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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일본 여행 그리고 수확

“대체 어떤 놈일까?”

“일단 계약 해지 수속을 밟을까요?”

“그래, 일단 돈은 받아야지. 10배면 지금까지 준 출연료 다 받아내고도 남는 수준인데.”

남는 장사다.

AV 팔아서 돈 벌고 출연료 다시 회수하고 빚까지 지울 기회.

“당분간 잘 감시해 봐. 어디서 뭐하는지. 어떤 놈 만나는지. 적당한 순간에 AV 보여주면 나가떨어지겠지.”

협박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남자가 생겼다면 남자가 떨어져 나가게 하면 그만이다.

“혹시 다른 놈들이 붙은 거 아닐까? 돈을 순순히 준다고 하는 걸 보면 다른 쪽에서 수작 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거라면 상도의에 어긋난 일인데 경고 좀 해줘야지. 아니면 적당히 돈 주고 다시 계약을 우리 쪽으로 돌이게 하던가.”

“호스트에게 빠졌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호스트라면 더 찍겠다고 하겠지.”

호스트, 제비, 기둥 서방 등등.

여자의 돈을 뜯어내는 쪽이라면 AV 배우를 그만두라고 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네요.”

“뭐 그건 그렇고 우리 여배우들도 NFT 찍는다고 하지?”

“네.”

“기념비적인 NFT를 만드는 거야. 디지털 그라비아! 좋지 않아?”

“좋습니다.”

“이걸로 많이 벌 수 있을 겁니다.”

“외국 여자들도 많이 계약하라고. 불러들여!”

“네!”

강지건의 누드 사진 NFT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알아보니 미술 업계쪽에서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수집욕이 있는 사람들을 자극한다면 돈이 될 것 같았다.

“비싸지 않아도 돼. 적당히 벌 수 있으면 되는 거야. 우리에겐 배우가 많으니까!”

공급은 넘쳐난다.

그러니 AV 여배우 카드를 만들어서 팔 생각이다.

여러 포즈로.

멋진 것들만 골라서.

소유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냥 한 번 구경하고 끝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상한 걸 수집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그냥 꽂히면 모은다.

한 번 경쟁이 붙으면 오기에 따라가고 시작된 일이면 끝장을 보려고 한다.

만화 잡지를 10년 넘게 계속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그다지 집이 크지도 않고 부유하지도 않고 또 만화 잡지를 신경 써서 보는 것도 아님에도 멈추지 않고 사서 모으는 사람이 있다.

까마귀가 빛나는 걸 모아다 놓는 것처럼.

이미 시작한 가챠 게임이라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여기에 착안해 AV 여배우 NFT 시리즈를 만들어 팔 생각을 한 것이었다.

“표지를 잘 제작해. 예술적인 표지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거야.”

“알겠습니다.”

간부의 지시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괜한 의견을 내면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

니 말 대로 했는데 안 됐다고.

물론 일이 잘 풀리면?

말을 들어준 상사의 공이 된다.

윗사람이 현명하니까 아랫사람의 의견을 듣고 선택해준 거라고.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니 탓이다.

이런 사회이다 보니 의견 개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수동적이다.

답답하다.

어쨌거나 사토미에 대해 감시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으니 따른다.

‘그냥 놔줘도 되지 않나?’

지시를 받은 부하는 여배우 하나 놔준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나 싶었지만 말하지 않는다.

차라리 대우를 잘 해줘서 뛰어난 배우들이 찾아오도록 만드는 게 어떠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괜히 자기 말 대로 했는데 문제가 생기면 전부 뒤집어쓰니까.

‘시킨 대로 해야지.’

결국 무난한 게 최고였다.

잘못된 결정이 위에서 내려와도 거부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인은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한편, 사토미는 마겔에서 강지건에게 안긴 후 초능력을 얻었다.

물의 힘.

자신이 물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래, 열심히 해.”

“네!”

사토미는 물의 힘을 이용해 백액을 움직였다.

몸 밖으로 흘러나오던 백액이 허공으로 떠올라 하트 모양으로 변했다.

“햐윱!”

작은 백액 하트를 입에 넣고 꿀꺽 삼켰다.

“헤헤.”

강지건은 그런 사토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참, 돈 필요하다고 했지?”

“네.”

“얼마나 필요해?”

“제가 모은 돈하고 대출 받으면 어떻게든 되요.”

“뭐 하러 대출 받아? 나한테 돈 빌리고 나중에 갚아.”

“네!”

굳이 남한테 돈을 빌릴 필요는 없었다.

채용증을 쓸 생각도 없었다.

무의미했으니까.

한편, 윤경미는 재산 분할 문제로 오경식을 만나고 있었다.

중간에 변호사를 대동하고 여러 사항을 확인해나갔다.

그러던 중 윤경미는 변호사에게 말했다.

“제 몫으로 올 재산 분할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네?”

“그냥 제 몫은 애한테 증여하는 것으로 끝내고 싶어서요. 증여가 끝나면 재산 분할 받은 것으로 처리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

“안 될 게 뭐 있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생활비도 필요하실 텐데.”

“그건 제가 알아서 할 게요.”

