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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집중

“여긴 어떤 세계인가요?”

“낙스. 아마도 서부 개척시대 정도의 문명일 걸?”

“지구보다 더 낙후된 곳이군요.”

미개하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회장님이신 강지건이 지구인이니까.

“미개하다고 해도 돼. 안틸로프가 짱이지 뭐.”

“아닙니다. 회장님의 힘이라면 얼마든 지구가 최고가 될 겁니다.”

“딱히 관심없어. 어차피 다 관리 대상일 뿐이야.”

딱히 한 세계에만 집착해서는 안 하기로 한 강지건이었다.

“어쨌거나 여기서 어떤 존재들이 설치는 지 알아봐야 하는데. 일단 달려보자.”

처음 도착하니 정보가 없다. 그러니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현지인을 서번트로 만들며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곤 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저기 목장이 있는 거 같네요.”

“다행이네.”

전기차가 달렸다.

“누구냐!”

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총을 들고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총을 들고 서서 조준하고 있었다.

“일단 언어부터.”

낙스의 아리칸어를 배웠다.

사람들이 사용한 말이 아리칸어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상한 놈들을 사냥하는 사냥꾼이죠.”

“뭐? 혹시 헌터를 말하는 건가?”

“네, 뭐 그렇죠.”

대충 둘러댄다.

“헌터라니 실례했군. 그 기괴한 물건은 소문으로만 듣던 자동차인가?”

“자동차를 아십니까?”

“시내에서 한 번 본 적은 있지. 쓸모가 없어 보이는 걸 타고 돈자랑하던 녀석들이 있었거든. 그런데, 많이 달라보이는데 어디서 만든 건가?”

“그거야 뭐. 그나저나 이 근방에 이상한 놈들은 없었습니까?”

“도시 쪽은 나온다는 소문은 있네.”

‘늑대인간이라. 여긴 이런 식인가?’

강지건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요. 가끔 뜬소문에 속기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걸로 먹고 사는데.”

“언제나 당신들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들어오지 식사라도 대접하겠네.”

“좋습니다.”

정보를 꽤 얻는 식사 시간이었다.

더구나 동양인의 외모인 강지건은 별로 의심 받지도 않았다.

강지건이 도착한 아리칸이란 대륙에도 여러 인종이 모여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가 시골이란 말이지.’

정확히는 개척 도중인 지역이었다.

원래는 원주민들이 살던 땅이었지만 외부 세력이 장악했다.

원주민들은 전염병에 의해 대거 사망했던 것이다.

이 땅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자연히 ‘개척’이 된 것일 뿐.

“미샤 이리 와 봐.”

운전대는 다피림에게 넘긴 강지건은 미샤를 뒷좌석으로 불렀다.

함께 뒤에 탄 두 사람은 곧 하나가 되었다.

좁고 불편했지만 미샤는 불평하지 않았다.

“어때요 회장님? 제 몸은 마음에 드시나요?”

“응, 맛있어.”

“다행이에요, 흐윽!”

차의 속도를 그리 빠르지 않았다.

제대로 난 길이 없는 상황이라 빨리 달릴 수 없었다.

대신 아무렇게나 달려도 되니 장애물이 없다면 무조건 일직선이었다.

직접 달려가는 것이 차를 타는 것보다 빠른 세 사람이었지만 차에 실은 짐 때문에 차가 필요했다.

대량의 전투식량과 정수물품 그리고 식수가 실려 있었다.

마나만 공급된다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몸이 되었지만 정시적인 피로가 생기니 먹을 건 먹어줘야만 했다.

한 마디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식량이었다.

“이젠 제 차례에요.”

한참 달리다가 차가 정지했다.

미샤가 혼절한 순간 다피림이 뒷좌석으로 들어왔다.

강지건은 웃으며 안아주었다.

어차피 24시간이 지날 때까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2시간쯤 달리자 작은 도시가 나왔다.

전기차를 타고 안으로 그냥 몰고 들어갔다.

“완전 서부 영화 삘이네.”

여기저기 마굿간이 보였다.

허리에 총을 차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사람들은 전기차가 나타나자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차에서 내리자 가슴에 별을 단 남자가 다가왔다.

“저건 자동차인가?”

“그렇지.”

“그래도 저런 차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어디서 왔지?”

“헌터야. 여기저기 떠돌고 있지.”

“그랬군. 실례했다.”

보안관은 사과를 했다. 헌터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근처에 흡혈귀나 늑대인간에 대한 정보가 있나? 있다면 알려줬으면 좋겠군. 빨리 처리하고 싶어.”

“여기서 동쪽으로 좀 가면 놈들이 차지한 숲이 있어요!”

“그래? 고맙군.”

“도움은 필요 없나? 놈들은 30마리가 넘어.”

“사양하도록 하지. 우리로 충분해.”

“성공하고 돌아오면 술을 사도록 하지!”

누군가 외쳤다.

“저녁도!”

“나랑 뜨거운 밤도!”

한 여자가 외치자 사방에서 휘파람을 불어댔다.

“휘이이이익!”

“좋아. 해가 떨어지기 전에 오도록 하지. 다피림 차 좀 지키고 있어. 미샤랑 갔다 올 테니까.”

“다녀오세요.”

강지건은 미샤와 함께 동쪽으로 달렸다.

