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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강지건이 일일매니저로 영상을 찍는다고 하자 다들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회사에서 밀어주려는 건가?’

‘갑자기 왜?’

기대와 혼란이 뒤섞였다.

이제 해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계약 기간이 끝나는 순간 모든 것이 정리될 예정이었다.

다들 계약을 빨리 해지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숙소 이용이 가능했고 기본적인 생활비도 지급되었으니까.

돈이 많았다면 신경 쓰지 않고 바로 계약을 종료하는 쪽을 택했겠지만 다들 그렇게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정말 열악한 상황.

그런데 갑자기 빌보드 1위 가수가 일일매니저를 한다고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타임걸스의 달콤을 책임지는 막내둥이 여민아입니다!"

“안녕하세요! 타임걸스의 매콤을 책임지는 랩둥이 주경혜입니다!”

“안녕하세요! 타임걸스의 새콤을 책임지는 춤박사 연주현입니다!”

다들 힘차게 자기소개를 했다.

조건반사였다.

여민아가 먼저 위튜브 촬영을 생각하고 외쳤다.

나머지는 그냥 자동이었다.

분위기를 탔다.

“네, 반갑습니다. 그냥 평소대로 해주세요.”

“에이, 어떻게 평소대로 해요. 그게 될 거 같지가 않아요. 가슴이 두근두근.”

“으음, 너무 오버하면 편집해버릴 겁니다.”

“네.”

여민아는 조용해졌다.

다들 기대를 품은 눈으로 강지건을 바라보았다.

“오늘 쇼핑몰 행사만 가면 되나요?”

“네, 그럴 예정입니다.”

“저 제가 로드 아닌가요?”

“아뇨, 오늘은 제가 로드하죠. 지건씨는 로드 말고 실장하세요. 실장. 어떻게 로드를 시킵니까?”

“어, 으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다 대답해드릴게요.”

아무리 일일매니저를 한다고 해도 강지건을 부려먹는 그림을 찍기는 어려웠다.

강지건도 이를 알기에 그냥 넘어갔다.

말만 일일 매니저지 그냥 이벤트와 같은 것이다.

“저 궁금한 게 있었는데 로드 되면 보통 업무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로드가 되면 운전 해야죠. 심부름하고. 현장 상황 보고 하고 지시 받은대로 움직이고 그럽니다.”

“그럼 막 연예인 영업도 하고 그러나요?”

“그건 회사마다 다른데 우린 로드에게 안 시킵니다.”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인건비 걱정하는 작은 회사에서는 팀장이 로드도 하고 영업도 뛰고 이거저거 다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형 기획사에서는 오히려 로드의 행동을 제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뭣 모르는 로드가 나대다가 사고 치면 일이 복잡해지거든요.”

“아, 그래요?”

“무슨 일 있으면 보고가 첫 번째죠. 영업 같은 건 실장이나 팀장선에서 하는 거고요.”

위계질서가 중요했다.

로드 하나 때문에 회사 전체가 비상에 걸리는 일은 피해야 하니까.

멋모르고 다른 회사에서 침 발라둔 일에 끼어들거나 하면 엄청나게 귀찮아진다.

혹은 로드가 펑크 난 자리 채우려는 피디에게 직접 접근해 출연을 확정지어버리거나 해서 스케줄이 꼬이면 더 난리가 난다.

“그럼 연예인은 어떻게 받나요?”

“일단 등급에 따라 배정됩니다.”

“매니저가 선택하는 게 아니고요?”

“로드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회사일이 다 그런 거죠.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죠.”

인기가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는다.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뭔가 있어야 맡긴다.

매니저가 기자한테 이상한 소릴 하거나 정보를 캐가서 팔아버리는 일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동하는 동안 이런 저런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강지건이었다.

“이제 궁금한 건 어느 정도 다 해결됐어요. 그런데 타임걸스분들 저한테 뭐 시키실 거 없어요?”

“시켜도 되나요?”

“어, 일단 매니저니까요.”

“저 치킨 먹고 싶어요!”

“저 사인해주세요!”

매니저라기 보다는 그냥 스타가 동행하는 모습이었다.

“어, 치킨이요? 잠시만요. 저기 세워주세요.”

편의점 앞에서 내린 강지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냉동치킨을 사왔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가져온 치킨.

“여기 치킨.”

“어음, 네.”

기대하던 것과는 다른 치킨이었지만 치킨은 치킨이기에 여민아는 군말않고 먹었다.

“사인은 여기요.”

“감사합니다!”

연주현은 사인을 받고 기뻐했다.

이후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없었지만 움직이는 동안 웃고 떠들고 대화를 나누었다.

타임걸스는 행사 하나 뛰고 모두 끝이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실장은 그냥 보낼 생각이 없었다.

“이제 끝인가요?”

“어디 가시려고요? 환영회 겸 송별회를 열어야죠.”

“어, 그러죠.”

“맞아요! 환영회! 송별회!”

“오늘은 환영회 하고 12시 지나면 송별회 하면 안 되나요?”

“오늘 밤 달려요!”

걸그룹. 오랜만에 텐션을 되찾은 여자들은 시끌벅적했다.

“일단 환영회는 고기로 하죠.”

“네, 그러죠.”

