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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드디어.’
네이가를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제 마수는 없는 건가요?”
“그래, 이제 마수는 없다.”
“그럼 이제 다시 전쟁이 일어나겠군요.”
강지건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마수라는 공동의 적이 있는 상황에서 네이가는 일치단결하여 싸웠다.
하지만 이제 마수가 없으니 사람들은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마수가 아닌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안타까운 일이지만 강지건은 그냥 흘려 넘겼다.
‘공동의 적이 없으면 서로 죽이는 게 인간.’
마수 덕분에 서로 안 싸웠을 뿐이다.
이제 적을 없앴으니 세계라는 전리품을 놓고 분열할 차례.
으레 벌어지는 일이다.
사업, 전쟁 기타 등등.
‘사업 성공하면 동업자들끼리도 회사 먹겠다고 싸우는 데 뭘.’
사기꾼들도, 절도범들도 성공하고 나면 서로 뒤통수를 치며 찌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혼자 먹으면 더 많이 먹는데 굳이 나눠 먹을 이유가 없으니까.
사업도 마찬가지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좀 더 과격한 사업이다.
전쟁을 치를 땐 영웅을 물고 빨고 난리치지만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영웅부터 치워버리려고 한다.
왜?
“이제부터 제가 표적이 되겠네요.”
“그렇지.”
영웅은 전쟁 종결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까.
영웅이 혼자 모든 것을 독식할까봐 결국 뒤통수 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홀로 조용히 고향에 돌아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 영웅들은 오래 살기 힘들다.
“다 먹어 치워버려.”
“전함 좀 빌려도 되죠?”
“물론.”
강지건은 델에게 전함 사용을 허락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체시도 웃었다.
“하루 빨리 먹어치워버리죠. 그런데 황성을 어디로 하죠?”
“전함이 있는데 어디든 상관없지 않나?”
“그건 그래요. 그럼 카리아 가문의 영지로 할까요?”
“그래, 거기로 해. 그리고 별궁을 지을 위치도 알려줄 게.”
별궁은 강지건이 처음 네이가에 도착했을 때 찾았던 계곡을 택했다.
“마나 연못 같은 게 있는데 알차게 써먹어야지.”
“아! 거기 있으면 마나 회복이 빨라져요!”
“그래, 별궁으로 해서 우리 목욕탕으로 쓰자고.”
“정말 좋아요!”
체시가 홀라당 벗고 달려들었다.
델도 옷을 벗었다.
두 여인의 탄탄한 근육이 현란하게 실룩인다.
전함에서 강지건은 두 여인을 대물로 찔렀다.
“흐향!”
“햐융!”
대물검술은 현란했다.
지구.
김재연은 진매령과 윤경미와 친분을 쌓아나갔다.
“어, 이게 그렇게 좋아요?”
“그래. 한 번 속는 셈 치고 발라봐.”
진매령은 미인공에 쓸 로션을 만들어 영업을 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만든 것은 바르는 것만으로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
굉장히 수준이 높은 물건.
하지만 미인공에 쓸 것을 함부로 팔 생각은 없었다.
효과가 낮은 것은 회사를 구입해서 만들어 팔고 효과가 엄청나게 좋은 것은 검녀문에 입문하는 이들에게만 주기적으로 공급할 예정이었다.
“네.”
친분을 위해 접근한 티티엔터테인먼트의 김재연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피부 트러블 생기는 거 아니겠지?’
여자들을 외모에 상당히 민감한 경우가 많다.
신경 안 쓰는 거 같아 보여도 다 신경 쓴 경우가 흔하다.
특히 머리와 피부에 관한 것에서는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화장품 같은 경우에는 잘못 쓰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서 굉장히 민감한 분야다.
하지만 친분을 위해 접근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남자들이 싫어도 직장상사의 술주정을 받아주는 것처럼 여자들도 싫어도 분위기를 맞춰주는 경우가 많다.
김재연은 웃으며 시키는 대로 해주었다.
물론 이런 김재연의 반응은 진매령이 다 알고 있었다.
싫어도 받아주는 모습.
거북하지만 웃는다.
‘나중에는 애원하게 되겠지.’
영상 촬영 중에 윤경미에게 발라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바르면 피부 노화를 멈추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재생을 돕는다.
즉, 더 젊어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게 해준다.
집으로 돌아온 김재연은 한숨을 쉬었다.
좁은 원룸.
서울에 살려면 어쩔 수 없다.
원룸도 월세가 상당하다. 싼 곳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추천 되지는 않는다.
싼 곳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저렴한 곳은 창고나 화장실 같은 것을 개조해서 원룸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
그냥 잠만 자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도 빌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출퇴근을 하면 오가는 시간이 엄청나다.
길에서 2-3시간 정도를 허비한다.
심한 경우에는 출퇴근으로만 4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차가 없는 사람에게 4시간 동안 매일 길에서 쓰라고 하면 힘들다.
더구나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국 시간을 절약하고 교통비를 줄이는 걸 감안하면 그냥 서울에서 비싼 월세를 살게 된다.
김재연의 경우에는 그리 나쁘지는 않지만 또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월세로 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으니까.
밥도 밖에서 사먹는다.
집 밥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귀찮고 신경 쓰기도 힘들다.
