시간이 굉장히 많이 남게 되었다.
회계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 처리해주었다.
라다가 하는 일은 의사결정 정도였다.
물론 의사결정을 위해선 내용을 알아야 하니 읽어봐야 할 보고서가 상당히 많긴 했다.
하지만 대충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내용을 파악해 결정을 내리니 사토미의 눈에는 대단하게만 보였다.
“저기요! 그 인공지능이 에로망가를 그리면 만화책으로도 팔 수 있을까요?”
“만화책도 팔려고?”
“네! 그 편이 더 효율이 좋지 않을까 해서.”
“하긴 미연시하고 호흡을 맞추면 시너지가 상당하긴 하지.”
“VR 미연시도 출시하죠?”
이미 존재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더뎌서 그렇지 분명 있긴 있다.
하지만 기술력이 발전한다고 뭐든지 쉽게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머의 몸값은 비싸다.
작은 회사에서 직접 독학으로 시작하며 열정으로 뭉친 경우가 아니라면 돈을 많이 받지 않으면 고용하기 힘들다.
프로그래머도 사람에 따라 실력이 다르니 생산성도 다르다.
이들을 신입 사원 수준으로 연봉을 정해준다고 해도 100명 이상이 프로젝트에 장기간 투입되면 인건비만 해도 어마어마해진다.
한 명이 3천만원이라면 100명이면 30억원이다.
하지만 실력에 따라서는 더 주는 경우가 흔하니 30억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개발비만 이렇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까지 합치면 더 늘어난다.
1년 동안 100명이 개발한 게임은 최소한 30억원을 벌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가정하면 시장성이 없는 경우에는 차라리 안 만드는 게 이득이다.
팔리지도 않을 게임을 만들 이유가 없다.
적자를 보면서 게임을 만들어 팔 이유가 없다.
망하려고 작정한 게 아닌 이상.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게임이 제작되지 않는 것에는 결국 시장성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형 작품일수록, 인력이 많이 필요할수록 결국 수익성이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돈이 안 되는 게임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 부을 이유는 별로 없다.
미연시 그리고 VR 야동의 경우에는 소비층이 확실히 존재했다.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다.
포르노에 지갑을 열 사람들은 지구 곳곳에 존재한다.
말이 안 통해도 포르노를 본다.
어차피 몸을 보려고 야동을 구매하니 언어 장벽 같은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질 않는다.
미연시의 경우에는 언어가 장벽이 되긴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미연시에 빠져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큰돈이 되지는 않아도 확실히 소비층이 존재한다.
그러니 게임이 제작된다.
VR 미연시도 결국 이러한 소비층이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퀄리티는 우리가 더 높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만큼 용량을 잡아먹는 거잖아.”
“그게 문제긴 하죠.”
아무리 대단한 게임을 만들어도 하드웨어가 받쳐주지 못하면 돌리질 못한다.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한다고 해도 결국 네트워크 인프라가 아직 받쳐줄 정도가 아니니.”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의 경우에는 유저의 하드웨어가 꼭 좋을 필요는 없다.
게임은 클라우드에서 돌아가는 거니까.
유저는 클라우드에서 전송하는 화면을 보며 게임을 할 뿐이다.
게임 조작은 신호가 되어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전송되고.
이를 위해선 빠르고 끊기지 않는 통신망과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답답해도 퀄리티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기술 공개를 각오하신다면 문제없습니다.”
강지건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안틸로프 기술을 굳이 공개할 생각은 없어.”
안틸로프의 기술력을 이용해 사업을 하면 경쟁자들은 결국 조사에 들어간다. 그럼 밝혀질 수밖에 없다.
만약 어디에도 실체가 없다면?
국가에서 나서게 된다.
엄청나게 수상하니까.
‘굳이 일을 더할 필요는 없지.’
강지건은 그저 평범하게 즐기고 싶었다.
해보고 싶던 일들을 일단 하면서 즐기고 싶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