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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타임걸스

‘집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일자리가 만만치 않았다.

집에서는 결혼이나 하라고 난리였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결혼해야 된다며.

그래서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직장이라도 번듯했다면 일 때문에 어렵다고 되받아치기라도 했겠지만 아이돌이란 직업은 불안한 직업이었다.

성공하면 돈을 억수로 벌지만 오직 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차라리 라다 엔터테인먼트로 옮길까? 하지만 옮겨서 잘 안 되면?’

옮기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다.

계약이 해지될 때쯤에 옮기면 되니까.

하지만 방송 분야에서는 활동이 모두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미 한 번 경험해본 일이라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걸고 하는 일이었다.

십대 청춘을 바쳐서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실패.

이대로 끝내기 싫은 것도 있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과연 다른 일을 할 수 있을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해.’

월급의 액수를 떠올리면 박탈감을 느낀다.

걸그룹으로 활동하며 행사 한 번 뛰면 버는 게 남들 한달 월급 수준이었다.

물론 행사비를 고스란히 혼자 먹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가져가고 멤버들과 나누고 하다보면 얼마 안 되지만.

하지만 정말 대박이 나면 남들 일년 동안 벌 것을 하루 만에 버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성공한 연예인들의 전형적인 재테크 수단이 바로 서울의 부동산 구매였다.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건물주가 된다.

가지고 있다가 비싸지면? 팔고 또 다른 걸 산다.

그렇게 계속 재산을 불려나가는 거다.

한 때는 건물주를 꿈꾸었던 여민아.

하지만 이제는 건물주는 고사하고 세입자가 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내가 어쩌다.’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선택이 꺼려졌다.

최후에, 정말 피할 길이 없을 때나 선택하고자 뒤로 미루었다.

대신 다시금 도전 욕구가 솟았다.

‘그래, 나 정도면 위튜브하면 사람 금방 모으지 않을까?’

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었다.

연예인도 위튜브를 하지만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

꾸준히 콘텐츠를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쓰는 것도 다 비용이다.

무엇보다 생방송 같은 것은 정말 하기 어려웠다.

한 번 실수로 방송인 생활 청산하게 될 테니까.

리스크가 컸다.

잠깐 반짝하는 건 가능해도 꾸준한 활동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인터넷 방송이었다.

재미가 있건 없건 그냥 계속 들이대야 하는 것이다.

‘강지건하고 같이하면 그래도 나을 거야.’

조금 자신감을 줄였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가수로서는 자신이 선배였지만 인터넷 방송에서는 강지건이 선배였다.

다음 날, 여민아는 검녀 헬스클럽을 찾았다.

서주희는 오랜만에 검녀 헬스클럽에서 일을 도왔다.

이제 초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챙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살펴보았다.

‘흐응, 과연 누가 좋을까?’

여자들을 살피며 벗은 모습을 떠올렸다.

어렵지 않았다.

옷을 입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미 언니 친구들한테 물어볼까? 사이 나쁜 집 없냐고?’

서주희는 운동하는 여자들을 보며 고민했다.

강지건의 퀘스트 중에는 애인 혹은 남편 있는 여자와의 동침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하려면 정보가 필요하겠지?’

관계를 무너트리며 헤어지게 만든다.

서주희는 묘한 흥분을 느꼈다.

힘.

우월성.

타인의 운명에 개입할 수 있는 힘.

‘하응.’

흥분이 가시질 않았다.

‘주인님. 주희 박아주세요.’

화장실에 급히 들어갔다.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만족하지 못했다.

더욱 애가 탈 뿐.

‘참자. 주인님 만날 때까지 참아야 해.’

화장실을 나왔을 때 서주희는 여민아를 보았다.

‘저 여자는?’

타임걸스 멤버임을 금방 알아보았다.

이미 멤버 중 한 명인 주경혜가 검녀이자 카리아 제국인이 되었으니까.

강지건에게 안기며 초능력까지 얻었다.

‘일 때문에 불안해한다고 했었지?’

서주희는 여민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앗! 주희님 안녕하세요. 영상 잘 보고 있어요.”

강지건의 채널을 봤다면 서주희를 모를 수 없었다.

“영광이에요.”

그렇다고 서주희가 타임걸스를 무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아니었다.

“관장님 오늘 안 나오셨나요?”

“밤에 오실 거예요. 촬영이 있어서.”

“아!”

“왜 그러시는데요?”

“저도 위튜브 채널에 합류할 수 있는 문의해보려고요.”

“이쪽으로 오시게요?”

“당장은 힘들어도 나중에 해보려고요.”

걸그룹 계약이 해지된다면 옮길 작정이었다. 물론 그 사이에 더 좋은 제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갈아탈 용의가 있었다.

“그래요? 그럼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되겠네요. 우리 친하게 지내요, 언니.”

“네.”

“후훗, 너무 딱딱하게 대하지는 말고요.”

“응.”

서주희는 적극적으로 여민아에게 다가갔다.

‘애인 없으면 뭐 어때. 주인님이 기뻐하시면 그만이지.’

서주희는 강지건에게 문자를 보냈다.

- 연예인 퀘스트는 어때요?