강지건은 웃으며 환영회에 가게 되었다.

강지건의 환영회에는 김재연은 물론 티티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들도 참석했다.

자리는 화끈했다.

신나게 마시고 놀고.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계속 돌아갔다.

강지건은 평소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그러다 프로듀서들은 슬그머니 라다의 이야기를 꺼냈다.

“라다씨는 어떻게 작업하시나요?”

“그냥 기분파죠. 놀다가 갑자기 작곡하고 그래요. 그래서 평범한 회사원은 절대 못하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아, 그렇죠. 네네.”

이야기의 분위기 상 원하는 게 보였다.

강지건은 피식 웃었다.

‘속이 다 보인다.’

라다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하는 일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냥 한 방에 끝내긴 뭐하지.’

원한다면 다른 회사에서 영상 찍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굳이 상대를 바꿀 필요는 없었다.

‘쟤를 좀 더 밀어주라고 했지.’

김재연.

진매령과 윤경미가 찍은 여자였다.

검녀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

김재연의 무공 재능이 괜찮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

“재연씨.”

“네?”

“다음에는 일일트레이너 찍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일은 술술 풀려갔다.

그때 정소미가 슬쩍 끼어들었다.

“어, 음. 그런데 저 매니저님?”

“네, 소미씨.”

“저기 혹시 관장님 소개 받을 수 있을까요?”

“매령누나요?”

“네. 제가 헬스클럽에 관심이 좀 있어서요.”

진매령 이야기가 나왔다.

“맨 입에는 안 되고요.”

“네?”

“제 팬클럽 가입하세요. 여기 재연씨도 제 팬클럽 회장님이 연결해주셨거든요.”

강지건은 팬클럽 영업을 했다.

순간 자리에 모인 이들의 귀가 쫑긋했다.

“우리 회장님이 원하면 들어주고 싫다고 하면 안 들어주고 그래요.”

“진짜요?”

“네.”

순간 다들 폰을 들고 강지건의 팬클럽을 가입했다.

프로듀서부터 타임걸스까지.

같이 자리에 있던 실장은 슬쩍 보고를 올렸다. 이후 빠르게 티티엔터테이먼트 직원들이 팬클럽에 가입해서 윤경미에게 잘 보이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고리 권력을 잡은 사람이 누군지 알려졌으니 매달릴 차례였다.

환영회 겸 송별회를 끝내고 강지건은 관리실로 돌아왔다.

“어땠어요?”

“나쁘지 않았어.”

“후훗.”

윤경미는 강지건의 품에 안겼다.

‘오빠.’

단단한 근육에 기대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졌다.

안정감.

그리고 강렬한 존재감.

단단한 대물이 안으로 파고들어오면 잃어버린 조각을 되찾은 기분이었다.

“흐엥.”

“귀여워.”

“고마워요.”

“고맙긴.”

윤경미의 몸은 빠르게 나아지고 있었다.

강지건과 자면 잘수록 몸이 더 좋아졌다. 피부에도 영향이 있었다. 최하급이지만 미인공에 쓰는 로션까지 사용하니 효과가 더욱 좋아졌다.

점점 젊어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오빠 덕분에 이렇게 젊어지고 있잖아요.”

“그럼 잘 해.”

“네, 오빠.”

나이는 상관없었다.

윤경미에게 강지건은 스타이고 오빠였다.

“휴응!”

대물에 찔린 윤경미는 환하게 웃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한바탕 여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쉬고 있을 때였다.

안틸로프의 함대에서 연락이 왔다.

“최근 제타스 저격 패치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우리팀 저격 패치?”

“네, 보니까 한두 번 한 일이 아니더군요.”

전설의 개발사에서 저격 패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 리그를 저격하는 패치가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탱커 아이템이 하향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격 패치는 꼭 챔피언에게만 하는 게 아니다.

아이템에 하는 패치가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혹은 특정 부류의 챔피언들을 상향 패치하는 것도 저격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탱커 아이템이 하향 패치되면 생존형 전략을 주로 활용하는 선수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딜을 넣는 챔피언들이 상향을 먹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이퍼캐리를 특기로 삼는 피지컬 좋은 선수들이 빛을 보게 된다.

반대로 탱커가 강해지거나 혹은 딜러 아이템이 하향되면 탱커가 강한 메타가 된다.

또는 이동 속도 아이템이 상향되면 이동 속도를 중심으로 하는 정글 챔피언들이 살아나기도 한다.

패치에 따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선수가 만능이 되긴 힘들다.

어느 정도 다 하긴 하지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적응하지 못하는 메타가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저격 패치가 이뤄지면 갑자기 폼이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슬럼프를 겪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적응력 문제인 것이다.

혹은 메타 변화로 인해 약점을 찔린 상황이 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강팀도 갑자기 그저 그런 팀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설은 물론 이스포츠 역사를 보면 인기 게임들은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경우가 흔했다.

세계 대회 우승 횟수도 엄청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게임 회사에서 원하지 않는다.

리그 활성화를 위해선 여러 리그가 골고루 우승하는 그림이 더 바람직하다. 그래야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된 사람들의 유입을 노릴 수 있으니까.

‘뮤즈도 대단하긴 해.’

강지건은 전설의 레전드인 뮤즈 선수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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