말보다, 차보다 더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에 다들 넋이 나갔다.

“사람이 어떻게?”

보안관은 다피림을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인간이니까 걱정 마.”

“하지만.”

“우린 다른 세계에서 온 헌터니까.”

“뭐?”

“애초에 흡혈귀나 늑대인간이 있던 세상은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하지.”

“저 놈들은 우리의 원수야. 걱정할 거 없어 저 놈들을 다 처 죽이는 게 우리 목적이니까. 대신 덤비면 목숨은 보장 못해.”

다피림은 손에 들어보였다.

어느새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헉!”

다피림이 검을 뽑는 걸 본 사람이 없었다.

어느 순간 들려 있었으니까.

너무나 빨라서 다들 보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딴 촌구석은 1분 안에 정리할 수 있어.”

덜덜덜.

보안관은 총에 얹었던 손을 내렸다.

뽑을 수가 없었다.

말이 끝나는 순간 보안관의 바지가 땅에 흘러내린 상황이었으니까.

정말 보이지도 않는 속도였다.

번개의 힘을 사용하는 강지건과 미샤는 빠르게 달려 동쪽의 숲에 도착했다.

“오, 느껴져요!”

“가서 잡아. 난 보고 있을 게.”

“네!”

으스스한 분위기의 숲이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도화난무!”

미샤가 숲으로 들어가 늑대인간들을 찾아 난도질했다.

사실 검보다는 초능력을 사용하는 게 더 빠르고 간편했다. 하지만 무공 수련을 겸해 배운 무공을 실전에서 사용해보는 미샤였다.

늑대인간들은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변했다.

수십 토막이 나버렸다.

되살아나지도 못하게 마무리는 번개로 지져버렸다.

까맣게 타버린 고깃덩이들이 숲을 구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르!”

늑대인간들은 오줌을 지리면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갈 수 없었다.

지켜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까.

허나 지킬 수 없었다.

“도화검무!”

아름다운 도화가 숲에 피어났다.

검의 도화.

여기에 번개의 힘이 더해지며 번개 도화가 되었다.

파지지지지지직!

고깃덩이들이 번개에 순식간에 익어버렸다.

“하하하하핫!”

신이 났다.

원수 같은 침식된 존재들을 죽인다는 게 신이 났다.

한 편, 강지건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 놈들은 이제 포인트도 안 되네.’

늑대인간을 잡는 퀘스트를 설정할 수도 없었다.

설정이 되질 않았다.

‘플래티넘이라 그런가.’

더구나 지배의 왕관과 수호의 방패까지 익혔다.

‘좀 더 강한 세계가 아니면 포인트 올리기도 힘들겠어.’

더구나 더 실망스러운 것은 낙스를 클리어해도 들어오는 포인트가 매우 적어졌다는 점이었다.

5,000 포인트.

엄청나게 형편없었다.

‘안틸로프에서 침식 전함 한 대 잡는 게 더 남는 장사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역시 사업을 해야 해. 단체도 키우고. 절대 머리 쓰는 쪽으로는 스킬 올리지 말아야지.’

최소한 안틸로프와 여러 침식도가 높은 세계들을 클리어하기 전에는 조심해야만 했다.

등급만 너무 빨리 높아져서 충분한 전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면 포인트를 벌기도 힘들어지니까.

자칫 잘못하면 적에게 당한다.

‘여기선 뭘 하면 좋을까?’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한 문명이다.

‘결투 같은 것은 힘들 거 같고.’

피지컬 영향을 받는 것이었다.

총을 빨리 뽑아서 쏘는 것으로 질 이유가 없었다.

‘총질을 하고 다녀봐야 포인트도 안 될 거야. 역시 일단 여자나 유혹해볼까? 아니 여기서도 사업을 하거나 그러는 게 낫겠지. 기왕 하는 거 농사나 지을까? 목장도 하고. 아, 그래 광산도 몇 개 운영하면 되겠네.’

하지만 조직도 아무데서나 만드는 것은 꺼려졌다.

‘일단 정화부터 알아서 하게 하면 되겠지. 안틸로프 사람들이 알아서 해줄 거야.’

생각하기를 멈췄다.

‘나는 일단 지구에서의 활동에 집중하자. 하던 걸 해야지.’

위튜브 활동과 지건 소프트의 활동이 우선이었다.

“하이야아아아아아압!”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움직인 미샤는 결국 모든 늑대인간을 처리했다.

“흡혈귀는?”

“여기요.”

미샤는 이미 땅 속에 묻혀있던 관을 파냈다.

늑대 인간이 아주 얕게 묻어놓은 것이라서 파내기가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구경이나 좀 할까?”

“네.”

햇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관뚜껑을 열었다.

“키야아아악!”

흡혈귀가 튀어나오며 공격한다.

몸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피부가 부글부글 끓는 게 보였다.

“별 거 아니네.”

슬쩍 피한 강지건이 손짓하자 미샤가 달려들어 흡혈귀의 머리를 잡았다.

빠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강력한 전류가 미샤의 손에서 흘러나와 흡혈귀를 지져버렸다.

“퀘헥!”

어느 순간 까맣게 타버린 흡혈귀는 재가 되어 흩어졌다.

남은 것은 관뿐이었다.

“거지잖아?”

관 속에는 종이로 된 지폐 뭉치가 하나 들어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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