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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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이것만 해도 어디냐?’

이기든 지든 막대한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전망이었다.

‘천만달러의 5%만 해도 오십만 달러. 5억 넘네.’

하지만 여기서 끝날 리가 없었다.

이것저것 다 합하면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었다.

‘한 방에 뜨는 구만.’

이쯤 되니 강지건이 되레 고마워졌다.

“감사합니다 형님!”

> 어? 최태식이 태세전환 뭐임?

“돈 벌게 해주면 형님이지.”

> 아, 이게 또 이렇게 되는 건가?

> 돈 벌게 해주면 형님 맞지

> 그랜절 박아도 부족하지

> 100만원에도 리액션 그랜절 가는 판에 억 단위로 돈 벌게 해주면 당연히 머리 박고 형님 소리 한다.

> 나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

> 파파!

“인생의 은인이십니다. 제가 어디서 이렇게 관심을 받아보겠습니까? 그리고 지금 대체불가능 토큰 계약도 앞두고 있습니다.”

경기 영상을 대체불가능 토큰으로 만들어 경매에 붙일 예정이었다.

이후 토큰을 구매한 사람에게 상영권이 주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설마 져주는 건 아니겠지?

“아유, 제가 어떻게 그래요. 그런데 사실 지금 하는 말이지만 이긴다는 보장은 없어요.

> 잉? 이긴다며?

“그거야 기세죠. 기세. 근데 형님 실력을 모르니까요. 만에 하나 질 수도 있다 이거죠.”

> 아, 이렇게 또 뒷구멍을 파나요

> 배수의 진을 쳐라!

“뒷구멍이라뇨. 그런 거 아닙니다. 지건형님 몸 보세요. 그거 평범한 사람 몸은 절대 아닙니다. 격투기 선수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세요.”

> 이건 맞는 말. 사실 강지건 몸만 보면 괴물임.

> 미용 근육이라며?

> 미용 근육도 강지건 수준이면 무섭지

> 단순히 근육을 크게 키운 게 아닌 수준이니까.

> 솔직히 진짜 무슨 운동하지 않으면 저렇게 되긴 힘든데.

강지건의 위튜브 영상 중에는 운동한 영상도 상당히 많았다.

팔뚝만 봐도 그냥 키운 게 아니었다.

> 그래도 펀치나 킥 속도가 느리면 말짱 황이긴 함

> 격투 관련 영상은 없어서 판단이 좀 모호함

“어쨌든 저는 오늘부터 폐관수련에 들어가겠습니다. 창피한 경기력을 보이지 않기 위해선 몸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 그래 수고

갑자기 잡힌 매치라고 해서 순식간에 뚝딱 해치우긴 그랬다.

시간을 두고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스폰서도 끌어들이고 이것저것 할 게 많았다.

흔한 이벤트가 아니니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준비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럼 오늘부터 코치들을 모시고 트레이닝 방송을 진행하겠습니다.”

물들어 올 때 노젓기 위해 최태식은 최선을 다했다.

최태식이 강지건에게 시비를 걸고 매치 프로모션을 이끌어낸 사실은 수많은 인터넷 방송인들에게 영감을 안겨 주었다.

“어이어이, 강지건이 나보다 잘 먹음?”

먹방 방송을 하는 이들 중에서 이미지가 나락에 떨어져 있는 이들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오이오이, 강지건이 나보다 낚시 잘 해?”

“여보시오, 강지건이 나보다 공부 잘 하나?”

그냥 자신의 주특기를 가지고 강지건을 도발해댔다.

“강지건 나보다 요리 잘함?”

도발이 넘쳐나다 보니 중구난방이었다.

> 와, 눈 뒤집어졌구나

> 나도 하고 싶은데

> 솔직히 나라도 해보고 싶긴 하다

> 최태식이 뭐라고. 나 전국체전 우승자 출신임 최태식보다 잘 싸움

> 난 국대 출신임

> 난 한국 챔피언이었다

질투가 치솟았다.