윤경미는 막상 돈을 받게 되자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저거 몇 푼.’

예전이라면 눈이 뒤집혀서 이 악물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나이 많은 여자의 취업은 힘드니까.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야 덜 고생할 테니까.

하지만 이제 생활비 따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크롭스크와 스딘부르크를 비롯한 세계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살고 있었다.

네이가에 세워진 카리아 제국에서 끊임없이 인구가 유입되며 크롭스크와 스딘부르크를 채우고 있었다.

안틸로프인들이 만든 통역기 덕분에 일을 하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다른 세계 사람이라도 소통이 가능했다.

덕분에 관리 부실로 소멸할 위기에 있던 문명이 다시 재건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카리아 제국인들은 환호했다.

특히 상인들은 카리아 황실에 충성을 맹세했다.

제국인이 아니게 된다?

세계를 오갈 수 없다.

파문당하면 상인으로서는 정말 치명적인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세계를 오갈 수 없는 상인은 상인 대접도 못 받을 상황이니까.

이런 세상에서 윤경미는 강지건의 최측근 중 하나로 어마어마한 사치를 하는 게 가능했다.

돈은 의미가 없었다.

세계의 지배자에게 돈은 그냥 숫자일 뿐이다.

윤경미에게도 이런 생각이 스며들며 지구의 돈에 대한 집착은 이미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애정은 그래도 남아있었다.

혈육의 정.

비록 아이는 엄마를 냉랭하게 대하지만 윤경미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었다.

더 많은 것을 주는 거야 엄마를 찾을 때나 해주겠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가 된 것이었다.

“허 참.”

오경식은 윤경미를 보며 웃고 말았다.

“진짜 하나도 안 챙겨도 되는 거냐?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됐어. 애한테 확실히 넘겨. 변호사 통해서 확인할 거니까.”

“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몰라도 돼.”

결국 재산은 자식에게 증여되었다. 오경식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어차피 나중에 물려주게 될 거였으니 그냥 조금 일찍 준다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뒤에 오경식은 은밀히 사람을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한 걸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진실이 드러났다.

윤경미는 대놓고 강지건의 팬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변호사가 라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녀 헬스클럽. 거긴가?’

진매령과 함께 찍은 영상을 보았다.

피부가 점점 좋아지는 상황.

‘어쩐지. 저게 원인이었어?’

순간 대박의 냄새가 났다.

‘저걸 가져가면.’

욕심이 났다.

뭔지 몰라도 피부의 생기를 되살리는 것이 진짜 성공한 거라면 대박이었다.

화장품 회사들은 엄청나게 돈을 벌 수 있다.

화장품에 대한 여자들의 집착은 상상을 불허한다.

외모 관리에 엄청나게 신경 쓴다.

여자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만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한다.

이걸 처음 만났을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만나면 매일 한다.

화장품 바꿨냐. 머리 어디서 했냐 등등.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유대감을 쌓기도 한다.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화장품 하나 대박이 나면 단숨에 대기업으로 우뚝 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검증된, 진짜 효과가 확실한 화장품이라면?

세계의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화장품이 되는 것이다.

한 세트에 100만원 아니 1000만원을 불러도 팔린다.

진짜 젊어질 수 있다면 사재기 열풍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화장품에 쓰이는 원료는?

황금이나 마찬가지다.

반도체처럼 세계 산업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이 원하는 화장품.

그리고 거기에 쓰이는 원료.

제조기술과 원료만 확보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오경식은 생각했다.

‘이걸 혼자 먹긴 힘들 거 같은데.’

대기업 부장이기에 재벌들의 힘을 잘 알았다.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면 지키지 못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아갈 테니까.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로비는 기본이고 법까지 바꾸기도 한다.

세계 정상급 레벨로 가면 진짜 심각한 경우에는 수출 규제를 비롯해 무역 제재도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전쟁까지 일으킨다.

‘내가 혼자 먹을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야.’

집단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경식은 아무에게나 정보를 말할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정보는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을 거고. 이거 말한다고 해봐야 별로 챙기지도 못해.’

하지만 오경식은 가능성을 보았다.

‘만약 강지건 그 놈하고 뭔가 관계가 있다면?’

오경식 자신은 이혼 당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내가 강지건의 팬클럽 회장이었다.

라다 엔터테인먼트랑 가까웠다.

뭔가 결정적인 게 있다면, 아니 의혹을 심을 수 있게 논란을 만들 수 있다면 크게 한 몫 챙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놈 때문에 이혼 당했다고 소문나게 된다면? 막으려 들까? 어쨌거나 더 조사해보자.’

약점을 잡고자 하는 의욕이 샘솟았다.

사람을 시켜 윤경미와 강지건 그리고 라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것을 조사해달라고 했다. 특히 화장품과 관련된 부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불법 제조해서 다른 사람 준 거면 신고해야지.’

법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개인이 만든 수제 비누나 미용 관련 물품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법이 바뀐 이후에는 이러한 행동은 불법이 되었다.

이젠 비누도 만들어서 나눠주면 안 되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비누 만들어서 나눠준 일이 알려져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강지건 같은 유명인물이 여기에 연관이 되면 불법을 방조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도 가능했다.

오경식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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