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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할 지건 소프트의 시작
현재 몸을 담고 있는 이스포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선수이자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포츠 종목을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사라질 리그.’
축구나 야구는 공짜다.
장비와 친구만 있다면 얼마든지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은, 전설은 회사의 소유물이었다.
장기적으로 적자에 빠지게 되면 회사에서는 정리해버릴 수도 있는 소유물이었다.
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적자라면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결국 리그 운영이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게임 회사에서 이스포츠 대회를 그냥 날려버린 적이 있었다.
해당 게임의 선수들은 뉴스를 통해 대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회사의 결정에 따라 리그가 날아가 버릴 수 있다.
계속 적자를 본다면 리그를 유지할 의지가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게임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필요로 한다.
10년 혹은 20년이면 정말 장수한 게임이다.
하지만 20년이면 IT기술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기존의 게임에 질려버린 유저들이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전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고전 게임 취급을 받게 될 날이 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꾸준한 업데이트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여기에는 돈이 든다.
강지건은 전설의 개발사의 지분을 확보한 회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리그를 존속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득이 안 되면 버리겠지.’
엔딩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강지건은 한 때 청춘을 바쳤던 게임이 그래도 좋은 엔딩을 맞이하길 원했다.
물론 이런 생각도 적대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였다.
지구의 돈도 명예도 그리고 정의도 강지건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평범한 사람의 기준에서 본다면 강지건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기도 했다.
폭력을 행사하길 주저하지도 않았다.
리그의 부패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 떨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어차피 썩은 곳이 한둘도 아닌데.’
지구 전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부패를 알고 있는 강지건이었다.
정치인 기업인 그리고 심지어 인권 단체들까지.
정말 자신의 소신대로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있지만 위선자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전설 리그의 약물 사용 같은 문제는 정말 귀여운 수준이었다.
강지건은 굳이 이들을 청소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지구인의 일이야.’
지구인의 정의보다는 본인의 즐거움이 더 중요한 강지건이었다.
씁쓸함을 달래기 위해 강지건은 타임걸스를 찾았다.
“응향!”
“훙헹!”
“얏힝!”
쾌락은 달콤했다.
지건 소프트의 게임이 출시되었다.
“리그 오브 애니멀? 이건 뭐야?”
“강지건이 광고한 게임이래!”
“그래?”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호기심에 게임을 다운로드 받았다.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카드 트레이딩 게임이 취미가 아닌 이들에게도 호평을 받기는 힘들었다.
반대로 취향이 제대로 저격 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오오, 여기가 바로 윌리의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곳!”
뉴욕의 동물원에 갑자기 방문자가 늘어났다.
일의 발단은 한 위튜브 동영상에서 시작되었다.
리그 오브 애니멀은 3:3 대전이 가능한 카드 게임이었다.
그런데 한 소녀가 뉴욕의 동물원에 방문해 네임드 애니멀 카드를 얻었다.
그리고 네임드 애니멀 카드로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하고 3:1로 싸워서 이겨버린 것이었다.
> 동물원 네임드 카드 밸런스 파괴
> 그래도 못 구할 카드는 아니지 않나?
> 그래 뉴욕까지 여행갈 돈이 있다면 구할 수 있겠지
논란이 생겼지만 일단 동물원에 당일에 방문이 가능한 이들은 빠르게 찾았다.
원래 놀러 가려던 이들은 카드를 다운 받고 좋아했다.
뉴욕 키드들이 단숨에 랭킹 상위권을 도배하자 보스턴이 난리였다.
“난 뉴욕에 안 갈 거야.”
“이건 항의해야 해.”
꼬마들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서 지건 소프트에 항의 편지를 보냈다.
- 제발 보스턴에 있는 동물원과도 계약해주세요.
- 보스턴의 네임드 카드를 원합니다.
- 지역 차별을 멈춰주세요
보스턴만 항의한 게 아니었다.
