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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그리고 수확
초밥이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계란 초밥이었다.
“으음! 맛있어요!”
사토미는 활짝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외칠 생각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인 강지건이 해준 음식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맛있었다.
‘이런 맛 처음이야.’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계란 초밥 이후에 나온 것은 게살 초밥이었다.
“아아!”
“위스키도 한 잔.”
강지건은 초밥과 어울리는 위스키를 내왔다.
사토미는 주는대로 넙죽 받아 마셨다.
“하으!”
뜨거운 느낌이 목을 타고 내려간다.
뱃속이 따뜻해졌다.
여기에 다시 게살 초밥을 먹으니 맛이 더욱 좋아졌다.
‘행복해.’
눈물이 살짝 흘렀다.
“이제 훈제연어.”
마지막으로 훈제연어초밥이 나왔다.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훈제연어초밥을 입에 넣었다.
스모키한 향이 위스키와 어우러지며 온 몸으로 스며들었다.
“흐우우우.”
사토미는 저도 모르게 신음하다 울어버렸다.
“흑.”
“왜 그래요?”
“너무 행복. 행복해서요.”
“후훗.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워요.”
“아뇨! 제가 고마워요!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에요!”
“그럼 더 잊지 못하게 한 잔 같이?”
강지건이 맞은편에 앉아 과일 안주를 내왔다.
이번에는 과일과 어울리는 위스키를 꺼냈다.
위스키의 나라, 영국에서 구해온 위스키였다.
프랑스가 와인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 영국은 위스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마에다씨의 행복을 위하여. 건배!”
강지건의 건배사에 사토미는 울먹였다.
“건배!”
이미 사토미의 직업을 알고 있기에 마음에 드는 건배사를 고르는 건 너무나 쉬웠다.
사토미는 그저 녹아내렸다.
위스키를 계속 마시다 결국 취해버렸다.
환상적인 맛, 그리고 스타.
어느새 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져 있었다.
술에 취하자 시야가 좁아진 사토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
“사토미.”
강지건이 가까이 붙으며 어깨를 감싸자 부르르 떨며 기댔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이름에 굉장한 의미를 붙였다.
타인이 허락 없이 이름을 부르면 무례하다고 여긴다.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은 무조건 성으로 부른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 자체가 친분을 과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강지건은 아무런 허락도 받지 않고 그냥 불렀다.
알면서 하는 짓이었다.
“네, 강사마.”
“사토미.”
강지건은 일본어 스킬을 장착하지 않아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오고갔다.
말이 안 통해도 연애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
감정의 교감이 일어나는 분위기로 이끌 수 있으면 성공하는 것이고 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한다고 해도 분위기가 좋으면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호응하는 일이 발생한다.
마음의 벽이 무너진 것이다.
이미 만나기 전부터 무너져있는 사토미였다.
강지건에 한해서는 마음이 활짝 열린 상태.
여기에 술이 들어가고 분위기가 생기니 사토미는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안기고 싶어.’
키스가 이어졌다.
“으음.”
위스키향이 진한 키스였다.
“헤룹.”
사토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쾌락의 헤일에 정신이 쓸려 나갔다.
“사토미.”
뜨거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무엇을 원하는지 깨달았다.
사토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옷의 단추를 풀렀다.
허락의 의미.
순진한 처녀처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벗어던졌다.
가슴이 드러났다.
잠시 뒤 강지건의 입안으로 가슴이 빨려들어갔다.
“하그읏!”
강력한 흡입력에 사토미는 느꼈다.
‘영혼이 빨려 들어가. 다. 다 빼앗길 거야!’
그러나 막고 싶지 않았다.
‘다 빨아가 주세요. 하나도 남김없이.’
강지건의 머리를 잡고 신음했다.
“좋아요! 좋아요! 기분 좋아요!”
회사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죄다 강지건의 여자들뿐이었다.
더구나 촬영장 안에는 사토미와 강지건 둘만 있었다.
방해꾼은 없다.
사토미는 옷이 벗겨졌지만 저항하지 않고 호응했다.
술에 취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좋아.’
마지막 속옷이 떨어지고 완벽한 나신이 되었다.
다리를 활짝 열며 유혹했다.