- ㅇ

연예인과의 섹스를 퀘스트로 삼게 유도한 것이었다.

티티 엔터테인먼트는 한 바탕 소동을 겪었다.

매니저 중 하나가 게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한 명 더 엮어 들어갔다.

바로 박만혁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몇몇 기자들이 박만혁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돈 내놓으라고.

사실 기사로 내놓는다고 크게 관심이 쏠릴 사안은 아니었다.

박만혁이 위튜브에서 나름 알려졌다고는 해도 사회적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기사가 나가면 확실하게 위튜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또한 사회생활이 굉장히 고달파진다.

“영상 반응은 어때?”

하지만 문제가 있다고 해서 회사가 안 굴러가는 건 아니다.

매니저와 관련된 일일 뿐이었다.

혹시 모를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중요한 간판 연예인들에게서 손 떼게 했다.

“강지건 효과가 상당합니다. 현재 타임걸스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곡들은?”

“곡들도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럴 때 한 방 내보내면 좋을 텐데 아쉽습니다.”

“으음.”

이미 한물 간 걸그룹, 타임걸스.

해체를 앞두고 있었지만 잘 하면 기사회생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좋은 곡이라면 신인들에게 몰아주는 게 낫지.”

“어차피 재계약한다고 해도 얼마나 갈 수 있겠어?”

역주행으로 한 번 반짝하면 물론 좋다.

하지만 그 이후에 계속 인기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타임걸스도 데뷔했을 땐 아주 잠깐이지만 잘 나갔다.

“그냥 최대한 뽑아내. 그리고 강지건하고 친분 계속 쌓고.”

“저 계속 채널에 출연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죠?”

“그냥 보내줘. 그거 몇 푼 받겠다고 기회를 놓쳐서야 되겠어?”

돈을 안 받는다.

이게 참 부담스러운 일이다.

100만원을 안 받고 친분을 쌓게 되면 1000만원 혹은 1억짜리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물론 가치가 정해지지 않은 무형의 기회 같은 형식이다.

모두 미래를 위한 투자다.

어차피 식사 자리 만들고 대접하고 어쩌고 하다보면 100만원 금방 깨진다.

커피 한 잔 사줬다고 엄청난 은혜를 입었다고 고마워하지 않는다.

꾸준해야 한다.

정성을 보이기 위해 계속 사다 바치다보면 100만원 정도는 순식간에 나간다. 여기에 경조사 챙기고 선물도 하고 하다보면 돈이 쑥쑥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기름칠을 해놓으면 영업이 쉬워진다.

선물을 계속 받다가 갑자기 끊기면?

불편하다.

한 마디로 길들이는 것이다.

물론 아무에게나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행해지는 일이다.

그때였다.

매니저들이 회의를 하는 도중에 여민아의 요청이 들어왔다.

강지건의 위튜브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문제는 소속사 계약을 해지해 줄 수 있는지 문의한 것이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약 해지해주면 타임걸스 해체가 더 빨라집니다.”

“강지건과 연줄을 만드는 의미에서 더 좋지 않을까요?”

“살짝 라다에게 작곡을 의뢰하는 것은 어떨까요? 청탁이라도 넣어달라고 부탁해보는 겁니다.”

“차라리 타임걸스를 통으로 넘겨주는 건 어떨까요?”

“곡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죠.”

계약 기간이 얼마 안 남은 걸그룹을 이용해 대박을 노리려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하나 만들면 수익이 어마어마하다.

회사의 위상도 달라진다.

해외 진출에도 순풍이 불고 여러 가지 사업에 탄력이 붙는다.

노래 하나 받아서 확 뜰 수 있다면 중고 걸그룹 하나 넘겨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해체가 예정되어 있었으니까.

티티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에 대한 회의가 다시 열렸다.

이사진들까지 불러다 모아놓고 한 회의는 조금씩 간을 보며 접근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물론 여민아의 계약 해지안은 통과 되었다.

멤버 하나 빠져나간다고 그룹이 바로 해체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됐어.”

여민아는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포기하기에는 미련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럼 라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되는 거야?”

“응, 조만간.”

“그렇구나.”

“어떻게 네가 나보다 먼저?”

주경혜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세계에서 강지건에게 안기고 오니 갑자기 변해버린 상황.

주경혜는 아직도 타임걸스 멤버였는데 여민아가 라다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티티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해버렸다.

물론 소득이 아주 없는 게 아니었다.

강지건과 티티 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위튜브 촬영을 위해 콜라보를 하기로 했으니까.

“나도 할래.”

주경혜는 바로 회사에 연락했다.

라다 엔터테인먼트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멤버 중 두 명이 갑자기 라다 엔터테인먼트로 가겠다고 하니 남은 멤버들도 동요했다.

“어?”

“진짜?”

한 명이 그만두는 건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두 명이 갑자기 빠지면? 그룹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야, 좀 기다려줘라.”

“나 급해. 미안.”

주경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아씨.”

남은 멤버들인 정소미 연주현 그리고 소은영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정소미와 연주현은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 길을 정해두었으니까.

정소미는 헬스 클럽을 오픈할 계획이 있었다. 당장은 힘들지만 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돈도 벌고 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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