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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할 지건 소프트의 시작
일을 잘 하는 것보다 실수를 하지 않고 사내 정치에 열중하는 게 출세가 더 확실했다.
무엇보다 최고 경영자나 중요한 요직은 핏줄이 차지하는 게 당연하다는 정서가 있었다.
흙수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웠다.
차라리 명문가의 자식과 결혼하는 게 더 확실한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이런 정서와 문화가 짙게 깔려있기에 일반 사원들은 정해진 일만 하려고 한다.
공무원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는 말도 안 한다.
시도했다가 뭔가 조금이라도 안 좋은 결과가 있으면? 본인이 책임져야 하니까.
성공한다고 해도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먹을 수 있었다.
복지부동이 널리 퍼지는 이유였다.
무엇인가 시도했다가 망해도 되는 건 도련님들이었다.
도련님들에게는 몇 번이고 기회가 주어진다.
도련님들의 도전은 엄청나게 미화되며 작은 성공도 크게 포장된다.
때문에 바보 같은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공직에 있는 도련님들이 실수를 하면 알아서 무마하고 덮어준다. 그게 당연하다고 여겨지기까지 한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 자체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식이다.
일을 잘 하는 것보다 도련님들을 잘 모시는 사람이 더 승진이 빠르다.
문화 자체가 빠른 의사 결정에 걸림돌이다.
빨리빨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리그 오브 애니멀의 경우 엄청나게 빠르게 모든 것이 결정되어 서비스까지 완료되었다.
동물원들과의 연계도 후딱 치러졌으며 간단하게 업무협약도 전자계약서를 통해 이뤄졌었다.
심지어 정식 계약도 전자계약서로 해버렸다.
비행기 타고 오가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용건만 간단히.
빨리.
스피드가 곧 생명이다.
느린 것을 혐오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대한민국에서 자란 강지건이었다.
그렇기에 일처리가 빠른 것을 선호했다.
이런 현실이 결국 사토미에게는 답답한 일로 이어졌다.
동물원도 가고 네임드 애니멀 카드도 받고 싶은데 너무 멀었다.
‘한국 동물원이 이번에 계약했다던데. 가볼까?’
리그 오브 애니멀이 단기간에 확 성공하니 동물원을 가진 한국 대기업들이 발 빠르게 받아들였다.
일단 빼앗으려고 간을 보려고 했지만 해외에서 엄청나게 잘 나가게 되었으니 빨리 받아들이는 게 상책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니까.
유행을 타고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는 게 나으니까.
덕분에 한국 동물원들은 한 타임 느리게 리그 오브 애니멀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 열기는 엄청나게 뜨거웠다.
‘가자.’
더구나 가보고 싶은 곳도 있었다.
바로 검녀 헬스클럽.
‘새롭게 이전한 곳에 가면 혹시 만날 수 있을지도.’
강지건이 위튜브 촬영을 위해 종종 검녀 헬스클럽에 출몰하기 때문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진 않아도 밖에서 대기하다가 실물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참을 수 없어.’
사토미는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여행 결심을 하고 당일 바로 표를 알아보고 다음날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권은 이미 미리 만들어놔서 문제 없었다.
AV 촬영 일정도 없었다.
일정이 비어있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바로 비행기를 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비행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 공항에 착륙했다.
‘여기가 한국!’
낯선 환경에 처하자 사토미는 약간 주춤거렸다.
한국어가 잔뜩 들렸다.
외국어의 향연.
하지만 스마트폰과 함께라면 걱정 없었다.
‘좋아! 가는 거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굉장히 위축된다.
사토미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이내 용기를 냈다.
홀로 하는 여행이지만 그리 두렵지만은 않았다.
여행을 위해 공부한 것들이 있었으니까.
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숙소에 들어갔다. 이미 예약했던 곳이라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푼 뒤에는 일단 여행을 시작했다.
- 나 한국 와쏘요. 강사마 만날 수 있을까요? 응원해주세요.
강지건의 팬클럽에 글도 남기고 움직였다.
‘흐음?’
팬클럽 게시판을 관리하던 윤경미는 사토미의 글을 보았다.
‘이 여자는 AV 배우인데.’
관리실의 시스템을 이용하면 게시글을 올린 사람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에다 사토미.’
나름 잘 알려진 AV 배우였다.
윤경미는 팬클럽 회원의 직업에 그리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팬 중에는 AV 배우도 있고 포르노 배우도 있었다.
범죄자도 있었다.
마약 사범도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에 직업은 상관없었다.
윤경미도 딱히 이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원래라면 그냥 모르고 대했을 테니까.
안틸로프의 기술력이 너무나 뛰어나서 알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다.
팬클럽에는 기자도 있었고 정치인 그리고 사업가의 자식이나 친인척도 있었다.
방송인과 변호사도 있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 팬클럽이었다.
‘보고 싶어한다라.’
윤경미는 마에다 사토미의 AV 영상을 보았다.
‘귀엽네.’
> 얘 어떰?
> 귀엽네. 근데 왜?
> 오빠 팬. 안아보실?
> 나보고 일본에 가라고?
> 얘 지금 한국. 오빠 보고 싶어함.
> 나야 좋지
> 오늘밤에 기대해요.
윤경미는 웃었다.
‘좋았어.’
강지건을 위해 뭔가 할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 의욕이 생겼다.
‘응?’
순두부찌개를 먹고 대만에서 들어왔다는 버블티를 마시던 사토미는 팬클럽 게시글을 읽다가 쪽지를 받았다.