강지건과 매치를 붙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니 너도나도 도발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벤트 성격이기에 아무하고나 붙지는 않는다.

“어, 스토리가 있어야지. 시비 건다고 다 받아줄 이유는 없지. 태식씨야 그냥 첫차를 운 좋게 탄 거고.”

싸우자고 한다고 다 받아줄 이유는 없었다.

“프로모터를 감격시키면 매칭 잡힐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무튼 나랑 붙고 싶으면 그만한 미끼를 던지란 말임.”

강지건의 선언 이후 팬클럽 회장인 윤경미가 나서서 정리에 들어갔다.

> 수준 낮은 것들을 꺼지고. 이제부터 우리 허락 없이 자꾸 도발하면 가만 안 둠

> 우리 오빠 건들지 마!

> 팬미팅도 못해봤는데 니들이 왜 난리야!

> 용서 못해!

팬클럽 화력은 남달랐다.

강지건은 티티 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일일 트레이너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

트레이닝 대상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결국 선택된 것은 김재연과 타임걸스였다.

김재연은 강지건의 팬클럽 회원이라는 이유로.

타임걸스는 이미 같이 촬영한 인연으로.

해체를 앞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회사에서는 다시 고려하고 있었다. 만약 타임걸스가 기사회생이라도 한다면? 재계약을 할 의향이 있었다.

이는 중요했다.

회사에서 함부로 계약한 연예인을 버리지 않는다는 이미지는 중요하다.

지나치게 상품 취급하면 결국 연예인도 회사를 도구 취급할 뿐이다.

물론 정성을 다한다고 계약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간판 스타들의 경우에는 팬덤이 극성이라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강지건의 팬클럽과 대립할 수도 있었으니까.

아니, 다른 회사에서 싸우도록 작업할 수도 있었다.

극성 팬덤은 세계적인 스타도 물로 보며 막 대하기도 한다.

오빠의 적은 나의 적이란 생각으로 물어뜯는다.

정치인들도 들이받는 수준이니 세계적인 스타라고 브레이크 밟지는 않는다.

이런면에서 보면 타임걸스가 참으로 적절했다.

팬덤이라고 해봐야 너무 약하니까.

강지건하고 대립각을 세우기 힘들었다.

“오늘은 트레이닝을 할 건데. 강트레이너, 춤은 좀 춰요?”

“제가 한춤 합니다.”

“진짜요?”

“저도 몰랐는데 되더라고요.”

연습실.

강지건은 카메라 앞에서 비보이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고난이도의 퍼포먼스를 연달아 하니 지켜보던 김재연과 타임걸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댄스에 관심이 많은 연주현의 경우에는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변했다.

“어, 춤 연습은 언제부터?”

“얼마 안 됐어요. 사실 운동하면서 몸 통제 능력이 올라가니까 이런 것도 되더라고요.”

“아.”

운동 능력 자체가 소질이다.

소질이 적절한 운동을 통해 개발되어 재능으로 꽃피웠다.

재능이 생기니 남들에겐 어려운 것도 금방 해낸다.

머리로 생각한 것을 몸으로 그대로 해낼 수 있게 되는 수준이 되면 몸을 쓰는 것이 재미있어진다.

운동에 재미가 붙는다.

“어릴 때 운동에 소질 있다는 거 몰랐어요?”

“알기는 했는데.”

사실 강지건은 어릴 때 운동에 소질이 없었다.

하지만 없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

“괜히 튀어봐야 좋을 거 없어서 그냥 조용히 지냈죠.”

운동을 잘한다고 운동부에서 활동할 수 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활동비가 들어간다.

“아.”

부모가 양육을 거의 포기한 수준으로 자랐던 강지건에게는 운동부 가입 같은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축구나 야구 같은 것은 하지도 못한다.

돈 드니까.

정말 마음 좋은 후원자를 만나거나 아니면 재능이 엄청나서 지도자가 자기가 돈 들여서 키우는 게 아니라면 가난한 사람은 운동부 활동이 매우 어렵다.

