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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걸스
자살하려 했던 마음을 되새기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기왕 죽는 거.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기다 갈 생각을 했다.
“나 더 박아줘.”
“그래.”
“흐양!”
강지건은 수도 없이 박아댔다.
‘좋아. 죽어도 좋아.’
수차례 연속으로 절정을 느끼며 주경혜는 강지건에게 푹 빠졌다.
장민욱은 주경혜와 강지건이 갑자기 촬영을 핑계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새끼가?’
화가 났지만 일단 주경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가 닿지 않았다.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소리만 계속 나왔다.
‘이 년은 또 뭐하는 거야?’
화가 났다.
머릿속에는 주경혜가 강지건 아래 깔려서 신음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았다.
‘강지건 이 새끼 두고 보자.’
복수심을 품었다.
하지만 강지건에게 복수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다른 일로 바빠졌으니까.
강지건이 주경혜를 데리고 다른 세계로 넘어가 유혹하자 라다가 바로 움직였다.
“주인님이 움직였어.”
“그 장민욱이란 놈 처리해야겠지?”
“응.”
“그럼 일단 제가 잡아올게요.”
검녀였다가 서번트가 된 지련이 나섰다.
지련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움직였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별로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아무도 지련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더구나 모자까지 눌러쓰고 평범하게 옷을 입으니 주목을 사지도 않았다.
덕분에 장민욱의 옆에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서번트이기에 장민욱을 혼절시키는 것은 너무나 쉬웠다.
차에 태워 장민욱의 집으로 일단 데려갔다.
“일단 수색할게.”
컴퓨터를 켜자 바로 해킹이 되었다. 안의 자료가 죄다 카피되어 관리실 서버에 저장되었다. 아울러 컴퓨터 안은 물론 장민욱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가상 드라이버가 죄다 삭제되었다.
스마트폰은 물론 여러 아이디도 모두 삭제되어 인터넷에 남은 자료가 하나도 없었다.
더불어 은행 계좌의 돈도 죄다 코인을 사는데 사용되었다.
코인은 바로 다른 곳으로 전송되었고 현금화 되어 찾을 수도 없게 됐다.
추적은 불가능했다.
안틸로프의 인공지능이 처리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장민욱은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된 것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준비된 영상을 저장해줘.”
장민욱의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새로운 영상이 깔렸다.
그것은 바로 조작된 영상이었다.
장민욱이 박만혁과 홀딱 벗고 나뒹구는 게이영상이었다.
라다는 물론 검녀들도 툭하면 강지건에게 시비를 걸며 조작을 하던 박만혁을 보내버리기 위해 만든 영상이었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누워서 찍는 사진도 만들어냈다.
이것을 폰은 물론 컴퓨터에 저장해주는 것도 모자라 티티 엔터테인먼트의 채팅방에 유출이 되도록 조작했다.
“잘 가라.”
다시 수면제를 사용해 장민욱이 아주 푹 오랫동안 잘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음 날, 장민욱은 회사에서 퍼진 게이라는 소문을 수습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가지고 있던 주경혜에 대한 자료도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더구나 집에 있는 컴퓨터의 자료들도 모두 지워졌다.
폰이나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는 해킹이 가능하다고 해도 집에 꺼져 있던 컴퓨터와 외장 하드에 보관했던 자료들까지 손을 댈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누군가 집에 들어와 직접 손을 대지 않는다면 건드리지 못하는 자료들이었다.
그런데 사라졌다.
“으으.”
겁이 났다.
더구나 증거도 없는 상황, 강지건을 욕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도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누가 날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라.’
겁이 나자 당당하던 장민욱은 금방 소심해졌다.
이런 식으로 당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결국 연예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에는 정말 조용히 살았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주경혜는 무왕계에서 한숨 푹 자고 아침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야은설이 태워다주는 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꿈이 아니구나.’
숙소에 들어가 멤버들의 얼굴을 본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샤워를 시작했다.
이미 한 번 씻었지만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싶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이 의지를 따라 이리저리 휘어졌다.
‘초능력.’
엄청난 일이었다.
‘나한테 초능력을 준 거야. 주인님이.’
자연스럽게 강지건을 주인으로 인정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좋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낯선 세계.
지구에서 일이 잘못되면? 다른 세상에 가서 살면 된다.
굳이 지구에 얽매일 이유는 없었다.
부모를 잃은 주경혜는 지구에 미련이 없었다.
자살을 쉽게 생각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어제 어떻게 된 거야?”
“응? 뭐가?”
“중간에 강지건이랑 사라졌잖아.”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여민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냥 동영상 좀 찍었어. 데이트 컨셉으로.”