‘회장님?’
팬클럽 회장의 쪽지였다.
> 정말 일본에서 오신 건가요?
한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쪽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뜻을 알 수 있었으니까.
> 네!
> 운이 좋으시네요. 혹시 그럼 촬영 가능할까요?
> 촬영요?
> 네, 위튜브 촬영요.
사토미는 머뭇거렸다.
‘나랑 찍히면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마음은 강지건과 함께 위튜브 영상을 찍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이성이 가로 막았다.
AV 배우와 위튜브 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해를 낳기 쉬우니까.
> 저 촬영은 좀.
> 아 죄송해요. 그냥 일본에서 오셨다길래 좋은 기회다 싶어서 제안한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 저 다른 분들에게도 다 이렇게 제안을 해주시는 건가요?
의아했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 아뇨. 그건 아니지만 일본분과 함께 하는 콘텐츠를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 아 네.
‘우연이었구나.’
전혀 우연이 아니었지만 사토미는 속았다.
> 저 혹시 폐가 안 된다면 촬영을 볼 수 있을까요? 꼭 뵙고 싶어요.
> 네, 그러세요. 오늘 저녁에 먹방 촬영이 있으니 오세요.
> 네!
사토미는 스마트폰을 들고 방방 뛰었다.
‘아아! 드디어!’
후다닥 숙소로 돌아간 사토미는 정성스럽게 목욕을 하고는 화장에 힘을 주었다.
‘승부!’
딱히 잠자리를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었다.
그냥 강지건에게 잘보이고 싶었다.
‘사진 정도는 같이 찍어도 되겠지?’
촬영을 포기해야 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사진으로 합의볼 생각이었다.
강지건의 먹방 방송을 위해 라다 엔터테인먼트의 내부에는 조리실이 만들어졌다.
식당과 같은 수준의 조리 시설이 들어선 것이었다.
이는 강지건이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한 일이었다.
또한 조리실 바로 옆에는 먹방 촬영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레스토랑과 같은 인테리어가 분위기를 살렸다.
강지건은 간단한 안주를 준비했다.
“오늘은 먹방이 아니라 술방에 가깝겠네요. 이번에는 시중에서 파는 위스키와 어울리는 안주들을 한 번 모아봤습니다.”
지구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위스키병이 쭈욱 나열된 모습이 보였다.
“위스키하면 보통 과일이나 견과류 안주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죠. 이게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러분, 위스키 중에는 초콜릿이 어울리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달콤한 초콜릿이 아니라 다크 초콜릿이죠.”
강지건은 위스키를 한 모금 하고는 다크 초콜릿을 한 입 넣었다.
“음, 확실히 괜찮네요. 다음은 과일과 견과류가 있지만 이건 많이들 아실 테니 뛰어넘겠습니다. 이번에는 치즈 가보도록 하죠. 이 치즈는 위스키의 맛에 따라 잘 골라야 합니다. 블루치즈 체다 브리 치즈 등 치즈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죠. 때문에 궁합을 잘 골라야 합니다. 안주는 개인 취향인 것도 있으니 제 선택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직접 자신에게 맞는 치즈를 찾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치즈에 어울리는 위스키를 마시고 치즈를 먹었다.
“크으! 역시 술은 좋아요. 이럴 때 노래 한 곡 해야겠죠?”
술을 마시다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자신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강지건.
10초 정도 자신의 노래 하이라이트를 흥얼거리다 다시 술을 따랐다.
노래는 술을 다시 마시고 안주를 씹으며 멈췄다.
“자, 이번에는 치즈를 다 마쳤으니 해산물로 넘어가겠습니다. 해산물 안주 중에는 훈제 연어나 게도 있지만 초밥도 꽤 잘 어울립니다. 이건 제가 만든 초밥입니다. 훈제 연어 초밥과 게살 초밥입니다.”
해산물 다음에는 고기가 나왔다.
“고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고기가 곧 틀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기는 정의입니다.”
잘 구워진 고기와 위스키를 즐겼다.
“어후, 이제 좀 취하네요. 음주는 적당히! 그럼 다음에 더 알차고 재밌는 영상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촬영이 끝났다.
촬영을 처음부터 쭉 지켜보고 있던 사토미는 감동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멋있어.’
강지건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에 콕콕 박혔다.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직접 만든 초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땐 정말 맛이 궁금했다.
먹어보고 싶어졌다.
“안녕하세요. 제 팬이시라고요?”
“네! 팬이에요!”
“사인? 사진?”
간단한 일본어로 묻자 사토미는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아아, 일부러 일본어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사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사진을 찍기 위해 나란히 섰다.
그러다 살짝 닿았다.
화들짝 놀라 떨어지니 강지건이 웃으며 거리를 좁혔다.
‘아아.’
사토미는 행복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어서 준비해둔 강지건의 사진을 내밀었다. 음원 사이트에 올라온 강지건의 사진을 프린트 해둔 것이었다.
사인까지 받자 사토미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너무 좋아.’
“음, 그런데 저녁은 드셨어요?”
“아뇨.”
“그럼 식사 하실래요? 사실 오늘 초밥 만들면서 초밥 만드는 영상도 같이 찍으려고 했는데 정말 아쉽네요.”
통역으로 일본어를 쓰고 있는 야은설의 설명을 들은 사토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 오늘 운 다 써버리는 걸지도?’
평생 운을 하루 만에 다 써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좋았다.
좋아하는 스타의 대접을 받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