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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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트레이닝 촬영을 종료하고 강지건은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우리 먹방 한 번 찍죠?”

“정말요?”

“네.”

어차피 생활의 모든 것이 촬영 대상이다.

강지건은 이미지 소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예정이었으니까.

아울러 이제는 위튜브에만 매달릴 필요도 없게 되었다.

위튜브 구독자를 늘리는 것보다 카리아 제국의 인구를 늘리는 게 더 쉬웠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포인트가 쌓이는 중이었다.

그래도 위튜브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성공의 근원이었으니까.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일상을 찍어 영상으로 올릴 뿐이었다.

“그럼 어디로?”

“그냥 제가 구울게요. 대신 고기는 잘 부탁합니다. 싼 건 안 먹어요.”

“네네.”

티티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가 급히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한우를 공수하기 위해서였다.

“굽는 건 어디서 하죠?”

“휴게실에서 하셔도 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휴게실에 불판이 깔렸다. 공기가 공수되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이후 고기 굽는 냄새가 휴게실에 퍼졌다.

강지건은 노련하게 고기를 구웠다.

“드셔보세요.”

먹자마자 살살 녹아내렸다.

“굽지만 말고 좀 드세요.”

여민아가 쌈을 싸주자 다들 경쟁적으로 달려들었다.

춤을 좋아하는 연주현이 제일 적극적이었다.

‘멋져.’

다들 강지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 중이었다.

연인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친해지면 더 좋으니까.

인터넷 방송도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인터넷 방송으로 제대로 성공하면 무명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훨씬 잘 벌 수 있다.

연예계라는 것이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술과 관련된 분야가 다 비슷하다.

미술도 누구는 점 하나 찍고 십억이 넘는 그림이란 평가를 받지만 누구는 10만원짜리로 팔려고 해도 안 팔린다.

만화도, 소설도 마찬가지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적자 나서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정점의 소수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인다고 보면 된다.

이런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결국 잘나가는 사람 옆에 붙어있는 게 최고다.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뭐라도 해볼 수 있으니까.

타임걸스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강지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려고 했다.

“오빵.”

“제가 왜 오빠에요?”

“아까도 그렇고 예전에도 막 반말도 했으면서.”

“그거야 매니저랑 트레이너 분위기 좀 내보려고 그런 거죠.”

“그런 거에요?”

“네. 나보다 누나시면서 오빠라고 하면 좀.”

“그래두 액면가는 내가 동생이잖아요. 오빠해요. 나 오빠 팬 할래.”

연주현이 달라붙었다.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안티한테 걸리면 어쩌려구 그러세요?”

“저도 팬클럽 가입했어요. 봐요.”

연주현은 자신의 아이디를 보여주었다. 정말 강지건의 팬클럽에 가입한 상태였다.

“나도!”

“나도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

“네, 그럼 친하게 지내요. 누님들.”

분위기는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계속 촬영을 하던 중 타임걸스의 멤버 중 하나인 주경혜가 폰을 들고 슬쩍 일어났다.

살짝 떨어진 곳에서 통화를 하는 모습.

“네, 네. 있다가 갈게요. 네. 네.”

누군가 지나가면서 들었어도 별로 이상하게 여길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강지건읙 감각에는 통화 내용이 다 들어왔다.

‘흐응?’

주경혜에게 전화를 건 남자는 상당히 강압적으로 명령했다.

‘노팬티로? 주차장에서?’

10분 뒤에 오라는 말까지.

‘저 녀석.’

중요한 것은 티티 엔터테인먼트의 빌딩 내부는 강지건의 인지하에 있다는 점이었다.

‘매니저 녀석이 뭔 일로?’

빌딩 다른 곳에 있던 매니저의 전화 내용과 일치했다.

강지건은 잠시 폰으로 안틸로프에 연락을 넣었다.

> 방금 그 인간 기록 좀. 어떤 놈인지 알려줘.

>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자료가 도착했다.

‘매니저. 주경혜를 완전 가지고 놀고 있네.’

방법은 간단했다.

해체를 앞둔 걸그룹.

일자리를 알아봐준다는 것을 빌미로 가까이 지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갈 곳이 없고 절박한 주경혜는 매니저의 횡포를 그냥 받아들였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작업을 당하다보니 끌려다니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인은 연인으로 여기고 있다고?’

정상적인 관계가 절대 아니었다.

‘이러면 내가 빼앗아도 되겠지?’

잘 지내는 커플을 깨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커플이라면 깨보고 싶었다.

‘퀘스트 설정. NTR 10번. 주경혜 제국인 만들기. 검녀 만들기. 섹스.’

한 번에 여러 개의 퀘스트를 걸었다.

이 중에서 다른 남자의 여자를 빼앗는 NRT 퀘스트를 여러 개 걸었다.

10명, 20명, 이런 식으로 쭈욱 늘렸다.