카메라 앞에 노출하며 수없이 잡아야 했던 야한 자세를 자연스럽게 취했다.
다리를 벌리고 또 손가락으로 구멍 또한 열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모든 것을 내보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유혹했다.
“들어와 주세요.”
이윽고 대물이 쑥하고 들어갔다.
‘커!’
굵직한 대물이 구멍을 꽉 막았다.
가슴에 뚫려있는 공허함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마음에 뚫린 구멍이 메워졌다.
“아아!”
쾌락이 치솟았다.
강지건에게 매달렸다.
“사랑해요! 하응!”
사토미는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었다.
구멍이 막혀서 행복했다.
몇 번이고 사토미는 계속 달려들었다.
절정을 느껴도 만족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피로가 몰려와도 기를 쓰고 달려들었다.
강지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단 한 번뿐일지 모를 원나잇을 최대한 이어가고 싶어서.
‘오늘이 지나면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더 가까운 관계가 된다면?
결국 직업에 대해 말하게 될 터였다.
‘AV 배우란 걸 알면 실망하시겠지?’
마음이 아팠다.
돈을 받고 몸을 파는 매춘부와 같은 취급을 받는 직업이었다.
말로는 이해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막상 사귀게 되면 버티지 못하고 이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료 여배우들의 경험담은 연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순수하게 연애하기 힘든 직업.
사토미는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단 하루 만이라도 연인처럼.’
기쁘고 짜릿한 쾌감 속에서도 슬픔이 밀려왔다.
눈물이 흘렀다.
‘신데렐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동화 속의 여주인공을 떠올리는 사토미였다.
‘마법이 풀리기 전에.’
최대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
추억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피곤해도 이를 악물고 강지건에게 달라붙었다.
대물을 몸에 넣고 계속 엉덩이를 흔들었다.
‘기억할 거야.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사토미에게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애쓰네.’
강지건에게 사토미의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기에 아무말 하지 않고 계속 안아주었다.
그저 흥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계속해서 달라붙는 사토미가 싫지는 않았다.
‘잊지 못하게 해줘야지.’
허리놀림이 더욱 격렬해졌다.
사토미는 자신을 관통하는 거대한 대물을 느꼈다.
자궁을 두드리는 대물에 영혼이 울렸다.
“햐긍!”
결국 절정에 도달해 신음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기절했다.
어린 시절 따스한 햇살 아래 놀이터에서 놀던 추억을 꿈꾸었다.
정말 친했던 친구와의 놀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연애를 하면서 불행이 찾아왔다.
연인의 배신.
결국 사토미는 연인 때문에 AV 배우로 전락하고 말았다.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족에게 살인자의 가족이란 타이틀까지 붙일 순 없었으니까.
민폐니까.
그렇게 참으면서도 결국 가족과의 연은 끊어져버렸다.
슬펐다.
그럼에도 사토미는 계속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강지건은 한줄기 빛이었다.
‘따스해.’
강지건과 한 몸이 되는 순간까지 꿈에 나오자 눈이 떠졌다.
‘강사마!’
눈을 꾹 감았다.
자신이 잠들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절망했다.
눈을 뜨면 모든 것이 끝나버렸을 것 같아서.
무도회가 끝난 뒤에 집에 돌아온 신데렐라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느껴지는 온기와 단단한 몸에 제정신이 돌아왔다.
‘어?’
슬며시 눈을 떠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옆에 누워있는 강지건을.
‘아!’
소리 지르면 행복이 깨질까 입을 꾹 막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웅크리며 강지건에게 붙었다.
품에 머리를 기대며 손을 뻗어보았다.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하는 것처럼.
손에 닿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강사마.’
사토미는 조금씩 몸을 밀착했다.
강지건이 깨지 않도록.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강사마.......’
품에 기대 심장의 박동을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시 잠들고 말았다.
사토미는 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에는 강지건에게 안겼던 순간이 고스란히 꿈으로 재생되었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 놀이터를 배경으로.
사토미는 놀이터에서 강지건에게 박히고 또 박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섹스로 물들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사토미의 몸에 들어온 남자가 강지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강사마.’
행복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보통 그렇듯 사토미도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꿈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