게임에 빠진 사람들은 죄다 항의 편지를 보냈다.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동물원과도 연계해달라고.
그러자 카드 출시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빠르게 이뤄졌다.
전자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에 응한 동물원들이 자신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사진을 찍어 보냈다.
카드 게임이라면 카드의 스탯을 설정하는 것으로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틸로프의 기술력이 들어간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끝내는 게 가능했다.
하루가 지나자마자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북미와 유럽의 수많은 동물원들의 네임드 동물 카드가 출시되었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인 지건 게임스의 사이트에는 가까운 동물원을 찾을 수 있는 지도까지 업데이트 되었다.
이로 인해 동물원을 방문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엄마, 나도 동물원.”
“왜? 너 동물 싫어하잖아.”
“카드 받으려면 동물원.”
동물원을 가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따라가는 친구들이 생겼다. 이 친구들은 게임을 통해 대전을 벌였다.
혼자 하라면 재미없다고 안하겠지만 친구들과 같이 팀을 이뤄 대전을 하다 보니 흥미가 생긴 것이었다.
결국 학교에 유행처럼 게임이 번지자 관심이 없던 아이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
뭔가 유행하면 일단 해야 한다.
“나만 카드 업성!”
혼자만 뒤쳐진다는 것은 매우 매우 매우 서러운 일이었다.
비싼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아이와 동물원에 가는 것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니 가까운 동물원을 찾는 일이 갑자기 늘어났다.
덕분에 동물원들이 호황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더구나 게임에 진심인 사람들은 동물원 순회를 하기 시작했다.
콜렉터 기질이 있는 이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카드가 있다는 것을 참지 못했다.
게임은 순항했다.
수익은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돈을 내면 광고를 보지 않게 되는 것으로 퉁 쳤다.
가격은 매우 저렴했다.
햄버거 하나 사먹을 돈이면 일주일 동안 광고를 보지 않고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을 안 낸다고 해서 게임을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주기적으로 광고를 봐야 게임을 들어갈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을 뿐.
5초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면 되는 일이라 대다수는 그냥 돈을 내지 않고 게임을 즐겼다.
> 강지건 과금 게임이라메?
> 돈 안 벌어?
> 이러다 회사 망하면 어쩌려고?
강지건의 팬들은 걱정했다.
수익 구조가 매우 빈약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조언자들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덩치를 더 키우는 게 중요하지.’
> 저번에 업데이트 속도 보니까 그야말로 빛의 속도더라. 사람 얼마나 갈아 넣은 거야?
> 나 현역 게임 회사 직원이다. 하루 만에 그 많은 업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는 건 그냥 미리 준비해두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한 1000명 정도 갈아 넣으면 모를까.
> 1000명으로 됨? 1만 아니고?
> 그냥 사진만 찍어서 카드 찍어낸 게 아니잖아. 세세한 설정과 설명 그리고 스탯 부여까지. 밸런스까지 맞추려면 진짜 머리 뽀개졌을 텐데.
> 미리 준비했던 거겠지.
> 어쨌거나 작업량이 엄청나다는 건 사실이지. 인건비가 엄청 들 텐데.
> 100명만 고용해도 최소한 적게 준다고 해도 3천은 줘야 할 텐데.
> 100명 3천 1년 쓰면 30억.
> 회사 건물이랑 기타 등등 경비까지 다 합치면 더 나옴.
> 사진으로 100억 넘게 벌면 뭐함. 100명으로 게임 회사 3년 정도 굴리고 수익 없으면 다 날아갈 텐데.
> 어서 빨리 돈 되는 카드를 팔란 말이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하지만 강지건은 서두르지 않았다.
‘조바심 낼 거 없지.’
급할 게 없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개발자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으니까.
따로 돈이 나가는 것은 없었다.
죄다 안틸로프인들이 이름만 지구에 걸어놨을 뿐이었다.