더구나 운동을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

근육이 성장하면 유지하기 위해 단백질을 계속 주기적으로 섭취해주어야만 한다.

이걸 못하면 근육이 감소해서 퍼포먼스 저하에 빠진다.

어렵게 키운 근육이 날아가 버리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잘못하면 부상을 입기도 한다.

제대로 영양이 공급이 안 되면 피로 회복도 늦어지는 법이다.

점점 더 높은 수준의 경쟁을 하게 된다면 최고의 수준으로 먹어주어야 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먹는 게 부실하면 오래 가기 힘들다.

더구나 운동은 승자독식의 세계다.

소질이 있다고 함부로 도전하긴 어렵다.

자식이 운동에 재능이 있어보여도 부모들이 괜히 공부하라고 그러는 게 아니다.

운동으로 먹고 살긴 힘들다.

비인기 종목이라면 더 힘들다.

“그럼 춤은요? 춤을 추셨다면 인기도 많이 얻으셨을 텐데.”

“그땐 춤을 배우기도 좀 그랬어요. 게임에 빠져서.”

“아.”

“결과적으로 프로게이머로 먼저 데뷔했으니 틀린 선택은 아니었죠.”

춤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어서 게임을 택했다는데 뭐라 할 순 없다.

무엇보다 춤도 탑급 아이돌이나 되어야 돈을 많이 벌지 그냥 춤만 춰서는 힘들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본인의 선택만 있을 뿐.

후회하면 틀린 거고 후회 안 하면 맞는 거고.

“그래도 정말 이 정도면.”

“뭐 이 얼굴로 아이돌 할 것도 아니고.”

“아, 음. 그건.”

반박할 수 없었다.

강지건의 외모는 아이돌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못 생겼다고 가수를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일단 트레이닝 시작하죠.”

강지건은 김재연과 함께 타임걸스의 연습을 지켜보았다.

사실 타임걸스는 따로 엄청난 연습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었다.

신곡이 없으니 안무 연습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오래전에 다 익힌 안무라 따로 연습을 하기보다는 호흡을 맞춰보는 정도로 충분했다.

하지만 그래도 영상을 찍는다.

강지건의 방송에 나가기 위해서.

“같이 해요!”

“보여주세요!”

결국 강지건은 걸그룹 안무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너무나 완벽했다.

“혹시 우리 팬?”

“아닌데.”

“그런데 어떻게?”

“그냥 대충 따라한 건데.”

“와, 재능충.”

“이게 진짜 재능?”

“정말 오늘 처음 본 게 맞아요?”

“네, 처음인데요. 사실 노래는 들었을지 몰라도 게임만 하느라 가요계에 대해서는 많이 어두워요.”

연예인도 유명 연예인 몇 명 정도만 아는 수준이다.

“아.”

아이돌을 비롯해 가수와 배우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였다.

아이돌 그룹 같은 경우에는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인기 그룹의 멤버도 다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 인기 그룹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 한둘 정도 아는 선에서 끝나는 일이 많다.

혹은 그냥 잘 나가는 그룹의 이름만 알지 멤버들의 예명 같은 것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흐잉.’

‘아, 아쉽다.’

타임걸스의 멤버들은 마음이 아팠다.

강지건은 타임걸스의 막내인 여민아보다 어렸다.

강지건이 군대에 있을 땐 그래도 타임걸스도 나름 활동을 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모른다니.

군대에 들어가면 평소에 관심이 없다가도 걸그룹에 환장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데 모른다니.

자신들의 위상이 얼마나 낮았는지 실감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강지건은 군대에서도 걸그룹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걸그룹 대신 게임만 생각했다.

선임들도 딱히 강지건이 걸그룹을 모른다고 뭐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관심병사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강지건은 걸그룹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알지는 않았다.

‘괜히 미안하네.’

타임걸스의 반응을 보며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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