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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할 지건 소프트의 시작

대기업에 의존하는 형태로 무엇인가 도모하려고 하면 망하기 딱 좋았다.

빼앗기거나 아니면 종속된다.

때문에 대기업이 노리기 힘든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덩치가 크면 무겁다.

의사 결정이 느리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기에 일단 관망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을 해서 건드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 때문에 지건 소프트에서는 해외 동물원을 먼저 선택한 것이었다.

아예 외국에서 활동하면 입지를 확 올려버릴 수 있으니까.

더구나 강지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홍보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국내 동물원과의 협업은 뒤로 미루어졌다.

죽 쒀서 남 줄 필요가 없으니까.

“어쨌거나 앞으로 협업 결정되면 함께하겠지만 기업 간의 거래란 게 그리 뚝딱뚝딱 되긴 힘들어서요.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대신 대회는 국내에서 최초로 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스포츠 오케이? 비제이분들 준비해두세요.”

이스포츠 대회가 열리면?

초창기에는 모두 아마추어다.

처음에 우승하면 초대 우승자라는 프리미엄이 생긴다.

비제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타이틀이다.

리그가 성장하게 되면 초대 우승자 프리미엄이 계속 따라다니니까.

적어도 인터넷 방송할 때 리그가 망할 때까지 우려먹는 게 가능해진다.

강지건이 대회 떡밥을 뿌린 것도 같은 이유였다.

우승자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게임 비제이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떡밥을 던진 강지건은 방송을 종료했다.

관심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지건 소프트 이 회사는 뭐지?”

“좀 이상하군.”

대기업들은 강지건의 회사에 대한 조사를 했다.

하지만 지건 소프트에 대한 정보는 아무 것도 공개된 것이 없었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1년도 안 된 상태라 장부가 공개된 일도 없다.

세금을 낸 적도 없다.

그러니 정보를 수집하려면 사람이 직접 찾아가야만 한다.

그런데 사무실 위치가 라다 엔터테인먼트와 같았다.

“그냥 주소만 라다 엔터테인먼트로 해놓은 거 같습니다.”

“흐음, 유령 회사란 말인가?”

“그럴 수도 있죠.”

“이걸 찔러볼까?”

“아냐, 참으셔야 합니다.”

“왜?”

“규모가 작은 회사라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각자 맡은 파트를 알아서 해나간다면 굳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게임 개발이 가능했다.

“그냥 안 참으면 안 되나?”

“좀 더 결정적인 순간에 찔러야 타격이 큽니다. 지금은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강지건의 이름에 그리 큰 타격이 오지도 않습니다.”

“흐음, 알았네. 그럼 잘 조사하도록 해.”

점점 대박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국내 대기업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강지건이었다.

‘해볼 테면 해보라지.’

직접 때릴 수도 있었지만 쉽게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다.

해킹을 해서 사고를 일으키면 정부마저도 무너트릴 수 있었다.

아예 금융 전산 시스템을 마비시켜버리는 짓도 가능한 것이 안틸로프의 기술력이었다.

그렇기에 강지건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적의 패를 다 보면서 포커를 하는 형국이다.

아니, 패만 보는 게 아니라 조작도 가능했다.

이기고 지는 것은 강지건의 마음에 달려 있었다.

때문에 강지건은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이길 수 있다고 달려들었을 때 카운터 치면 멍해지겠지?’

절망하는 표정이 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강지건도 서두르지 않고 때가 무르익길 기다릴 뿐이었다.

“헤우웅!”

“휴륩!”

보고를 받으며 여인들의 봉사를 받았다.

윤경미가 진매령과 함께 강지건의 앞에 무릎 꿇었다.

두 여인의 입봉사를 즐기며 태블릿을 통해 들어오는 보고를 읽었다.

“이제 그만.”

“흐응. 괜찮았나요?”

“그래, 수고했어.”

톡톡. 볼을 두드려주니 두 여인은 강아지처럼 손에 머리를 비볐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냥 길들여진 여자들 같았지만 둘 중 한 명, 진매령은 얼마든지 사람을 학살할 수 있는 학살자였다.

“나중에 화끈하게 안아줄 테니까. 기다려.”

“네!”

“얼른 오세요!”

강지건은 제타스 연습실로 향했다.

선수이기도 했지만 코치이기도 한 강지건은 최근 새로운 연습 매뉴얼을 추가했다.

게임 부분에서는 다른 감독과 코치진의 의견을 따랐지만 이번에 추가하는 것은 강지건의 뜻대로 할 수 있었다.

“여러분, 체력은 중요해요. 이번 대회 보니까 경기가 좀 길어지니까 집중력이 살살 떨어지던데. 상대도 같이 몰락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어후.”

체력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퍼포먼스에 영향이 온다.

비단 이스포츠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일단 틈나는 대로 뜁시다. 1:1 대결해서 지면 뛰는 겁니다.”

보디빌딩과 같은 것은 시키지 않는다.

손목이 생명이기 때문에 자칫해서 컨트롤에 영향이 오면 위험하니까.

선수 생명이 달린 일이니 운동도 조심스럽게 해야만 했다.

더구나 이스포츠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를 위한 운동 트레이닝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근육을 키울 필요는 없어.’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었다.

파워보다는 민첩성이 훨씬 더 중요했다.

“먹는 것도 최대한 조심해서.”

술은 물론 패스트푸드도 제한했다.

탄산음료도 마찬가지였다.