괜히 지건 소프트를 비상장 회사로 유지하는 전략을 쓴 게 아니었다.
회사 장부를 외부인에게 공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지건 소프트는 지건 게임스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았다.
지건 소프트는 (주)안틸로프라는 지주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
지주 회사인 안틸로프사가 지건 소프트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50%는 여러 조세 피난처에 만든 유령회사들이 나눠서 보유하고 있었다.
더구나 지주 회사인 안틸로프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법인 주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냥 주소지만 델라웨어인 것이었다.
유령회사나 다름없었다.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아울러 아무리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얻더라도 배당을 하지 않으면 대주주에게는 수익이 들어오지 않는다.
즉, 낼 세금이 없다.
수익이 없으니까.
하지만 조세 피난처에 세워진 회사들이 얻는 수익은 고스란히 강지건이 꺼내 쓸 수 있는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어디로 가도 이상하지 않을 비자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세금도 안 낸다.
이러한 구조로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훗날 지건 게임스를 비싼 가격에 팔게 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회사도 결국 상품이다.
잘 포장하면 비싸게 팔아먹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조세피난처의 회사들에게 지분을 나눠 보유하게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였다.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먹은 다음에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걱정해주니 고맙긴 하네.’
팬들의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부모에게도 받지 못한 관심을 팬들이 해주고 있는 셈이었다.
“FPS 게임 하나 괜찮은 거 있나?”
“스딘부르크에서 대박쳤던 게임이 있어요."
스딘부르크의 언어로 되어있는 타이틀을 번역하면 대충 배틀 크리드(Battle Creed)라는 이름이 나왔다.
“보통 FPS 게임은 관전이 지루하고 재미가 덜한 편이지만 이건 달라요.”
배틀 크리드는 철저히 이스포츠로서의 기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게임이었다.
때문에 원거리 무기인 총은 없었다.
대신 광선검이나 초능력 혹은 마법을 이용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1인칭으로 싸우지만 경기는 3인칭으로 보기 쉽게 한 것이었다.
“관전하게 되면 FPS라기 보다는 격투 게임에 가깝네?”
“그게 포인트죠. FPS는 하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보는 사람은 금방 질려버리니까요.”
배틀 크리드는 맵 제작 에디터가 있어서 자유롭게 맵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했다.
제작된 맵에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스타트하며 대전을 치르는 것이었다.
지구에서 이미 서비스 되는 게임들과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FPS가 이스포츠에서 약세인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총을 빼버린 FPS인 것이었다.
대신 사정거리가 짧은 마법과 초능력을 이용한 타격이 가능했다.
아니면 트랩을 이용한 함정을 파거나.
더구나 맵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지루한 대치도 일어나기 어려웠다.
한 눈에 보이는 전장에서 화려하게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카메라 기능에 신경을 많이 쓴 게임이라 중계에도 편리한 면이 있었다.
“이거 팔면 돈 좀 버나?”
“네, 캐릭터 출시하면 돈 벌어요. 스킨 판매로 벌어들일 수 있죠. 그리고 랭킹 등록비라는 게 있어요.”
랭킹은 유료라는 소리였다.
“정말 스포츠 협회 돌아가는 거랑 유사하네.”
“그렇죠.”
다른 스포츠에서도 협회에 선수 등록을 하면 등록비를 낸다.
“정말 대회 운영을 잘 해야 돈을 벌겠네.”
“네, 그 운영 노하우가 좀 파격적이지만요.”
배틀 크리드를 개발한 회사는 처음에는 다운로드에 따른 비용을 받았다.
하지만 배틀 크리드 대회가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자 다운로드 비용을 모두 무료로 돌린 것이었다.
무료 다운로드를 통해 배틀 크리드의 입지를 더욱 높이고 아예 FPS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해버렸다.
게임이 무료였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자 아예 여러 협회에서 직접 게임을 유지 보수할 수 있게 게임 엔진을 오픈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