식재료를 사다놓고 요리를 오래 안 해서 상해버린 경우가 있을 정도니까.
밥 같은 경우에는 해놓고 오랫동안 안 먹어서 딱딱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김재연에게 집은 잠이나 자면서 옷을 보관해놓는 옷장에 가까웠다.
‘자자.’
하루가 피곤했다.
검녀 헬스클럽에 하루 종일 나가 있기도 하지만 회사에 아주 안 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회사에 들려서 자신에게 들어올 만한 일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트레이너의 땜방을 하기도 했다.
회사에는 아이돌만 봐주는 트레이너가 있는 게 아니다.
연습생과 보내는 시간이 상당했다.
트레이너들에게는 연습생과 보내는 시간도 중요했다.
재능이 있는 원석을 발굴해 키우면 이 또한 실적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은근히 파벌이 생길 정도였다.
데뷔를 잘 시켜주는 트레이너와 별 영향력 없는 트레이너로 갈린다.
소형 기획사의 경우에는 걱정할 일이 없지만 대형 기획사인 티티엔터테인먼트에서는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실력이 있으면 무조건 뜨는 게 아니다.
운이 있어야 뜬다.
실력은 고만고만하다.
티가 나게 못하는 사람들은 운이 크게 좋을 순 없다. 이런 사람들은 활동 도중에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기 때문에 회사에서 걸러버린다.
실력이 있어도 운이 없으면 데뷔가 어렵다.
회사에서 밀어주고 있는 아이돌이 잘 나가는데 굳이 팀킬할 그룹을 내보낼 이유는 없으니까.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데뷔를 좀 더 잘 시켜주는 트레이너가 있다?
연습생들도 다 듣는 귀가 있다.
누구 밑에서 배워야 더 좋은지 알고 움직이게 된다.
조금이라도 평가를 더 좋게 받기 위해서.
데뷔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성인도 되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처세술을 펼친다.
이 때문에 평가가 좋은 트레이너들은 회사에서 입지가 좋고 반대로 다른 트레이너들은 밑바닥을 깔아주는 사람이 된다.
입지가 안 좋으면? 힘든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입지가 좋으면 방송 출연도 가능해진다.
댄스 스쿨을 열어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유명 아이돌을 다수 트레이닝한 댄스 트레이너라는 타이틀은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오게 만드는 힘이 있으니까.
대박 난 히트곡의 안무라도 짰다면 그야말로 한 방에 떠버린다.
이 때문에 회사에서의 입지를 올리는 일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사내에서 돌아가는 일에 어둡다보면 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으니까.
트레이너들.
동료이지만 동시에 경쟁자이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런 경쟁을 생각해서 회사일도 신경쓰다보니 김재연은 상당히 피곤하게 살고 있었다.
‘이거나 발라야지.’
회사와 검녀 헬스클럽은 상당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회사에 갔다가 헬스클럽에 가고 그러다보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더구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설렁설렁한다고 해도 운동이다.
에너지가 소비된다.
또한 헬스클럽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근무나 다름없었다.
최근에는 윤경미를 따라 강지건의 팬클럽 활동도 신경 써서 해야만 했다.
라다와 강지건에게 접근하는 가장 수월한 방법이기 때문에.
더구나 윤경미가 강지건의 팬클럽 회장이었다.
더 잘 보여야 했다.
‘문제는 없겠지.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문제가 생긴다면 위로라도 받아볼 생각이다.
‘가볍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다면.’
괜찮은 카드라고 생각하며 김재연은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향도 좋고 시원하네.’
하지만 향도 좋고 느낌이 좋은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가 중요했다.
‘이제 자면 된다고 했지.’
김재연은 잠들었다.
그리고 일어났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게 나?’
피부가 상당히 좋아졌다.
눈에 띌 정도였다.
‘이거 뭐야?’
김재연은 세수를 하고 다시 로션을 발랐다.
그리고 로션이 담긴 통을 안전한 곳에 모셨다.
아침 일찍 티티엔터테인먼트에 출근한 김재연은 동료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스케줄을 확인한다.
행여나 일이 꼬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확인 작업.
자칫 잘못해서 일정을 펑크 내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어라? 김쌤 화장품 뭐 쓴 거야?”
“그러게? 확 어려보이는데?”
“어, 그게 저도 잘 몰라요. 선물 받은 거라.”
“선물?”
“네, 그 검녀 헬스클럽 관장이 선물이라고 줬어요.”
“아 그거.”
동영상이 올라왔다.
윤경미의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는 것이 나왔다.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이상한데? 영상에서 본 건 별로 큰 효과는 없는 거 같던데.”
“좀 더 신경 써서 만든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많이 친한가봐?”
“제가 티티엔터테인먼트라고 하니까 강지건씨 팬클럽 회장님이 부탁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 관장 친구?”
“네.”
검녀 헬스클럽에 관한 일은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윤경미가 팬클럽 회장이란 사실도 딱히 비밀도 아니었다.
조금만 파헤치면 다 나오는 거니까.
“나도 좀 써도 될까?”
“아뇨.”
김재연은 칼 같이 거부했다.
“뭐?”
“양이 얼마 안 돼요. 죄송해요.”
“으응.”
거절해놓고 김재연은 속으로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