젊기 때문에 음식으로 인한 퍼포먼스 저하는 사실 유의미하게 나오기는 힘들었다.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꼭 나쁘다고 할 순 없었다.

적절한 술과 담배는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가 가능하면 멘탈 케어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단기적인 성과만 놓고 본다면 흡연이 오히려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강지건이 건전한 식생활과 운동을 강조하는 것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있었다.

“총점 100 이하는 그냥 매뉴얼대로 먹는 겁니다.”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 훈련 도중에 있는 연습 경기에서 승리하면 된다.

자유를 원한다? 연습 경기를 이기면 된다.

이겨서 포인트를 따면 일정 수준의 자유와 원하는 것을 허락해주는 식이었다.

이는 지나치게 선수의 생활을 간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제타스 선수들은 다들 동의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하면 더 강해질까요?”

“네.”

강지건은 단호하게 답했다.

사실 이런 트레이닝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를 본다고 말하긴 어렵다.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지건은 안틸로프에서 분석한 제타스 선수들의 성향 분석을 믿었다.

통제를 통해 조련을 하게 되면 퍼포먼스가 더 올라갈 거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 때문에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통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 팀원들은 가능합니다.”

“그냥 운동만 해도 되지 않나요?”

“효과를 더 극대화시키려는 거죠.”

패배에 대한 아픔을 몸에 새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더구나 승리의 달콤함을 향한 의식을 더욱 강하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제 겨우 스프링하고 리그 대항전 우승했을 뿐입니다. 실력을 더 끌어올려서 서머와 세계 대회까지 먹어야죠.”

스프링 시즌에 죽 쑤던 팀이 서머 시즌이 시작하면 갑자기 엄청나게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리그 대항전에서 힘도 못 쓰다가 서머 시즌이 되면 돌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봄을 거쳐 리그 대항전까지 치르고 여름에 돌입해서 경기를 하다보면 결국 체력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만 한다고 체력 소모가 없는 게 아니다.

공부 많이 하면 머리 아픈 것처럼 머리를 계속 쓰다보면 지치는 순간이 온다.

번아웃에 빠질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운동 부족이 심한 프로게이머일수록 번아웃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체력을 끌어올리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며 번아웃에 빠지지 않게 해야 했다.

가벼운 체력 운동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살짝 피로한 상황에서 항상 최적의 퍼포먼스를 요구하도록 매뉴얼을 짰다.

평소에 피곤하다가 경기를 앞두고 트레이닝을 쉬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었다.

또한 선수들의 상태를 살피며 누구에게 집중해야 좋은지 전략 선택에도 참고하도록 했다.

컨디션은 항상 같을 수 없다.

“선수 본인이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해도 엉망일 때가 있어요. 이런 날에는 뭔가 뒤틀리기 마련이죠.”

감각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캐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날 계속 고난이도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챔피언과 플레이를 요구하면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할 줄 안다고 매일 같은 수준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다.

투수로 치자면 공이 긁히는 날이 있는 것과 같다.

잘 되는 날에는 퍼펙트를 기록할 수 있지만 안 풀리는 날에는 뭘 해도 얻어맞는다.

컨디션을 참고해서 어떤 라인을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갈지 계획을 세우도록 조언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 이외에도 강지건이 노리는 것은 또 있었다.

“촬영 끝났습니다!”

“좋아요!”

제타스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찍었다.

강지건이 트레이너로서 이런 저런 지시를 내리는 모습도 함께.

위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은 것이었다.

말로만 트레이너로 알려진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더 확실히 효과가 있으니까.

‘오늘 반응은 또 어떨까나?’

강지건은 영상을 올리고 댓글을 읽었다.

그러다 한 글에 눈살을 찌푸렸다.

> 이렇게 어렵게 갈 거 뭐 있나여. 그냥 도핑하면 되는데.

> 이스포츠 도핑이 가능함?

> 집중력 올려주거나 긴장 완화해주는 약물들 있긴 함

‘사실이긴 하지.’

이스포츠는 약물 검사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된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규정이 없으면 사용해도 처벌이 어렵다.

경고를 하거나 주최자 권한으로 선수 자격을 박탈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까발리기보다는 쉬쉬하고 덮어버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아니면 아무 일 없는 척 넘어가거나.

논란이 생겼을 때 해당 사항에 대한 규정을 부랴부랴 만들어서 통과시킬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약물 사용이 의심되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물을 계속 쓰면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만 골라서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경기가 길어지며 약빨이 떨어지면 어이없게 무너질 수도 있다.

‘문제가 있는 놈들이 보이긴 하지만.’

허나 강지건은 나서서 까발리지는 않기로 했다.

전설 리그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지만 안 하는 것이었다.

승부 조작을 하다 걸리는 선수들도 나올 정도다.

약물을 하는 선수가 없는 게 아니었다.

이스포츠 특성상 선수 생활을 길게 하기도 힘드니 최대한 몸값을 높이기 위해 약물에도 손을 대는 것이었다.

물론 약물을 남용하다보면 결국 악영향을 받는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빠르게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

그냥 잠깐 반짝하고 수준이 확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반짝 했을 때 최대한 몸값을 받아내고 대충 계약을 소화한다면?

돈은 챙기니까 선수에게는 이득이다.

길게 선수 생활하면서 고생할 생각이 없다면 최대한 돈을 챙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술을 즐기거나 아니면 연애 같은 것으로 인해서 실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었다.

연막을 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강지건은 침묵을 택했다.

‘내버려둬야지 이건.’

하고자 한다면 리그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날려서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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