퀘스트 슬롯이 제한이 있을 땐 엄두도 못 내던 일이었지만 이제는 별 문제 없었다.

‘어디 보자. 어떻게 하면 되려나? 일단 현장을 덮쳐서 심리적 우위를 깨봐야겠다.’

상담을 한다면 다 알려주겠지만 강지건은 상담을 요청하지 않았다.

재미로 하는 것이니 마음 내키는 대로 해보고 싶었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

우월감이라면 강지건이 더 강했다.

‘누가 날 막아?’

적어도 매니저에게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차장.

주경혜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진짜 이게 뭐야.’

싫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거부하기가 어려웠다.

거부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뭘 해도 안 된다는 생각에 결국 휘두르는 대로 휘둘리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룹이 해체되면 갈 곳이 없었다.

집에 돌아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연습생이 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망한 부모.

졸지에 집을 잃었다.

회사에서 보호자를 자처하며 연습생 생활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다.

데뷔까지 했다.

하지만 갈 곳은 없었다.

벌어놓은 돈도 부족했다.

중간에 사람들 얘기에 혹해서 투자했다가 번 돈을 날려먹은 탓이었다.

이럴 때 다가온 남자가 있었다.

예전에 로드 매니저를 했다가 정식 매니저로 승격한 남자 장민욱이었다.

이후 몰래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기댈 곳이 없던 주경혜는 자연스럽게 장민욱에게 기대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싫어졌다.

문제는 벗어나기가 두렵다는 것.

“왔어?”

“응.”

“어디 보자.”

차에 올라타자 손이 거침없이 바지를 내렸다.

속옷을 입지 않아 그대로 노출되는 숲과 구멍.

“강지건 보고 좋았냐?”

“아니.”

장민욱은 촬영 현장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주경혜가 강지건에게 자꾸 가까이 달라붙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놔두면 주경혜가 넘어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렇기에 누가 우위에 있는지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도중에 불러냈다.

“거짓말. 이렇게 젖었잖아?”

“그건 니가 만져서 그런 거잫아.”

“웃기지 마. 내가 널 아는데.”

갑자기 털을 움켜쥐는 장민욱.

“악!”

잡아당기니 아팠다.

“강지건이 너 같은 년을 좋아할 거 같아? 지금 네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응?”

찰칵.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똑똑.

“응?”

강지건이 차의 창문을 두드렸다.

“경혜누나.”

“어?”

화들짝 놀라 바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얼굴은 이미 수치로 물들었다.

‘이런 모습. 진짜 시러.’

눈물이 날 거 같았다.

반면 장민욱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아니, 고기 먹다 어디 가길래 찾아왔죠.”

“왜요?”

“궁금하니까?”

“걱정 마세요.”

“누나 괜찮아요?”

강지건은 무슨 사이냐고 따지지 않았다. 장민욱의 태도를 보고 이미 파악했다.

‘애인 사이라고 하겠지. 그럼 할 말 없고.’

“응? 응.”

“얼른 가요. 먹방 찍는데.”

“어.”

그렇기에 따지지 않았다.

대신 촬영을 핑계로 데려갈 셈이었다.

강지건의 이런 반응에 장민욱은 준비해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젠장, 막을 수도 없고.’

연인간의 시간을 방해했다는 말도 할 수 없다.

촬영 중에 나온 거니까.

만약 다른 장소였다면 얼마든지 들이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 있는 곳은 회사.

그리고 상대는 회사에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강지건이었다.

“그럼 잠깐 실례할게요.”

강지건은 웃으며 주경혜를 이끌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며 비웃음을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혜씨.”

“네.”

“아까 그 사람 애인 맞아요?”

“네.”

“아닌 거 같은데. 애인한테 그렇게 막 대하는 사람이 있나?”

“제발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강지건은 걸음을 멈췄다. 주경혜가 바라보자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비밀로 하는 거야 문제 없는데. 그딴 형편없는 남자하고 애인이라니 실망인데.”

순간 주경혜는 울컥했다.

“뭐가!”

마치 자신을 욕하는 거 같아서.

“그냥 내가 말 거니까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거 못 봤어?”

“그건 촬영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별 볼 일 없으니까 차에서 그 짓하다가 걸렸는데 날 밀어내지도 못한 거잖아. 솔직히 별 거 아닌 놈 맞지. 나였다면 어땠을 거 같아?”

일부러 비교하게 만들었다.

주경혜는 답을 못했다.

“나라면 널 이런데서 고생하게 만들지도 않았어.”

“그래서 뭐! 니가 나 책임 질 거야? 아니잖아! 그런데 왜 말을 함부로 해!”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상황.

그렇지 않아도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꾹 참고 있었는데 강지건의 말이 방아쇠를 당겼다.

터졌다.

“책임? 지면? 너 내 여자 할래?”

“뭐?”

강지건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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