“뭐?”
“야외 데이트 영상 한 번 찍어보고 싶다고 해서. 그랬어.”
주경혜는 아무렇게나 변명했다.
‘나중에 말해주면 되겠지.’
대충 둘러대고는 침대에 누워 메시지를 보냈다.
- ㅇ
강지건의 대답은 굉장히 간단했다.
‘주인님.’
주경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보고 싶어.’
그때 문득 장민욱이 떠올랐다.
‘그런데 연락이 없네?’
주경혜의 폰에는 장민욱에게 연락온 흔적이 없었다.
원래는 엄청나게 많았다.
강지건이 나중에 명령해서 해킹으로 모조리 지워버린 탓에 온 줄도 모르는 것이었다.
‘뭐 어때?’
타임걸스는 스케줄이 없었다. 당분간 또 대기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시간에는 연습실에서 따로 연습을 하거나 한다.
연기 연습이든 뭐든 자기 개발에 들어간다.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하지만 주경혜는 그런 것에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주인님 보고 싶어.’
기댈 곳이 생겼다.
주경혜는 검녀 헬스클럽을 찾아가기로 했다.
강지건에게 헬스클럽에 가겠다고 연락하니 또 대답이 왔다.
- ㅇㅇ
피식 웃고 말았다.
‘수상해.’
여민아는 주경혜의 행동에 수상함을 느꼈다.
‘같이 영상을 찍은 거야 그렇다지만 외박을?’
아침까지 함께 있었다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강지건과 주경혜가 원나잇을 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으으.’
남의 연애사에 뭐라 할 순 없다.
특히 연예계에는 원나잇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젊은 청춘들은 혈기가 넘친다.
한 공간에 있기만 해도 불이 붙기 쉽다.
그런데 미남미녀들, 혹은 잘 꾸민 사람들이 한 자리에 자주 모인다?
당연히 눈 맞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냥 경험 삼아 연애를 해보기에 최고로 좋은 환경이다.
일단 외모에서 합격선 이하인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
연습생도 그렇고 연예인도 그렇다.
원나잇이 의심된다고 이를 가지고 협박을 할 수도 없었다.
타임걸스는 이미 해체가 논의되고 있는 끝물이었다.
그렇다고 강지건을 협박한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제 고기 정말 맛있었는데.’
더 가까워지면 또 모를까.
여민아는 강지건과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괜히 미움 받고 싶지 않았다.
‘경혜 언니랑 친하면 나도 친하게 지낼 수 있겠지?’
오히려 주경혜가 강지건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더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
‘연애야 뭐.’
주경혜와 잔 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경우를 많이 보아서 저항감도 없었다.
그냥 자면 잤나보다 할 뿐이었다.
“언니 어디 가?”
주경혜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 달라붙었다.
“어, 운동하러.”
“나도 같이 가.”
“나 다른데 가는데.”
“어디?”
“검녀 헬스클럽.”
“거기 회원 아니면 힘들지 않아?”
“난 허락 받았거든. 강지건 찬스.”
“그럼 나도 데려가. 응? 제발 언니.”
주경혜는 마음이 약해졌다.
여민아도 자신이 있을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정이 좋지 않은 동료.
“일단 얘기해볼게.”
주경혜의 메시지에 강지건의 답이 돌아왔다.
- ㅇ
여전히 간단했다.
“가자.”
두 사람은 결국 검녀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검녀 헬스클럽에 강지건은 없었다.
“어디 갔어요?”
“촬영하러. 바쁘거든.”
“그런가요?”
“그렇지. 많이 찍어도 꼭 재미있는 게 찍힌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퀄리티를 생각하다보면 촬영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결코 이상하지 않았다.
촬영한 영상을 모두 다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은 방송도 마찬가지니까.
그렇기에 다들 그냥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저쪽은?”
“안녕하세요! 타임걸스 여민아입니다!”
“같은 그룹이면 우리 지건씨 팬클럽에도 가입했겠네?”
“네! 했어요!”
“그래, 그럼 특별히 운동은 허락해줄게.”
진매령은 흔쾌히 회원 등록을 하게 해주었다.
표면상으로는 여민아도 검녀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특별 회원이 되는 순간 검녀가 되는 것이다.
아직은 그냥 헬스클럽 회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난 바쁘니까 알아서 운동하고.”
주경혜는 운동을 시작했다.
여민아도 시작했지만 주경혜처럼 오래 하지 못하고 조금 하다가 퍼져버렸다.
“으, 힘들어.”
“힘들면 먼저 돌아가.”
“아냐.”
여민아는 그냥 휴식을 취하며 계속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